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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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 성경, 전도서 3장 2절 상반절


'생자필멸(生者必滅)1', '회자정리(會者定離)2'

 

 가까운 분들이 하늘로 가셨어요. 언제나 함께 계실 줄 알았던 분들. 한 분, 한 분 떠날 때 마음이 아팠어요. 떠나시기 전, 이별을 준비하시던 분들도 계셨지요. 저를 바라보시던 그분들. 오래 기억하고 있어요. 그리고 작년, 아버지께서 암 수술을 하셨어요. 췌장과 직장의 암을 수술하셨지요. 특히, 예후(豫後)3가 좋지 않다는 췌장암. 재발과 전이의 위험이 아직 남아 있어요. 아버지와 저의 이별이 가까이에 있을 것 같아 두려워하고 있네요. 그 이후, 아버지와 함께 있을 때가 많아졌는데요. 이제 노인이 되신 아버지. 아버지께 드린 게 너무 없더라고요. 너무 부족한 저예요.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생자필멸', '회자정리'라고 하지만, 이별은 너무 아파요. 그런데, 이별을 이야기하는 책을 만났어요.

  

 '이 책은 기억과 놓음에 대한 이야기다. 한 남자와 그의 손자, 한 아버지와 그의 아들이 주고받는 연서이자 느린 작별 인사다. (……중략……) 쓰다보니 내가 아는 가장 훌륭한 사람을 서서히 잃는 심정, 아직 내 곁에 있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 내 아이들에게 그걸 설명하고 싶은 바람을 담은 짧은 글로 발전했다. (……중략……) 이것은 거의 한 쌍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사랑과 두려움에 관한 이야기다. 무엇보다 아직 우리 곁에 남아 있는 시간에 대한 이야기다.' -독자 여러분께 (7쪽).

 

 기억을 잃어가는 할아버지. 그의 이별 학습 이야기예요. 사랑스러운 손자에 대한 아쉬움. 사별한 아내에 대한 그리움. 데면데면한 아들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사라져 가는 기억에 대한 두려움. 이렇게 할아버지의 여러 감정들이 아름답게 어우러져 있어요.

 

 '"우리, 작별하는 법을 배우러

 여기 온 거예요, 할아버지?"' -74쪽.

 

 '"제 손을 왜 그렇게 꼭 잡고 계세요, 할아버지?"

 아이는 다시 속삭인다.

 

 "모든 게 사라지고 있어서, 노아노아야.

 너는 가장 늦게까지 붙잡고 있고 싶거든."

 

 아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보답으로 할아버지의 손을 더욱 세게 잡는다.' -80~81쪽.

 

 "머릿속 말이에요. 머릿속이 아프냐고요."
 "아픈 느낌이 점점 줄어들고 있단다. 건망증이 하나 좋은 게 그거야.
 아픈 것도 깜빡하게 된다는 거."
 "어떤 기분이에요?"
 "주머니에서 뭔가를 계속 찾는 기분.
 처음에는 사소한 걸 잃어버리다 나중에는 큰 걸 잃어버리지.
 열쇠로 시작해서 사람들로 끝나는 거야." -103~104쪽.

 

 기억과 놓음. 사랑과 두려움의 이야기예요. 또, 시간의 이야기고요. 여럿이 어우러지며, 슬프지만 부드럽고, 따뜻한 이야기가 되지요. 연서이자, 느린 작별 인사가 되지요.

 

 님의 침묵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려 갔습니다.
 날카로운 첫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한용운, '님의 침묵', 1926' 중에서

 

 만해 한용운은 '님의 침묵'의 서문인 '군말'에서 '님만 님이 아니라 기룬4 것은 다 님이다. (……중략……) 나는 해 저문 벌판에서 돌어가는 길을 잃고 헤매는 어린 양()이 기루어서 이 시()를 쓴다.'라고 했어요. 그래서 '님의 침묵'의 님은 조국, 절대자(부처, 진리), 연인5이라고 하지요. 저도 '님의 침묵'의 님을 그리운 분들로 더 넓게 생각해봤어요. 하늘로 가신 가까운 분들로 생각해봤어요. 곁에 계시지만 그리운, 암 수술하신 아버지도 생각해봤고요. 또, 이 책의 기억을 읽어가는 할아버지를 생각해봤어요. 생각하니,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라는 시어를 되뇌게 되네요.

