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몬드 (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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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김용의 무협 소설 '신조협려'의 여주인공 소용녀. 그녀는 감정을 절제해요. 고묘파인 그녀는 그렇게 배웠지요. 그리고 손원평의 소설 '아몬드'에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이 있네요. 그 소년은 감정을 배우게 돼요.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고, 사람들의 감정을 잘 읽지 못하고, 감정의 이름을 헷갈린다. 의사들은 선천적으로 내 머릿속의 아몬드, 그러니까 편도체의 크기가 작은 데다 뇌 변연계와 전두엽 사이의 접촉이 원활하지 못해서 그렇게 된 거라고 입을 모았다.' -가제본 20쪽.


 이렇게 '감정 표현 불능증'이라고 진단 받은 선윤재. 평범하게 살기 위해, 할멈과 엄마에게 사랑의 '주입식' 감정 교육을 받아요. 그런데, 윤재의 열여섯 번째 생일인 12월 24일. 할멈은 희생되고, 엄마는 혼수 상태가 돼요. 그리고 새로운 인연이 맺게 되고요. 할멈과 엄마, 윤재가 함께 키운 헌책방. 그 위층에 있는 빵집의 심 박사. 그가 윤재에게 도움을 주고자 해요. 또, 부모님과 헤어졌다가 다시 아빠를 만났지만, 분노의 상처가 있는 '곤이'를 만나고요. 그리고 맑고 밝은 달리기 소녀 '도라'도 만나지요.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 이야기는, 괴물인 내가 또 다른 괴물을 만나는 이야기이다.(가제본 2쪽)'라고 소설은 말해요. 할멈이 '예쁜 괴물'이라고 한 윤재. 그는 감정을 나타내지 못하는 예쁜 괴물이지요. 그리고 다른 한 괴물은 분노의 감정이 넘치는 착한 괴물 '곤이'예요. 그 둘은 친구로서 서로를 이해하게 돼요. 우정을 느끼게 되지요.


 '나는 너를 사랑하겠노라.

 그것이 죄가 될지 독이 될지 혹은 꿀이 될지 영원히 알 수 없더라도

 나는 이 항해를 멈추지 않으리.' -가제본 38쪽.


 윤재가 읽은 책 속의 글이에요. 그래요. 윤재는 사랑받는 소년이에요. 할멈과 엄마, 그리고 심 박사, 도라에게 사랑을 받아요. 그리고 결국에는 '곤이'에게 친구로서 사랑을 받지요. 그 여럿의 사랑으로 윤재도 사랑을 줄 수 있게 되고요. 할멈이 말한 사랑인 '예쁨의 발견'을 윤재도 하게 된 거예요. 이웃에게서요. '신조협려'의 소용녀도 양과를 사랑하게 되어 감정을 보여주게 된 것처럼요.


 '멀면 먼 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외면하고, 가까우면 가까운 대로 공포와 두려움이 너무 크다며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껴도 행동하지 않았고 공감한다면서 쉽게 잊었다.

 내가 이해하는 한, 그건 진짜가 아니었다.


 그렇게 살고 싶진 않았다.' -가제본 210쪽.


 영화 '에이 아이'에서 감정을 가진 로봇 데이빗은 어머니의 사랑을 찾지요. 소설 '아몬드'의 윤재는 모두의 사랑으로 감정을 갖게 돼요. 그 감정으로 공감하게 되고요. 진짜 공감을 하게 돼요. 드라마 '다모'의 명대사, '아프냐? 나도 아프다'처럼요.


 독특한 인물 설정이 돋보인 이 소설! 깔끔한 문장으로 눈에 쉽게 들어오고, 매끄러운 이야기의 흐름으로 눈에서 멀어지지 않게 해요. '감정 표현 불능증'을 가진 특별한 인물의 악전고투! 그리고 그의 성장! 독자들도 그를 사랑하며, 그의 사랑을 받고 함께 공감할 수 있을 거예요. 과연 제10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에요.






