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의 테이프 스토리콜렉터 57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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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 전, 한여름 밤에 저와 몇 사람이 한곳에 모이게 됐어요. 그리고 열대야를 잊기 위해 무서운 이야기를 하기로 했지요. 누군가 가위에 눌린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그렇게 가위에 눌린 이야기를 각자 하게 됐지요. 저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만 했어요. 저는 가위에 눌린 적이 없기에 이야기할 수가 없었거든요. 그런데요. 듣기만 해도 무섭더라고요. 그러던 가운데, 한 사람이 가위에 눌리며 귀신과 눈을 마주쳤다는 이야기까지 했지요. 그렇게 이야기가 거듭될 수록 이야기는 점점 절정에 이르게 됐어요. 그때, 몇 사람이 '끼아악' 소리를 지르며 뿔뿔이 흩어졌어요. 소름이 돋으니, 장난을 섞어 이야기를 끊었던 거였어요. 이야기가 끝나고 한동안 있다가, 하나하나 다시 모였어요. 서로 무서웠다고 몇 마디를 나눈 후, 잠자리에 들었지요.

 저에게 그때의 이야기는 듣기만 해도 무서웠어요. 아마도 그들 자신의 경험담이었고, 또 들으며 상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을 거예요. 한참을 그들의 이야기가 머릿속에 머물러서 쉽게 잠이 오지 않았었지요. 그래서 저는 무서운 이야기는 가까이 하지 않게 됐어요. 그래도 무서운 이야기가 저에게 올 때가 있어요. 이번에는 책으로 된 무서운 이야기를 또 만나게 됐네요. 추리와 어울린 무서움이에요.


 제가 만난 이야기는 여섯이에요. 책의 뒷면에서 그 여섯 이야기를 소개하네요.


 '「죽은 자의 테이프 녹취록」
 자살을 결심한 자들이 죽기 직전 녹음한 세 개의 테이프 녹취록. 거기엔 몹시 기이한 공통점이 있는데…….


 「빈집을 지키던 밤」
 고액의 빈집 지키기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마이코. 3층에서 내려다본 검은 형체는 과연 누구일까?


 「우연히 모인 네 사람」
 네가히산 산행에 가쿠 마사노부의 초대를 받은 네 사람. 초대한 자는 정작 나타나지 않고 낯선 네 사람만이 기묘한 산행을 시작하는데…….


 「시체와 잠들지 마라」
 요양병원에 들어온 노인의 시공간을 넘나드는 불가해한 이야기들. 그 비밀을 추리해가다 마주친 노인의 불가사의한 정체는?


 「기우메: 노란 우비의 여자」
 비도 오지 않는 날 노란색 우산과 우비를 입고 말없이 바라보는 여자. 그녀와 눈을 마주친 후 불길한 일들이 연이어 벌어지는데…….


 「스쳐 지나가는 것」
 매일 일정한 사람들과 마주치는 유나의 출근길. 어느 날부터 뭔가 오싹한 검은 사람의 형체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각 이야기를 간단히 잘 소개하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특히 무서움을 느낀 이야기는요. '기우메: 노란 우비의 여자'였어요.


 '새하얀 분을 바른 얼굴에, 눈 두 개만 동그랗게 벌어져 있었어. 그렇게까지 화장이 진하면 립스틱을 바른 입술 같은 것도 눈에 띌 텐데, 어찌 된 영문인지 눈만 돌출되어 있는 거야. 그 두 눈도 검은자위가 아주 커서, 거의 흰자위가 안 보이는……. 정말 섬뜩한 눈이었어. 빤히 보고 있으면 마치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나서, 오싹했어. 그 눈이 말이지, 계속 아침부터 머릿속에서 떨쳐지지 않아. 강의에 집중하려고 해도 눈앞에 그 검은 눈이 떠오르고, 눈을 감아도 마찬가지야."
"마치 요괴 같네."
나는 농담처럼 가볍게 대꾸했어요. 그리고 그 여자에게 '기우메'라는 이름을 붙였던 거예요. 정체불명의 존재가 무서운 건, 그 것에 이름이 없기 때문이란 이유도 있잖아요? 그래서 일부러 요괴 같은 호칭을 붙여서 최대한 사토루의 기분을 편안하게 해주려고 했어요.' -'기우메: 노란 우비의 여자' 중에서 (235~236쪽).