 

 

 또, 장혜리의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라는 노래가 있어요. ​'이제는 울지 않을래. 이별은 너무 아파요. 다시 떠난다 해도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 기억하지는 않아도 지워지지가 않아요. 슬픔 뒤 밀려드는 그리움. 세월이 변한다 해도 언제까지나 그대로 내 곁에 머물러줘요.'라는 노랫말. 사랑의 이별을 노래한 것이겠지만요. 죽음으로 인한 이별에도 그 뜻이 이어지네요. 이별은 너무 아프지요.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 거고요. 언제까지나 그대로 내 곁에 머물기를 바라지요.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을 읽으며, 이 노래를 읊조렸어요.

 프레드릭 배크만의 소설,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은요. 글은 짧지만, 여운은 길어요. '피플 매거진'의 글처럼 '씁쓸하고도 달콤'해요.​ 슬프지만, 부드럽고 따뜻해서 아름다워요. 그 아름다움이 깊은 울림을 주네요. 잃고 싶지 않은 분들이 언제까지나 그대로 제 곁에 머물기를 바라지만요. 어느덧 찾아온 이별의 날. 저도 제게 남은 사랑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世皆無常 會必有離(세개무상 회필유리) 세상은 모두 무상하나니, 만나면 반드시 헤어짐이 있도다. -<유교경遺敎經>​

 그리고 이제 저도 세상의 무상함을 알고, 슬프지만 이별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고요. ​

나나흰 6기로서 읽고 씁니다.



 

  1. <불교> 생명이 있는 것은 반드시 죽음. 존재의 무상(無常)을 이르는 말이다.
  2. <불교> 만난 자는 반드시 헤어짐. 모든 것이 무상함을 나타내는 말이다.
  3. 1 . 의사가 환자를 진찰하고 전망함. 또는 그런 병의 증세. 2 . 병이 나은 뒤의 경과.
  4. 기루다: [방언] 어떤 대상을 그리워하거나 아쉬워하다(전북).
  5. 님의 침묵, 한국민족문화대백과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534161&cid=46645&categoryId=46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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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바람 진구 시리즈 4
도진기 지음 / 시공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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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어나요. 바람돌이. 모래의 요정. 이리와서 들어봐요. 우리의 요정.'으로 시작하는 노래! '모래요정 바람돌이'라는 애니메이션의 '시작하는 노래'지요. 하루에 하나씩 소원을 들어주는 바람돌이. 그 소원은 하늘에 해가 있는 동안에만 이루워지지요. 그렇게 모래요정 바람돌이가 들어주는 소원으로 온갖 소동이 일어나고요. 그 모험으로 아이들의 마음이 더 자라게 되지요. 저에게 모래와 바람은 이 애니메이션으로 이어지는 고리예요. 그래서 '모래바람'이라는 책을 만났을 때, '모래요정 바람돌이'가 생각났어요. 그렇게 '모래바람' 속으로 들어갔지요.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던 진구와 해미. 둘은 연인이에요. 사설 탐정인 김진구. 그 건물 안에서 나오던 연부를 만나지요. 진구의 어릴 적 친구예요. 아버지 친구의 딸로 초등학교, 중학교 동창이지요. 맞수이기도 하고요. 10년이 넘게 흘러 만나게 됐어요. 유연부와 헤어지고 건물 안으로 들어간 진구와 해미. 대형 벤처투자회사 '제이디애셋'에 가요. 그곳에서 회장, 상준동을 만나고요. 그가 의뢰인이에요. 의뢰는 회장의 아들이 만나는 여인을 뒷조사하는 거예요. 그 여인은 회장의 비서예요. 그런데 그 여성, 유연부예요. 진구는 그 의뢰를 거절하지요. 해미는 연부와 진구의 관계를 추궁하는데요. 진구는 중학교 시절, 아버지와 실크로드 탐사단에 함께했어요. 연부도 아버지와 함께했지요. 진구와 아버지 김민준과 연부의 아버지 유상호는 둘 다 역사학 교수였던 거예요. 맞수지요. 그런데, 진구의 아버지는 사막의 풍토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고요. 연부의 아버지는 실종되어 사망 처리되었다고 하지요. 그 이후, 진구는 연부와 연락이 끊겼고요. 진구의 아버지 이야기에 미안함을 느낀 해미는 그 탐사를 다룬 책을 읽으며, 진구의 과거에 다가가게 되지요.


