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향상을 위한 코칭 리더십
존 휘트모어 지음, 김영순 옮김 / 김영사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교육심리학 용어 중에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게 있습니다. 교육에 관심이 깊은 사람이라면 한번 쯤은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로젠탈 효과, 자성적 예언, 자기충족적 예언이라고도 합니다. 피그말리온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조각가입니다. 그가 조각한 여신상을 스스로 너무 사랑한 나머지 여신 아프로디테(비너스)가 그 여신상에 생명을 주었다는 신화에서 유래된 것입니다.

타인이 나를 존중하고 나에게 기대하는 것이 있으면 기대에 부응하는 쪽으로 노력하고, 실제로 그렇게 된다는 것이 심리학의 설명입니다. 교육심리학에서는 교사의 관심이 학생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요인이 된다고 합니다.
1968년 20년 이상 초등학교 교장을 지냈던 레노오 제이콥슨의 실험이 이를 방증합니다. 그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지능검사를 한 다음 무작위로 20% 학생을 뽑습니다. 그래놓고는 교사에게 명단을 건내면서 '지적 능력이나 학업 성취의 향상 가능성이 높은 학생들'이라고 거짓말을 합니다. 교사들에게 그렇게 믿게 만드는 것입니다.

8개월 후 다시 지능검사를 실시했는데 그 명단에 있던 학생들의 평균 점수가 다른 학생들보다 높게 나왔습니다. 학교 성적도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명단에 오른 학생들에 대한 교사의 기대와 격려가 중요한 요인이 된 것입니다. 명단에 오른 학생들에 대한 별도의 특별한 가르침은 없었습니다. 그들에 대한 교사의 기대 자체가 학생의 성적 향상에 큰 영향을 미친 것입니다. 반면 또 하나의 학생집단에게는 학습부진아 그룹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여러분들이 상상하시는 바로 그대로입니다.

그런데 학생들만 그럴까요?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사람들의 잠재능력은 겉으로는 쉽게 판단할 수 없습니다. 현재의 업무 성과만으로는 그 사람의 모든 능력을 평가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직장에서 자신의 모든 능력을 다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요.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가 선정한 최고의 비즈니스 코치인 존 휘트모어는 평상시 사람들은 자신의 잠재능력 중 40% 정도밖에 발휘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사람들의 잠재능력을 끌어내어 최대의 성과를 올리도록 만드는 기술, 이를 일러 '코칭'이라 합니다. 우리에게 아직은 생소한 코칭에 대한 개념과 방법, 기술 기법 등을 다룬 책이 『성과 향상을 위한 코칭 리더십』입니다. 전세계적으로 22개 언어로 번역되어 50만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입니다.

책을 반쯤 읽을 무렵 저자가 방한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한국리더십 센터에서 매년 개최하는 <글로벌 리더십 페스티벌>의 올해 주제가 Coaching for Performance이고, 주제 강연을 존 휘트모어가 했습니다. 바로 어제였습니다. 다행히 기회가 되어 직접 그의 강연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의 강연은 '과거의 경험 중에서 당신에게 큰 영향을 끼친 조부모와 선생님을 기억해 보라'는 질문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분들을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분들은 당신이 어떻게 느끼도록 했는지에 대해 짧게 고민한 후 옆 사람과 얘기해보라고 했습니다. 어떤가요? 여러분들은.

그들은 대개 나의 말을 경청하고 나를 차별 대우하지 않고 나를 믿어주었고 큰 일에 도전할 수 있는 자신감을 주고 나에게 주의를 기울였던 사람들일 것입니다. 반면 나에게 큰 지식을 가르쳐주거나 좋은 기술을 가르쳐준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우리가 존경하는 사람들은 모두 나에게 감성적으로 영향을 끼친 인물들입니다. 그들에게는 감성능력, EQ가 탁월했습니다.

존 휘트모어는 이러한 예로부터 감성지능(EQ)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잠재능력을 발휘하도록 하여 업무성과를 향상시키는 데에 감성지능이 결정적 요인이라는 것을 강조하였습니다. 그것이 바로 코칭의 원리이자 목적입니다.

