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온도 - 착한 스프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하명희 지음 / 북로드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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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는점


 사촌 여동생의 결혼식이 지나고 며칠 뒤였어요. 어느 책을 눈에 담았지요. 사랑 이야기였어요. 행복해하던 사촌 여동생의 얼굴과 겹쳐졌네요. 그리고 들렸던 친척분들의 말씀. '너는 언제 결혼하니?' 그 말씀에, 또 사랑하고 싶어졌어요. 눈을 잠시, 살며시 감았어요. 옛사랑이 떠올랐어요. 너무나 짧았지만, 너무나 깊었던 그 옛사랑이요.


'사랑해요.'


 눈으로 만난 글이었어요. 힘찬 고백이었어요. 제 마음은 커서(cursor)처럼 의심과 믿음이 점멸(點滅)했지요. 어느 인터넷 카페 채팅창이었거든요. 먼 거리, 큰 나이 차. 어려운 사랑이었어요. 사랑이 녹았지만, 최적 온도는 아니었지요. 그래도 주는 사랑을 믿기로 했고, 그 사랑이 제 품에 안겼어요. 저도 사랑을 주었고요.


'미안해요.'


 결국 몇 달 후, 사랑이 얼었거나 끓었나 봐요. 사랑의 연결 고리가 너무 약했던 듯해요. 너무도 쉽게 끝이 다가왔어요. 그대가 먼저 주었고, 또 먼저 그대가 떠나간 사랑. 슬펐고, 아팠어요.


 녹는점


 이제 감았던 눈을 살짝 뜨고 이야기 안으로 들어갔어요. '사랑의 온도'는 네 명의 이야기였어요. 현수, 홍아, 정선, 정우의 이야기. 현수와 홍아는 친구 중의 친구예요. 홍아가 PC통신 요리 동호회에 현수를 끌어당겼어요. 그곳에서 정선을 만났지요. 홍아의 대화명은 '우체통', 현수는 '제인', 정선은 '착한 스프'지요. 홍아는 부잣집 딸, 현수는 작가 지망생, 정선은 프랑스 요리를 배운 요리사예요. 정우는 현수의 대학 선배인데요. 문화계 투자에 관심이 많아요. 정우는 현수에게 사랑의 문을 열게 되고요. 정선도 현수에게 사랑의 마음이 스며들어요.    


 '우린 항상 내가 너보다 빠르거나 네가 나보다 빨라.

 처음 봤을 때부터, 너를 알기 전부터 너를 사랑했다.

 너의 손짓 하나에 가슴이 떨렸고 한마디 말에 마음이 부서졌어.

 부서진 마음을 안고 너에게 달려가고 싶었지만, 운명은 내 편이 아니었어.

 (중략)

 현수야! 그럼, 우리 사랑하자.

 모든 걸 잊으려면,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길밖에 없다.

 사랑한다.' -253쪽.


 '신호음이 들린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착한 스프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혹시나 누군가 전화를 받을까 봐 수화기를 내렸다. 그는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은 것이다.' -253~254쪽.


 끓는점


 '이 작품에 등장하는 네 사람은 서로의 세계관에 부딪히며 오해하고, 자신의 세계관에 상대를 편입하려 든다. 그 과정에서 균형 감각은 깨지고, 결국 그들은 홀로 남는다. 그리고 혼자가 되었을 때 그들은 비로소 상대를 사랑하고 이해하게 된다. 그러므로 인터넷 시대에 관계의 키워드는 고독이다. 피상성에는 고독이 따르기 때문이다.


 '피상적인 소통'으로 인한 관계의 허약함이 이 시대 우리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당신은 사랑을 하며 고독을 견딜 수 있습니까?"' -'저자의 말' 중에서(7쪽). 


 사랑을 하며 고독을 견딘다라는 말. 역설(逆說)1이에요. 그 역설 안에 참뜻이 있네요. 인터넷에서 숨겨진 이름으로 관계를 맺는 이 시대. 일회용품이 널리 쓰이는 이 시대. 사람과의 관계도 가볍고, 일회용으로 다가오기도 하잖아요. 사랑도 그렇고요. 피상적이에요. 그런 사랑 안에 고독이 녹아들고요. 그런데 그 고독을 견딜 수 있다면,  참된 사랑을 하게 되고요. 그렇게 사랑의 온도는 최적이 되지요.


