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쉬왕의 딸
카렌 디온느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호라이즌 제로 던.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아버지와 딸. 딸을 각별히 아끼는 아버지. 그를 이른바, '딸바보'라고 하잖아요. 그런 아버지에게 딸은 재롱을 안겨 주고요. 여기, PlayStation4 Game 하나가 있어요. 이름하여, '호라이즌 제로 던(Horizon Zero Dawn).'1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세계. 딸바보인 양아버지가 딸에게 사냥과 추적을 가르치지요. 기계 사냥과 추적이에요. 양아버지의 이름은 로스트(Rost) 딸의 이름은 에일로이(Aloy)지요. 정말 사이 좋은 부녀(父女)예요. 그런데, 한 소설이 있어요. 아버지에게 사냥과 추적을 배웠지만, 이제 아버지를 추적하고, 사냥해야 하는 딸의 이야기예요. '마쉬왕의 딸'이지요.


 '제이콥 홀브룩이 교도소를 탈출했다. 마쉬왕[Marsh king, 늪을 다시리는 왕]이, 나의 아버지가.

 그리고 애초에 그를 감옥에 보낸 사람이 바로 나였다.' -24쪽.


 교도소에서 탈출한 아버지. 그를 감옥에 보낸 건 바로 딸, 헬레나. 그는 아동 유괴, 강간 및 살인죄로 가석방이 불허된 무기징역 죄수예요. 그가 교도소 이동 중 두 명의 교도관을 죽이고 탈출했어요. 13년 동안 감옥에 있다가요. 그는 서른다섯살에 어린 소녀를 납치하여 감금했었지요. 그 소녀는 헬레나의 어머니. 헬레나는 그와 유괴된 소녀 사이에서 태어난 딸인 거예요. 헬레나는 늪 생활의 모든 것을 늪의 제왕인 아버지에게서 배웠지요. 12살까지요. 헬레나와 그녀의 어머니가 늪을 떠났을 때 그녀의 아버지는 쉰 살. 2년 후 잡힌 그.

 

 '심장이 쿵쿵대고 손바닥에 땀이 찼다. 사냥을 나가기 전에는 으레 긴장이 되지만, 지금 사냥해야 할 것은 아버지였으니까. 어릴 적 내가 사랑하던 남자이자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12년 동안 나를 돌봐 주었던 사람이며 지난 15년간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아버지를 나는 사냥해야 한다. 아주 오래전 나는 그에게서 탈출했고, 이제 그가 탈출해 내 가족은 부서져버렸다.' -74쪽.

 

 이제는 스티븐의 아내. 아이리스, 마리라는 두 딸의 엄마인 헬레나. 이제 탈옥수 아버지를 사냥해야 해요. 아버지와 섬뜩한 술래잡기를 해야 하지요. 15년 만에 만난 아버지와요. 

 

선녀와 나무꾼.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마쉬왕의 딸'과 대화를 나누며, 제가 생각한 건요. 우선, 유괴. 그리고 낳은 딸. 자연스레 납치혼2이 떠오르네요. 우리나라에서는 보쌈이라고 하지요. 물론, 여인들의 재가(再嫁)를 금지던 시절. 합의하고 하기도 했었지만요. 그외에는 옳지 않았지요. 악습이에요. 생각해 보니, 전래 동화 '선녀와 나무꾼'3에서도 납치혼이 보이네요. 선녀의 날개옷을 숨긴 나무꾼. 선녀는 나무꾼과 함께 살게 되지요. 아이도 낳고요. 이제 납치혼은 범죄지요.

 또, 생각한 건요. 사냥의 긴장감이에요. 헬레나도 애증의 아버지 사냥을 앞두고, '심장이 쿵쿵대고 손바닥에 땀이 찼다'고 하잖아요. 그런 헬레나를 보며, 저도 그랬어요. 게임 '호라이즌 제로 던'에서도 절제를 품은 긴장감으로 기계 사냥에 나서지요. 은신(隱身)에 이은 깔끔한 공격! 게임이기에, 소설이기에, 짜릿해요. 그리고 '마쉬왕의 딸'에서는 사냥의 긴장감에 애절함이 더해지지요. 사냥의 객체가 아버지이기에 그래요. 비록, 애증의 아버지라도요.