 마주친 검은 눈이 계속 아침부터 머릿속에서 떨쳐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보고요.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났어요. 가위 눌리며, 귀신과 눈이 마주쳤다는 이야기였지요. 정말 등골이 오싹했지요.


 미쓰다 신조는 추리와 공포가 어울린 이야기를 잘 써요. 현실적이면서도 상상할 수 있는 이야기로요. 이 이야기에서도 마치 진짜 편집 과정인 있는 것처럼해요. 서장, 막간(1), 막간(2), 종장에서요. 그러다 보니, 현실처럼 느껴져요. 그리고 글을 읽는다는 건, 상상하게 하지요. 자세한 이야기로 추리와 공포의 상상이 그려져요. 다시 말해, 그의 글은 추리와 공포의 어울림이 현실성과 상상의 어울림으로 이루어져요. 그런데, 이 여섯 이야기는요. 추리의 무게보다 공포의 무게가 더 무겁네요.

 이 여섯 이야기를 읽으며, 그 옛날에 들은 가위 눌린 이야기가 많이 생각났어요. 그때도 그들의 경험담이라고 하니, 현실성이 느껴졌었고요. 일일이 듣게 되니, 무한히 상상하게 됐지요. 또,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가 많이 생각났고요. 공포와 성(性)이 어울린 드라쿨라 이야기. 일기, 편지, 신문 기사 등으로 되어 있어 그 현실성이 가득했지요. 그리고 자세히 그려낸 이야기로 상상의 날개가 펼쳐지고요. 그 모든 이야기의 끝에는 등골의 오싹함이 있었지요.


 '나머지는 이 책이 무사히 간행되고, 독자 여러분이 물에 관한 오싹한 나쁜 현상을 겪지 않기를, 이라고 멀리서나마 기도할 뿐입니다.' -'종장' 중에서 (315쪽).


  '저는 늦은 밤에 미쓰다 신조의 책은 번역하지 않기로 하고 있습니다.'라고 역자 후기에서 말하는 역자. 사실, 저도 늦은 밤에 읽으니 오싹하네요. 다행히 나쁜 현상을 겪지는 않았지만요. 그동안 되도록이면, 무서운 이야기는 가까이 하지 않았으면서 너무 방심했지요. 저도 늦은 밤에 미쓰다 신조의 책은 읽지 않기로 해야겠습니다. 그리고 독자 여러분이 물에 관한 오싹한 나쁜 현상을 겪지 않기를, 이라고 저도 멀리서나마 기도해야겠어요.


 이 책, '괴담의 테이프'는요. 역시 미쓰다 신조의 책임을 증명하네요. 추리와 공포가 아주 잘 어울려 있어요. 물론 이 책은 추리가 공포를 거들고 있지만요. 잘 곁들여 있어요. 그건, 현실성과 상상의 힘이겠지요. 매우 현실감 있고, 또 세세한 글로 상상의 세계로 인도하네요. 아쉽게도 제가 공포 이야기의 면역이 안 되어 있기에, 살짝 힘들었지만요. 공포 이야기에 저항이 없는 분들은 매우 만족하실 이야기예요.    