대개의 방한 강연자들이 그러하듯이 책에 있는 내용을 되풀이하거나 이미 언론에 공개된 이야기를 다시 하겠거니 생각했는데, 책에 전혀 없는 내용으로 말문을 여니 신선했습니다. 물론 그 외에는 거의 책에 있는 내용들을 다시 얘기하였습니다^^

책의 내용과 존 휘트모어의 설명을 종합하면 코칭은 다음과 같이 간단하게 요약할 수 있습니다. 강연에서 존 휘트모어는 '이것이 전부다'라고까지 말했습니다.

Coaching (코칭)

KEY PRINCIPLES (주요 원칙)
- Awareness and Reponsibility (자각과 책임)

SKILLS (스킬)
- Effective Questioning (효과적인 질문)
- Active Listening (적극적 경청)

STEPS : GROW (단계, 일명 GROW)
- G - GOAL    What do you want? (목표설정 - 무엇을 원하는가?)
- R - REALITY    Waht is happening now? (현상확인 - 현재 상황은 어떠한가?)
- O - OPTIONS    What could you do? (대안파악 - 당신은 어떤 것들을 할 수 있는가?)
- W - WILL   What will you do? (실행의지 - 무엇을 실행할 것인가?)


좀 어려운 것 같지만, 쉽게 말하자면 코칭은 곧 대화기술입니다. 대화를 통해 그들 스스로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하고, 스스로 그 책임을 깨닫도록 하여 실행하게 만드는 기술입니다. 일방적인 가르침, 지시, 통제와는 전혀 다른 식의 접근입니다. 이는 상대방의 잠재능력에 대한 무한한 믿음으로부터 출발합니다.

대화의 구체적인 단계가 바로 GROW로 표현되는, Goal - Reality - Options - Will 의 프로세스입니다. 내용이 너무 길어져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책을 보기 전까지 저에게 '코칭'은 아주 생소한 분야였습니다. 그러나 어제 강연에 패널로 참석한 포스코 인재개발원 김영헌 부원장과 LG전자 러닝센터 최종국 상무의 사례 코칭 사례 발표를 보니 이미 수년 전부터 경영에 크게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LG전자의 최종국 상무는 코칭의 중요성과 효과를 매우 강조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업의 선진적인 인재양성시스템을 듣고나니 느끼는 바가 많았습니다. 잘되는 기업은 그만한 이유가 있음을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성과향상을 위한 코칭 리더십』은 오래전에 출간된 도로시 리즈의 『질문의 7가지 힘』과 함께 읽으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도로시 리즈가 말한 『질문의 7가지 힘』은 이렇습니다.

① 질문을 하면 답이 나온다
② 질문은 생각을 자극한다
③ 질문은 정보를 가져다 준다
④ 질문을 하면 통제가 된다
⑤ 질문은 마음을 열게 한다
⑥ 질문은 귀를 기울이게 한다
⑦ 질문은 스스로를 설득시킨다

질문의 대상은 상대방일 수도 있지만, 바로 자기 자신일 수도 있습니다. 남의 잠재능력을 일깨우기 전에 먼저 자기 자신의 잠재능력부터 발휘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제대로 된 순서일 것입니다. 존 휘트모어 역시 이 점을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토토, 모리를 만나다 - 아람샘과 함께한 행복한 인문학 수업
인디고아이들 지음 / 궁리 / 200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한 권 내는 것이 평생 소원인 사람이 부지기수인데 바쁘디 바쁜 고등학생이 벌써 책을 냈습니다. 무서운 아이들입니다. 이름하여 '인디고 아이들'.

인디고 아이들이란, 원래 인지심리학자 낸시 앤 태프가 쓴 『색깔을 통한 삶의 이해』라는 책에 소개된 1980년대 이후 출생한 독립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들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미술에서 인디고는 남색, 쪽색 물감을 뜻합니다. 그러나 오늘 소개드릴 책의 저자들인 인디고 아이들은 '인디고 서원'에서 함께 책을 읽고 사유하며 토론하고 실천하는 쪽빛 아이들을 통칭하는 말입니다.