출판사로부터 받은 책으로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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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고 말해 스토리콜렉터 52
마이클 로보텀 지음, 최필원 옮김 / 북로드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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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동영상 출처: 북로드 페이스북)


 예전에 유괴를 다룬 책은 읽기에 마음이 아프다고 말씀하시는 분을 뵌 적이 있었어요. 아이를 키우시는 분 같았어요. 아무래도 부모의 마음으로 유괴 이야기를 보게 되니, 마음이 아플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었지요. 그런데, 며칠 동안 제가 만난 소설은 두 소녀의 실종 이야기예요. 납치되어 감금되고 학대를 당해요. 친한 친구인 두 소녀.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저도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축제가 끝나고 두 소녀가 사라졌어요. 그 소녀들을 찾기 위해, 온 마을이 나서지만 찾지 못하고요. 경찰도 수색을 하지만, 찾지 못해요. '빙엄 소녀들'이 된 두 소녀. 그렇게 두 소녀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서서히 엷어져요. 그리고 3년 후, 한 농가에서 부부가 살해되는 사건이 생겨요. 그리고 근처 호수에서 한 소녀의 시체가 떠올라요. 상처가 많고, 마른 소녀. 어디에서 도망치는 듯한 맨발의 소녀. 경찰은 그 살인 사건의 용의자를 체포하지만, 정신이 이상한 용의자는 알 수 없는 말만 하고요. 결국, 경찰은 심리학자 조 올로클린에게 도움을 청해요. 그리고 조는 호수에서 나온 시체가 3년 전 실종된 두 소녀 중 하나라는 걸 밝혀내요. 다른 소녀 하나는 살아 있고, 여전히 위험에 처했다는 생각에 그 소녀를 찾아 나서고요.

     

 '내 이름은 파이퍼 해들리다. 그리고


 나는 3년 전 여름방학의 마지막 토요일에 행방불명되었다.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고, 도망친 것도 아니었다.' -9쪽.


 사라진 두 소녀 가운데 하나인 파이퍼 해들리의 독백으로 이 이야기는 시작해요. 저는 이 처음이 좋아요. 그의 문장이 독자의 시선을 힘차게 끌어당겨요.  

 이 소설은 한 소녀의 독백과 조 올로클린의 이야기로 되어 있어요. 그 둘의 이야기가 얽히며 긴장감을 끝까지 늦추지 않고 있고요.


 '"미안하다고 말해."

 "미안해요, 미안해요." 나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울먹인다.

 미안하다, 가엾은 사디스트 자식아. 정말 미안해. 그때 눈을 제대로 찌르지 못해서. 미안해. 벽돌로 네 놈의 머리를 완전히 박살내지 못해서. 미안해. 네 눈알을 뽑아내지 못해서. 나는 이렇게 외쳐대고 싶지만 입에서는 아무 소리도 흘러나오지 않는다. 나는 공처럼 몸을 웅크린다.' -548쪽.


 등장인물의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는 이 소설. 개성 있는 인물들이 잘 어울리며, 이 이야기가 숨을 쉬게 하고 있어요. 즉, 파킨슨 병을 가진 심리학자 조 올로클린, 그리고 사라진 두 사춘기 소녀, 엄청난 기억력을 소유한 전직 형사 빈센트 루이츠, 정체를 숨기며 태연히 악행을 하는 범인, 매력적인 정신과 의사 빅토리아 나파르스텍 등이 이야기를 잘 이끌고 있어요. 한편, 조 올로클린의 가족도 소설에 힘을 더하고요.