스토리콜렉터스 2017로서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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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8-26 14: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는 친구들 여러 명 모이면 한번은 꼭 무서운 이야기가 수다 거리로 나왔었죠. 요즘 뉴스에서 무서운 일들이 많이 일어나서 그런지 무서운 이야기로 수다 떠는 일이 드물어요. ^^

사과나비🍎 2017-08-26 16:37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랬었죠~^^; 예~ 요즘에는 저도 그렇네요~^^; 세상에 무서운 일이 많이 없어져야 할 텐데요~^^; 아무튼! 댓글 감사합니다~^^* cyrus님~ 좋은 주말 보내시기 바랄게요~^^*
 
왕좌의 게임 1 얼음과 불의 노래 1
조지 R. R. 마틴 지음, 이수현 옮김 / 은행나무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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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2011~)'이 있어요. 원작 소설이 조지 R. R. 마틴의 '얼음과 불의 노래' 이야기들이지요. 그 1부의 이름이 '왕좌의 게임'이에요. 그리고 그 이름이 드라마의 이름이 되었지요. 드라마와 소설 모두 아주 인기가 많아요. 저도 드라마 몇 편을 봤지요. 그리고 이제 원작 소설과도 대화를 시작했어요.

 

 '에다드 스타크는 잠시 끔찍한 예감에 사로잡혔다. (……) 그리고 겨울이 오고 있었다.' -66쪽. 

 

 '웨스테로스'라는 대륙에 '칠왕국'이라는 나라가 있어요. 타르가르옌 가문이 다스렸었는데요. 미친 왕 아에리스 2세가 왕좌에서 강제로 내려오게 되지요. 또, 죽고요. 그렇게 그에게 반기를 들었던 바라테온 가문의 로버트가 왕좌를 갖게 돼요. 15년 전의 이야기예요. 그런데, 로버트가 그와 함께 했던 스타크 가문의 에다드 스타크를 수관으로 임명해요. 수관은 칠왕국의 둘째가는 권력자예요. 한편, 타르가르옌 가문의 후손이 있어요. 남매지요. 비세리스와 대너리스예요. 멀리서 복수를 다짐하고 있어요. 또, 대륙의 북부, 장벽 너머에 좋지 않은 징조가 있고요. 그렇게 겨울이 오고 있는 거예요. 

 

 

 '인간 삶의 특징은,

인간다움이 그렇고 모든 삶이 그렇듯, '애매모호함'이다.

즉 선과 악, 진실과 거짓, 창조적 힘과 파괴적 힘이

개별적으로도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분리할 수 없이 혼재되어 있다.' 

 

 

- 폴 틸리히(1886~1965). 독일 태생의 미국 신학자, 철학자.

 

 '얼음과 불의 노래' 이야기들은요. 영국 '장미의 전쟁'을 바탕으로 한다고 해요. 그래서 '승리가 불확실'하고, '동맹이 불안정'하며, '왕의 권력마저 변덕스럽다'는 것을 보여주네요. 폴 틸리히의 말처럼 인간 삶의 특징이 '애매모호함'이잖아요. 그 애매모호함이 매우 잘 그려져 있어요. 지은이의 별명이 '몰살의 마틴 옹'임을 증명하듯 많은 인물들이 죽음을 맞이하기도 하지만요. 삶의 애매모호함 안에서 그 많은 인물들의 매력적인 개성이 빛나고 있어요. 그 빛이 스며들면, 잠시 책을 덮고 눈을 감아요. 그리고 그 인물들을 상상해요. 감격이 밀려오네요. 역시 이 책! 명작 판타지의 시작으로서 손색이 없어요. '얼음과 불의 노래' 첫 마디! 그 가락이 눈부시네요.

 

번역에 여러 말이 있어서1, 전면 개정판이 나왔나 봐요. 2016년 7월부터요. 2017년 8월 15일 현재, 2부 '왕들의 전쟁'까지 개정판이 나왔고요. 저는 이제 한 권 읽었지만, 잘 읽히네요. 그나저나 총 7부로 계획된 '얼음과 불의 노래'가요. 2017년 8월 15일 현재, 5부까지 나왔네요. 1부 1권의 원서가 1996년에 나왔더라고요. 언제 마무리가 될까요? 많은 사람들처럼 저도 마틴 옹의 무병장수를 기원해야겠어요. 무사히 이 이야기들을 이어갈 수 있도록이요.  

