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를 사는 따뜻한 부모들의 이야기 1
이민정 지음 / 김영사 / 199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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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책 제목부터 따뜻한 《이 시대를 사는 따뜻한 부모들의 이야기》는 이미 많은 부모들이 읽었습니다. 1995년 12월 26일에 초판이 나왔고 제가 본 책이 2007년 9월 27일 발행한 72쇄본입니다. 그러니 얼마나 많은 부모들이 이 책을 읽었을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부모로서 아직 이 책을 읽어보지 못하신 분들이 계시다면 꼭 한번 읽어보시길 먼저 권합니다.

이 책은 토머스 고든의 《부모 역할 훈련(P.E.T.)》의 한국판 사례 모음집이라 할 수 있습니다. 토머스 고든이 제시하는 '적극적 듣기', '나-메시지', '무패 방법'의 실제 사례들이 풍부하게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이 원서격인 《부모 역할 훈련》보다 훨씬 더 많이 읽힌 것은 《부모 역할 훈련》 번역본보다 먼저 출간된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 책에 담긴 사례 하나하나가 감동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고등학교 1학년인 순지가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고 들어오면서 볼멘 소리로 말한다.
    순지 엄마! 머리를 너무 짧게 잘라서 엉망이야. 창피해서 학교에도 못 가겠어.
    어머니 괜찮아, 산뜻해서 보기도 좋고 예쁜데.
    순지 예쁘긴 뭐가 예뻐. 엄만 요즘 머리 모양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도 모르면서.
    어머니 모르긴 왜 몰라. 고등학생이 외모에만 신경 쓰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해. 그러면 다 예뻐져.
    순지 엄마는 공부 빼면 할 말이 없어. 공부! 공부! 공부! 정말 지겨워.(문을 꽝 닫고 방으로 들어간다.)
보통 엄마들이 이렇게 말하죠? 순지와 엄마가 비록 대화는 했지만 아무 것도 해결된 것이 없습니다. 평소에 이렇게 말했던 순지 어머니가 대화법을 바꾸었습니다.


    순지 엄마! 머리를 너무 짧게 잘라 엉망이야. 창피해서 학교에도 못 가겠어.
    어머니 저런! 머리가 네 맘에 들지 않아서 속이 상했구나. 그런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도 싫을 테고.
    순지 그래요, 엄마. 내일 학교에 어떻게 가지?
    어머니 그래, 내일 학교 갈 일이 걱정이구나.
    순지 (잠시 침묵 후, 조용히 웃으며) 가끔 길에서 초등학교 때 짝했던 남자애를 만나기도 하는데.
    어머니 저런! 그래서 신경이 더 쓰였구나. 그럼 어떡하지.
    순지 (머뭇거리다) 할 수 없지 뭐. 며칠 동안 아침 일찍 학교 가는 수밖에.
엄마는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면서 듣고 정리만 했습니다. 그리고 문제, 즉 머리를 짧게 잘라 속이 상한 것을 아이의 문제로 남겨 두었습니다. 어머니는 아이의 마음만 헤아려줬을 뿐인데 아이는 스스로 문제 해결 방법을 찾아냈고, 어머니는 딸의 등을 토닥거려 주었습니다. 비록 이 책에서 이론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이것이 바로 토머스 고든이 말한 '적극적 듣기'의 생생한 사례입니다. 머리를 짧게 잘라 속이 상한 딸에게 "괜찮아, 산뜻해서 보기도 좋은데."라며 미리 '판단'해버리는 행위, "고등학생이 외모에만 신경쓰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해"라며 '충고' 또는 '명령'하는 행위, 이 모든 것은 아이로 하여금 저항만 불러 일으킬 뿐입니다.

초등학교 3학년인 민준이는 반에서 부반장입니다. 어느날 민준이와 어머니가 나눈 대화 내용입니다.


