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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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개의 별을 달아두고, 나는 좀 멍해졌다.

바나나의 글을, 이라고 하면 너무 그녀에게만 미안하지만...그래 솔직하게 일본의 소설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서점에 가서 중고등학생들이 일본 소설앞에 우우, 모여드는 것을 보면서 잠시 걱정을 하는 축이다. 너도 그 앞에서 서성거린 것이 아니었느냐고 따져든다면 할 말은 없지만, 그저 가끔 한시간쯤 되는 시간을 보내면서 한 권의 책을 다 읽을 만한 섹션이라서 나는 가끔 일본 소설을 읽는다.

키친은 바나나의 첫번째 작품이니까, 샀다. 과감하게...읽고 누군가에게 선물하리라하는 기분으로, 그리고 실제로 얼마 전에 집에 놀러온 후배녀석에게 그 책을 넘겼다. 삶에 대해서 얼마나 깊이 생각해 보았나라고 나는 질문을 던진다. 그래, 삶이 별 것도 아닌 존재니까 대충 생각하고 후다닥 글을 쓰면 어때라고 말하면 역시 나는 할 말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만, 절대로 우리에게 커다란 부분 아니었던가...삶이란.

그러나, 한 공간에 대한 사유 그리고 계속 끌어가는 별로 대단치 않은 죽음과 괴이한 경험들...이 눈에 띈다.

삶은 누구에게나 대단하다. 절대로 지나치지 말아라.

계속 대충 걷고 있다고 해서 그가 가볍거나 하진 않다.

부디, 한없이 무겁고 천천히 걸을 줄 아는 사람이 되어라...얍!! 주문이라도 걸고 싶은 심정이다.

글은 사람을 잡아 먹는 괴물이다. 정신을 야금야금 씹어들어오는 녀석들을 우리는 막을 길이 없다. 내 땅에 사는 청소년들이 좋은 글자, 가끔은 책을 덮고 싶은 기분이 드는 쪽으로도 고개를 돌리는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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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 폰더씨 시리즈 4
앤디 앤드루스 지음, 이종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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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힘든 까닭일까...헤쳐나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라고 말하는 책들이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아니, 한 섹션을 차지할 정도로 많이 넘쳐나는 책들...

특별하다 혹은 진부하다는 평가를 굳이 나눌 필요는 없을 것같다. 이 책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을 테니, 그러나 과연 우리들의 정서에게 너무 강제적인 희망을 주려고 하지 않나라는 생각, 지워지지 않으며 미국적인 냄새가 많이 나서 어떤 이들에게는 거부감이 느껴지는 것도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생각,이라는 잡지 그리고 그와 비슷한 잡지들 많다. 가끔씩은 억지로 희망을 만드는 일, 억지로 눈물을 자아내는 일 그다지 좋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로 인하여 희망이 꿈틀거린다면 그 순간이라도 다짐할 수 있다면 선택해도 좋다.

더불어 청소년들에게는 읽히고 지금의 지지부진한 일상에 지치지 말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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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의 달콤한 복수
에프라임 키숀 지음, 반성완 옮김 / 디자인하우스 / 199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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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랫만에 글을 올린다.
슬슬 쉽게 읽혀지는 책이다.
늘 나도 불만에 품고 있던 바가 있어서, 이 책 잘 읽었다.
현대예술의 정체가 수상하다.
늘 그랬다.
일반적인 관객들에게 추상이라든지 행위예술이라든지 혹은 의미예술? 설치들...비엔날레에 가면 쓰레기통마저도 이것도 혹시 전시품이냐는 종류의 의심을 계속해서 하게 된다.
아마도 작품명과 작가소개의 표지판을 붙여두면 우리는 그 앞에서 또 고개를 끄덕거려야할지도 모른다.
'아름다움'이라는 것, 정녕 현대의 美는 올곳이 관객들의 몫으로 관객이 만들어내는 것으로 그치는 것인가.

