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주변이 어설픈 날이다.

어제 내리던 비의 흔적은 사라졌지만, 따가운 태양이 강림하신 표정은 아니다.

세상은 후텁지근한 기운으로 애매하다.

해야할 일들을 노려보다가 결국은 새롭게 구입한 책들 중 몇 개를 잡고 끙끙거린다.

이제 타자기 위에 있는 한 학기의 먼지들을 깨끗하게 닦고,

시를 쓰고 싶다.

장마가 내리고 현재는 소강이다.

맘만 먹으면 언제라도 비 뿌릴 수 있다는 듯이 뿌연 하늘은 신경질적이고, 늘 무섭게 질주하는 도로 위의 차들을 향하여 주먹을 휘두른다. 그들은 나를 놀리기라도 하듯 쉭, 소리를 내며 지나친다.

차라리 비가 와라.

다 닫아버리고 방에 들어앉아 실컷 책읽을 핑계나 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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