    민준 (학교에서 돌아오자 책가방을 집어 던지듯 내려놓고) 오늘은 정말 재수 없는 날인가 봐!
    어머니 왜? 왜 그래? 선생님께 야단맞았어?
    민준 (심통스럽게) 그래, 숙제 안 가져가서 선생님께 맞았단 말이야!
    어머니 몇 대 맞았어? 너 혼자만? 반장은?
    민준 (퉁명스럽게, 그리고 한심하다는 듯) 몰라.
    어머니 그러기에 엄마가 뭐랬어? 미리미리 챙기라고 했지. 어이구, 잘했다, 부반장이나 되는 게. 그러니까 잘 좀 챙겨.
    민준 알았어! (퉁탕거리며 얼른 방으로 들어간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대화입니다. 우리 일상에서 늘상 해오던 대화 방식입니다. 그러나 민준이의 문제는 아무것도 해결된 것이 없습니다. 엄마는 늘 그렇듯이 충고하고 명령했으며, 아이는 퉁탕거리며 방으로 숨어 버렸습니다. 평소같으면 위와 같이 말했을 민준이 어머니가 대화 훈련 방법을 익힌 다음 이렇게 말했습니다.


    민준 (학교에서 돌아오자 책가방을 집어 던지듯 내려놓고) 오늘은 정말 재수 없는 날인가 봐!
    어머니 무슨 좋지 않은 일이 있었나 보구나.
    민준 그래요. 숙제 가져 오지 않았다고 손바닥을 다섯 대나 맞았어요.
    어머니 저런! 창피하고 손바닥도 아팠겠네.
    민준 애들이 놀리잖아요, 부반장도 맞는다면서.
    어머니 그래! 너 정말 자존심도 상하고 창피했겠다.
    민준 …… 부반장 체면이 말이 아녜요. 다음부터는 숙제 꼭 챙겨야지. …… 엄마, 나 배고파요.

평소에는 손을 씻으라고 해야만 마지못해 씻던 민준이가 그날은 스스로 화장실에 들어가 손을 씻으며 콧노래까지 흥얼거렸다고 합니다. 위의 대화는 '적극적 듣기'의 아주 모범적인 사례입니다. 아이가 재수 없다고 말할 때 엄마가 앵무새처럼 "그래 너 재수 없는 일이 있나보구나."라고 말하지 않고, 아이의 마음을 읽어 "무슨 좋지 않은 일이 있었나 보구나"라고 말한 것, 손바닥을 다섯 대나 맞았다고 했을 때 "그래 너 손바닥 다섯 대나 맞았구나"라고 되풀이하는 게 아니라 "창피했겠다"라고 그 마음을 읽고 전해주는 것이 바로 '적극적 듣기'에 해당됩니다.

이 책에서는 '적극적 듣기'라는 표현은 한 번도 나오지 않습니다. 또한 토머스 고든이 말한 '적극적 듣기'의 실패 사례, 잘못된 적용 방법 등에 대해서도 체계적으로 다루고 있지 않습니다. 그저 책을 읽다보면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제대로 된 대화법인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토머스 고든의 《부모 역할 훈련》과 함께 읽는다면 분명 더 큰 성과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번에는 '나-메시지'의 사례입니다. 물론 이 책에서는 '나-메시지'라는 단어 대신 '나를 효과적으로 표현한 사례'라고 되어 있습니다. 부모 역할 교육을 받은 어느 학부모의 이야기입니다. 조금 길지만 모두 인용하겠습니다.

지난 중간고사 때의 일입니다. 초등학교 3학년인 둘째아이가 공기 놀이와 고무줄 놀이에 재미를 붙여 손에서 공깃돌 떨어지는 날이 없고 고무줄을 거실에까지 매어 놓고 뛰어놀았습니다. 시험이 가까웠지만 딸은 놀이에만 열중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너 그렇게 공부 안 하고 시험 볼거야?"하며 문제집을 여러 권 사다 놓고 시간을 정해 주면서 강제로 풀게 하고, 채점해서 틀리면 틀린 숫자만큼 손바닥을 때리면서 공부를 시켰을 겁니다. 저는 마음이 조급해졌고 애가 탔지만 기다렸습니다. 시험을 이틀 앞두고 아이는 문제집을 사겠다고 돈을 달라고 했습니다.