 소설, '마쉬왕의 딸'은요. ​납치혼의 아픔으로 태어난 딸이 애증의 아버지를 사냥하는 이야기예요. 납치혼의 상처와 사냥의 긴장감. 그 심리를 잘 그렸어요. 다른 분들도 이 책을 읽으시게 되면요. 아마, '심장이 쿵쿵대고 손바닥에 땀이 찼다'고 외치실 거예요.

 


  1. https://namu.wiki/w/%ED%98%B8%EB%9D%BC%EC%9D%B4%EC%A6%8C%20%EC%A0%9C%EB%A1%9C%20%EB%8D%98
  2. https://namu.wiki/w/%EB%82%A9%EC%B9%98%ED%98%BC
  3. https://namu.wiki/w/%EC%84%A0%EB%85%80%EC%99%80%20%EB%82%98%EB%AC%B4%EA%BE%BC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7-11-23 2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25 0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괴물이라 불린 남자 스토리콜렉터 58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억과 누명.

 

 기억. 긴 기억과 짧은 기억이 있어요. 또, 기억은 흐릿한 기억, 왜곡된 기억이 될 수도 있고요. 그런데, 모든 것을 뚜렷이, 그리고 사실대로 길게 기억하는 남자가 있네요. 과잉기억증후군이에요. 얼핏, 부러웠어요.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은 요즘. 제가 그런 기억력을 갖는다면, 가장 어려운 시험에 도전할 것 같아요. 시험 준비할 때, 책의 뒷부분까지 읽게 되면요. 책 앞부분의 기억이 가물가물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능력이 도와준다면, 전국 수석으로 합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입신양명(立身揚名)1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거예요. 상상만 해도 즐겁네요. 그렇지만, 과잉기억증후군의 이 남자는요. 이 능력이 저주가 됐다고 해요. 사랑하는 아내와 딸, 그리고 처남이 살해당한 그날 밤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래요. 불운이에요.

 

 누명. 억울하지요. 여기, 20년 동안 옥살이를 한 남자가 있어요. 그것도 친부모를 살해한 사형수로요. 존속 살해의 패륜아. 그의 누명이지요. 그리고 사형 집행일. 극적으로 살아나요. 진범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나타난 거예요. 억울한 그에게 행운이 다가온 거예요. 러시아 작가 표도르 도스토옙스키(도스토예프스키)도 사형 집행 직전 살아났다고 해요.2 러시아 니콜라이 1세의 연극이었지만요. 그 경험은 그에게 깊이를 더해주지요. 인간에 대한 이해의 깊이를요. 또, 스티븐 킹의 소설을 영화화한 '쇼생크 탈출(The Shawshank Redemption, 1994)'에서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사람이 있어요. 아내와 그 애인을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받고 감옥에 왔지요. 그의 이름은 앤디 듀프레인. 그는 쇼생크 교도소를 벗어나, 구원(Redemption)을 얻어요. 희망이 있었기에 그럴 수 있었어요. 이제 20년의 감옥 생활을 뒤로 하고, 누명을 벗으려는 그. 다가온 행운으로 진실을 찾아가지요. 인간에 대한 이해의 깊이를 더하고, 새로운 희망으로 구원을 얻기 위해서요.

 

 에이머스 데커, 멜빈 마스. 그리고 동병상련.

 

 기억으로 상징되는 에이머스 데커. 누명으로 상징되는 멜빈 마스. 에이머스 데커는 멜빈 마스에게 동병상련(同病相憐)3을 느껴요. 지금은 벗었지만, 누명을 쓴 적이 있었거든요. 과거에 기억과 누명의 상징이었던 거예요. 한 해의 마지막 날이었어요. 데커는 FBI 미제 수사팀과 함께하기 위해 콴티코로 가고 있었어요. 우연히 라디오에서 마스의 이야기를 들었고요. 죽음이 다가온 찰나, 살아난 사형수 마스의 이야기를요. 멜빈 마스는 미식축구 선수였어요. 가장 빛나는 유망주였고요. 데커도 미식축구 선수였지요. 또, 데커도 가족 살해범으로 누명을 썼었고요. 그리고 누군가 나타나 진범임을 고백했었지요. 그러니, 동병상련이 안 찾아올 리가 없지요. 그래서 데커는 과잉기억증후군인 그의 능력으로 마스를 돕기로 해요.  

 

 사형 제도, 인종차별. 그리고 어머니의 사랑.

 

 '"무고한데 억울하게 사형당한 사람이 얼마나 될 것 같아요?"