 

 


  1. 얼음과 불의 노래 / 오역 (https://namu.wiki/w/%EC%96%BC%EC%9D%8C%EA%B3%BC%20%EB%B6%88%EC%9D%98%20%EB%85%B8%EB%9E%98/%EC%98%A4%EC%97%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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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들이 식사할 시간
강지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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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쿤1 여름날에는 오싹한 것을 찾기도 하잖아요. '환상 특급2', '기묘한 이야기3', '전설의 고향4' 등을 아시는지요? 저는 어릴 적에 보면서, 무서울 때는 이불 안으로 들어가기도 했지요. 낮의 더위에, 열대야에 지친 우리 가족에게 서늘함을 주는 시간이었어요. '삼복지간에는 입술에 묻은 밥알도 무겁다'라는 속담도 있잖아요. 그 삼복지간에 더위를 잊게 해주는 시간이었지요. 특히 구미호5 이야기는 여름철에 단골손님으로 오는 서늘함이었고요. 그리고 강지영의 소설, '개들이 식사할 시간'도 저에게 서늘하게 다가오네요.


 '"사람 병신 되는 거 참 한순간이에요. 동네서 낡아 떨어진 자전거 한 대만 없어져도 사람들 눈이 어떤 줄 알아요? 저 새끼, 사람 죽인 놈, 전과 있는 놈, 저놈이 가져다 팔아먹었겠지. 딱 그거라니까요. 내가 지들보다 돈 잘 버는 건 안중에도 없어요. 입이 근질거릴 때마다 씹을 게 필요한데, 마침 개만도 못한 내가 한마을에 사는 거라. 얼마나 편리하겠어요. 뭐든 나한테 뒤집어씌우면 그만이잖아요.(……)"' -'개들이 식사할 시간' 중에서 (36쪽).


 '"하고많은 개들 중에 왜 이놈만 살아남았는지 알아요? 이놈은 지가 개새끼인 걸 너무 잘 알아요. 사람 새끼인 척 아양 떨면서 손바닥 핥는 다른 놈들하곤 질적으로 다르더라니까요. 곧 죽게 생긴 놈이 배고프다고 지 마누라 노릇하던 암컷도 잡아먹은 놈이에요. 개가 개같이 굴어야지 정승처럼 굴면 그것도 참 숭해요. 난 그래서 이놈이 좋아요."' -'개들이 식사할 시간' 중에서 (40쪽).


 이 소설의 첫 단편, '개들이 식사할 시간' 안으로 들어가요. 어머니의 부고로 고향에 가는 이강형. 그는 아버지 사후에 어머니의 동거인이 된 이창갑을 만나요. 아버지의 술친구였던 그. 이강형에게는 '장갑 아저씨'로 기억되지요. 아버지의 폭로. 이강형이 어린 시절에 한 도둑질과 거짓말. 그것들로 이창갑은 마을 안에서 홀로 나락에 떨어진 사람이 되지요. 이강형은 잊었다가 다시 기억하게 되고요. 그리고 지금, 이창갑의 앙갚음을 당하네요. 어린 시절의 잘못과 잊음. 그리고 앙갚음. 또, 마을 사람들의 비정함. 이 단편은 그것들을 이야기해요.


 '"어떤 해파리는 영원히 살 수 있대. 살다 싫증이 나면 우산처럼 몸을 접고 바위에 딱 달라붙어버린다지. 거기서 잠깐만 웅크리고 있으면 다시 젊어지는 기적을 일어난대.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는 나도 몰라. 세상 모든 일에 이유가 따라붙는 건 아니잖아. 중요한 건 걔들은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생체시계를 되돌릴 수 있다는 거야. 영원히 죽지 않는 해파리한테 가장 소중한 건 뭐라고 생각해? 먹이나 애인? 동료나 가족? 어쩌면 필요할 때 달라붙을 수 있는 바위가 아닐까."' -'스틸레토' 중에서 (123쪽).