저는 '아니, 너 지금까지 놀다가 이제야 문제집 사서 언제 공부하려고? 너, 그렇게 공부하고도 좋은 점수를 바라니?'하고 반사적으로 쏟아져 나오려는 말을 삼키고 부드럽게 말했습니다.

"그래, 지금부터 시험 공부를 하고 싶다고?"

부드럽게 말하고 돈을 주었습니다. 아이는 하루 만에 문제집 한 권을 다 풀었습니다. 채점해 달라고 가져온 문제집을 살펴보니 예상보다 많이 틀렸습니다.
'그래, 자~알 한다. 공부는 이렇게 엉망이면서 하루 종일 공기나 고무줄 놀이만 해? 노는 시험이나 봐라, 공부는 꼴찌 하고.' 이렇게 아이에게 면박을 주고 싶었지만 참았습니다.

"많이 틀렸구나, 엄마는 걱정이네."

그러자 아이는 교과서와 참고서를 펴 놓고 왜 틀렸나 확인해 가면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시험 결과가 다른 때보다 좋았습니다. 하루 이틀 스스로 공부했다고 해서 금방 좋은 성적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일을 통해 아이가 스스로 공부하면 효과가 크다는 사실을 아이와 제가 믿을 수 있게 된 것이 큰 소득입니다. 또한 아이 스스로 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이 교육을 통해 반성하게 된 점은, 자녀는 부모가 철저히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여 부모의 욕심대로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며 억지로 끌고 가려 했던 것입니다. 또 모든 문제의 원인과 잘못이 아이들에게만 있다고 판단해 온 제 어리석음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아이는 제가 낳았지만 제 마음대로 휘두를 수 없는 인격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 부모 역할을 하는 데 근본적으로 도움이 됩니다.(p.99~p.100)

여기서 어머니는 무턱대고 화를 내지 않았습니다. 문제가 많이 틀렸을 때, "자~알 한다."라고 빈정거리지 않았고, "이러니 평소에 열심히 공부해야지"라며 훈계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많이 틀려서 엄마가 걱정이라고, 엄마의 마음을 표현했을 뿐입니다. 이것이 토머스 고든이 말하는 '나-메시지'입니다. 엄마가 아이에게 어떤 마음을 전할 때 '엄마'의 마음을 전하면 될 뿐, 아이가 어떻게 해야한다고 명령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사실 따져보면 화가 나는 건 2차적인 감정입니다. 아이가 공부를 못해 실망이고, 시험 성적이 좋지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이 1차이고, 그것이 화로 표현되는 것입니다. 1차적인 감정을 잘 정리하여 말하는 것 그것이 곧 '나-메시지'의 핵심입니다.

대화를 하다 보면, 대화로 인해 오히려 더 상황이 악화되는 때가 많습니다. 따라서 대화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대화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적극적으로 듣고, 나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때 대화를 방해하는 것을 쳐내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리고 오로지 느낌만 진솔하게 말하면 됩니다. 그런데 이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때때로 자녀와의 대화방법을 배우는 부모들은 옛날로 돌아가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 뭐 일일이 생각하고 정리해서 얘기해야 하는가, 내 자식인데, 예전처럼 한두 마디 소리 지르면 쉽게 끝날 텐데. (p.85)