 "단 한 명이라도 너무 많죠. 그리고 분명히 한 명은 넘을 테고."' -185쪽.

 

 마스가 사형수였고, 사형 집행이 가까웠기에 사형 제도4의 이야기가 있어요. 영화 '데이비드 게일(The Life Of David Gale, 2003)'에서도 사형 제도 존폐5에 대해 생각하게 하지요. 이 이야기도 그래요. 2017년 11월 19일 현재, 1997년 12월 30일, 우리나라에서 마지막으로 사형이 집행됐다고 해요. 우리나라는 실질적인 사형 제도 폐지 국가인 거예요. 무고한데 억울하게 사형당한 사람이 없어야겠다는 표현인 것 같아요.

 

 '"나는 부모를 죽인 혐의로 기소된 흑인 남자예요. 두 분 중 한 분은 백인이었죠. 자, 여기는 남부예요. 여기는 텍사스라고요. 내가 미식축구 스타였을 때는 다들 나를 사랑했죠. 하지만 유죄 판결을 받자 내 곁에는 친구 하나 남지 않았어요. 그저 어떻게든 사형만은 면해보려고 발버둥 치는 흔한 흑인 죄수가 되고 말았죠. 빌어먹을. 텍사스는 다른 어떤 주보다 사형당하는 사람이 많아요. 그리고 그중 엄청 많은 사람이 흑인이죠."' -134쪽.

 

 그리고 미국의 인종차별6. 특히, 백인에 의한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 그 이야기가 있어요. 마스가 흑인이기에, 남부인 텍사스에 살기에, 자연스레 담겨 있네요. 인종에 차별이 있으면 안 되겠지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핵심은, 멜빈, 당신이 당신 어머니를 알았다는 겁니다. 그리고 어머니는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했어요. 거기에는 거짓이 없어요. (……) 하지만 나는 당신 어머니가 그 모든 걸 보상하고도 남을 만큼 당신을 사랑했다고 생각해요."

 (……)

 "나는 사랑을 알고, 그게 사람들을 어떻게 바꿔놓을 수 있는지 알아요, 멜빈.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 말이에요. 내 뇌가 얼마나 많이 변했든 그것만은 항상 기억할 겁니다."' -484~485쪽.

 

 멜빈의 어미니. 그 어머니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모성(母性)을 바탕으로 한 어머니의 사랑. 저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7가 그려지네요. 피에타는 이탈리아어로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뜻이라고 해요. 멜빈의 어머니도 아들에게 자비가 베풀어지기를 바랐던 거예요. 성모 마리아처럼요. 따스한 모성이에요. 그 안에서 멜빈은 어머니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고요. 새로운 희망으로 구원을 만나게 되지요.

 

 '괴물이라 불린 남자'에 대해서.

 

 '에이머스 데커' 이야기의 두 번째예요. 첫 작인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일명, 모기남)'에 이은 '괴물이라 불린 남자'인 거예요. 저는 아쉽게도 아직 첫 이야기와 대화를 안 나눴는데요. 두 번째 작인 이 이야기와 대화를 나눴어요. 즐거운 대화였네요. 반전을 품은 힘찬 모험 활극! 책과 결혼한 사람에게 찾아오는 권태기에 특효약이네요. 효과 좋아요.   

 

  

 


  1. 출세하여 이름을 세상에 떨침.
  2. '죽음의 심연을 응시했던 사형 체험', 박영은, 도스토예프스키, 살림 (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047477&cid=41773&categoryId=41777 ), '도스토예프스키 씨, 용서란 무엇인가요?', 신연선, 채널예스 ( http://ch.yes24.com/Article/View/28432 )
  3. 같은 병을 앓는 사람끼리 서로 가엾게 여긴다는 뜻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끼리 서로 가엾게 여김을 이르는 말.
  4. https://namu.wiki/w/%EC%82%AC%ED%98%95
  5. https://namu.wiki/w/%EC%82%AC%ED%98%95%EC%A0%9C/%EC%A1%B4%ED%8F%90%20%EB%85%BC%EB%9E%80
  6. https://namu.wiki/w/%EB%AF%B8%EA%B5%AD/%EC%9D%B8%EC%A2%85%EC%B0%A8%EB%B3%84
  7.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169221&cid=40942&categoryId=3305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종료되었습니다 - 영화 [희생부활자] 원작 소설
박하익 지음 / 황금가지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긴 연휴의 어느 날이었어요. 조카 둘이서 손을 잡고 제 방에 들어왔지요. 목적은 게임이었어요. 저는 그 요청에 부응하여 게임기에 생명을 넣었고요. 그렇게 PS4(PlayStation4)는 눈을 떴지요. 그 눈에 비친 영상은 'NEED FOR SPEED RIVALS'였어요. 둘째 조카는 외쳤지요. '달려!' 그 말에 호응하듯 첫째 조카는 경찰차로 레이서(Racer)를 추격했고요. 그렇게 물아일체(物我一體)1가 됐어요. 그리고 며칠 후, 제 방에 들어온 아는 동생 둘. 그들도 이 게임을 만났지요. 바람처럼 달리며, 환호했어요. 레이서(Racer)가 되어 '야호'를 계속 외쳤어요. 그들도 그렇게 물아일체가 되었지요. 