 '해파리가 끝없이 재생하는 데 가장 필요한 건 바위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들의 연막 아래에서 먹이를 구하는 물고기들. 대를 이어 아주 천천히 해파리 독에 면역을 쌓아온 어떤 이들. 그들의 생존욕구가 해파리의 재생을 부추기는 것은 아닐까.' -'스틸레토' 중에서 (128쪽).


 '스틸레토'라는 단편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해요. 해파리처럼 영원을 사는 혜림. 해파리의 바위처럼 혜림의 사람은 영원을 살게 하지요. 혜림은 사람에게 기생해요. 혜림의 바위였던 나. 이제 다른 바위에 혜림을 양도해야 해요. 그런데, 혜림에게 아들 규석을 바위로 넘겨주지 않으려는 나. 그리고 혜림을 이용해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사람들. 그들의 비정한 얼굴도 그리고 있어요.


 '『개들이 식사할 시간』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강지영 작가의 이야기 골격은 그렇게 낯선 것이 아니다. 일종의 우화나 환상적 기법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현실을 조금씩 낯설게 보여주는 이러한 수법은 2000년대 이후로 다양한 작가들에 의해 활용된 것이며, 장르문학의 문법에 있어서도 그렇게 새롭지 않다. 그럼에도 일련의 소설들에서 드러나는 이야기의 힘은 그러한 수법을 비틀어 보다 강한 놀라움을 주는 방식에 있다. 이야기의 전개에 있어서 '비밀'을 깔아두고 서스펜스를 유발하는 데 충실한 것처럼 보이지만, 결말에 이르러서는 기대 이상의 전개를 통해 놀라움을 주는 것이다. 따라서 다소 비극적인 결말처럼 보임에도 불구하고 그것만으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하다. 무정한 인간에의 발견, 세상에 대한 암울한 인식을 수동적으로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끝맺음'을 넘어서는 돌발성을 통해 독자를 동요시키며 그저 결말에 찬동할 수 없게 하는 것이다.' -해설 '강지영이라는 고유명', 박인성(문학평론가) (294쪽).


 책의 끝에 실린 해설이에요. 비밀과 비정함을 끝맺음의 강한 비틀기로 우리에게 동요와 함께 가져다준다는 설명. 동의해요. 다소 섬뜩한 이야기를 담은 이 소설. '환성 특급', '기묘한 이야기', '전설의 고향' 같아요. 특히 '전설의 고향'의 구미호 이야기 같아요. 아홉 개의 꼬리를 가진 구미호. 이 소설도 아홉 개의 이야기를 갖고 있네요. 그 아홉의 나뉨이 다채로와요. 그러면서, 비밀과 비정함을 담고 있지요. 구미호 이야기에도 비밀과 비정함을 담고 있잖아요. 인간이 되려는 구미호. 그렇지만 마지막에는 비극을 맞이하지요. 또 구미호에 대한 부정적 시각에 비정함도 보이고요. 그런 구미호 이야기 같은 이 소설. 정말 서늘해요. 더위를 잊을 수 있어요. 그런데, 강한 비틀기의 끝맺음이 있는 이 서늘함은요. 저에게는 이불 속으로 들어가게 하는 서늘함이네요. 너무 서늘해요. 춥기까지 해요.






출판사로부터 받은 책으로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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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미스트
스테프니 메이어 지음, 윤정숙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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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임스 본드(James Bond)1 이야기들, 제이슨 본 (Jason Bourne)2 이야기들. 애런 크로스(Aaron Cross)3 이야기. 에단 헌트(Ethan Hunt)4 이야기들. 비밀 요원인 그들. 맡겨진 임무를 멋지게 해결하지요. 그들의 이야기에는 끝없는 궁금증, 넘치는 긴장감, 화려한 볼거리, 달콤한 사랑이 잘 녹아들어 있어요. 그렇게 이야기는 저에게 상쾌한 물감으로 다가오고요. 그리고 저도 그 물감에 녹아들지요. 여기, 제가 녹아들 상쾌한 물감이 또 있네요. '케미스트'라는 소설이에요.