인디고 서원(www.indigoground.net)은 부산 수영구 남천동 학원 골목에 자리잡고 있는 인문학 서점입니다. 중고생이 주된 독자인데 거기에는 참고서나 문제집 따위는 없습니다. 철학·문학·예술·교육·생태환경 등 인문학 서적만 빽빽히 꽂혀있을 뿐. 2004년 문을 연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전문 서점' 인디고 서원의 대표는 허아람 선생님. 인디고 아이들은 인디고 서원에서 아람샘(아람 선생님)과 행복한 책읽기를 하고 있습니다.

문을 연 지 겨우 1년여 만에 이 서점은 유명해졌습니다. 이 서점의 대표적인 독서토론 프로그램인 '주제와 변주' 덕분이었습니다. 장영희, 최재천, 진중권, 도정일, 박홍규, 한홍구 등 내로라하는 저술가들이 청소년들과 토론을 벌이기 위해 이 작은 서점을 찾았습니다. 이 모든 것은 인디고 서원의 대표 아람샘의 의지의 결과입니다. 아람샘은 인디고 서원을 열기 훨씬 전부터, 그러니까 올해로 벌써 18년째 독서토론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인디고 서원의 '주제와 변주' 내용을 묶어 『주제와 변주』라는 제목으로 책을 냈습니다. 두 권씩이나.

참, 오늘의 주인공은 아람샘이 아니라 인디고 아이들입니다. 아람샘과 함께한 인문학 수업 내용을 인디고 아이들이 직접 기획하고 써서 책을 냈습니다. 그것도 세 권씩이나.
열일곱살 고1 학생들은 『인디고 서원에서 행복한 책읽기』를, 열여덟 고2 학생들은 『토토, 모리를 만나다』를, 열아홉 고3 입시생들은 『창조적 열정을 지닌 청소년,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다』를 냈습니다.
언뜻 생각하기에도 참으로 버거운 일이었을 것입니다. 노력과 용기, 열정, 책임감이 없이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지난 주에 세 권 세트로 샀는데, 그 중 고2 학생들이 매주 일요일 아람샘과 함께한 수업을 책으로 엮은 『토토, 모리를 만나다』를 먼저 읽었습니다. 출근길 버스에서 첫장을 펼쳤는데, 감동이었습니다. 고등학생들이 수업 내용을 엮어 냈다니, 비록 내용은 좀 떨어지지만 그 뜻이 갸륵하여 읽어보자고 했던 제가 부끄러웠습니다. 그들의 속은 깊었고 글솜씨 또한 만만치 않았습니다. 읽는 내내 어른인 제가 부끄러웠습니다.

토토는 순수한 어린이, 모리는 좋은 어른의 대명사입니다. 그들의 말을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사실 우리는 토토라고 불리기엔 너무 늙었고 그 좋은 어른도 모리라고 불리기엔 너무나도 젊다. 게다가 한 가지 고백하자면, 사실 우리는 대한민국 고등학교 2학년생들이다. 이른 새벽부터 늦은 새벽까지 무언가에 매달리는, 문제는, 그 무언가가 무엇인지 우리도 정확히 모른다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를 힘들게 한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들의 순수를 조금씩 잠식해가고 있다. 문제는, 우리가 토토도 모리도 아닌 그저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게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제발.
아직 우리 마음속에서 꺼질 듯 희미하게 흔들리고 있는 그것을 순수라고 믿어준다면, 아직 우리의 눈에서 메마를 듯 희미하게 반짝이는 그것을 눈물이라고 믿어준다면, 그 불꽃이 꺼지기 전까지는, 그 눈물이 마르기 전까지는 우리를 토토라고 불러주길 부탁한다.
그리고 부탁할 것은 이것뿐이다. 우리는 진짜 모리를 만났기 때문이다.