 조카 둘과 아는 동생 둘이 물아일체가 되어 바람의 자녀가 될 수 있었던 것은요. 다시 살아난다는 것 때문이었어요. 차가 부서져도 다시 살아나 달릴 수 있었기에 극한까지 이끌었지요. 목표로 계속 나아갈 수 있는 거예요. 그런데, 억울하게 살해당한 사람이 다시 살아난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가해자를 초인적인 힘으로 직접 처벌하고 사라지지요. 그 부활자의 목표는 응징인 거예요. 저는 그 이야기에 물아일체되었어요. 


 7년 전에 아들의 눈 앞에서 노상강도에게 살해당한 최명숙. RV(Resurrected Victims, 환세자)가 되어 나타나요. 그 어머니는 뜻밖에도 아들 서진홍을 공격해요. 그래서 국정원과 CIA는 서진홍을 진범으로 의심하게 되지요. 지금은 동업자와 함께 성공한 사업가인 서진홍이지만, 어려울 때 최명숙의 생명 보험금으로 위기를 넘겼다고 해요. 살인 동기가 될 수 있는 거예요. 그들은 최명숙과 서진홍을 가두고는 검사와 심문을 하지요. 한편, 최명숙을 살해한 노상강도가 잡히게 되는데요. 이름은 리칭청이에요. 결국 그는 최명숙의 공격을 받고 죽지요. 그런데, 그는 최명숙의 살해는 청부살인이었다고 진술했었다고 해요. 그리고 여전히 서진홍을 공격하려는 최명숙. 그렇게 서진홍은 진범이라는 누명으로 풀려나게 돼요. RV가 가해자를 죽이면, 사라지기 때문이지요. 어머니를 걱정하던 진홍은요. CIA가 RV인 최명숙을 미국으로 데려가려고 할 때, 어머니를 구출해요. 이제 그는 누명을 쓴 도망자가 되지요. 눈을 가린 어머니와 함께요.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누명을 쓴 도망자, 서진홍. 영화 도망자(The Fugitive, 1993)가 떠올랐어요. 킴블은 누명을 쓰고 도망자가 되지요. 제라드는 추적하고요. 서진홍과 그의 어머니 최명숙도 국정원과 CIA가 추적하지요. 영화 도망자에서 쫓고 쫓기는 동안, 추격자 제라드와 도망자 킴블은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데요. 또, 친구로 생각했던 의사 니콜스의 사악한 모습도 보게 되고요. 서진홍을 국정원 직원인 백하형과 오경채도 어느덧 이해하게 되지요. 또, 동업자이자 친구인 민욱의 사악한 모습을 서진홍은 보게 되고요. 사실, 우리 모두는 억울하게 쫓기는 '도망자'일지도 몰라요. 동시에 우리는 하릴없이 무언가를 쫓는 '추적자'일지도 모르고요. 게임 'NEED FOR SPEED RIVALS'처럼요. 삶은 그 사이에 존재하겠지요. 그 길에서 사람의 참모습을 발견하게 되고요.2 '종료되었습니다'는 그 모습을 꼼꼼히 그렸네요. 


 '이건 단순한 강력사건이 아니었다. 상식을 뛰어넘는 기묘한 일들이 생과 사, 죄와 벌의 영역을 오가며 벌어지고 있었다.' -190쪽. 


