이야기꾼 미로 온 가족이 함께 읽는 이야기 2
천세진 지음 / 교유서가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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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젊은이들도 알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예전에 이런 노래가 있었다.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만한 연못에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않지만. 먼 옛날 이 연못엔 예쁜 붕어 두마리 살고 있었다고 전해지지요. 깊은 산 작은 연못. 어느 맑은 여름날 연못속의 붕어 두마리 서로 싸워 한마리는 물 위에 떠오르고. 그 살이 썩어 들어가 물도 따라 썩어 들어가. 연못속에는 아무것도 살 수 없게 되었죠.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만한 연못에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않지만. 먼 옛날 이 연못엔 예쁜 붕어 두마리 살고 있었다고 전해지지요. 깊은 산 작은 연못... 뜬금없이 웬 노래? 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이처럼 이야기같은 노래가 있는가 하면 노래같은 이야기도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내내 평온한 마음이 느껴졌다. 이럴 줄 알았다! 맑은 이야기는 아이들만의 전용물이 아니다. 지금같은 세상에서는 오히려 어른을 위한 동화가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 탁한 세상을 맑게 할 그 무언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천세진은 시인이다. 그의 시를 읽어본 기억은 없지만 그가 무엇을 그리고 싶어하는지는 미루어 짐작해 보게 된다. 참 맑고 아름다운 생각을 가진 사람일 거라는. 책의 부분부분이 모두 그림처럼 변하는 마법을 지니고 있는 듯 하다. 아주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니 마법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어느 날 아침 짙은 안개속에서 마주치게 된 소년 '미로'. 문자도 모르고 스마트폰도 모르고 이 세상의 것들은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소년은 호수마을에서 왔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그리고 들려준다. 호수마을에 대해. 그 호수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그리고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이야기꾼에 대해. 미로가 들려주는 호수마을들은 환상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단순히 환상적이라고 말하기에는 뭔가 아쉽다. 그 마을들이 품고 있는 의미가 예사롭지 않은 까닭이다. 마을의 이름속에 담긴 이야기들은 마치 우리가 모르는 척 외면하는 것들을 담고 있는 듯 하다. 무엇이든지 두 가지로 나눠 생각하고 끊임없이 논쟁을 하는 두 얼굴 호수 마을 이야기나 화려한 것에 이끌려 따먹었다가는 죽을 수도 있다는 버섯숲 이야기등... 금성의 또다른 이름이 개밥바라기별이라는 걸 기억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엄마를 잃은 슬픔에 소년이 흘린 눈물로 호수가 넘칠 지경에 이르게 되자 마을의 이야기꾼 할아버지가 찾아와 '꽃들의 숨안개'에 대해 이야기를 해 준다. '꽃들의 숨안개'를 거쳐 '그리움거울 호수'에 갈 수 있다면 엄마를 만날 수 있다고. 엄마를 만나고 싶은 소년은 이야기꾼이 되기로 하고 이야기꾼 할아버지와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된다. 소년과 할아버지가 보여줄 호수마을들은 저마다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을까?


"사람들은 늘 종류를 나눠. 겉으로 드러난 모습으로 사람들을 나누고 나면, 그다음에는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나누려고 하지. 사람만 나누는 게 아니야. 생각도 나누고, 느낌도 나누지. 그렇게 끝없이 나누고 나누어서 같은 모습의 사람들을 찾으려고 그러는 건지, 그냥 사람들을 계속해서 나누고 나누어서 혼자가 되려는 건지 알 수 없을 정도야."(-77쪽)

가기 힘든 세계는 아무 이유없이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 같다. 에베레스트산을 그냥 오를 수 없는 것은 가지 말라는 것이고, 알래스카의 설원도 마찬가지다. 죽어도 가야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나는 죽을 때까지 그런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할 것 같다. 정말 가기 힘든 세계는 지켜져야 할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건지도 몰라서다.... 어쩌면 그 세계들도 얼마 전에 읽어서 알게 된 좀머씨처럼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라고 소리치고 있을지 모른다. (-232쪽)

이 책이 누구를 위해 쓰여진 책인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으로, 우리가 지금 무엇을 잃고, 무엇을 잊었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책장을 넘길수록 천천히 가고 싶은 욕심이 생겨났다. 조금만 더 느끼고 싶다고. 좋아하는 작가 故정채봉을 기억속에서 소환하고야 말았다. 여전히 아끼는 책의 목록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故정채봉의 책들... 맑고 향기로운 이야기들이 많은... 어쩌면 그동안 너무도 그리워했던 장르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천세진의 작품은 아직 읽어보지 않았지만 찾아서 한번 더 읽어볼까 한다. 詩集을 읽어본지가 언제인지... 노래를 하나 더 소개하고 싶다. '아름다운 것들'이란 제목으로 오래전에 양희은이 불렀었다. ...꽃잎끝에 달려있는 작은 이슬 방울들 빗줄기 이들을 찾아와서 음~ 어디로 데려갈까. 바람아 너는 알고있나 비야 네가 알고있나 무엇이 이 숲속에서 음~ 이들을 데려갈까. 엄마잃고 다리도 없는 가엾은 작은새는 바람이 거세게 불어오면 음~ 어디로 가야하나. 바람아 너는 알고있나 비야 네가 알고있나 무엇이 이 숲속에서 음~ 이들을 데려갈까. 모두가 사라진 숲에는 나무들만 남아있네. 때가 되면 이들도 사라져 음~ 고요만이 남겠네... 이 책은 노래같은 혹은 그림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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