 저는 이 소설을 읽으며, 마침 2017년 3월 23일에 바다 위로 다시 얼굴을 보인 세월호가 생각났어요. 실종된 지 3년 만에 호수에서 떠오른 한 소녀. 바다에 가라앉은 지 3년 만에 다시 떠오른 세월호. 둘 다 아픔이 떠오른 거예요. 범인에게 감금되었다가 나와, 쫓기게 되어 호수에 잠든 소녀. 나쁜 어른들의 욕심에 세월호에 갇혀, 나오지 못해 바다에 잠든 생명들. 두 소녀도, 세월호의 생명들도 삶과 죽음으로 나뉘게 되네요. 위험에 맞서 서로를 의지했지만, 생사의 길에서 헤어져 살아온 이들에게 아픔이 스며들었을 거예요. 그리고 돌아올 수 없이 멀리 떠난 이들의 가족들! 여전히 아플 거예요. 단장(斷腸)의 아픔일 거예요. '부모가 죽으면 산에다 묻고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다 묻는다'고 하잖아요. 많은 부모님들의 가슴에 묻힌 소중한 생명들. 범인이 소녀에게 억지로 말하게 한 '미안해'를 저는 진심으로 말하고 싶네요. 욕심에 희생되어 모두에게 아픔이 된 분들, 그리고 그 아픔을 간직한 분들께요.


 이 소설의 힘은 긴장감과 개성, 그리고 아픔에 대한 공감이에요. 그 힘이 사람들을 사로잡네요. 역시 로보텀의 '조 올로클린' 시리즈! 저는 로보텀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네요. 그리고 앞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하게 될 것 같아요. 진심으로요.      





 덧붙이는 말.

 

 '미안하다고 말해' 띠지 날개에 깜짝 퀴즈 이벤트가 있네요. 참여해보세요.  







스토리콜렉터스 2017로서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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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프 보이스 - 법정의 수화 통역사
마루야마 마사키 지음, 최은지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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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 지인 가운데 농인(聾人)이신 분이 계세요. 어릴 때, 잠깐 뵙기만 했지만요. 그때, 도와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다행히 그분 따님이 청인(聽人)이에요. 그분께서 직접 글로 뜻을 알려주기도 하지만요. 그 따님이 농인 아버지 뜻을 이어주었어요. 그 따님은 코다(CODA)인 거예요. 코다(CODA)란 `Children of Deaf Adults`의 줄임말로 농인 부모에게서 태어나 자란 청인 아이를 일컫는다고 해요. 코다인 따님이 농인 아버지와 저희를 잇는 무지개였어요. 여기, 또 다른 무지개인 코다가 나오는 소설이 있네요. '데프 보이스'라는 소설이에요. 제18회 마쓰모토 세이초 상 최종 후보작이라고 하네요.


 아라이 나오토는 코다예요. 경찰서 사무직을 그만두고, 구직을 하던 그는 수화 통역사가 돼요. 배려 있는 수화 통역으로, 호평을 받게 되지요. 그러던 어느 날, 피의자가 된 농인을 법정 수화 통역 의뢰를 받게 돼요. 17년 전 경찰 사무직으로 근무할 때, 농아시설인 '해마의 집' 이사장 살해 용의자인 농인을 억지로 수화 통역한 기억이 있는 그. 무거운 마음으로 그 일을 하게 되지요. 그런데, 그 일은 17년 전 살해된 '해마의 집' 이사장의 아들! 즉, 현 이사장이 살해된 사건이에요. 피의자인 농인을 돕기 위해 '펠로십'이라는 비영리 단체와 함께 노력하는 아라이! 그는 17년을 사이에 둔 두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게 돼요.


 '그때 몬나의 딸이 자신에게 향한 쏘아보는 듯한 시선. 그리고 수화.

 <아저씨는 우리 편? 아니면 적?>

 자신은 어느 쪽일까?

-대답을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 물음은 철이 들기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자신을 옭아매 온, 결론이 나지 않는 질문이었다.' -89~90쪽.


 17년 전, 살인 용의자의 딸이 수화 통역하는 아라이에게 수화로 남긴 말. <아저씨는 우리 편? 아니면 적?> 아라이! 농인 가족 가운데 청인! 농인 사회에서 그는 농인들과 다른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소외감을 느끼기도 했구요. 또, 농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청인들도 아라이에게 아픔을 주었고요. 아라이는 농인들과 다름을 알고 거리를 두었었지만, 여전히 농인들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그는 다름 안에서 같음을 찾고 싶었던 거예요. 농인들에게 청인들의 말을 이어주고, 청인들에게 농인들의 말을 이어주면서 농인들과 같음을 알아가는 아라이. 그는 농인에서 시작된 아름다운 무지개인 거예요.