 동심초 


 설도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

 만날 날은 아득타, 기약이 없네

 무어라, 맘과 맘은 맺지 못하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랴는고


 春望詞 薛濤(唐)

 

 風花日將老, 佳期猶渺渺. 不結同心人, 空結同心草.


 '동심초'라는 가곡의 노랫말은 김억이 설도의 춘망사 제3수를 우리말로 옮긴 거예요. 저도 아직 맘과 맘을 맺지 못하고 있네요. 제 옛사랑은 고독을 견디지 못해서, 얼었거나 끓었지요. 사랑의 온도가 어는점이나 끓는점을 지난 거였어요. 이제 녹는점을 지난 사랑을 하고 싶네요. 사랑의 최적 온도로 이르고 싶고요. 마침내 제 온몸에 빛나는 사랑이 흘러서 맘과 맘을 맺고 싶어요.


 '"하나의 문이 닫히면, 다른 하나의 문이 열려. 닫히는 문만 바라보고 서 있으면, 열리는 문을 보지 못해."' -77쪽.


 제 옛사랑이 불현듯 다시 다가오게 한 '사랑의 온도'라는 이야기. 사랑의 온도가 서로 달라서, 어긋난 그 옛사랑. 사랑을 하며 고독을 견디지 못했던 옛 연인. 이제는 그 옛사랑의 닫힌 문에서 눈길을 돌려, 열리는 문을 바라보게 하네요. 이 이야기가 함께 느낄 수 있고, 감각 있는 말로 이루어져 있기에, 자연스레 열리는 문이 그려져요. 여러분들도 이 이야기와 함께 열리는 문을 그려보세요.





 덧붙이는 말.


 '사랑의 온도'는 2017년 9월 18일부터 SBS에서 방송하고 있는 같은 이름을 가진 월화 드라마의 원작 소설이에요.

 이 소설의 작가인 하명희는 드라마 작가라고 하네요.

 소설 '사랑의 온도'는 소설 '착한 스프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의 개정판이에요.

  


 

  1. <논리> 일반적으로는 모순을 야기하지 아니하나 특정한 경우에 논리적 모순을 일으키는 논증. 모순을 일으키기는 하지만 그 속에 중요한 진리가 함축되어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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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먹는 나무
프랜시스 하딩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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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진 출처: 알에이치코리아)

 

 책의 이름을 소곤거렸어요. '거짓말을 먹는 나무'라고요. 그랬더니, 세 개의 이름이 저를 스쳤어요. 우선, 피노키오였지요. 거짓말을 하면, 코가 자라는 피노키오. 그리고 거짓의 반대 진실. 그 진실의 거울이 생각났어요.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라는 말을 자주 듣는 거울.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에서 왕비가 갖고 있는 거울이지요. 마지막으로 나무 숭배였어요. 특별한 힘을 가진 나무. 그런 나무를 숭배하는 사람들. 이 세 개의 이름이 저에게 먼저 다가왔지요. 그 세 이름도 소곤거리며, 책과 대화를 시작했어요.


 '그 나무는 덩굴식물처럼 생겼지만, 아주 놀라운 특성을 지닌 감귤류 같은 열매가 맺힌다고 했다. 그 나무는 어두운 곳이나 빛을 가린 곳에서 잘 자라며, 거짓말을 먹일 때만 꽃이 피거나 열매가 맺힌다고 했다.
 나는 그 이야기를 순전히 허구라고 생각하고 묵살했지만 헥터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서 놀랐다. 내가 어떻게 식물에게 거짓말을 ‘먹일 수’ 있냐고 묻자 그는 나무에 대고 거짓말을 속삭이고 나서 그 거짓말을 널리 퍼뜨리면 된다고 했다. 그 거짓말의 중요성이 클수록, 그 거짓말을 믿는 사람들이 더 많을수록, 큰 열매가 맺힌다고 했다.
 그 열매를 먹는 사람은 가장 비밀스러운 지식, 그 사람이 가장 알고 싶어 하는 지식을 알게 된다고 했다.' -223~224쪽.