 '도덕이 뭔지는 알겠지만, 왜 도덕을 따라야 하는지는 끝내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수학에는 그런 억지가 없다. (중략) 오로지 논리와 이성. 밤하늘의 별처럼 고고히 떠서 차갑게 빛나는 그것을 진구는 사랑했다.' - 28쪽.


 '"내가 미쳤었다. 모래바람이 날 미치게 했다. 진구 너도 기억나지? 그 악마와도 같은 모래바람……. 내가 어떻게 그런 짓을……. 지금 생각해도 실제로 일어난 일 같지 않아. 아니, 다른 변명 않으련다. 모두 내 잘못이야. 그저 보통 사람도 못 된……. 난 네 아버지, 그리고 네 꿈을 잘라버렸다. 미안하다, 진구야."' - 338쪽.


 '"그 친구한텐 제가 큰 잘못을 한걸요."' - 339쪽.


 수학을 사랑한 진구. 그러나 실크로드 탐사 때의 깊은 상처로 수학을 떠난 진구. 

 그리고 모래바람 속에서 한 잘못의 깊은 뉘우침.


對酒 대주


술을 앞에 놓고


蝸牛角上爭何事 와우각상쟁하사
石火光中寄此身 석화광중기차신
隨富隨貧且歡樂 수부수빈차환락
不開口笑是癡人 불개구소시치인


달팽이 뿔 위에서 무슨 일로 싸우는가?

찰나 중에 이 몸을 기탁하고서.

부유한 대로, 가난한 대로 또한 즐거우니

입을 벌려 웃지 않으면 어리석은 사람이다.


- 백거이(白居易:772~846) '대주(對酒)' 5수 중 제2수


 호승지심(好勝之心)이 강한 사람이 있지요. 더욱이​ 호적수(好敵手)가 있다면, 호승지심이 더 강해지지요. 메시와 호날두,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는 서로 호적수지요. 용호상박(龍虎相搏)으로 선의의 경쟁을 한다면, 그 선수들처럼 더 높이, 더 멀리 나아갈 수 있겠지요. 그런데 어긋나면요. 비극으로 나아갈 수도 있고요. 사이클의 랜스 암스트롱. 그는 얀 율리히와 경쟁하지요. 그런데, 랜스 암스트롱은 도핑을 했어요. 결국, 모든 기록을 박탈당하고 사이클계에서 영구 추방되었고요. 

 '모래바람'의 어떤 이도 호승지심이 강했지요. 그는 모래바람 속에서 큰 잘못을 하고 말아요. 애니메이션 '모래 요정 바람돌이'의 모래 바람은 꿈, 모험의 바람이었어요. 그런데, 책 '모래바람'의 모래바람은 탐욕, 죽음의 바람이었어요.

 백거이는 달팽이 뿔 위의 싸움에서 벗어나, 웃으라고 하네요. 무궁 속에서, 우리의 일그러진 싸움은 작은 일이잖아요. 탐욕과 죽음으로 나아가지 말고, 웃어야겠지요. 옛말에 웃으면 복이 온다고 하잖아요.


 이제는 전직 판사, 현직 변호사(2017년 3월 변호사 개업)인 도진기 작가의 작품! '모래바람'은 진구의 네 번째 이야기라고 해요. 고진 이야기는 그 가운데 '악마는 법정에 서지 않는다'로 한 번 만났었는데요. 진구의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처음이에요. 그와 첫 만남. 좋은 느낌이네요. 수수께끼 풀이도 좋고요. 인간의 속마음도 잘 그리고 있어요. 특히 지나친 경쟁 의식에서 생긴 비극을 잘 그리고 있네요. 마지막까지 하나하나 잘 쌓여진 좋은 이야기예요. 사이사이에 작은 틈도 없이 잘 쌓여져 있어요. 척박한 우리나라 추리 소설에 꿈과 모험의 모래바람이 될 이야기네요. 역시 우리 추리 소설의 모래 요정 바람돌이는 도진기 작가예요.