여기서 모리는 다름 아닌 아람샘입니다. 토토라고 하기에는 너무 늙은 고2 학생들과 모리라고 하기에는 너무 젊은 아람샘이 만나 나눈 이야기를 이 땅의 청소년들과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고 싶어 이 책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이 책에는 그들이 먼저 고민했던 내용들이 솔직하게 담겨 있습니다. 어떤 책을 읽고 어떻게 생각했는지 마치 유리로 된 회의실 바깥에서 지켜보듯 생생하게 담겨 있습니다. 다만 그 현장에 직접 참여하여 그들과 실시간으로 대화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긴 하지만요.

데미안의 입을 빌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라는 문구로 편지에 써서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와는 다르게 생각한다. 새가 알을 깨는 순간, 새는 그 순간부터 타락하게 된다. 알 속에서 상상했던 아름다운 세상과는 다른 위험하고 타락한 세상을 인지하게 되고 실망하며, 이러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비열함, 거짓말, 배신 등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결국 새는 그가 가진 순수함을 잃게 된다.
나는 세상에 나가서 비열함, 거짓말, 배신으로 물든 새가 되기보단, 차라리 알 속에서 안주하며 자기의 순수함을 지킬 수 있는 새가 되고 싶다. 세상에 익숙해지는 것이 과연 성숙일까? 아니면 자신의 순수함을 지켜 끝까지 새다운 새로 사는 것이 성숙일까? (p.57)

그 순수함, 끝까지 지켜내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러나 생각만큼 세상이 비열하고 거짓말과 배신이 난무하는 그런 곳이 아님을 또한 알아주길 바랍니다. 결국은 알을 깨고 나와야 하지 않을까요? 알 껍질이 지켜주는 순수함은 진정한 의미의 순수함이 아닐 테니까요. 알을 깨고 나와 그 순수함을 공감하는 많은 사람들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은 어떨까요? 흩어진 개인이 뭉쳐서 네트워크를 만들어 그 순수함을 지켜나가는 거죠. 조병준 선생님의 말씀처럼 말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인 - 천 가지 성공에 이르는 단 하나의 길
조지 레너드 지음, 강유원 옮김 / 여름언덕 / 200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현대 유도의 창시자 가노 지고로(1860~1939)는 늙어서 죽음이 가까워지자 제자들을 불러 모아, 자신이 죽으면 흰 띠를 둘러 묻어달라고 했습니다. 흰 띠는 초심자의 상징입니다. 세계 최고의 유도 고수가 죽음에 임박하여 보인 이러한 겸손은, 겸손이 아니라 현실입니다. 죽음이라는 궁극적인 전환의 순간에 우리는 누구나 흰 띠입니다. 초심자입니다.
반면 어린아이들은 그 자체로 초심자입니다. 아기는 단어 하나를 말하기 위해 수없이 반복합니다. 엄마와 아빠의 말을 듣고 배우려는 아기는 행동심리학자 스키너가 말한 이른바 '자발적인 학습자'입니다.

아기와 가노 지고로의 공통점은 순진함입니다. 아기의 순진함을 원래의 순진함, 즉 제1의 순진함이라 한다면 가노 지고로는 제2의 순진함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는 잠재력이 비상하게 뛰어난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어린이처럼 순진한 행동 특성을 보인다는 점을 발견하고, 이를 '제2의 순진함'이라고 칭했습니다.

조지 레오나르드가 쓰고 철학자 강유원이 옮긴 『달인』은 좀 이상한 책입니다. 분류가 모호합니다. '자기계발'서라고는 하는데 책 본문 어딜 봐도 '성공'에 대해서는 아무말도 없습니다. 어떤 종류의 성공이 좋은 것인지 언급 없이 그저 묵묵히 열심히 하라고만 말합니다. 산에 오를 때 정상이 앞에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말고 시선을 단지 길에 고정시키라고 합니다. 결과에 신경 쓰지 말고 오로지 연습만 하라고 합니다. 이게 무슨 자기계발서냐고 항변할 만합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옮긴이가 철학자라는 것, 요령이 아닌 겸손이야말로 자기계발의 출발이라는 사실, 즉 처세가 아닌 자기 수행을 말하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을 고르게 된 이유입니다. 자기계발서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던 옮긴이가 고민 끝에 이 책을 번역하게 된 이유를 설명한 서문에 이끌려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달인'에 대한 책인데, '달인'이 어떠한 사람인지에 대한 정의는 없습니다. 그저 상식적인 의미에서의 달인, 마스터, 최고의 경지에 이른 사람 등을 지칭하는 것이라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책에서 여러 이야기를 통해 달인이 사는 모습을 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달인이 되기 위한 몇 가지 방법과 팁을 말하고 있습니다. 모두 소개할 수 없으니 달인이 사는 모습과 일명 '호사가'가 사는 모습만 비교해 보겠습니다.