 19세기 영국의 빅토리아 시대. 페이스 선더리라는 14세 소녀가 있어요. 아버지를 존경해요. 소녀의 아버지, 에라스무스 선더리과학자이자 목사지요. 다윈의 '종의 기원'이 세상에 나와 혼란스러운 때, 네피림(구약성서에 등장하는 거인 종족) 화석을 보이며 이름을 널리 알려요. 그렇지만, 조작으로 밝혀지고, 가족들과 도피하지요. 베일이라는 섬으로요. 그곳에서 냉대를 받아요. 그런데, 에라스무스 선더리가 죽음을 맞이해요. 이해할 수 없는 죽음을요. 자살이라고 하지만, 페이스는 아니라고 생각하지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려는 페이스. 아버지의 유품을 살펴보다가 어느 기록을 찾아요. 그것은 거짓말 나무에 대한 기록이에요. 그리고 14세 소녀, 페이스는 거짓말 나무를 만나지요.  


 '"잘 들어, 페이스. 여자는 남자처럼 용감하거나, 똑똑하거나, 숙련된 기술을 가질 수 없어. 그러니 착하지 않으면 아무 짝에도 쓸모없단 말이다. 내 말 이해하겠니?"' -145쪽.


'"여긴 전쟁터야, 페이스! 남자들만 전쟁에 나가는 것이 아니라 여자도 마찬가지야. 세상은 우리에게 무기도 주지 않고 싸우는 모습을 보여서도 안 된다고 하지. 하지만 우리는 싸우지 않으면 이대로 죽게 될 거야."'-434쪽.


 당시는 종교의 시대였고, 남성의 시대였어요. 물론, 과학과 여성이 서서히 눈을 뜨는 시대였고요. 네피림 화석이라는 거짓말로 종교의 진실을 알고 싶었던 과학자이자 목사가 있었지요. 종교의 시대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에라스무스였지요. 그리고 소녀의 아버지, 에라스무스는 그 시대 남성의 말을 소녀에게 고요. 소녀의 어머니, 머틀은 다가올 시대 여성의 말을 소녀에게 요. 시대를 뛰어넘어 말하지요. 그리고 소녀, 페이스는 말하고, 들으며, 자라고요. 한 여성으로 훌륭히 자라게 되지요.  


 '거짓말 나무'와 대화를 마치며, 다시 세 개의 이름을 소곤거려요. 피노키오, 진실의 거울, 나무 숭배. 거짓말을 하면 코가 자라는 피노키오. 이렇게 거짓말은 놀라게 하지요. 결국에는 용감함과 진실함을 나타내고 소년이 돼요. '거짓말을 먹는 나무'에서 페이스도 거짓말로 혼란을 일으키지만, 용감함과 진실함을 나타내고 훌륭한 여성이 되지요.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에서 진실의 거울. 진실을 말해서 왕비의 질투를 받게 되고, 어려움에 처하지요. 때로는 진실이 아픔이 되기도 해요. 진실은 다루기 어려운 거예요. '거짓말을 먹는 나무'의 페이스도 진실이 아픔이 되기 하지요. 역시, 거짓말로 받은 진실은 더 다루기 어려워요. 그리고 나무 숭배. 우리에게도 단군 신화의 신단수가 있지요. 하늘과 땅을 잇는 나무. 하늘의 뜻을 이어주는 나무지요. '거짓말을 먹는 나무'도 진실을 알려주는 나무예요. 비록 거짓말을 먹어야 하지만요. 이 세 이름. 피노키오, 진실의 거울, 나무 숭배가 '거짓말을 먹는 나무'에 담겨 있어요. 하나를 위해서지요. 바로, 여성이에요.