흑림귀인단 2기로서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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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팩스 부인과 여덟 개의 여권 스토리콜렉터 55
도로시 길먼 지음, 송섬별 옮김 / 북로드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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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불가리아라고 하면, 세 가지가 떠올라요. 바로 장수 마을, 요구르트(Yogurt), 니나 도브레브(Nina Dobrev)예요. 불가리아의 스몰랸(Smolyan)1에는 오래 사시는 분들이 많다고 해요. 또 불가리아를 생각하게 하는 요구르트 '불가리스'가 우리나라에 있잖아요.2 불가리아가 요구르트의 나라3이기에 그래요. 그리고 '뱀파이어 다이어리(The Vampire Diaries, 2009~2017)'에서 엘레나 길버트 역의 매력적인 여배우, 니나 도브레브. 불가리아에서 태어났다고 해요. 두 살 때부터는 캐나다에서 살았다고 하지만요.4 니나 도브레브는 불가리아의 얼굴을 갖고 있어요. 그 불가리아로 여행하는 할머니 비밀 요원의 이야기가 있네요. 그 할머니의 발자국을 따라가 보기로 해요.


 폴리팩스 부인! 비밀 요원이에요. 아마 최고령 비밀 요원일 거예요. CIA의 소속 폴리팩스 부인이 부장 카스테어스에게서 새로운 임무를 받아요. 불가리아의 지하조직에 여덟 개의 여권을 전달하는 일이에요. 폴리팩스 부인의 화려한 모자로 여권을 감추어 간다는 거예요. 그렇게 지하조직을 이끄는 찬코를 만나는 임무를 위해 떠나지요. 그런데, 경유지에서 만난 젊은이 필립. 그가 불가리아에서 간첩 혐의로 수용소에 갇혔다고 들어요. 결국, 폴리팩스 부인, 필립의 친구인 데비와 지하조직이 함께 수용소를 습격하기로 해요. 그리고 폴리팩스 부인의 모험담이 펼쳐지지요.


 '곧 비행기는 공중으로 떠올랐다. 폴리팩스 부인은 새로운 임무를 시작하는 이때 종이에 인쇄된 글자들이 박제된 동물처럼 무기력하게 보였다. 부인은 미련 없이 잡지를 내려놓고 창밖을 바라보며 이번 임무가 끝나면 나는 어떤 모습이 될까, 하는 생각에 잠겼다. 하나의 임무가 끝날 때마다 자신이 조금씩 변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 또 한 번 그녀는 친구들을, 정체성을, 아이들을,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안전하게-등 뒤에 남겨두고 작은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이 나이에 말이다. 하지만 부인은 생각했다. 이 나이야말로 인생을 쌓는 것이 아니라 소비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편안한 삶에 안주하던 시간은 충분히 겪었고, 무사안일한 인생이라는 것은 헛된 꿈에 지나지 않았다. 모든 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건 아니야, 하지만 최소한 자기 자신은 바꿀 수 있지, 하고 그녀는 생각했다.' - 50~51쪽.


 '모든 사람이 세상을 바꾸 수 있는 건 아니야, 하지만 최소한 자기 자신은 바꿀 수 있지'라고 말하는 폴리팩스 부인. 임무를 통해 조금씩 변하는 비밀 요원 할머니. 그렇게 자기 자신을 바꿔 나가는 할머니. 이 폴리팩스 부인은 제가 불가리아를 그리며, 떠올린 것을 모두 갖고 있어요. 장수 마을! 그건 바람직한 인간 관계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요. 폴리팩스 부인의 바탕도 그렇지요. 또, 요구르트! 온몸에 기운이 다시 차오르게 하지요. 폴리팩스 부인도 여러 사람에게 그렇고요. 그리고 니나 도브레브! 매력의 마력이 있는 여성이에요. 물론, 귀여운 폴리팩스 부인도 그렇고요. 이 세 가지로 폴리팩스 부인은 자신을 바꿔 나가고 있어요.

  

 

 '이국적인 센슈얼한 향기가 폐로 스며들면 나는 저절로 감기는 눈을 느낀다. 확실히 아내의 체취의 파편이다.'

- 이상, <날개> 중에서



 불가리아에는 제가 떠올린 세 가지뿐만 아니라, 온천5과 장미유6가 좋다고 해요. 온천은 개운하지요. '불가리스'의 CF 중에 해우소(解憂所)가 나오는 게 있었어요. '폴리팩스 부인과 여덟 개의 여권'도 온천과 해우소처럼 개운해요. 부인의 재치와 유쾌가 시원하지요. 또, 장미유는 황홀하고 달콤해요. 사랑도 황홀하고 달콤하고요. 그 황홀과 달콤함으로 치유하지요. '폴리팩스 부인과 여덟 개의 여권'을 만나면 장미유와 사랑처럼 치유가 돼요. 