그러나 이 책을 읽다보면, 비록 어렵더라도 왜 이렇게 해야만 하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사례가 모두 남의 일이 아닙니다. 바로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예전에 나의 부모로부터 겪었던, 내 주위에 흔히 볼 수 있는, 그리고 앞으로 나와 내 자녀가 겪을 일들입니다.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아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변화가 없습니다. 내 자녀가 바르게 크고, 스스로 독립심과 책임의식을 가지고, 공부도 잘하길 바란다면, 이 책을 정독하면서 뼈저리게 느낄 필요가 있습니다. 저부터 지금 그리 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무패 방법'의 사례도 있지만, 그건 다음 시간, 《이 시대를 사는 따뜻한 부모들의 이야기 2》에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 시대를 사는 따뜻한 부모들의 이야기》는 모두 두 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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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역할 훈련 토머스 고든의 '역할 훈련' 시리즈 1
토마스 고든 지음, 이훈구 옮김 / 양철북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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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늘 죄인입니다. 내가 아이를 제대로 키우고 있는 것인지 늘 불안합니다. 다른 집 아이에 비해 무언가 못해줬다고 느꼈을 때는 미안합니다. 아이는 변화무쌍합니다. 엉뚱하게 고집을 부릴 때도 있습니다. 이럴 때 아이를 야단쳐야 하는 것인지, 그냥 참고 지켜봐야 하는 것인지, 매 순간마다 헷갈립니다. 야단치고 나면 괜히 죄책감이 들고, 그냥 넘기고 나면 혹여나 버릇 없는 아이로 크지나 않을까 걱정입니다.

노심초사 애지중지 키운 아이가 어느덧 청소년기에 접어들자 느닷없이 부모 자격을 박탈합니다. 아이는 부모를 해임하거나 자격을 박탈하고, 부모와의 관계를 아예 끊어버리는 일마저 생깁니다. 부모를 떠나거나, 비록 함께 있지만 마음에서 지워버립니다. 또래 친구들한테나 다른 곳에서 좀더 만족스러운 관계를 찾으려 합니다. 아이의 마음에 부모의 자리는 없습니다.

억장이 무너집니다. 지금까지 쌓아왔던 모든 것들이 허망해 보입니다. 사회적 명성과 부를 아무리 쌓았다고한들 제 아이 제대로 키우지 못하면 모든 것이 수포입니다. 너무 극단적인 상황 설정일 수도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시대는 부모와 자식 간의 소통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아이를 올바르게 키울 수 있을까, 이 세상 모든 부모들의 바람입니다. 비행 청소년을 비롯한 어린이와 청소년의 정서 장애에 대한 통계를 보며 정신과 의사들은 이러한 현상의 대부분이 부모의 책임이라고 규정합니다. 문제 아이를 맡고 있는 학교의 교사들은 가정 교육이 문제라고 말합니다.

가혹하리만치 모든 것을 부모의 탓으로 돌리지만 정작 부모의 역할이 어떠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려주는 곳은 찾기 힘듭니다. 아이가 사회에 나가기 전까지 십 수년을 뒷바라지해야 하는 부모의 역할을 하기에는 부모가 모르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저도 늘 이것이 의문이었습니다. 왜 없을까? 그러나 분명 어딘가에는 제대로 된 부모 교육서가 있을 거라는 믿음도 있었습니다.

드디어 찾았습니다. 이 세상 모든 부모들이 꼭 읽고 실천해야할 제대로된 부모 지침서, 토머스 고든의 《부모 역할 훈련 Parent Effectiveness Training》입니다.

토머스 고든은 1962년부터 부모들을 위한 훈련 프로그램을 시작해서 그 성과를 이론화하여 《부모 역할 훈련(P.E.T.)》를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그것이 1970년의 일입니다. 그의 저서는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P.E.T.의 원리를 수정 보완하여 '교사 역할 훈련', '리더 역할 훈련', '가족 역할 훈련'으로까지 발전시켰습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97, 1998, 1999년에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2002년 8월 26일 사망할 때까지 아이를 제대로 키우기 위한 부모와 교사의 올바른 역할을 알리기 위해 40여 년을 보냈습니다.

우리나라에 이 책이 번역된 것이 그가 사망하던 2002년이니 너무 늦은 감이 들지만, 그래도 이렇게 번역되어 여러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입니다. 내 아이의 문제는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환경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세계적 재앙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니듯, 아이와 청소년 문제는 부모 모두가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이러한 책이 널리 읽히고 보급되어 우리 아이들이 모두 자립심 강하고 건전하며 가슴 따뜻한 아이로 자라기를 바랍니다.