'용서가 피해자의 것이 되어야 한다고 떠미는 현실은 너무도 잔인하다. 피해자들을 강렬한 증오심과 고통과 상처 가운데로 떠밀어 놓고, 본인은 조금의 가책도 가지지 않은 채 감방 안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인간들에게 마땅히 피해자들이 짊어진 상처의 무게를 나누어 주어야 한다.' -256~257쪽. 


 죄와 벌. '종료되었습니다'가 말하는 또 하나의 목소리예요. 게임 'NEED FOR SPEED RIVALS'에서도 경찰은 벌, 레이서는 죄로 대비되네요. 자연스레 죄와 벌로 나누어져요. 그런데, 세상에는 조금의 가책도 없는 가해자가 있어요. 죄를 지었지만, 벌을 받는 것 같지가 않아요. 어떻게 심판해야 할까요? 역지사지(易地思之)3하게 하고 싶어요. 동해보복법(同害報復法, 탈리오의 법칙(lex talionis))4을 생각할 수 있지요. 그러고 보니, 중국 무술 영화나 미국 서부극의 대부분은 악당에 대한 복수극이었지요. 소설 '몽테 크리스토 백작'도 복수극이었고요. '복수는 나의 것'이라고 외친, 사적 복수였어요. 지금도 흉악 범죄에 대한 일부 관대한 처벌과 사법기관에 대한 불신 때문에 그런 감정이 들기도 하네요. 그에 대한 하나의 해답을 '종료되었습니다'는 제시하고 있고요. 아직 실현하기 어렵겠지만요. 깊이 생각하게 해요. 


 '종료되었습니다'의 이야기에 자연스레 물아일체가 되었어요. 그저 계속 읽게 되었지요. 이야기의 흐름과 가독성이 좋았고요. 반전도 나쁘지 않았어요. 저는 읽고 나서, '도망자', 그리고 '죄와 벌'이라는 두 묶음으로 생각해봤네요. 마치 지은이인 박하익 작가와 혼연일체(渾然一體)5가 된 느낌이었지요. 마지막에는 '종료되었습니다'가 무엇의 종료인지 알게 됐어요. 게임 'NEED FOR SPEED RIVALS'를 저에게 보여준 PS4(PlayStation4)의 종료 단추를 누르면서요. 





 덧붙이는 말.


 1. 개정판의 1판 1쇄 기준 오탈자가 있어요. 

 서명숙→최명숙(10쪽), 들어오는 (그를) 가리키며(68쪽).

 2. 2012년 '노블마인'에서 나온 책의 개정판(2017년 '황금가지')이에요. 

 3. 제6회 대한민국 디지털작가상 대상 수상작이에요.

 4. 영화 '희생부활자'의 원작 소설이에요.  


 

  1. <철학> 외물(外物)과 자아, 객관과 주관, 또는 물질계와 정신계가 어울려 하나가 됨.
  2. 같은 논지로 '처음 만나는 영화', 김성곤, 알에이치코리아, 260~261쪽.
  3. 처지를 바꾸어서 생각하여 봄.
  4. 피해자가 입은 피해와 같은 정도의 손해를 가해자에게 가한다는 보복의 법칙. (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152261&cid=40942&categoryId=31622 )
  5. 생각, 행동, 의지 따위가 완전히 하나가 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른의 반격 - 2017년 제5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군가의 물음으로 반격에 대한 제 이야기를 적었었어요. 소소한 제 반격! 그것은 '저주 인형'이에요. 어느 모임이 있고, 그 모임이 조직을 이루지요. 그곳의 강철과 꺽다리, 그리고 그 패거리들. 지금은 꺽다리가 먼 곳에 있지만, 나머지는 여전히 저를 괴롭혀요. 은근히 견제해요. 그들은 힘이 있는 사람들에 뇌물을 주면서 곁에 있어요. 그리고 마음에 안 드는 사람들을 견제해요. 꼭 해코지를 하고요. 사람들에게 거짓 선동을 해요. 이간질에도 일가견이 있지요. 간신 같아요. 어떤 때는 저에게 잘하는 척을 하는데요. 그럴 때는 정말 소름이 돋아요. 그들의 겉과 속이 다름에 경악할 뿐이지요. 그래도 저는 묵묵히 진실된 얼굴로 지내는데요. 너무 속이 상할 때는요. '저주 인형'을 사용해요. 그들의 이름과 같은 인형! 그 인형에 저주를 하면서, 제가 당한 억울함을 풀지요. 작지만, 나름 괜찮은 제 반격이에요.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어떤 반격을 할까요? 