 '폴리팩스 부인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예요. 1971년에 처음으로 세상에 나온 이야기예요. 그때는 냉전 시대였지요. 그래서 냉전 시대의 얼굴을 갖고 있어요. 이 책의 폴리팩스 부인이 간 곳, 불가리아는 그때 공산주의 국가였어요. 지금과는 다르지요. 그런데, 지금의 북한이 그려져요. 북한에서 억류되었다가 의식 불명 상태로 송환된 오토 웜비어의 사망 소식7이 얼마 전에 있었지요. 폴리팩스 부인이었다면, 습격해서 구출했을 거예요. 그의 사망에 안타까운 심정! 그나마 폴리팩스 부인의 이야기로 온천과 해우소처럼 개운해지고, 장미유와 사랑처럼 치유되네요.





 덧붙이는 말

 

(사진 출처: 북로드 네이버 포스트)

 

'폴리팩스 부인과 여덟 개의 여권' 띠지 날개 퀴즈 이벤트를 하고 있네요. 참여해보세요.





스토리콜렉터스 2017로서 읽고 씁니다.


  1.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522850&cid=43876&categoryId=43877
  2. '불가리스'와 '불가리아'의 상표권 분쟁이 있었어요.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16&aid=0000213499)
  3.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522851&cid=48181&categoryId=48265
  4. https://ko.wikipedia.org/wiki/%EB%8B%88%EB%82%98_%EB%8F%84%EB%B8%8C%EB%A0%88%EB%B8%8C
  5.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522850&cid=43876&categoryId=43877
  6.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522852&cid=43876&categoryId=43877
  7.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7/06/20/0200000000AKR20170620009352071.HTML?input=1195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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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속 소녀
도나토 카리시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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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ffer not the witch to live.

마녀를 살려두지 말라.

- 킹 제임스 성경, 출애굽기 22장 18절.


너는 무당을 살려두지 말라.

- 우리말 성경, 출애굽기 22장 18절.


 몇 년 전, '타블로의 스탠퍼드 대학교 학력 위조 논란'1이 있었지요. '마녀 사냥'2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마녀 사냥'을 하는 사람들이 무섭기까지 하더라고요. 그런데, 현대적 '마녀 사냥'이 담긴 이야기가 있네요. '안개 속 소녀'라는 이야기예요. 범죄의 공포를 이용한 사업! 언론과 대중의 횡포! 그 안개가 마을에서 사라진 소녀 이야기를 감싸고 있어요.


 성탄전야. 한 소녀가 사라져요. 독실한 신앙을 가진 가정의 10대 소녀, 애나 루예요. 알프스의 고요한 산골마을에서 사라진 소녀. 유명한 형사 포겔이 이 사건을 맡게 되지요. 그는 과거에 증거 조작으로 무고한 사람을 연쇄살인범으로 몰았었는데요. 이 사건으로 재기하려고 하지요.


 '대중은 이미 애나 루를 잊어버렸다.
 이 모든 이야기의 말없는 여주인공은 벌써 무대 뒤로 사라지고 말았다. 여주인공의 침묵은 온갖 엑스트라들이 신나게 떠들고 여주인공과 여주인공의 짤막한 삶에 대해 아무렇게나 지껄일 구실만 제공해주었다. 언론이 하는 일이 그랬다. 뿐만 아니라 길거리에서, 슈퍼마켓에서, 그리고 바에 모여 앉은 대다수의 소시민들도 마찬가지였다.
 […] 사람들이 절대로 입 밖으로 내지 않는 말이 있다. 범죄는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인다는 사실. 제대로 된 스토리로 엮은 범죄는 기록적인 수준으로 시청률을 끌어올리며 각종 스폰서와 광고를 몰아오는 법이다. 작은 마을에서 잔혹한 살인사건이나 미궁에 빠진 실종사건 같은 강력사건이 발생하면 미디어에 노출되는 기간 동안 그 지역을 찾는 외지인들의 수가 늘어나고, 이는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범죄사건 하나가 다른 모든 것들을 제치고 최고의 흥밋거리로 부각되는 이유를 논리정연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규명할 수 없는 일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 85~86쪽.