P.E.T. 모델의 핵심 개념은 '누가'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에 있습니다. 정말 수없이 많은 부모들이 아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끔 하는 대신 자기가 나서서 문제를 떠맡는 잘못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아직 어리고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무언가 해결책을 제시하려 합니다. 아이는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지는 기회를 번번히 잃어버립니다. 또한 아이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저 보호하고 가르치고 훈육해야할 대상으로만 생각합니다. 대화 상대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설사 대화 상대로 생각해도 교묘하게 부모의 뜻이 관철되도록 유도할 뿐입니다. 모든 문제의 발단은 여기서부터 출발합니다.

아이의 문제는 아이가, 부모의 문제는 부모가 해결해야 합니다. 아이의 문제를 부모가 떠안는 순간 아이 스스로 생각하고 책임지는 방법을 터득할 기회가 사라집니다. 해결책을 제시하는 순간 아이는 저항합니다. 아이가 스스로 해결하도록 둔다? 불안하신가요? 그렇다면 토머스 고든이 제시하는 '적극적 듣기' 방법을 단 몇 번이라도 시도해 보세요. 놀라운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 책이 아닌 다른 기회를 통해 이 방법을 이미 들은 바 있으며, 이 방법에 대해 절대적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이의 문제는 아이가 해결하고, 부모의 문제는 부모가 해결하고, 그래도 갈등이 남아 있을 때는 어느 한편 이기고 지는 일이 없이 함께 해결책을 만들 수 있도록 토머스 고든은 이 책에서 세 가지 훈련 방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름 하여, '적극적 듣기', '나-메시지', '무패 방법'입니다.

요약은 생략합니다. 이 책이 가진 위대함을 짧은 리뷰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실천을 위한 책이니 몇 마디 요약으로 대체할 수도 없습니다. 읽고 공감하고 익혀서 실천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입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부모들께, 다른 것은 몰라도, 토머스 고든의 《부모 역할 훈련》 이 책만큼은 사서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우리나라에 현재 출간된, 그래서 앞으로 소개해 드릴 대부분의 부모 교육서, 부모 지침서는 토마스 고든의 이 책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스티븐 코비가 말하는 '성공한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중 습관 4 '상호이익을 모색하라 (Think Win-Win)', 습관 5 '경청한 다음 이해 시켜라(Seek First to understand, Then to be understood)'의 세부 내용 역시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또한 가능하다면 이민정의《이 시대를 사는 따뜻한 부모들의 이야기 1,2》도 함께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부모 역할 훈련》의 한국적 사례 모음집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음 기회에 또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
참고 : 토마스 고든에 대하여 (영문 자료 보기 -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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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리더십 - 100% 행복한 아이로 키우는 힘
이보연 지음 / 삼성출판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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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달에는 자녀교육에 관련된 책을 많이 읽고 정리해볼까 합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부모의 역할에 대해 다룬 책을 주로 살펴볼까 합니다. 영어나 수학을 어떻게 가르칠까 하는 교과 교육이 아닌 보다 근본적인 의미의 교육에 대해 살펴보고 정리하겠습니다. 이런 책을 집중적으로 읽는 까닭은, 회사에서 하고 있는 일이 교육과 관련된 일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7살 난 딸의 아빠로서 제대로된 부모 역할을 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큽니다.

40여권의 책을 준비했습니다. 그 중에서 약 20여권의 책을 함께할까 합니다. 오늘은 그 첫번째 시간으로 부모교육전문가 이보연이 쓴 《아빠 리더십》입니다. 여러 책 중에서 하필이면 왜 이 책을 제일 먼저 선택했느냐하면, 그건 순전히 제목 때문입니다. 앞으로 소개드릴 책 중에 《부모들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 《부모가 아이에게 하지 말아야 할 ……》, 《부모들이 꼭 알아야 할 ……》, 이런 제목들의 책이 있는데, 이런 다소 식상한 제목이 아닌 군더더기 없는 단순한 제목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저자는 TV 출연이 잦아 비교적 얼굴이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당장 오늘(2007년 11월 8일)만 하더라도 오전 10시에 EBS에서 《60분 부모》 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사춘기 아들과 잘 지내고 싶어요'라고 하네요. 그 외에도 SBS의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 EBS 라디오, MBC, KBS TV에 고정적으로 출연했거나 출연하고 있습니다. 저자의 홈페이지는 www.sangdam.kr입니다.