"수많은 젊은 여성들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안겨줄 희대의 걸작!" -코스타상 심사평


 역사, 미스터리, 판타지. 이 '거짓말을 먹는 나무'가 가진 또 다른 세 이름이에요. 그 이름들 역시 하나의 이름으로 모아져요. 그 이름은 여성이지요. 여성을 위한 이 소설. 여러 상을 받았다고 해요. 가장 큰 상은 '코스타상'이라고 하고요. 정말 이런 큰 상을 받을 만큼 좋아요. 부정적인 시대에 긍정적인 힘을 줄 여성 이야기! 정말 걸작이에요. 수많은 찬사를 받을 자격이 있지요. 글체, 글의 흐름, 글의 뜻. 모두 좋아요. 이제, '거짓말을 먹는 나무'를 기억하며, 또 소곤거리려고 해요. 하나의 이름을요. '여성'이라는 이름을 작지만, 힘차게 소곤거려요. 그렇게 오래 기억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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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리 홈즈와 핏빛 우울 LL 시리즈
다카도노 마도카 지음, 김아영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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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삼국지연의'의 인물들을 여성화1한 그림을 본 적이 있어요. '진삼국무쌍 4'라는 게임의 인물 일러스트를 여성으로 바꾸어 그린 그림이었어요. '十月天宮'이라는 별명을 사용하는 중국 동인 작가(同人作家)의 작품이라고 하더라고요. 원작 일러스트의 분위기를 이어서 잘 그렸다고 느겼지요. 또 그런 작품으로 평가가 좋지는 못하지만, 연희무쌍2이라는 성인 게임, 일기당천3이라는 성인 만화도 있다고 해요. 이렇게 '삼국지연의' 인물들의 여성화! 처음에 봤을 때, 정말 놀라움에 이은 호기심이 저를 강하게 이끌었지요. 학창 시절, '삼국지연의'를 즐겨 읽었던 저. 제가 상상했던 인물들과 그 다름에 호기심을 느꼈었던 거예요.

 그런데, '셜록 홈즈'를 여성화한 이야기가 있네요. 셜로키언인 저이지만, 여성화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놀라움에 이은 호기심이 저를 지배하기 시작했더랬지요. '삼국지연의' 인물들의 여성화 그림을 처음으로 봤던 것처럼요. 그리고 그 책을 손에 들었어요. 책의 이름은 '셜리 홈즈와 핏빛 우울'이에요.

 

 '"셜리, 살해 방법이 뭔데!?"

 나와 레스트레이드가 거의 동시에 외쳤다. 그녀는 돌아보지도 않고 등을 돌린 채 말했다.

 "우울한 '그날'!"' -92쪽.

 

 셜록 홈즈도, 존 왓슨도 여자! 그래서 이름이 셜리 홈즈, 조 왓슨이에요. 게다가 허드슨 부인은 인공 지능(AI)이고요. 때는 2012년이에요. 장소는 영국 런던! 올림픽이 한창이었지요. 아프가니스탄에서 돌아온 군의관 조 왓슨은 셜리 홈즈를 만나 함께 살게 돼요. 베이커 가 221B번지에서요. 셜리 홈즈는 인공 심장을 단 승마 선수이자, 고문탐정이지요. 레스트레이드는 이 작품에서 유부녀로 나오네요. 모리어티는 여자로서 버지니아 모리어티. '거미 여왕'으로 불리고요. 셜리 홈즈의 언니는 정부 관료로 권력과 돈이 있지요. 동성애자로 나오네요. 이제, 언니와 레스트레이드 덕분에 언제나 사건이 다가오는 셜리 홈즈에게 조 왓슨이 함께 하네요. 살인 현장에 함께 가게 돼요. 네 명의 여성 살인.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사망이고요. 사건의 단서는 탐폰(Tampon, 원통형으로 되어 있어 질에 삽입하는 생리대)이에요. 단서도 지극히 여성적이네요.

 

 셜록 홈즈가 현대의 런던을 배경으로 하는 BBC의 드라마 '셜록', 여성 왓슨이 나오는 CBS의 드라마 '엘리멘트리'를 이은 작품! '셜리 홈즈와 핏빛 우울'이에요. 두 작품이 담겨 있는데요. 책의 이름과 같은 '셜리 홈즈와 핏빛 우울'과 '셜리 홈즈와 디오게네스 클럽'이에요. '셜리 홈즈와 핏빛 우울'이 대부분이지요. '셜록 홈즈'의 패스티시(pastiche) 작품으로 각각 '주홍색 연구(A Study in Scarlet)'와 '그리스어 통역관(그리스인 통역사, The Adventure of the Greek Interpreter)'을 패스티시했어요. 특히, 여성화에 그 의미가 있네요. 그런데, 작고 얇은 책만큼이나 가벼운 이야기예요. 10대 소녀들의 수다 같은 이야기예요. 그리고 이야기의 흐름이 약간 거칠어요. 망치 자국이 남은 석조 작품 같아요. 읽다가 억지로 멈추게 되지요. 추리 과정, 범인의 검거 과정이 다소 불친절하고요. 그래도 여성화에 따른 호기심이 이끄는 대로 심심풀이로 읽기에 알맞아요.