이 책은 피카소의 유언장(사실여부는확실치않다)에 이러한 말이 언급되어 있다는 폭로를 한다.
'대중들은 예술 속에서 어떤 위안도, 즐거움도 찾지 못했다. 그러나 세련된 사람들, 부자들, 무위도식자, 인기를 쫓는 사람들은 예술 속에서 기발함과 독창성, 과장과 충격을 추구했다. 나는 내게 떠오른 수많은 익살과 기지로 비평가들을 만족시켰다...
나는 한갓 어릿광대일 뿐이다'

피카소는 사기꾼이 아니다.
관객들은 바보가 아니다.
지적 허영심이나 지적 환상들이 예술에게 비평을 너무 무겁게 붙여주고 말았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보고 무엇을 받아들이든
절대적인 것은 내 자아의 정체성이다.
그 공간안에서 살아남는 것을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뱉아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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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뻐?
도리스 되리 지음, 박민수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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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도리스 되리는 파니핑크,라는 내가 상당히 흥미롭게 재미있게 즐겁게 본 몇 안되는 독일 영화중의 하나를 연한출 사람이다. 아마도 각본도 직접 썼던 것으로 기억한다.
도서관 서고를 지나가다가 그냥 평범하고 촌스럽고 그런 책 제목이 ‘나 이뻐?’ 나로서는 별로 해보지 못한 대사이지만...나를 불렀다.
저자가 도리스 되리라니 너무 친숙해서 성큼 빌려서 읽고 말았다.
열 개도 넘었던 것같은 단편들이 단편인 듯이 가끔은 이어지듯이 그 안에 있었다.
인물들은 하나같다.
각자각자 흐물흐물거리다가 결국은 붕붕 떠오르는 기분이다.
쉽게 읽었는데 읽고 보니 인물들이 다들 쓸쓸한 것도 같고 나름대로 일상을 잘 꾸려가고 있는 것도 같다. 그리고 알고 보니 그네들은 다들 서로서로 낯설은 친구들이다.
어떤 공원이나 길에서 문득 지나쳐 갔을 테지.
잠시는 지치고 또 잠시는 도망하고 그러다가 다시 돌아와서 환하게 웃으면서 악수를 청하곤 할 수밖에...과감하게 남편의 성기를 자르고나서 나중에는 다시 봉합수술한 남편의 숨결을 예민하게 느끼고, 또다른 여자는 그 기사를 읽은 남자들의 반응을 곰곰 살핀다.

생이 치열하지 않을 때, 진짜 위험은 닥쳐올지 모른다. 유럽소설들이 가끔씩 지나치게 나른하거나 한가한 인물을 만들어낼 때 나는 이상하게도 그것이 복지병 혹은 문명병인가하는 질문을 해보곤 한다. 아직은 복지국가의 보살핌을 받아본 적이 없는 백수라서 그런가. 아주 늙어버린 어른처럼...그래 밥은 먹고 살만하지. 밥먹고 할 짓들이 없으니까, 이런 말도 안되는 대사까지 튀어나오는 날이 있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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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읽기를 권함 - 2004년 2월 이 달의 책 선정 (간행물윤리위원회)
야마무라 오사무 지음, 송태욱 옮김 / 샨티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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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천천히 읽기를 권하고 있다.
책의 저자는 보통의 회사를 다니고 있는 사람이다.
일주일을 주기로 그는 한권의 책을 읽는다.
천천히 맛있는 음식을 천천히 먹듯이 책을 두고두고 읽는다.
미안스럽게도 나는 그런 그의 책을 금세 읽어버렸다.
즐겁고 여유로운 책이었다.
워낙에 속도가 절대우위에 있는 세상이라서 그의 한가함에 한표다.
일본에서 책을 거의 쌓아두듯이 읽는 이들의 책이 마구 쏟아져나오던 때가 있었다. 나는 그들이 부럽지 않았다.
그네들의 독서는 주로 발췌였고, 나 역시 그것은 독서가 아니라고 생각하였다. 야마무라도 역시 그렇게 말하고 있다.
인간의 몸은 정보를 읽히고 기억시키는 저장고가 아니라,
무언가가 몸에 들어갔을 때 제 것이 되거나 혹은 거부반응을 일으키거나의 과정 자체를 경험하는 마당이 되어야 한다.

천천히 가자.
그리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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