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역할 훈련 토머스 고든의 '역할 훈련' 시리즈 1
토마스 고든 지음, 이훈구 옮김 / 양철북 / 200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부모는 늘 죄인입니다. 내가 아이를 제대로 키우고 있는 것인지 늘 불안합니다. 다른 집 아이에 비해 무언가 못해줬다고 느꼈을 때는 미안합니다. 아이는 변화무쌍합니다. 엉뚱하게 고집을 부릴 때도 있습니다. 이럴 때 아이를 야단쳐야 하는 것인지, 그냥 참고 지켜봐야 하는 것인지, 매 순간마다 헷갈립니다. 야단치고 나면 괜히 죄책감이 들고, 그냥 넘기고 나면 혹여나 버릇 없는 아이로 크지나 않을까 걱정입니다.

노심초사 애지중지 키운 아이가 어느덧 청소년기에 접어들자 느닷없이 부모 자격을 박탈합니다. 아이는 부모를 해임하거나 자격을 박탈하고, 부모와의 관계를 아예 끊어버리는 일마저 생깁니다. 부모를 떠나거나, 비록 함께 있지만 마음에서 지워버립니다. 또래 친구들한테나 다른 곳에서 좀더 만족스러운 관계를 찾으려 합니다. 아이의 마음에 부모의 자리는 없습니다.

억장이 무너집니다. 지금까지 쌓아왔던 모든 것들이 허망해 보입니다. 사회적 명성과 부를 아무리 쌓았다고한들 제 아이 제대로 키우지 못하면 모든 것이 수포입니다. 너무 극단적인 상황 설정일 수도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시대는 부모와 자식 간의 소통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아이를 올바르게 키울 수 있을까, 이 세상 모든 부모들의 바람입니다. 비행 청소년을 비롯한 어린이와 청소년의 정서 장애에 대한 통계를 보며 정신과 의사들은 이러한 현상의 대부분이 부모의 책임이라고 규정합니다. 문제 아이를 맡고 있는 학교의 교사들은 가정 교육이 문제라고 말합니다.

가혹하리만치 모든 것을 부모의 탓으로 돌리지만 정작 부모의 역할이 어떠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려주는 곳은 찾기 힘듭니다. 아이가 사회에 나가기 전까지 십 수년을 뒷바라지해야 하는 부모의 역할을 하기에는 부모가 모르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저도 늘 이것이 의문이었습니다. 왜 없을까? 그러나 분명 어딘가에는 제대로 된 부모 교육서가 있을 거라는 믿음도 있었습니다.

드디어 찾았습니다. 이 세상 모든 부모들이 꼭 읽고 실천해야할 제대로된 부모 지침서, 토머스 고든의 《부모 역할 훈련 Parent Effectiveness Training》입니다.

토머스 고든은 1962년부터 부모들을 위한 훈련 프로그램을 시작해서 그 성과를 이론화하여 《부모 역할 훈련(P.E.T.)》를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그것이 1970년의 일입니다. 그의 저서는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P.E.T.의 원리를 수정 보완하여 '교사 역할 훈련', '리더 역할 훈련', '가족 역할 훈련'으로까지 발전시켰습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97, 1998, 1999년에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2002년 8월 26일 사망할 때까지 아이를 제대로 키우기 위한 부모와 교사의 올바른 역할을 알리기 위해 40여 년을 보냈습니다.

우리나라에 이 책이 번역된 것이 그가 사망하던 2002년이니 너무 늦은 감이 들지만, 그래도 이렇게 번역되어 여러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입니다. 내 아이의 문제는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환경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세계적 재앙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니듯, 아이와 청소년 문제는 부모 모두가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이러한 책이 널리 읽히고 보급되어 우리 아이들이 모두 자립심 강하고 건전하며 가슴 따뜻한 아이로 자라기를 바랍니다.

P.E.T. 모델의 핵심 개념은 '누가'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에 있습니다. 정말 수없이 많은 부모들이 아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끔 하는 대신 자기가 나서서 문제를 떠맡는 잘못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아직 어리고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무언가 해결책을 제시하려 합니다. 아이는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지는 기회를 번번히 잃어버립니다. 또한 아이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저 보호하고 가르치고 훈육해야할 대상으로만 생각합니다. 대화 상대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설사 대화 상대로 생각해도 교묘하게 부모의 뜻이 관철되도록 유도할 뿐입니다. 모든 문제의 발단은 여기서부터 출발합니다.

아이의 문제는 아이가, 부모의 문제는 부모가 해결해야 합니다. 아이의 문제를 부모가 떠안는 순간 아이 스스로 생각하고 책임지는 방법을 터득할 기회가 사라집니다. 해결책을 제시하는 순간 아이는 저항합니다. 아이가 스스로 해결하도록 둔다? 불안하신가요? 그렇다면 토머스 고든이 제시하는 '적극적 듣기' 방법을 단 몇 번이라도 시도해 보세요. 놀라운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 책이 아닌 다른 기회를 통해 이 방법을 이미 들은 바 있으며, 이 방법에 대해 절대적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이의 문제는 아이가 해결하고, 부모의 문제는 부모가 해결하고, 그래도 갈등이 남아 있을 때는 어느 한편 이기고 지는 일이 없이 함께 해결책을 만들 수 있도록 토머스 고든은 이 책에서 세 가지 훈련 방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름 하여, '적극적 듣기', '나-메시지', '무패 방법'입니다.

요약은 생략합니다. 이 책이 가진 위대함을 짧은 리뷰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실천을 위한 책이니 몇 마디 요약으로 대체할 수도 없습니다. 읽고 공감하고 익혀서 실천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입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부모들께, 다른 것은 몰라도, 토머스 고든의 《부모 역할 훈련》 이 책만큼은 사서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우리나라에 현재 출간된, 그래서 앞으로 소개해 드릴 대부분의 부모 교육서, 부모 지침서는 토마스 고든의 이 책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스티븐 코비가 말하는 '성공한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중 습관 4 '상호이익을 모색하라 (Think Win-Win)', 습관 5 '경청한 다음 이해 시켜라(Seek First to understand, Then to be understood)'의 세부 내용 역시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또한 가능하다면 이민정의《이 시대를 사는 따뜻한 부모들의 이야기 1,2》도 함께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부모 역할 훈련》의 한국적 사례 모음집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음 기회에 또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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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토마스 고든에 대하여 (영문 자료 보기 -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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