 

 이 책의 지은이인 마루야마 마사키의 아내는 몸이 불편한 사람이라고 해요. 그래서 농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 같아요.


 '장애를 가진 사람들만이 아니라 세상에 무언가를 호소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큰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의 목소리를 소설이라는 형태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었으면 한다.' -‘작가의 말’ 중에서 (326쪽.)


 그리고 이 '데프 보이스'는 농인들의 목소리만을 뜻하지는 않아요. 사회에서 소외된 모든 소수자들의 목소리예요.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어야겠지요. 이 소설은 그 목소리를 잔물결처럼 잔잔히 속삭여요. 귓속말처럼요. 그러니, 계속 듣고 싶어지네요.


 이 소설! 옮긴이도 말했 듯이요. 살인 사건과 그 해결을 담은 추리 소설이면서, 코다인 아라이가 더 멀리 나아가게 되는 성장 소설이기도 해요. 물이 흐르듯 두 길을 안내하는 이야기예요. 살인의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길과 알 수 없었던 농인들의 목소리, 더 나아가 소외된 자들의 목소리까지 듣는 길! 두 길로 이어지는 문! 이 소설의 해설자인 이길보라는 '그 한없이 반짝이는 세계로 당신을 초대한다'고 하네요. 그 초대장을 받고 그 세계로 이어지는 문을 많은 분들이 열기를 소원해요. 그래서 아름다운 무지개를 함께 바라보기를 원해요.





 덧붙이는 말.


 몸이 불편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들을 생각해봤어요. '도가니', '말아톤', '7번방의 선물', '오아시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1리터의 눈물' 등이 떠오르네요.

 그리고 황금가지 네이버 포스트에서 '데프 보이스'를 포함하여, '침묵의 세계에 사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한 책과 영화들 4'를 소개하고 있네요.


'침묵의 세계에 사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한 책과 영화들 4'





출판사로부터 받은 책으로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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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가족놀이 스토리콜렉터 6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로드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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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결혼했어요'라는 TV 예능 프로그램이 있어요. 남녀가 만나, 가상부부가 되어 생활하는 거예요. 가상부부의 알콩달콩한 사랑에 웃기도 하구요. '칼로 물 베기'하는 가상부부의 싸움과 화해에 흐뭇하기도 하구요. 그런데, 결국 가상이더라구요. 그리고, '가상가족놀이'라는 소설을 만났어요.


 한 남자, 도코로다 료스케가 공사 현장에서 발견돼요. 잔인함을 담은 변사체로요. 그런데, 사흘 전에 일어난 21세 여대생 이마이 나오코 살인사건과 이어져 있다는 걸 경찰이 알아내요. 수사를 하면서 'A코'로 불리는 여성이 강력한 용의자로 지목되는데요. 그녀는 이마이 나오코의 연적이었던 거예요. 이마이 나오코의 남자 친구가 'A코'의 전 남자 친구이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도코로다 료스케가 인터넷에서 '아버지'라는 별명으로 '가상가족놀이'를 했다는 걸 경찰이 밝혀내구요. 인터넷에서 모여 아버지, 어머니, 딸, 아들로 놀이를 했던 거예요. 게다가 '가상가족놀이'에서 딸의 별명은 '가즈미'로 도코로다 료스케의 친딸 이름과 같구요. 결국 경찰은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계획을 세우게 돼요. 도코로다 료스케의 친딸인 가즈미가 취조실의 거울 너머로 '가상가족놀이'를 했다고 하는 사람들을 보게 되는 거예요.