 이 책! 라이트(Light)와 리터러처(Literature)의 머리글자를 딴 황금가지의 LL 시리즈인데요. 가볍고 신선하면서도 재미와 깊이를 놓치지 않는 작품들을 소개한다고 해요. 그런데, 이 '셜리 홈즈와 핏빛 우울'은 가볍고 신선함에 더 무게가 기울은 작품이네요. 그래서 셜로키언이고, 심심하신 분들! 이 책이 가볍고, 거칠지만요. 인물 여성화의 호기심으로 잠시 따분함을 잊을 수 있을 거예요. 읽으셔도 돼요.  

 

  

   


 

  1. https://namu.wiki/w/%EC%97%AC%EC%84%B1%ED%99%94
  2. https://namu.wiki/w/%EC%97%B0%ED%9D%AC%EB%AC%B4%EC%8C%8D
  3. https://namu.wiki/w/%EC%9D%BC%EA%B8%B0%EB%8B%B9%EC%B2%9C(%EB%A7%8C%ED%9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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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허 아이즈
사라 핀보로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그때


  제가 대학교에 다닐 때였어요. 후배가 있었지요. 이성이었어요. 착하고, 대화가 즐거운 길벗이었지요. 마침 가는 길도 비슷해서 하굣길에 자주 함께 다녔어요. 같이 듣는 수업이 여럿이어서 끝나면 함께 하교하고는 했지요. 걸으면서, 또 전철에서 함께 대화를 나눴어요. 그런데, 그 후배에게는 연인이 있었어요. 그래서 저도 어느 정도 선은 지켰지요. 어느 날 전철역 앞에서 그 후배가 눈물을 글썽이고 있더라고요. 애인과 함께 있었는데요. 아마 다툰 것 같았어요. 그 후배의 애인은 저도 아는 후배였어요. 연인끼리 같은 학번인데, 나이가 달랐지요. 선배인 저보다 나이가 많았어요. 같이 듣는 수업도 거의 없었고요. 그래도 안면은 있었지요. 그 후배가 부탁을 하더라고요. 함께 하교하면서 달래 주라고요. 그래서 열심히 달래 주었지요. 그런 후, 아쉽게도 그 연인 관계는 회복이 안 됐던 것 같았어요. 점점 멀어지던 그 연인 관계에서 화살은 저에게 날아왔지요. 제가 그 후배와 가까이 지냈기 때문에 연인 관계가 멀어졌다고 생각한 듯해요. 그래서 그 애인이었던 후배가 소문을 낸 듯하고요. 저는 처음엔 당황했지만, 제가 친하게 지낸 건 사실이기에 참았지요. 그런데 주위의 비난이 계속되기에 뒤에서 그러지 말고 저에게 와서 말하라고 했지요. 그 뒤로 잠잠했어요. 저도 길벗이었던 그 후배와 거리를 두게 됐고요. 그래도 그 후배는 새로운 연인이 생겨서 이 일은 마무리가 됐지요. 그때 깨달았어요. 사람 관계, 특히 연인 관계에 다른 사람이 잘못 이어지면 좋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요.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어, 루이즈. 모두가 비밀을 가질 자격이 있어야 하고. 사람에 대해서 모든 걸 다 알 수는 없어. 그러려고 하면 미쳐 버릴걸."' -25쪽.