달인은 이렇게 삽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약간의 상승기를 맞습니다. 그러나 이내 곧 쇠퇴하여 정체상태를 맞습니다. 정체상태는 한동안 지속됩니다. 그러다가 또 상승의 시기가 옵니다. 그러나 실력이 상승하면 거의 곧바로 쇠퇴하고 정체상태가 되어 그대로 지속됩니다. 이런 주기가 계속 반복됩니다.

달인이 되는 과정은 부지런히 연습하고 심지어는 연습 그 자체를 위해 연습해야 합니다. 정체상태에서 좌절하지 말고, 비약단계를 즐기듯 그 상태를 즐겨야 합니다. 달인이 되는 과정은 달인이 사는 모습과 일치합니다. 왜냐하면 달인에게는 최종 종착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과정 그 자체가 달인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호사가의 곡선은 이러합니다.



호사가 타입은 새로운 운동이나 일, 대인관계를 시작할 때 엄청난 열정을 발휘합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운동을 시작할 때 번쩍번쩍 빛나는 장비를 갖추고 요란하게 출발합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발전이 있으면 아주 즐거워합니다. 가족, 친구, 심지어는 길에서 만난 사람들에게까지 새로 익힌 자세를 보여주며, 다음 레슨 때까지 기다리는 것조차 지루하게 느낄 정도로 열정적입니다. 그러나 어떤 일이나 정체시기는 있기 마련. 정체상태가 되면 바로 열정이 시들어버립니다. 레슨도 빼먹고, 그 행동에 대해 합리화합니다. 그 스포츠는 나에게 적당하지 않다고. 지겹다거나 위험하다거나 등등. 그리고 곧 다른 스포츠를 시작합니다.

업무에서의 호사가 타입은 새로운 일, 사무실, 동료들을 좋아합니다. 매번 기회를 잡으려 하고, 미리 예상한 수입에 침을 흘립니다. 일이 발전하는 신호가 오면 기뻐하고 그때마다 가족이나 친구에게 알립니다. 그러나 여기서도 곧 정체상태가 옵니다. 또 이 일은 그에게 맞지 않습니다. 또다시 여기저기 둘러보기 시작합니다. 이러니 호사가는 이력서에 정말 쓸 게 많습니다.

연애에서의 호사가는 허니문 단계에서 아주 특출난 재능을 보입니다. 유혹에 몰두하고 인생사를 떠들어대며 현란한 사랑 기교를 자랑합니다. 그러나 최초의 열정이 식어갈 무렵이면 한눈을 팔기 시작합니다.
호사가가 달인이 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바뀌어야 합니다. 다른 침대로 뛰어들어가 모든 걸 다시 시작한다는 건 참으로 쉬운 일입니다. 호사가 타입은 스스로 모험을 즐기며 새로움에 대한 감식안을 가졌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사실 그들은 심리학자 칼 융이 말했던 타입, 즉 '영원한 어린아이'일 뿐입니다. 파트너가 바뀌어도 늘 똑같을 수밖에 없습니다.