이러한 마당발(?) 저자의 경험이 이 책에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저자의 상담 사례로부터 출발합니다. 그리고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이보연의 조언'이라는 코너를 두어 실천지침이나 도움되는 말을 싣고 있습니다. 우선 사례가 풍부하여 읽기가 어렵지 않고, 유초등 학부모들이 현실에서 직접 겪고 있을만한 이야기라 쉽게 공감이 갑니다.

좋은 책입니다. 비록 엄마가 쓴 책이지만 아빠들이 충분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이 책만 보았더라면 제가 여느 책을 소개할 때처럼 책의 주요 구절을 몇 개 뽑아 침을 튀겨가며 좋은 책이라 말씀 드렸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여러 책을 비교하며 읽고 있는 중이라 선뜻 이 책을 꼭 읽어보세요,라고 말하기가 좀 어렵습니다.

사례로만 보자면 이민정의 《이 시대를 사는 따뜻한 부모들의 이야기》가 훨씬 생생하고 감동적입니다. 부모와 자녀 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립하고 부모의 역할에 대해 체계적으로 다룬 토마스 고든의 《부모 역할 훈련》은 부모 교육의 바이블과도 같습니다. 이 두 책은 부모 교육에 관한 한 초베스트셀러들입니다. 이들과 비교하는 것이 좀 무리이긴 합니다만, 《아빠 리더십》보다는 오히려 위의 두 책을 '먼저'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아빠 리더십》은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아빠'가 주인공입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아빠'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보게 됩니다. 다만 제가 위의 두 책을 먼저 추천해드린 이유는, 아빠 이전에 부모로서의 역할이 어떠한 것인지 먼저 알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입니다. 또 하나, 《아빠 리더십》은 많은 사례를 담고 있긴 하지만 전체를 관통하는 근본 메시지를 읽기가 좀 어렵다는 것입니다. 모든 사례와 실천 지침을 관통하는 근본 정신이나 원칙을 읽기 어렵다는 것은 곧 수많은 지침의 근본 원리를 깨치지 못해 실천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많은 것을 어떻게 다 ……'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어느 특정 사례가 자신이 처한 환경과 일치될 때, 그 단 하나의 사례로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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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 2.0 이노베이션
오가오 히로시 외 지음, 권민 옮김 / 브라이언앤컴퍼니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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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SNS(Social Networking Service), 롱테일, XML, 퍼머링크, 트랙백, RSS, 위키(wiki), 오픈소스 CMS,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 풍부한 사용자 경험(Rich User Experience), Ajax, 구글, 구글 애드센스, 포크소노미(folksonomy), 소셜 태깅, 매시업(mash up), 아이튠즈, 아마존 본문검색, 아마존 고객 리뷰, 위키피디아 …….

들어보신 용어도 있을 테지만 완전히 낯선 단어도 많을 것입니다. 모두 '웹 2.0' 트렌드를 나타내는 용어들입니다. '웹 2.0'이란 어떤 기술이나 서비스, 제품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제2세대 웹이라는 뜻입니다. 즉 최근 몇 년간에 걸쳐 일어난 웹의 환경 변화와 트렌드를 종합하여 나타내는 말입니다.