 소설 '비하인드 허 아이즈'를 만났어요. 예전 후배와의 이야기가 생각났어요. 사람 관계의 긴장감이 느껴졌지요. 소설의 이야기는 이래요. 이혼 후 혼자 여섯 살 아들 애덤을 키우는 루이즈. 병원에서 일하지요. 시간제 비서로요. 그 루이즈가 술집에서 끌리는 남자를 만나요. 남자도 루이즈에게 끌리는 것 같았고요. 그는 데이비드. 그런데, 그 남자는 루이즈의 새 직장 상사예요. 정신과 의사이지요. 게다가 유부남인 거예요. 데이비드의 아내는 아델인데요. 루이즈와 우연히 만났어요. 아름답고, 우아하고, 기품 있는 아델. 루이즈와 친구가 되지요. 부부의 한 사람에게는 사랑을, 한 사람에게는 우정을 느끼게 된 루이즈. 그런데. 이 부부. 뭔가 이상해요. 비밀이 둘러싼 부부. 과연 무슨 비밀일까요?

 현재  


'"비밀은 셋 중 둘이 죽었을 때에만 지킬 수 있다."' -벤자민 프랭클린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 사람을 놓아주어야 한다고? 말도 안 되는 헛소리지. -522쪽.


 비밀과 함께 자각몽, 유체 이탈 등의 이야기도 함께 녹아 있는 이 소설. 긴장감이 끝까지 이어지지요. 게다가 반전! 사실, 반전이 있는 소설은 반전이 있다는 걸 모른 채 읽어야 제맛을 느낄 수 있거든요. 반전이 있다고 생각하면, 그 반전에만 집중하게 될 수 있어요. 그래서 자칫, 다른 것들을 놓칠 수 있어요. 다행히 제가 잡은 이 소설의 내면은요. 우선, 좋은 짜임새예요. 그때, 그 후, 현재로 나누어진 그 짜임새. 그 짜임새가 씨줄과 날줄처럼 교차하고 있고요. 또, 섬세하게 그려진 감정의 선이에요. 루이즈의 눈길, 아델의 눈길로 그려진 감정이 읽는 이에게 잘 이어져요. 이런 두 밧줄로 이 소설이 사람 관계의 깊은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반전까지 달려갈 수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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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7-09-03 12: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최근에 본 영화 <너의 이름은> 남주가 알바이트하는 직장에서 만난 선배를 좋아하면서 말하지 못하다가 데이트 기회가 생기지만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고서 그 선배는 남주한테 여친이 생겼다라고 직감을 말하는 장면이 생각납니다. 글을 읽으면서 비슷한 느낌이 들었고, 대부분이 자신과 관련된 일이 원하는대로 되지 않는 원인을 자신이 아닌 타인한테 전가하면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사과나비🍎 2017-09-03 15:16   좋아요 0 | URL
아, 五車書님~ 휴일 잘 보내시고 계신지요?...^^* 댓글 감사합니다~^^* 아, 저도 ‘너의 이름은‘ 봤어요~^^* 저도 그 장면 생각나네요~^^* 예~ 아무래도 제 후배 연인들은 이미 사이가 많이 흔들리고 있었나 봐요... 그때는 마음이 많이 좋지 않았는데요~ 지금은 지난 일이니까요~^^* 아무튼 좋은 말씀 감사드려요~^^*
 
XO 모중석 스릴러 클럽 43
제프리 디버 지음, 이나경 옮김 / 비채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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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폰 7 플러스'에 인물사진 모드가 있다고 해요. '피사체가 아닌 주변의 모든 사물과 배경을 아웃포커스(촬영대상 이외의 대상이 흐려 보이는 촬영기법) 시킬 수 있는 기능'이라고 해요. 이 기능을 부각시킨 광고! 상하이 한복판에서 연인이 서로 바라보고 있어요. 남자가 여자에게 '아이폰 7 플러스' 인물사진 모드를 실행하는 순간! 인파가 사라지지요. 아무도 없는 도심에서 둘만의 낭만적인 시간을 즐기지요. 마지막에 다시 현실의 인파 속으로 돌아오는데요. 그때, 뜨는 글! '주관적 연애 시점'이라는 글! 정말 설레는 광고예요. 그런데요. 그 주관적 시점이 연애가 아니라 과잉 접근 행위가 된다면, 끔찍하네요.


 '지금 침대에 누워서 네 노래를 듣고 있어. 말 그대로 나는 당신의 그림자가 된 것 같아…… 그리고 넌 내 것이고. (…) 

 다시 한 번 부탁할게. 머리카락을 좀 보내준다면 참 고맙겠어. 십 년 사 개월 동안 자르지 않은 걸로 아는데 (그래서 그렇게 아름다운 거지!!!) 혹시 빗에 붙은 머리카락이 있으면 보내줘. 베개에 붙은 거면 더 좋고. 영원히 간직할게.' -11쪽.