책에는 이 외에도 강박증 타입, 해커 타입, 끝없는 절정을 추구하는 미국식 삶의 모습도 아주 이해하기 쉬운 곡선으로 설명되어 있습니다. 그리하여 지속가능한 성공과 삶의 조건이 어떠한 것인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곧 슬럼프를 사랑하는 것이며, 규칙적인 수련의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며, 스포츠 신문에 곧잘 등장하는 환희와 고통의 순간이 아닌 성취 이후에 또다시 우리를 기다리는 새로운 정체상태를 받아들이는 고요한 모습입니다.

달인은 완벽함과 관련된 개념이 아닙니다. 그것은 과정에 관한 것이며, 하나의 여행입니다. 달인은 날마다 그 길에 머물러 있는 사람이며, 자신이 살아있는 한 기꺼이 도전하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하는 사람입니다.  죽음의 순간에 초심자의 마음이 되어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가노 지고로처럼 말입니다.

삶이 지겨운가요? 현재의 일이 지겨운가요?
지겨움의 본질은 강박적으로 새로운 것을 찾는 것에서 비롯됩니다. 만족이란 마음속에 새겨진 반복 속에 존재하며, 익숙한 주제를 미묘하게 변조하면서 끝없는 풍부함을 발견하는 데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 오늘도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코노믹 씽킹 - 핵심을 꿰뚫는 힘 Economic Discovery 시리즈 6
로버트 프랭크 지음, 안진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DVD와 CD의 크기는 똑같은데 왜 DVD가 CD보다 큰 케이스에 담겨 있을까? (Laura Enos)

CD는 너비 14.8센티미터에 높이 12.5센티미터의 케이스에 담겨 출시되고, DVD는 너비 10.45센티미터에 높이 19.1센티미터의 케이스에 담겨 출시된다. 어째서 같은 크기의 디스크가 이렇게 다른 포장용기를 사용하는 것일까?

조금만 조사해보면 이러한 차이가 유래한 역사적 기원을 알 수 있다. 디지털 CD가 출현하기 전에는 레코드판이 대세였다. 레코드판은 가로 세로 30.2센티미터의 정사각형 재킷(디스크의 크기에 꼭 맞춘 재킷)에 포장되어 판매되었다. 다시 말해서 그러한 재킷이 진열던 선반을 수평으로 반씩 나누어 칸막이를 설치하면 CD 케이스를 두 줄로 진열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레코드판을 대체한 CD 케이스가 레코드판 재킷의 절반 크기였던 것은 진열장 대체에 따르는 적잖은 추가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

DVD 케이스도 이와 유사한 고려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DVD가 나오기 전, 비디오 대여점에 구비되어 있던 VHS 판형의 비디오테이프는 너비 13.5센티미터, 높이 19.1센티미터의 케이스에 포장되어 있었다. 이 케이스들은 등 부분이 보이도록 나란히 세워져 진열되었다. DVD 케이스의 높이를 VHS 케이스의 높이와 같게 함으로써 소매상들은 기존 진열장에 새로운 제품을 진열할 수 있다. 또한 소비자들도 별 거부감 없이 DVD를 구입할 수 있었다. 새로 구입한 DVD를 VHS 테이프를 보관하던 장소에 그대로 꽂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p.53~p.54)

책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내용을 직접 인용하는 것이 낫겠다 싶었습니다. 정확하게 세어보지는 못했지만 이 책에는 위와 같은 이야기가 100여 개 실려 있습니다. 코넬 대학교의 경제학 교수이자 경영학 교수인 저자의 제자들이 낸 과제물을 조금 가공하여 엮은 책입니다. 이 리포트는 반드시 제목을 질문 형태로 하여야 하고, 내용은 이야기식으로 쓰며, 경제학 개념을 반드시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위 질문 옆의 영문 이름이 바로 리포트를 낸 학생의 이름입니다.

내용을 이야기식으로 쓰는 이유는, 인간의 두뇌는 정보를 스토리 형태로 흡수하는 데 용이하다는 점 때문입니다. '스토리 학습' 이론을 적용한 것입니다.
또한 각각의 이야기에 포함된 경제학 개념은 단 하나의 경제학 개념으로 모두 설명이 가능합니다. 그것은 바로 '비용편익(Cost-Benefit)'의 원리입니다. '어떤 행위든 그에 따르는 추가비용보다 그로부터 얻는 편익이 큰 경우에만 합리화된다'는 이 간단한 원리, 이것으로 이 책의 모든 내용은 설명이 가능합니다.

