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전집 2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이윤기 옮김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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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면접을 적어도 여섯번 이상은 했다. 책에 대한 질문을 할 때마다 내가 빠뜨리지 않고 언급했던 작품이 '희랍인 조르바'였다. 고등학교 일학년 때 조르바를 읽고, 얼마나 긴 시간 그를 흠모했는지 모른다.

나는 조르바도, 혹은 그의 주인 누구도 될 수 없다. 그들은 자유롭거나 혹은 자유롭게 살고자 시도라도 한다. 그 둘 모두 내 눈에는 대단해 보일 뿐이다.

여름이라서 문을 활짝 열 수 있도록 책장을 옮기면서,  먼지가 수북히 쌓인 나의 조르바책을 보았다.  다시 읽어도 또 그만큼 감동일까, 혹은 지금의 상황에서 더욱 부러움에 사로잡힐지도 모르겠다. 첫장을 열고 나면 다 읽고싶어질까봐 두려워서 그냥 한번 만져만 보고 다시 책장에 둔다.

진짜로 살아있니?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니? 라는 물음들에게 당당한 사람이고 싶다.

한번도 그렇게 살아본 적이 없다.

조르바는 취하고, 달리고, 넘어지고, 글을 쓰고, 노래를 부르고, 어디서든 어떻게든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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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올리버 색스 지음, 조석현 옮김 / 이마고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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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나는 특이한 병리적 현상을 물고 늘어지는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 질환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는 너무나 고통스러운 경험이 될 수도 있다는 기우에서이다.

그러나, 소설가들 혹은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가끔씩 그러한 것들을 즐겨서 사용한다. 물론, 매스미디어의 힘이 의학적인 발전을 위한 관심을 불러 일으킬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지만 글쎄...로렌조의 오일, 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외하고 감동을 주었던 적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책은 우뇌에 문제가 생긴 환자들의 다양한 사례들을 제시하고 있다. 사람의 뇌에 대한 연구는 꾸준히 그러나 아주 느리게 진행되고 있으나, 가장 본질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뇌를 언급하면서 선생님들은 늘 그런 말씀을 하신다. 뇌에 문제가 있는 질병의 경우, 뇌를 들어내고 그 부분에 뭔가 처치를 할 수 있다면 간단하다. 언어를 공부할 필요가 뭐가 있는가, 그 언어에 대한 데이터를 컴퓨터에 집어 넣듯이 뇌에 인식만 시킬 수 있다면...

초고속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정보는 모든 이들이 누릴 수 있을 만큼 풍부해졌다. 이는 질과 양에 있어서 동시에 이루어졌다. 그래서 책을 왜 보고 왜 암기를 해야 하느냐고 묻는다. 인터넷만 치면 바로 알 수 있는 따끈따끈한 정보가 많기 때문이다.

뇌에 대한 관심은 꺼지지 않을 것이다. 이는 인간에 대한 관심이라고 대체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지만, 뇌에 대하여...참...풀리지가 않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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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가슴으로 만날 수 있는 시들을 읽어볼 수 있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오늘은 최정례의 레바논 감정을 품었다.

갈색 테두리에 헝클어지듯이 그려진 그녀의 커리커쳐가 뭔가 슬퍼 보인다.

일상이 왜 보잘 것 없다고 생각하니, 이 사람은 이렇게 시 안에 사람 삶 구석구석을 따뜻하게 바라보고 비추고 있는 것을...

간밤에 갑자기 툭툭툭 소리를 내면서 비가 오시더니, 아침엔 또 잠잠하다.

시는 늘 힘들고 늘 무겁다.

한없이 가슴에 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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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주변이 어설픈 날이다.

어제 내리던 비의 흔적은 사라졌지만, 따가운 태양이 강림하신 표정은 아니다.

세상은 후텁지근한 기운으로 애매하다.

해야할 일들을 노려보다가 결국은 새롭게 구입한 책들 중 몇 개를 잡고 끙끙거린다.

이제 타자기 위에 있는 한 학기의 먼지들을 깨끗하게 닦고,

시를 쓰고 싶다.

장마가 내리고 현재는 소강이다.

맘만 먹으면 언제라도 비 뿌릴 수 있다는 듯이 뿌연 하늘은 신경질적이고, 늘 무섭게 질주하는 도로 위의 차들을 향하여 주먹을 휘두른다. 그들은 나를 놀리기라도 하듯 쉭, 소리를 내며 지나친다.

차라리 비가 와라.

다 닫아버리고 방에 들어앉아 실컷 책읽을 핑계나 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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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 창해 맑은내 소설선 3
이승우 지음 / 창해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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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아무래도 좋다. 이승우의 소설이라면 별을 다섯개가 아니라 그 이상이라도 주어버리겠다. 그렇게 결심하고 나서는 마음이 편했다.나는 이승우가 좋다.

좋은 작가를 선별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나로 하여금 글 쓰게 하는가, 나에게 글 쓰라고 명하는 소리를 품고 있는가 아닌가가 전부다. 시든 소설이든, 가방 안에 있는 펜과 종이를 만지작거리게 하느냐의 여부다. 여태천의 시를 읽으면서 아침에 만지작거렸다.

이승우는 늘 나를 들뜨게 하고, 신나게 하고, 글 쓰게 한다.

사랑이야기를 해도 어떻게 이렇게 하나도 유치하지 않고, 진실하며, 자연스러울수가 있을까. 사랑은 운명론자의 것이고 운명역시 사랑의 것이고, 사람을 꼭 손으로 만지는 것은 아니다. 사랑하는 동안은 이기적이고 비열한 인간이 되기 마련이다...

예전에 윤영수의 어떤 소설이 가지고 있던 기법적인 재미와 내용의 참신함이 끌린다. 이야기의 힘은 그 안으로 독자를 완전하게 빨아들이는 마력이다. 몇시간 걸리지 않았다. 이승우는 좋은 작가다.

소설은 이야기고, 흥미진진한 내일을 제공한다.  이 점만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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