 '이 책에는 몇 명의 형사가 등장하는데, 주요한 두 사람인 다케가미 형사와 치카코 형사는 각각 졸작인 『모방범』과 『크로스파이어』에서 처음 선을 보인 인물입니다. 전자와 후자는 상당히 세계 설정이 다른 작품이라 이번에 이 두 사람의 ‘공동 출연’은 사실 작가로서 약간의 저항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형사임과 동시에 짧은 시간이나마 취조실 안에서 아버지, 어머니의 역할도 완수할 필요가 있는 이번 캐릭터에 역시 이 두 사람이 적임이라고 마음을 고쳐먹고 나란히 다시 등판시켰습니다.' _작가 후기 중에서


 그렇게 가상가족이라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케가미 형사, 취조실 거울 너머의 가즈미에게는 치카코 형사가 있어요. 가상가족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마음, 친딸 가즈미의 마음을 자세히 그리고 있지요. 날카로운 직관력과 따뜻한 다정함으로 감정의 흐름을 잘 보여주고 있어요. 그들의 이야기가 정말 잘 스며들어요.


 이 책, '가상가족놀이'는요. 『R.P.G.』(2011년)의 개정판이에요. R.P.G(Role Playing Game)는요. 사용자가 게임 속 인물들을 연기하며 즐기는 역할수행게임이지요. 비디오 게임 마니아로 알려진 미야베 미유키(미미) 여사님이기에, 이 소설 속 인물들의 역할연기가 더 빛났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책이 일본에서의 출간된 때가 2001년이에요. 컴퓨터로 하는 인터넷 채팅은 아무래도 지금은 구식이에요. 휴대폰으로 하는 인터넷 채팅에 익숙해져 있지요.


 '가즈미​는 말했다. 인터넷 속의 가족놀이는 즐거웠다고. 그곳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있었다고. 소중했다고. 어머니도 말했다. 그곳에는 고독한 인생을 위로해주는 상대가 있었다고. 미노루가 삐딱하게 굴면서도 가상가족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던 것도 '말이 통하는 아버지도 좀 있었으면 했다'라는 소소한 꿈을 그곳에서라면 불완전한 형태로나마 이룰 수 있었기 때문이리라.' - 277쪽.


 그래도 인터넷은 지금도 가즈미, 어머니, 미노루​가 말하는 그런 공간이기도 해요. 다만, 인터넷이라는 가상 세계로 인해 현실의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어서는 안 되겠지요.

 '정의요. 누구든 이기심 때문에 남을 상처 입히면 그에 응당한 대가를 받는 거야. 그뿐이에요. 당연한 일이죠. 내가 원하는 건 그것뿐이에요.' - 275쪽.


 범인이 한 말이에요.

 아마도 나는 호주머니에서

창백하게, 부서진

나비의 잔해를 꺼내리라


사이조 야소의 시, '나비' 중에서

 범인이 쫓았던 건 범인이 내세운 정의라는 나비였지만, 마지막에는 그 정의라는 나비의 잔해만 남았지요. 허무해요. 그래서 미야베 미유키 여사님도 마지막에 위의 시를 인용했을 거예요.


 아프리카 풀라니족에 이런 속담이 있다고 해요. '혀와 이(치아)는 다른 무엇들보다도 서로 가깝다. 그러나 이는 언제고 혀에 상처를 낼 수 있다'구요. 그래요. 가장 가까운 가족이지만, 언제고 상처를 낼 수 있어요. 이 소설, '가상가족놀이'를 만나서, 가깝다고 상처를 주었던 가족에게 미안함을 갖게 됐어요. 가까울수록 더 어려운 것 같아요.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일깨워주네요.

 

 이 소설! '가상가족놀이'는요. 정말 미야베 미유키 여사님다운 소설이에요. 인터넷의 가상가족놀이로 상처 받은 사람의 얼굴을 따뜻하고 섬세하고 그리고 있어요. 그 그림을 오랫동안 눈에 담았네요. 날카로움과 따뜻함을 가진 그 그림! 눈에 담긴 그 그림 안에 가족의 얼굴이 겹쳐지네요.  





 덧붙이는 말.

 

 (사진 출처: 북로드 네이버 포스트)


'가상가족놀이' 띠지 날개 퀴즈 이벤트를 하고 있네요. 참여해보세요.