네이버에서 검색하기 위해 단어를 입력할 때 자동으로 검색어를 완성해주는 '검색어 자동완성' 기능이 있어 검색이 참 편리해졌습니다. 예스24와 같은 인터넷 서점에서도 마찬가지구요. '실시간 인기 검색어'는 사람들로 하여금 왜 인기 검색어가 되었는지 궁금하게 만듭니다. 괜히 나도 따라서 검색해보고 싶게 만듭니다. 인터넷 서점에 가면 장르별로 구분해 놓은 것보다는 '베스트셀러' 코너에 가서 어떤 책이 잘 나가는지 먼저 보게 됩니다. 블로그나 카페에서 글을 퍼오고 퍼담는 행위는 이제는 매우 자연스럽게 되었습니다. 참 많이 편리해졌고, 과거에 비해 참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러한 현상, 트렌드를 일러 웹 2.0이라고 합니다.



검색어 자동완성 기능은 리치 인터페이스(rich interface)의 하나입니다. 사용자가 보다 편리하게 웹을 사용할 수 있게 해줍니다. 블로그에서 댓글 보기를 누르면 페이지 전체가 리로딩되지 않고 댓글만 살짝 펼쳐주거나 가리는 기술 또한 리치 인터페이스라 할 수 있습니다. 실시간 인기 검색어나 인터넷 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 블로그나 카페의 태그 등은 포크소노미(folksonymy)의 한 형태입니다. 포크소노미는 통상적인 분류(taxonomy) 체계가 아니라 '사용자에 의한 분류'라는 뜻입니다.

온라인 사업 관련 종사자들에게 웹 2.0은 참고사항이 아니라 반드시 알아야 할 흐름입니다. 대세입니다. 웹 2.0을 단순히 어떤 기술이나 일시적인 유행어 따위로 생각하면, 단언컨데 반드시 도태되고 말 것입니다. 웹 2.0의 겉모양이나 단편적인 지식에 얽매이지 않고, 이 거대한 흐름의 근본 정신을 읽을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인터넷 비즈니스의 진화는 이미 시작했고, 지금도 진화중입니다. 우리나라에 출간된 웹 2.0 관련 서적 중에서 웹 2.0의 교과서와 같은 책이 바로 《웹 2.0 이노베이션》입니다. 웹 2.0이 어떤 것인지, 그 탄생 배경에서 구체적인 사례, 테크놀로지와 서비스 등 구체적인 부분까지 아주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감히 온라인 사업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의 필독서라 할 만합니다. 아직 읽어보지 않으신 분들, 꼭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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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천도룡기 8 - 도사 영웅대회
김용 지음, 임홍빈 옮김 / 김영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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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처음 <태왕사신기>를 보고 속으로 험담했습니다. 어찌 이따위 드라마에 감히 광개토대왕의 이름을 사용할 수 있느냐고. 지난 10월 초의 [독서유감]에서 저는 이렇게 썼습니다.

판타지 사극이라 스스로 칭한 <태왕사신기>도 있으나 이 드라마는 역사적 사실이 1% 정도 가미된, 주인공이 광개토대왕이라는 사실 외에는 모두 허구인지라 별 재미가 없습니다. 아니, 10대 때부터 궁궐보다는 전장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던 광개토대왕을 왕위쟁탈에 목숨을 건 나약한 임금으로 그리고 있으니 재미가 없는 게 아니라 오히려 속이 상합니다. 저렇게 만들 걸 왜 하필 주인공이 광개토대왕인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드라마입니다. (2007년 10월 1일자 [독서유감461] <왕을 낳은 후궁들> 편)

이것이 저의 한계입니다. 태왕(광개토대왕)과 그를 지키는 네 명의 신(四神)의 이야기인 <태왕사신기>는 단순히 리얼리티만으로 따질 수 없는 작품입니다. 애초에 사극 판타지라는 생소한 장르를 선포했을 때 좀 더 순수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었습니다. 어설픈 정수기가 물 속의 미네랄까지 모조리 걸러버리듯이 리얼리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저의 필터는 상상력마저 아낌없이 여과시켜 버립니다. 제게 '판타지'는 허황함과 유치함의 다른 이름이었을 뿐입니다.

어렸을 때 어디선가 들었던 4신 - 청룡, 백호, 현무, 주작은 어차피 상상 속의 동물(?)입니다. 고구려 벽화에도 등장하는 이 4신은 아마 동아시아 전설의 공통 요소일 것입니다. 상상 속의 4신을 인격화하여 그리고 있으니 <태왕사신기>는 처음부터 리얼리티를 따질 수 없는 드라마였습니다.

