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 씽킹 - 핵심을 꿰뚫는 힘 Economic Discovery 시리즈 6
로버트 프랭크 지음, 안진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DVD와 CD의 크기는 똑같은데 왜 DVD가 CD보다 큰 케이스에 담겨 있을까? (Laura Enos)

CD는 너비 14.8센티미터에 높이 12.5센티미터의 케이스에 담겨 출시되고, DVD는 너비 10.45센티미터에 높이 19.1센티미터의 케이스에 담겨 출시된다. 어째서 같은 크기의 디스크가 이렇게 다른 포장용기를 사용하는 것일까?

조금만 조사해보면 이러한 차이가 유래한 역사적 기원을 알 수 있다. 디지털 CD가 출현하기 전에는 레코드판이 대세였다. 레코드판은 가로 세로 30.2센티미터의 정사각형 재킷(디스크의 크기에 꼭 맞춘 재킷)에 포장되어 판매되었다. 다시 말해서 그러한 재킷이 진열던 선반을 수평으로 반씩 나누어 칸막이를 설치하면 CD 케이스를 두 줄로 진열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레코드판을 대체한 CD 케이스가 레코드판 재킷의 절반 크기였던 것은 진열장 대체에 따르는 적잖은 추가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

DVD 케이스도 이와 유사한 고려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DVD가 나오기 전, 비디오 대여점에 구비되어 있던 VHS 판형의 비디오테이프는 너비 13.5센티미터, 높이 19.1센티미터의 케이스에 포장되어 있었다. 이 케이스들은 등 부분이 보이도록 나란히 세워져 진열되었다. DVD 케이스의 높이를 VHS 케이스의 높이와 같게 함으로써 소매상들은 기존 진열장에 새로운 제품을 진열할 수 있다. 또한 소비자들도 별 거부감 없이 DVD를 구입할 수 있었다. 새로 구입한 DVD를 VHS 테이프를 보관하던 장소에 그대로 꽂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p.53~p.54)

책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내용을 직접 인용하는 것이 낫겠다 싶었습니다. 정확하게 세어보지는 못했지만 이 책에는 위와 같은 이야기가 100여 개 실려 있습니다. 코넬 대학교의 경제학 교수이자 경영학 교수인 저자의 제자들이 낸 과제물을 조금 가공하여 엮은 책입니다. 이 리포트는 반드시 제목을 질문 형태로 하여야 하고, 내용은 이야기식으로 쓰며, 경제학 개념을 반드시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위 질문 옆의 영문 이름이 바로 리포트를 낸 학생의 이름입니다.

내용을 이야기식으로 쓰는 이유는, 인간의 두뇌는 정보를 스토리 형태로 흡수하는 데 용이하다는 점 때문입니다. '스토리 학습' 이론을 적용한 것입니다.
또한 각각의 이야기에 포함된 경제학 개념은 단 하나의 경제학 개념으로 모두 설명이 가능합니다. 그것은 바로 '비용편익(Cost-Benefit)'의 원리입니다. '어떤 행위든 그에 따르는 추가비용보다 그로부터 얻는 편익이 큰 경우에만 합리화된다'는 이 간단한 원리, 이것으로 이 책의 모든 내용은 설명이 가능합니다.

재미있고 참신한 시도입니다. 그래서 책 읽기가 지루하지 않습니다. 비록 우리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대신 미국 문화를 엿보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상위권 대학 등록금이 더 비싸지 않은 이유를 설명할 때 미국 대학의 등록금 의존율이 1/3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대학이 등록금에 거의 모든 것을 의존하는 현실에 비추어 봤을 때 우리에게는 맞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미국 대학의 등록금 의존율에 대해서 간접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이 100여 개의 이야기에는 디자인에 숨은 비밀, 일상생활에 숨어있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 할인가격의 트릭, 과다경쟁의 역설, 모두의 것은 누구의 것도 아닌 소유권에 얽힌 아이러니들, 완전한 정보가 없는 시장의 허풍과 속임수, 문화 속에 숨어있는 경제원리 등이 담겨 있습니다. 강의실의 딱딱한 경제학 이론이 아니라, 기억하기 쉽고 재미있어서 널리 퍼져나갈 수 있는 '스토리'입니다.

일부 지루하기도 하고, 틀린 것 같기도 한 이야기도 있습니다만 전반적으로 가볍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입니다. 틀린 것 같다고 하여 그리 문제될 것도 없습니다. 어차피 각각의 질문에 대한 '답'은 없습니다. 비틀어 생각할 시간을 가진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가볍게 읽으며 기존의 생각을 비트는 이러한 책 중에 최근 나온 조엘 살츠먼의 『머리 좀 굴려보시죠!』라는 책도 있습니다. 이 책 역시 참 재미있습니다. 독서유감 다음편에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틀 일하고 나니 또 휴일이네요. 오늘도 기분 좋게 하루를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댓글(0) 먼댓글(2)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이코노믹 씽킹
    from bizbook-Think Different !! 2007-10-12 10:41 
    최근에 읽은 책입니다. 지난 번 이데일리TV 생방송에 가던 중에 거의 대부분 읽었습니다. 며칠이 지나긴 했네요....예스 24에서 추천하는 책이라서 구매해서 읽게됐습니다.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가볍게 띄엄띄엄 읽기에 좋은 책입니다.가볍게 띄어띄엄????사실 책에서는 각 장마다 하나의 주된 경제학적 주제를 기준으로 다양한 (지나치게 많은 감이...;;;) 사례를 제시해 주고 있습니다. 짧게는 한 페이지에서 몇 페이지 까지입니다. 물론 재미난 사례도 많고..
  2. 쉬운 경제학 이야기 "이코노믹 씽킹"
    from 風林火山 : 승부사의 이야기 2007-11-13 09:09 
    이코노믹 씽킹 - 로버트 프랭크 지음, 안진환 옮김/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2007년 11월 12일 읽은 책이다. 2007년도 읽을 도서 목록 중 4번째 읽은 책이다. 총평 경제학 하면 수치와 그래프가 생각난다. 대학 시절 교양과목으로 경제학을 이수하긴 했지만 대학에서 배웠던 경제학은 학문으로서의 경제학이었다. 같은 것을 가르쳐도 실물 경제의 예를 통해서 쉽게 핵심을 이해하게 설명해주었으면 오래 기억되고 좋았을 것을 너무 학문적으로 암기, 주입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