 '"경찰 수사가 어떤 목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는지를 묻는 최근 여론 조사 결과를 아십니까?" 포겔은 침묵을 지키다 다시 입을 열었다. "대다수의 응답자들은 '범인 체포'라고 응답했습니다. 극소수만이 경찰 수사의 목적은 '진실 규명'이라 답했습니다. 이게 무슨 뜻인지 아시겠습니까? 진실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겁니다."
 "형사님은 그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왜냐하면 범인을 체포해야 우리가 조금은 더 안전하다고 그나마 '착각'이라도 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따지고 보면 대중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모범답안은 따로 있습니다. 그 이유는 말입니다, 진실을 알게 되면 우리도 사건에 연루가 되고 공범이 되기 때문이지요. 언론과 대중, 그러니까 모든 이들이 범죄자를 인간이 아니라고 여긴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범죄자들을 무슨 외계종족이나 남을 해하고 악을 행하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존재로 여긴다는 사실 말입니다.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그런 범죄자들을…… 대단한 인물로 만들어버린다는 겁니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힘주어 말했다. "그 대단한 인물들의 대다수는 창의성도 부족하고 다수의 틀에서 벗어날 수도 없는 지극히 평범한 일개 개인에 불과한데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진실을 받아들이게 되면 결국 범죄자들이 우리 자신과 다를 게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 129쪽.


 '"제가 해야 할 일은 사건을 지켜보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일이었습니다." […] "우리 모두에겐 괴물이 필요했었습니다, 선생님. 우리 모두는 다른 누군가보다 자신이 더 낫다고 느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 "전 그런 사람들이 원하는 먹잇감을 던져줬을 뿐입니다."' - 132~133쪽.


 범죄의 공포로 사업을 하려는 사람들! 범죄가 있는 곳에 돈이 있다고 하네요. 언론에 노출되면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지역 경제가 살아나게 된다고 해요. 그리고 언론과 대중의 횡포! 사람들은 범죄자를 괴물로 만든다고 해요. 그래서 도덕적 우월감을 느낀다고 하고요. 포겔은 로리스 마티니를 지목하여 사람들과 함께 그를 괴물로 만들지요.

 

 '희생자들도 이야기를 한다는 사실.

 희생자들이 자신의 입장에서 사건에 관한 진술을 할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이 부분은 수사 초기부터 무시되곤 한다. 하지만 희생자들에게도 목소리가 있다. 그들의 과거가 대신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단지 누군가가 귀를 기울여주면 될 뿐이다.' - 244쪽.


 희생자들에게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해요. 범죄자와 희생자! 그 어느 한 쪽의 이야기만을 들어서는 안 돼요. 희생자도 기억해야 해요. 균형을 갖춘 사람이 되어야겠지요.


 '안개 속 소녀'에서 말하는 건 범죄의 공포를 이용한 사업, 그리고 언론과 대중의 횡포예요. 사업과 횡포는 '마녀 사냥'을 이루는 요소지요. 그런데, '마녀 사냥'의 출발은 호기심이에요. 타블로가 스탠퍼드 대학교를 졸업했음에도 불구하고 힙합가수로 활동한다는 사실이 누리꾼들의 호기심을 자극했어요. 그리고 호기심이 어긋나면, 두려움으로 자라고, 광기를 품게 되지요. 타블로라는 존재에서 자신은 그와 다르고 그처럼 될 수 없을 거라는 두려움이 생겼어요. 그것이 커져서 타블로가 분노, 증오, 타도의 대상이 된 것이에요. 그 광기를 이용해서 사업과 횡포를 이끌었고요. 즉, 언론은 의혹들의 자극적인 부분들만 보도해서 클릭수가 많아질수록 광고 수익이 많아지는 사업을 했어요. 또, 많은 사람들은 타블로를 학력 위조한 괴물로 만들었고요. 그렇게 사람들에게 깊은 아픔을 남기게 된 거예요. 그 아픈 사람들에게 귀를 기울여야겠어요.


 저는 도나토 카리시의 글은 처음이에요. '속삭이는 자', '이름 없는 자', '영혼의 심판'도 우리나라에 소개되어 있다고 하는데요. 제게 다가온 그의 첫인상이 좋네요. 범죄학자라는 그. 범죄를 생각하게 하는 그의 질문! 또, 두려움! 작가의 마지막 가속에 전율했어요. '마녀 사냥'이라는 안개가 소녀 이야기를 감싸고 있는 이 책! 띠지의 문구처럼 '고요한 산골마을에서 일어난 가장 현대적이고 교활한 범죄 서커스'예요. 그 서커스 구경! 잘했어요.