<태왕사신기>의 사신은 이러합니다. 사신의 우두머리로 현무·우사의 환생인 거믈촌 촌장 현고(오광록), 백호·풍백의 환생으로 쇠를 부리는 능력을 지닌 주무치(박성웅), 청룡·운사의 화신 처로(이필립), 웅족의 여인 새오의 환생으로 환웅에 의해 불의 힘을 갖게 된 주작 수지니(이지아). 그들은 태왕(배용준)을 수호합니다. 이들을 하나로 엮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참으로 놀라운 상상력입니다. '쥬신'이라는 나라(?)로 등장합니다. 조선 또는 숙신의 재설정음 같은 '쥬신' 역시 근거는 희박하지만 전혀 근거가 없는 이야기가 아니니 <태왕사신기>에서 마르고 닳도록 거론되는 옛 나라입니다. 일설에 의하면 쥬신은 몽골, 만주, 한반도에 걸쳐서 분포한 민족 전체를 일컫는 말이라고도 합니다. 심지어 현재의 일본 열도까지. 상상력이 심히 부족한 저에게 상상 속의 나라와 상상 속의 인물들이 등장하는 <태왕사신기>가 처음에 제대로 보였을 리 만무합니다. 부끄럽습니다.

주말에 이안 감독의 <와호장룡>을 보았습니다. 다소 오래된 작품이라 TV에서도 몇 번 방영됐습니다. 저도 띄엄띄엄 보았는지라 대나무 숲 위에서 살랑살랑 바람에 흔들리며 검술을 겨루는 장면을 보고 혀를 끌끌 찬 적이 있었습니다. 저의 리얼리티 필터가 자동으로 가동된 것입니다. 리얼리티 필터를 거쳐나온 <와호장룡>은 한마디로 허황된 이야기였습니다. 저에게 '무협'은 철학을 담을 수 있는 '형식'이 아니었습니다.



이번에 다시 보며 또 부끄러워졌습니다. <와호장룡>은 그야말로 감동이었습니다. 이런 작품이 그저 허황한 이야기로만 비친 제 눈이 실망스러웠습니다. 이미 스승이 가르쳐준 도의 경지를 넘어선 이무백(주윤발)과 그를 사랑하는 수련(양자경), 이들은 이미 인간의 욕망을 다스릴 줄 아는 고수들입니다. 반면 강호의 세계를 동경하는 철부지 소룡(장쯔이)는 욕망에 아주 충실한 캐릭터입니다. 고위 관료의 딸로 등장하고 성격 또한 만만찮은 것이 마치 <의천도룡기>의 조민과 비슷합니다. 대나무 숲의 현란한 와이어 액션도 결국은 깨달음과 현실 사이의 긴장감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생각이 여기에까지 미치고 보니 아마 저의 리얼리티 필터에 뭔가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태왕사신기>도 그러하고 <와호장룡>도 그러하고, 어느 순간 저의 리얼리티 필터가 망가진 것 같습니다. 추측컨데 이 모든 것이 아마 최근에 열독한 <의천도룡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드디어 <의천도룡기> 7,8권을 모두 읽었습니다. 참으로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어설픈 저급 리얼리티 필터를 교체할 기회였습니다. 진작에 이러한 경험을 했더라면 영화 <매트릭스>를 보면서 비록 '시뮬라시옹'의 철학을 간파하지는 못했다손 치더라도 최소한 저급한 리얼리티 필터로 깔아뭉개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무협에 대한 편견이 깨졌습니다. 무협에도 역사와 철학을 담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물론 그것이 신필 김용이었으니 가능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나중에 시간을 내어 사조삼부곡의 앞의 두 편 <사조영웅전>과 <신조협려>도 읽어봐야겠습니다. 역사와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무너진 흥미로운 경지에 또 한번 빠져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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