 

 '그녀를 잡으러 오는 사람들은 희생자 대신 포식자를 발견하리라. 그녀의 섬세한 함정 뒤에 숨은 독거리를.' -15쪽.

 

 '알렉스는 대상을 다치게 하지 않고 정보를 빼내는 데 최고의 실력자였다.' -56쪽.

 

 이름은 줄리아나. 그렇지만, 알렉스 외 수많은 다른 이름이 있는 여성. 화학자이자, 전직 비밀 요원이지요. 그런데, 국가와 조직으로부터 버림을 받았어요. 자백제를 만들어 테러리스트를 심문하던 일을 6년이나 했었는데요. 이제는 살기 위해 떠돌지요. 3년째예요. 함정을 설치하고, 방독면을 쓰고 자는 줄리아나. 그런데요. 옛 상사인 카스턴으로부터 이메일이 와요. 대니얼이라는 남자에게서 정보를 얻으면 더 이상 쫓지 않겠다는 제안이었지요. 생화학 무기로 테러를 일으킬 사람이라는 그. 보기에 교사인 대니얼 비치. 과연 함정일까요? 아니면, 기회일까요?  

 

 '그녀는 이제 다른 자아, 그 부서에서 ‘케미스트’라 불렀던 자아를 불러냈다. 케미스트는 기계다. 냉혹하고 끈질긴 괴물이 이제 풀려났다. 바라건대 그의 괴물도 나와 주기를.' 107~108쪽.

 

 '"나는 당신에게 끌리는 것처럼 다른 누군가에게 끌린 적이 없었어요. 난 당신을 처음 만난 순간부터 끌렸어요. 이건…… 중력에 대해 읽는 것과 처음으로 낙하하는 것만큼 달라요."' -316쪽.

 

 '"아무것도 잃을 것이 없는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당신이 내 약점이 되어주어서 기뻐요. 고마워요. 당신이 있어서."' -471쪽.

 

 줄리아나는 대니얼을 잡아 심문하는데요. 결국, 서로 사랑하게 되지요. 케빈과 밸은 이야기가 더욱 풍성해지게 하고요.

 

노래


술은 입으로 들고

 사랑은 눈으로 든다;

 우리가 늙어서 죽기 전에

 알아야 할 진실은 그것뿐.

 나는 내 입으로 잔을 가져가며

 그대를 바라보고, 한숨 짓는다.


예이츠 (1865~1939)

 

 A DRINKING SONG

 

 Wine comes in at the mouth

 And love comes in at the eyes;

 That's all we shall know for truth

 Before we grow old and die.

 I lift the glass to my mouth,

 I look at you, and I sigh.


William Butler Yeats (1865~1939)


'민음사 세계시인선 11 '첫사랑', 민음사, 예이츠 지음, 정현종 옮김'에서

 ​'술은 입으로 들고, 사랑은 눈으로 든다'고 한 시가 있지요. 대니얼에게 자백제는 혈관으로 들었고, 사랑은 눈으로 들었나 봐요. 한숨 짓지 않고, 줄리아나와 예쁜 사랑을 하는 그. 그렇지만, 암살과 배신, 반전과 두뇌 싸움 안에서 살아남기 위한 줄리아나와 함께 소용돌이에 들어가게 되지요. '케미스트'에는 이렇게 사랑 안에 모험이 있어요. 달콤한 사랑 안에 끝없는 궁금증, 넘치는 긴장감, 화려한 볼거리가 녹아들어 있어요. 그래서 '케미스트'만의 색을 가진 상쾌한 물감이 되었고요. 저는 그 상쾌한 물감에 기꺼이 녹아들었네요.