재미있고 참신한 시도입니다. 그래서 책 읽기가 지루하지 않습니다. 비록 우리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대신 미국 문화를 엿보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상위권 대학 등록금이 더 비싸지 않은 이유를 설명할 때 미국 대학의 등록금 의존율이 1/3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대학이 등록금에 거의 모든 것을 의존하는 현실에 비추어 봤을 때 우리에게는 맞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미국 대학의 등록금 의존율에 대해서 간접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이 100여 개의 이야기에는 디자인에 숨은 비밀, 일상생활에 숨어있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 할인가격의 트릭, 과다경쟁의 역설, 모두의 것은 누구의 것도 아닌 소유권에 얽힌 아이러니들, 완전한 정보가 없는 시장의 허풍과 속임수, 문화 속에 숨어있는 경제원리 등이 담겨 있습니다. 강의실의 딱딱한 경제학 이론이 아니라, 기억하기 쉽고 재미있어서 널리 퍼져나갈 수 있는 '스토리'입니다.

일부 지루하기도 하고, 틀린 것 같기도 한 이야기도 있습니다만 전반적으로 가볍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입니다. 틀린 것 같다고 하여 그리 문제될 것도 없습니다. 어차피 각각의 질문에 대한 '답'은 없습니다. 비틀어 생각할 시간을 가진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가볍게 읽으며 기존의 생각을 비트는 이러한 책 중에 최근 나온 조엘 살츠먼의 『머리 좀 굴려보시죠!』라는 책도 있습니다. 이 책 역시 참 재미있습니다. 독서유감 다음편에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틀 일하고 나니 또 휴일이네요. 오늘도 기분 좋게 하루를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댓글(0) 먼댓글(2)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이코노믹 씽킹
    from bizbook-Think Different !! 2007-10-12 10:41 
    최근에 읽은 책입니다. 지난 번 이데일리TV 생방송에 가던 중에 거의 대부분 읽었습니다. 며칠이 지나긴 했네요....예스 24에서 추천하는 책이라서 구매해서 읽게됐습니다.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가볍게 띄엄띄엄 읽기에 좋은 책입니다.가볍게 띄어띄엄????사실 책에서는 각 장마다 하나의 주된 경제학적 주제를 기준으로 다양한 (지나치게 많은 감이...;;;) 사례를 제시해 주고 있습니다. 짧게는 한 페이지에서 몇 페이지 까지입니다. 물론 재미난 사례도 많고..
  2. 쉬운 경제학 이야기 &quot;이코노믹 씽킹&quot;
    from 風林火山 : 승부사의 이야기 2007-11-13 09:09 
    이코노믹 씽킹 - 로버트 프랭크 지음, 안진환 옮김/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2007년 11월 12일 읽은 책이다. 2007년도 읽을 도서 목록 중 4번째 읽은 책이다. 총평 경제학 하면 수치와 그래프가 생각난다. 대학 시절 교양과목으로 경제학을 이수하긴 했지만 대학에서 배웠던 경제학은 학문으로서의 경제학이었다. 같은 것을 가르쳐도 실물 경제의 예를 통해서 쉽게 핵심을 이해하게 설명해주었으면 오래 기억되고 좋았을 것을 너무 학문적으로 암기, 주입식..
 