 '"그래서 이젠 편안해지고 싶은 것뿐이에요. 꿈 같은 거, 하고 싶은 거 따위 생각할 필요 없이 남한테 치이지나 말고 하루하루 편안하게 살아보고 싶어요. 내가 제일 지긋지긋하다고 생각하는 말이 뭔 줄 알아요? 치열하다는 말. 치열하게 살라는 말. 치열한 거 지겨워요. 치열하게 살았어요, 나름. 그런데도 이렇다구요. 치열했는데도 이 나이가 되도록 이래요. 그러면 이제 좀 그만 치열해도 되잖아요."' -가제본 170쪽.


 달걀 한 판. 달걀이 서른 개. 나이가 달걀 한 판의 개수와 같아지면, 뭔가 다른 느낌이 들기도 하지요. 김광석은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에서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 속엔, 더 아무 것도 찾을 수 없네'라고 했어요. 그렇게 서른은 청춘의 끝자락 같아요. 2017년에 나이 서른. 1988년생이네요. 소설 '서른의 반격'에도 있어요. 이름은 김지혜. 여성이에요. 소설은 이 사람의 눈으로 보고, 이야기를 해요. 김지혜는 DM이라는 대기업의 계열사인 아카데미에서 인턴을 구 개월이 넘게 하고 있지요. 그리고 새로운 인턴 이규옥이 들어와요. 남성이지요. 김지혜와 동갑. 그도 나이가 서른이에요. 이규옥은 박교수의 책 만드는 일을 돕고 돈을 못 받았어요. 그가 만든 책을 빼았겼지요. 역시 청춘의 끝자락에서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거예요.


 '"꼭 이 강의실의 의자를 말하는 게 아니라 '의자의 마법'에 대해서 얘기하는 겁니다. 앞에 있는 의자에 앉으면 권위와 힘을 가진 줄 착각하는 마법에 걸리게 되죠. 그리고 수없이 깔린 의자에 앉으면 힘없는 대중이 되어 앞에 있는 사람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마법에 걸립니다. 의자는 의자일 뿐이라는 걸 다들 까먹어버린단 소리예요."' -가제본 49쪽.


 '"놀아보고 싶어요. 세상은 경직되어 있고 모두가 무기력증에 빠져 있죠. 난 반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치기 어리다고 욕 들어도 좋으니 적어도 반항을 해보고 싶다고요. 역사가 말해줬듯 급진적인 혁명은 실패할 겁니다. 세상은 점점 팍팍하고 딱딱해지고 있어서 겉으로 보이는 움직임은 통제되거나 검열되니까요. 난 통제나 검열이 불가능한 일들을 해보고 싶은 겁니다. 재미있게, 놀이처럼 말이죠."' -가제본 86~87쪽.   


 김지혜와 이규옥은 아카데미에서 우쿨렐레 강좌를 같이 듣게 돼요. 규옥의 성토(聲討)로 그 강좌에서 만난 고무인, 남은주와 함께 지혜는 반격을 시작하지요. 반은 백수로 시나리오 작가인 삼십 대 남자 무인은 그의 시나리오가 영화화되면서 이야기가 완전히 바뀌어 충격을 받았다고 해요. 이벤트 업체에서 일하는 오십 대 아저씨 남은(이름이 너무 여자 같아서 보통 '남은'이라고는 말함)은 떡볶이 고추장의 좋은 장맛을 만들었지만, 누군가의 사기로 빼았겨서 억울하다고 해요. 그래서 먹방을 시작했어요. 이렇게 아픔이 있는 그들, 결국에 반격의 거인이 되지요. 


 제가 '저주 인형'으로 반격한 강철과 꺽다리, 그리고 그 패거리들. 소설 '서른의 반격'에서도 그런 사람들에게 반격을 하지요. 유쾌, 상쾌, 통쾌해요. 규옥이 하려는 '놀이를 통한 균열, 균열을 통한 변화(가제본 225쪽)'의 이야기가 재치 있어요. 그리고 따뜻해요. 그들은 놀이 같은 반격을 통해, 더 따뜻하게 자라게 돼요. 그 따뜻함이 더 나은 나로 나아가게 해요. 저도 그 따뜻함을 오랫동안 품고 싶네요.   





 덧붙이는 말.