흑림귀인단 2기로서 읽고 씁니다. 


  


 

  1. https://ko.wikipedia.org/wiki/%ED%83%80%EB%B8%94%EB%A1%9C%EC%9D%98_%EC%8A%A4%ED%83%A0%ED%8D%BC%EB%93%9C_%EB%8C%80%ED%95%99%EA%B5%90_%ED%95%99%EB%A0%A5_%EC%9C%84%EC%A1%B0_%EB%85%BC%EB%9E%80
  2. https://ko.wikipedia.org/wiki/%EB%A7%88%EB%85%80%EC%82%AC%EB%83%A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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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 1 - 5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5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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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로세움(Colosseum)은 제게 놀라움이에요. 로마의 원형 경기장! 그곳에서 검투사들의 대결을 상상하고는 해요. 영화 '글래디에이터(Gladiator, 2000)'처럼요. '글래디에이터'의 주인공 막시무스는 장군이었지요. 결국, 검투사가 되지만요. 그도 로마의 옛 전쟁 영웅을 알고 있을 거예요. 바로, 카이사르지요. 그 카이사르의 이야기! 저도 자세히 듣게 됐어요. '마스터스 오브 로마'의 5부 '카이사르' 1권! 가제본으로 만났어요. 1권은 기원전 54년 11월부터 기원전 52년 4월까지의 이야기예요.


 '나는 내가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안다. 이것은 내 존엄이 시키는 일이다.' - 가제본 25쪽.

 

 '나는 사랑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 노력해야 얻을 수 있다는 것밖엔. 나는 이제 텅 비었지만, 내 안에서 자라나는 힘을 느낄 수 있어. 이 힘은 나를 좌절시키지 않으리라. 이 힘은 나를 해방시켜주었다. 나는 무엇이든 해야 할 일은 하고 말리라. 안 된다고 할 사람은 이제 아무도 남지 않았다.' - 가제본 92쪽.


 브리타니아와 갈리아에서 전쟁을 하고 있는 카이사르! 먼 곳에서 딸 율리아와 어머니 아우렐리아의 죽음을 듣게 돼요. 그 슬픔 안에서도 빛을 잃지 않고 영광을 이루게 되고요. 그렇지만, 빛에는 어둠이 있지요. 그래도 그 어둠을 향해서도 힘차게 나아가는 카이사르! 역시 모험가지요.


 '카이사르가 늘 이기는 비결 중 하나는 속도야. 다른 하나는 가능한 모든 상황에 철저히 대비하는 것이고.' - 가제본 205쪽.


 '카이사르에 관한 한 술책은 습관이 되지 않아. 불가피한 것일 뿐. 폼페이우스는 누구를 속이려 할 때 스스로 거미줄 속에 뒤엉키네. 그래, 그가 거미줄들을 잘 다루기는 하지. 그래도 거미줄은 거미줄이야. 그에 반해 카이사르는 태피스트리를 짜지.' - 가제본 349~350쪽.


 兵者, 詭道也.

전쟁이란 속이는 도(道)이다.


- 손자병법(孫子兵法) '시계편(始計篇)' 중에서


 손자병법에서 전쟁은 속임수라고 하지요. 카이사르도 그것을 알고 있어요. 게다가 카이사르는 전쟁에서 속임수를 태피스트리를 짜듯이 해요. 속도와 대비(對備)로 씨줄과 날줄을 이루지요.


'인간은 모험을 통해서만 스스로에 대해 깨닫고 발견할 수 있다.'

-앙드레 지드​

 카이사르는 모험가예요. 그 모험을 하며 스스로에 대해 깨닫고 발견할 수 있었어요. 그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았고, 무엇이든 해야 할 일은 하고 말았지요. 속도와 대비(對備)로 전쟁에서 속임수를 그렸어요.


 콜린 매컬로의 '마스터스 오브 로마' 이야기도 모험가예요. 5부인 '카이사르'의 1권에서도 로마에 대해, 카이사르에 대해 깨닫고 발견할 수 있어요. 또, 이야기에 강하게 끌리게 돼요. 작가가 들인 많은 시간의 흔적도 느낄 수 있고요. 7부가 완결인 이 '마스터스 오브 로마' 이야기. 그동안 놀라웠고요. 역시 놀라워요. 앞으로도 놀라울 것 같아요.





   카이사르 독자원정단으로서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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