스토리콜렉터스 2017로서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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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의 여자들 1 - 4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4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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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영화 '벤허(1959)'를 봤었어요. 마지막 전차 경기 장면! 정말 압권이었지요. 로마의 첫인상이었어요. 고대 로마의 얼굴은 이 영화를 배경으로 상상하고는 했었어요. 그리고 여기, 새로운 로마 이야기가 있어요. '마스터스 오브 로마'의 이야기들이지요. 7부작인 이 이야기들. 저는 이 이야기들을 들으며 또 로마를 상상하네요. 추억의 '벤허(1959)'처럼 벅찬 감정으로요. 그리고 어느덧 4부 1권을 가제본으로 만나네요. 4부의 제목은 '카이사르의 여자들'이에요. 1권은 기원전 68년 6월부터 기원전 63년 7월까지의 이야기지요.

 

 '여자들이란! 그의 삶에는 왜 이리도 많은 여자들이 존재하는 것이고, 어째서 앞으로 더 많은 여자들의 등장이 예상된단 말인가? 그들로 인해 야기될 온갖 문제들은 또 어떻고?' - 가제본 102쪽.

 

 카이사르의 딸 율리아! 그 율리아에게 약혼 사실을 알리려는 카이사르예요. 카이사르는 어머니인 아우렐리아에게 부탁했지만, 가장인 그가 말해야 해요. 브루투스와 약혼하는 율리아!

 

 '브루투스를 사랑할 수 있겠냐고 물을 생각은 없었다. 사랑은 카이사르가 즐기는 감정이 아니었고, 킨닐라와 이 섬세한 요정에게 느끼는 사랑조차도 기꺼이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는 자신을 약하게 만드는 사랑이란 감정을 증오했다.' - 가제본 106쪽.

 

 카이사르가 사랑한 아내 킨닐라, 그리고 딸 율리아! 그러나 킨닐라가 하늘로 떠난 후에는 세르빌리아 등 여러 여인과 연애를 하지요. 폼페이아와 재혼을 하기도 하고요. 또 율리아는 정략 결혼을 해요.

 

 

작가 미상, <기녀와 선비>

19세기, 종이에 담채, 19.5x33, 개인 소장.

 

 카이사르는 풍류남아예요. 여인들과 눈빛을 주고받고, 말을 주고받고, 정을 주고받았어요. 그에게는 여러 여인들이 있었지요. 어머니 아우렐리아, 딸 율리아. 그리고 연인들. 다정하기도 했지만, 매정하기도 했지요. 그는 야망을 위해서 그랬겠지요. 그리고 그 야망은 가까이 다가오네요. 야망을 가진 풍류남아였던 거예요. 그래도 그의 수작(酬酌)은 흥겨웠어요. 술잔을 서로 주고받는 수작! 그 술자리의 어울림에 신이 났네요. 그 술자리에서 연인들을 바라보는 풍류남아 카이사르의 눈빛은요. 기녀를 바라보는 저 선비의 눈빛과 많이 닮았을 것 같네요. 바람이 불어와 옷이 펄럭이는 순간! 마주치는 눈빛! 주현미 '짝사랑'의 노랫말이 들려오네요. '마주치는 눈빛이 무엇을 말하는지 난 아직 몰라. 난 정말 몰라. 가슴만 두근두근. 아, 사랑인가봐.' 그 눈빛은 사랑이겠지요.

 '마스터스 오브 로마'의 이야기들은 정말 매혹적이에요. 4부 1권인 이 책도 그래요. 풍류남아인 카이사르의 수작을 아주 흥겹게 그렸어요. 흥겨운 가락이 가슴을 뛰게 하네요.    






카이사르의 여자들 독자원정단으로서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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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는재로 2016-12-10 11: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카이사르의호색과허당한금전감각을엿볼잏는한편 로마의퇴패적인문화 클레오파트라는 언제나올지 기대되는데요 역사지만그냥 바람둥이카이사르와비정한권력자카이사르의두가지모습을볼수있는 장면이죠

사과나비🍎 2016-12-12 18:37   좋아요 0 | URL
아, 재는재로님~ 답글이 늦엇네요.. 죄송해요~ 예~ 재는재로님 말씀이 맞아요~ 저도 클레오파트라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어요~ 아무튼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