 

 제5회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작이라고 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쟁 마술사
데이비드 피셔 지음, 전행선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동영상 출처: America's Got Talent의 facebook)

 몇 주 전, 우연히 한 마술을 보게 됐어요. 신기했어요. 알아보니, 지난 5월 26일 America's Got Talent라는 TV program의 facebook에 올라온 동영상이더라고요. Will Tsai라는 마술사의 동전 마술! 눈 앞의 멋진 속임수! 찬사를 받기에 충분한 마술이었어요. 크게 놀라운 마술! 그런데, 전쟁에서도 크게 놀라운 마술을 한 사람이 있다고 하네요. 그의 이름은 재스퍼 마스켈린. 여기 그를 담은 소설이 있네요.

 '"한마디로 황당한 임무야." 바커스가 말했다.
 재스퍼도 동의했다. 왜 몽고메리 장군이 홍해를 반으로 가르거나 전염병을 일으키는 등의 합리적인 요구를 하지 않는지 궁금할 지경이었다. 재스퍼는 속이 울렁거렸지만, 이번에는 실패의 두려움에 기인한 증세가 아니었다. 기회가 왔다는 흥분 때문이었다. 마침내 그것이 온 것이다. 위대한 마술의 기회! 전쟁의 판도를 바꿔버릴 만한 매우 중요한 마술. 전장에서 지금껏 시도되었던 그 어떤 마술보다 더, 엄청나게 큰 규모의 마술. 할아버지 또는 아버지가 수행했던 그 어떤 마술보다 훨씬 더 어려운 마술. 마침내 그는 3년 전에 시작했던 그 일, 정확히 그 일을 수행할 것을 요구받았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마술을.' -535~536쪽.

 제2차 세계대전. 그때 영국 런던의 마술사 재스퍼 마스켈린은 입대해요. 그리고 마술단을 편성하게 되고요. 사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마술사가 활약한 걸 처음 알게 됐네요. 총알과 폭탄이 나는 전쟁터. 그곳에서 재스퍼와 마술단원들은 놀라운 마술을 보여 주네요. 독일군의 폭격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항구 도시 알렉산드리아를 숨기고, 수에즈 운하도 사라지게 하지요. 유쾌한 장난꾼 '마이클 힐', 목수 '시어도어 그레이엄', 만화가 '윌리엄 롭슨', 유화 전문 화가 '필립 타운센드', 보급 창고 관리자 '잭 풀러', 마술 공연 조수 '캐시 루이스' 등의 작품인 거예요. 그리고 북아프리카 사막 전차 전투! 몽고메리 장군과 로멜 장군의 대결! 성동격서(聲東擊西)1의 작전에 재스퍼의 마술단이 위대한 마술을 하게 되고요.

兵者, 詭道也.
전쟁이란 속이는 도(道)이다.
- 손자병법(孫子兵法) '시계편(始計篇)' 중에서

'"속임수야, 그거면 돼." 재스퍼가 소리 내어 말했다. -538쪽. 
  

 일찍이 손자병법에서 '전쟁은 속임수'라고 말했어요. 그 말을 전쟁에서 몸소 실천한 마술사, 재스퍼 마스켈린. 그리고 마술단원들. 전쟁과 마술. 모두 속임수의 영역인 거예요. 마술이 전쟁을 만나, 더 높이 나네요. 전쟁도 마술로 더 깊어지고요. 그렇게 전쟁 영웅이 태어나게 돼요.

 

(사진 출처: 구글 이미지)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미국 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Band of Brothers, 2001)의 실재 윈터스 소령이 interview하면서 이런 말을 해요. 손주의 '할아버지는 전쟁 영웅이에요?'라는 물음에, '아니다. 영웅들과 함께 싸운 것뿐이야'라고 답했다고요. 윈터스 소령이 함께 싸운 영웅들! 그 가운데, 마술사 재스퍼 마스켈린과 마술단원들이 있을 거라 생각해요.  


 이 '전쟁 마술사'는 전쟁 영웅 마술사들을 위한 레퀴엠(진혼곡)이에요. 오랫동안 높게, 깊게 울리는 레퀴엠. 들으며, 뜨거운 묵념을 하게 되네요.




 

  1. 동쪽에서 소리를 내고 서쪽에서 적을 친다는 뜻으로, 적을 유인하여 이쪽을 공격하는 체하다가 그 반대쪽을 치는 전술을 이르는 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