 '트와일라잇'의 작가 스테프니 메이어. 역시 사랑 이야기를 섬세하게 잘 그려요. 길게 그려진 글이지만, 잘 읽혀요. 글솜씨가 있어요. 위의 책 소개 영상(book trailer)에서 액체에 빠르게 녹아드는 것처럼 이 이야기에 빠르게 매혹돼요. 그나저나 책 앞에서 '제이슨 본과 아런 크로스(애런 크로스)에게 바친다'고 헌사했는데요. 본(Bourne) 이야기들의 주인공들이지요. 그 이름에 부끄럽지 않을 비밀 요원의 이야기였어요. 이 여름에 만난 비밀 요원의 사랑 이야기. '케미스트'는요. 아주 상쾌했어요.  

북폴리오 2017 하반기 서포터즈로서 읽고 씁니다.


  1. 007 이야기들의 주인공.
  2. 본(Bourne) 이야기들 가운데 '본 아이덴티티', '본 슈프리머시', '본 얼티메이텀', '제이슨 본'의 주인공.
  3. 본(Bourne) 이야기들 가운데 '본 레거시'의 주인공.
  4. 미션 임파서블(Misson: Impossible) 이야기들의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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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나 스토리콜렉터 56
마리사 마이어 지음, 이지연 옮김 / 북로드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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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에게 조카가 있어요. 여자 아이에요. 조카가 어릴 때,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많이 봤지요. 특히,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Snow White And The Seven Dwarfs, 1937)를 좋아했어요. 덕분에 저도 여러 번 봤고요. 아는 내용이지만, 재밌더라고요. 상상하게 했고요. 감정이 가득 담겨 있었어요. 가르침도 있었고요. 그런데, 이런 동화의 인물로 새로운 세계를 만든 이야기가 있네요. 바로, 루나 크로니클(Lunar Chronicle) 이야기들이에요. 신데렐라, 빨간 모자, 라푼젤, 백설공주의 이야기들이지요. 신데렐라는 사이보그 정비공 신더, 빨간 모자는 우주선 조종사 스칼렛, 라푼젤은 인공위성에 갇힌 천재 해커 크레스, 백설공주는 여왕의 폭정에 맞선 혁명가 윈터라고 해요. 아쉽게도 저는 SF Romance Fantasy인 루나 크로니클(Lunar Chronicle) 이야기들과 아직 대화를 나누지 못했네요. 그렇지만, 그 프리퀄(prequel)인 '레바나'를 만났어요. 대화도 나눴고요. 신더의 이모이자, 윈터의 의붓어머니인 레바나! 제가 '레바나'와 나눈 대화 안으로 들어가 보기로 해요.

 

 짝사랑하는 열여섯 소녀 레바나. 상대는 왕실 근위병인 에브렛 헤일 경이에요. 그런데 그는 유부남이에요. 그의 아내 이름은 솔스티스. 임신을 했지요. 안타깝게도 솔스티스는 아이를 낳다가 세상을 떠나요.

 

 '레바나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온몸을 쾅쾅 때리며 울려대는 음악을 몰아내보려고 했다. 손님들의 조롱 섞인 웃음. 언니의 비웃는 말들. 채너리는 이해하지 못한다. 레바나는 단순히 에브렛의 죽은 아내를 대신하려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자신이 더 나은 선택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헌신하고, 더 많이 신비로운 사람이 될 것이다. 그가 언젠가 다른 사람을 사랑했다는 사실조차 잊게 만들 것이다.' -98쪽.

 

 루나의 공주인 레바나. 부모님의 죽음으로 여왕이 된 언니, 채너리. 레바나는 에브렛의 마음을 얻고자 노력해요. 채너리는 이해하지 못하지요. 채너리는 남자들과 뒷소문을 만드는 여인이었으니까요.

 

 '레바나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어보려고 했다. "모르겠나요? 사랑이라는 감정이 원래 그런 거예요. 도무지 통제되지 않는 모순되는 감정과 휘몰아치는 격정. 늘 속이 뒤틀리면서 그 사람에게서 도망가야 할지…… 아니면 그 사람과 '함께' 도망쳐야 할지도 결정할 수 없는 그런 기분."' -104쪽.