 
 
머리 좀 굴려보시죠!
조엘 살츠먼 지음, 김홍탁 옮김 / 김영사 / 200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스로 '나는 창의적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우리 삶은 '문제 해결'의 연속입니다. '더 좋은 비즈니스 모델은 없을까?' '어떻게 하면 더 많이 팔 수 있을까?"와 같은 거창한 문제도 있지만, 작게는 '오늘 점심은 무얼 먹을까?' '오늘은 어떤 넥타이를 멜까?'와 같은 소소한 것들까지 매순간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아무리 탁월한 스승이라도, 훌륭한 부모라도, 세계 최고의 백과사전이라 해도 이 모든 질문에 답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창의적이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뭐니뭐니해도 업무에서의 창의성이 가장 절박합니다. 점심 식사로 어떤 메뉴를 먹든, 어떤 넥타이를 메든 크게 문제될 것은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좀 더 많이 파는 방법, 더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생존'의 위협을 느껴야하는 것이 작금의 현실입니다.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방법, 마케팅 이론과 실제에 대해 끝도 없이 책이 쏟아지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이 책만 보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책은 없습니다. 만약 그런 책이 있었다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이름의 마케팅 서적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저는 잭트라우트와 알리스의 『마케팅 불변의 법칙』을 매우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인해 당장 현실이 바로 바뀌지는 않았습니다. 정말 중요한 개념을 얻었지만 현실은 너무나 구체적이었습니다. 실로 옳은 말이지만 바로 써먹기에는 지나치게 광범위한 내용을 담은 법칙이었습니다. 그렇다고 그 책을 과소평가하지는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오히려 아직 내가 그 법칙을, 그 정신을 일상에서 체화하지 못함을 반성할 뿐입니다.

다시 '창의적'이라는 말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창의(創意)는 새로운 의견을 생각해 내는 것을 말합니다. 새로운 생각이란 전에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거나, 기존의 생각을 비틀거나 뒤엎을 때라야 가능합니다.

누군가가 우리 회사에 전화했는데 매번 신호가 여러 번 울려야 겨우 전화를 받아 불만이 많다는 얘길 들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인력이 부족하다면 직원을 더 뽑을 수도 있을 겁니다. 아니면 자기 자리에서 울리는 전화가 아니더라도 신속하게 당겨 받도록 정신 교육을 시킬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방법도 있습니다. 전화 신호음 사이의 간격을 늘여놓을 수도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대여섯 번 울리는 신호음을 두세 번만 듣고도 통화가 가능할 것입니다. 창의적 해결 방법입니다.

엘레베이터에 거울이 있는 이유는 승객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함입니다. 거울 속의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속도가 느리다는 불만을 잊어버리게 됩니다. 엘레베이터 교체 비용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 대신 엘레베이터 안을 더 아름답게 꾸미고 볼 거리를 만들어 두는 편이 훨씬 경제적입니다. 엘레베이터 안에서 초시계로 시간을 재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 안에서의 속도는 그저 느낌일 뿐입니다. 엘레베이터 안에 거울을 붙여두어야 겠다는 생각, 이것이 바로 창의적 발상입니다.

이 책은 위대한 생각을 부르는 여러 노하우를 담고 있습니다.
법칙을 의심하라.
'정반대'로 생각하라
부정적 의견에 맞서라
남의 입장이 되어보라
부정을 긍정으로 전환하라
모방하라
메모하라
등등...

이 정도 나열하면 "누가 그걸 몰라?"라고 말하는 사람이 꼭 있습니다.
그러면 저는 되묻고 싶습니다.

"정말 알아?"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에게 '안다'는 것은 오늘날 '할 줄 안다'는 말과 동일어입니다. 할 줄 모르는 것은 모르는 것입니다. 머리와 몸이 모두 알아야 진정 아는 것입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훈련'입니다. 창의력은 타고난 재능도 아니고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내가 똑똑한 게 아닙니다. 다만 나는 문제를 좀 더 오래 붙들고 있지요"

아인슈타인의 말입니다. 창의력도 문제 해결력도 결국은 훈련입니다.
이 책이 비록 훈련을 위한 워크북은 아닐지라도 그 방법을 알려줄 것입니다. 아이디어를 스트레칭하고, 위대한 생각을 부르고, 사람들의 지갑을 여는 25가지의 방법을...

할 수 있다고 믿거나 할 수 없다고 믿거나 간에 당신은 무조건 옳습니다.

이 역시 제 말이 아니라 헨리 포드의 말입니다^^
할 수 있다고 믿는, 그래서 꼭 해 내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