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심리학
바이원팅 지음, 최인애 옮김 / 미래와사람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판도라 효과'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간다고 한다. 드라마가 가장 흥미로울 때 끝나는 것이나 결정적인 순간에 중간 광고를 하는 이유들 모두 '판도라 효과'를 노리는 것이라 하는데, 한마디로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이 말에 살짝 거부감이 일기도 한다. 사실 중간광고를 한다는 그 자체에 화가 나는 바람에 결정적인 어떤 것의 묘미를 놓치기 일쑤인 까닭이다. 호기심에 앞서 뭔가 우롱당한 듯한 기분이 들어 심한 경우에는 아예 채널을 돌려버리기까지 한다. 안보면 그만인 것을 화를 참아가며 광고를 보고싶지 않은 마음이 더 큰 것이다. 어디에나 항상 예외적인 경우는 있다. 단지 그 예외성이 얼만큼의 확률이냐가 다를 뿐이다. 그렇다면 이 예외적인 경우는 어떤 심리현상일까? 문득 궁금해진다. 그리스신화속에서 만날 수 있는 판도라는 인간에게 불을 준 프로메테우스를 벌하기 위해 제우스가 만들어낸 여인이기도 하지만 판도라가 호기심을 이겨내지 못한 탓에 희망만이 우리 곁으로 오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훨씬 더 가깝게 느껴지는 이야기다. 인간은 호기심의 동물이다. 그러니 우리의 일상생활속에 그런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도 엄청나게 많을 것이다.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고 너무 쉽게 생각했다. 그렇고 그런 심리현상에 관한 이야기겠거니 했다. 사실 심리학에 관한 책은 너무나도 많다. 감성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시대에 인간의 심리에 관한 책이 많은 것도 이상할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 책은 흥미롭게 읽혔다. 전문적인 용어보다는 우리의 일상속에서 만날 수 있는 예를 많이 보여주는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부분이 많았다는 말이다. 흥미로웠던 부분들을 한번 되짚어보자면 이렇다. 인간에게 없어서는 살아갈 수 없다는 '사랑'에 대해 우리는 어떤 정의를 내리고 있을까? '推己及人'이라는 말과 '易地思之'라는 말이 있지만 우리가 실제적으로 느끼는 사랑의 감정은 전자가 아닐까 싶다. '推己及人'은 자신의 생각대로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린다는 뜻으로 '易地思之'와는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인간이 얼마나 자기중심적인 동물인가를 직시하게 된다. 그러면서 그걸 사랑이라는 말로 포장하고 있으니...


긴머리의 여성이 남성에게는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이유에 대해 여기서 알게 된다. 머리카락은 건강의 척도와 관련이 있는 까닭이다. 옛날부터 건강한 사람은 풍성하고 윤기있는 머리카락인 반면 허약한 사람의 머리카락은 푸석푸석하고 잘 끊어진다고 했다. 그러니 길고 풍성한 머리카락을 가진 여성일수록 남성 입장에서 보면 건강하고 생산능력도 강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틀린 말도 아니다.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 다 그런 심리에서 나온 말이라는 게 새삼스럽다. 사회규범과 시장규칙이 미치는 심리적인 작용의 결과는 놀라웠다. 같은 일이라 해도 사회규범을 적용했을 때와 시장규칙을 적용했을 때의 결과가 너무나도 달라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참 묘하구나, 중얼거리게 된다. 사람은 언제나 자기 관점에 부합하는 정보만을 믿고 싶어한다는 말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사실 우리의 뇌가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는 걸 이제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지 않을까? 이 책에서는 그런 현상을 편향동화라고 표현했지만 더욱 더 놀라운 것은 이성적인 사람이나 비이성적인 사람이나 모두 똑같이 자기 구미에 맞는 말만 듣고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무서운 가를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자신과의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그게 또 그렇게 말처럼 쉽진 않을 것 같다. 심리학을 통해 일반상식을 배운 느낌이다. 그야말로 괴짜심리학이다. /아이비생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