 애정에 집착, 그리고 더 나아가 광기가 들어가면 나타나는 형태가 여럿 있겠지요. 그 가운데 하나가 과잉 접근 행위겠고요. 그 과잉 접근 행위를 하는 자! 바로, 스토커예요. 그 스토커가 등장하는 소설. 'XO'를 만났어요. 누구에게나 있는 주관적 시점. 그런데, 그것에 과잉 접근 행위가 담겨 있다면요. 진정 두렵네요. 소설 'XO'에서는 에드윈 샤프라는 남자가 과잉 접근 행위자로 나와요.


 실력과 미모를 겸비한 음악가! 미국의 컨트리 음악가! 케일리 타운은 고향 프레즈노에서 대형 공연을 준비하는데요. 제작진 가운데 한 사람이 조명에 압사를 당하게 돼요. 이 사건이 시작이었어요. 케일리 타운의 새로운 곡 '유어 섀도'의 가사를 모방한 살인이 일어나요. 케일리 타운의 가까이에서요. 계속이요. 그래서 케일리 타운에게 과잉 접근 행위를 했던 에드윈 샤프가 강력한 용의자가 되지요. 케일리 타운의 친구이자 동작학 전문가 캐트린 댄스! 표정과 몸짓으로 상대를 읽는다고 해요. 그런 캐트린 댄스와 위선으로 둘러싸인 과잉 접근 행위자 에드윈 샤프의 대결!


 '댄스는 스스로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동작 분석이 무엇을 드러내는가? 에드윈 샤프는 사실대로 말하고 있는가?

 솔직히, 알 수 없었다. 댄스 자신이 며칠 전 브리핑에서 매디건과 다른 수사관들에게 말했듯이 스토커는 보통 정신병자이거나 경계성 장애, 또는 심한 신경증 환자이며 현실 감각에 문제가 있다. 그렇다면 그는 설령 완전히 틀린 것이라 해도 스스로 사실이라고 믿는 내용을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거짓말하고 있을 때도 사실을 말할 때와 행동에 차이가 없을 것이다.

 (…) 보디랭귀지 분석은 거짓말을 할 때 느끼는 스트레스가 행동을 변화시키는 때에만 효과가 있다.' -327쪽.


 '"이 사건은 내내 그런 식이에요. 그가 범인이었다가, 아니었다가, 범인이었다가, 아니었다가."' -369쪽.


 '위선은 벗겨지지 않는 가면을 쓰고 있다'고 해요. 위선으로 가득 찬 에드윈 샤프도 벗겨지지 않는 가면을 쓰고 있었어요. 벗겨지지 않는다면, 부숴야겠지요? 과연 그 가면을 캐트린 댄스는 어떻게 부술까요?


 제프리 디버! 역시 '반전의 마법사'예요. 그 마법으로 황홀했어요. 또, 그 '끝없는 반전, 끝없는 놀라움!(인디펜던트(영국))'의 평처럼 저도 끝없이 놀랐어요. 아마 반전이 더욱 빛날 수 있었던 건 높은 현실감1, 그리고 이야기의 매끄러운 흐름, 멈출 수 없는 몰입감 때문이었을 거예요. 정말 모든 것에 공을 많이 들였어요. 

 '캐트린 댄스' 이야기들의 세 번째 이야기. 'XO' 이야기. 저는 '잠자는 인형'과 '도로변 십자가'를 아직 안 만났는데요. 그 이야기들도 만나고 싶어지네요. 'XO'의 뜻처럼 그 이야기들에도 입맞춤과 포옹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더 나아가 '제프리 디버'의 다른 이야기들인 '링컨 라임' 이야기들에도 입맞춤과 포옹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그에게 주관적 애정 시점을 오랫동안 갖게 될 것 같아요.


  


 

  1. 높은 현실감의 하나로 가상 음반인 '유어 섀도'를 실제로 녹음했다고 하네요. www.jefferydeaver.com 에서 들을 수 있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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