 

 결국에는 레바나와 에브렛이 결혼하지요. 레바나는 윈터의 의붓어머니가 되고요. 그런데, 언니인 채너리가 질병으로 사망해요. 딸인 셀린을 놓고요. 그래서 레바나가 섭정 여왕이 되지요. 그런데, 얼마 후 셀린마저 화재로 사망 선고를 받게 되지요. 이제 레바나가 여왕이에요.

 

 '언니의 말이 되돌아와 레바나의 귀를 천둥처럼 울리고 가슴 속 빈 곳을 속속들이 채웠다.

 사랑은 정복이야. 사랑은 전쟁이라고.

 '이게 내가 생각하는 사랑이야.'' -231쪽.

 

 레바나의 사랑을 놓아두는 에브렛. 그를 잃으며 레바나가 한 생각이에요. 사랑은 정복이고, 전쟁이라고요.

 

 '남자는 복종을 힘들어하고 여자는 뭔지 모를 결핍을 갖고 있다'

-자크 라캉(프랑스의 정신분석가)

 

 레바나에게는 사랑 결핍이 있었어요. 결핍은 욕망의 뿌리가 되었고요. 언니인 채너리가 어린 레바나에게 화상을 입게 했지요. 그래서 레바나는 마법으로 외모를 아름답게 했고요. 그렇지만, 거울에는 레바나의 민낯이 보이지요. 흉터 있는 레바나는 받지 못한 사랑을 반격했어요. 사랑 결핍을 과잉 보상받으려고 했지요. 그래서 이루기 힘든 유부남인 에브렛에게서 사랑받으려고 했고요. 또, 왕좌를 이어받아 백성에게 사랑받으려고 했어요. 에브렛과 왕좌, 둘 다 얻었지만, 불안정했어요. 기대치가 높았던 레바나. 불평과 원망이 일어났고 미움과 적대감으로 이어졌지요. 게다가 레바나의 사랑을 내려놓는 에브렛. 그를 잃으며 레바나는 악녀가 되었지요. 사랑은 정복이고, 전쟁이라고 하면서요. 사랑 결핍이 잘못된 욕망으로 이어졌고, 결국에는 자신을 파괴했어요.

 

 '레바나는 마법으로 완벽한 미모를 만들어내려고 갖은 노력을 다 했다. 자신의 어머니보다, 채너리보다, 루나의 왕좌에 앉았던 그 어느 여왕보다 아름다운 여왕이 되려고 했다.' -184쪽.

 

 '그의 말이 맞을까? 내가 마법으로 만들어낸 이 아름다움과 완벽함 뒤에 숨어 있으면, 그는 나를 결코 알 수 없고, 신뢰할 수 없고, '사랑'할 수 없는 걸까?' -153쪽.

 

 이 책 '레바나'의 원제는 'Fairest'라고 해요. 여기에서는 '가장 아름다운'이라는 뜻이겠지요. 레바나는 사랑받지 못하는 이유가 아름답지 못해서라고 생각했어요. 가장 사랑받고 싶었으니, 가장 아름답고 싶었고요. 가장 아름다운 아내, 가장 아름다운 여왕이고 싶었지요. 마법으로요. 그런데, 이루지 못했어요. 그리고 깊은 수렁에 빠졌고요. 그 마법에는 진실이 없었으니까요. 레바나를 신뢰할 수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사랑받지 못했으니까요.  

 

 루나 크로니클(Lunar Chronicle) 이야기들의 프리퀄(prequel)인 '레바나'는요. 제게 감탄사였어요. 감탄에 또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동화가 가진 상상력, 감동, 가르침을 품고 있었고요. 또, 거기에 매혹하는 힘까지 갖고 있었어요. 좋네요.

 

 

 

 

 

 

스토리콜렉터스 2017로서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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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7-22 14: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남자가 결핍이 심하면 집착이 심해져요. 자신이 상대방보다 우월하게 보일려고 상대방을 통제합니다.

사과나비🍎 2017-07-22 18:55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cyrus님의 말씀! 맞는 것 같아요~^^* 그럼, 주말 잘 보내시기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