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의 테이프 스토리콜렉터 57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래 전, 한여름 밤에 저와 몇 사람이 한곳에 모이게 됐어요. 그리고 열대야를 잊기 위해 무서운 이야기를 하기로 했지요. 누군가 가위에 눌린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그렇게 가위에 눌린 이야기를 각자 하게 됐지요. 저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만 했어요. 저는 가위에 눌린 적이 없기에 이야기할 수가 없었거든요. 그런데요. 듣기만 해도 무섭더라고요. 그러던 가운데, 한 사람이 가위에 눌리며 귀신과 눈을 마주쳤다는 이야기까지 했지요. 그렇게 이야기가 거듭될 수록 이야기는 점점 절정에 이르게 됐어요. 그때, 몇 사람이 '끼아악' 소리를 지르며 뿔뿔이 흩어졌어요. 소름이 돋으니, 장난을 섞어 이야기를 끊었던 거였어요. 이야기가 끝나고 한동안 있다가, 하나하나 다시 모였어요. 서로 무서웠다고 몇 마디를 나눈 후, 잠자리에 들었지요.

 저에게 그때의 이야기는 듣기만 해도 무서웠어요. 아마도 그들 자신의 경험담이었고, 또 들으며 상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을 거예요. 한참을 그들의 이야기가 머릿속에 머물러서 쉽게 잠이 오지 않았었지요. 그래서 저는 무서운 이야기는 가까이 하지 않게 됐어요. 그래도 무서운 이야기가 저에게 올 때가 있어요. 이번에는 책으로 된 무서운 이야기를 또 만나게 됐네요. 추리와 어울린 무서움이에요.


 제가 만난 이야기는 여섯이에요. 책의 뒷면에서 그 여섯 이야기를 소개하네요.


 '「죽은 자의 테이프 녹취록」
 자살을 결심한 자들이 죽기 직전 녹음한 세 개의 테이프 녹취록. 거기엔 몹시 기이한 공통점이 있는데…….


 「빈집을 지키던 밤」
 고액의 빈집 지키기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마이코. 3층에서 내려다본 검은 형체는 과연 누구일까?


 「우연히 모인 네 사람」
 네가히산 산행에 가쿠 마사노부의 초대를 받은 네 사람. 초대한 자는 정작 나타나지 않고 낯선 네 사람만이 기묘한 산행을 시작하는데…….


 「시체와 잠들지 마라」
 요양병원에 들어온 노인의 시공간을 넘나드는 불가해한 이야기들. 그 비밀을 추리해가다 마주친 노인의 불가사의한 정체는?


 「기우메: 노란 우비의 여자」
 비도 오지 않는 날 노란색 우산과 우비를 입고 말없이 바라보는 여자. 그녀와 눈을 마주친 후 불길한 일들이 연이어 벌어지는데…….


 「스쳐 지나가는 것」
 매일 일정한 사람들과 마주치는 유나의 출근길. 어느 날부터 뭔가 오싹한 검은 사람의 형체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각 이야기를 간단히 잘 소개하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특히 무서움을 느낀 이야기는요. '기우메: 노란 우비의 여자'였어요.


 '새하얀 분을 바른 얼굴에, 눈 두 개만 동그랗게 벌어져 있었어. 그렇게까지 화장이 진하면 립스틱을 바른 입술 같은 것도 눈에 띌 텐데, 어찌 된 영문인지 눈만 돌출되어 있는 거야. 그 두 눈도 검은자위가 아주 커서, 거의 흰자위가 안 보이는……. 정말 섬뜩한 눈이었어. 빤히 보고 있으면 마치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나서, 오싹했어. 그 눈이 말이지, 계속 아침부터 머릿속에서 떨쳐지지 않아. 강의에 집중하려고 해도 눈앞에 그 검은 눈이 떠오르고, 눈을 감아도 마찬가지야."
"마치 요괴 같네."
나는 농담처럼 가볍게 대꾸했어요. 그리고 그 여자에게 '기우메'라는 이름을 붙였던 거예요. 정체불명의 존재가 무서운 건, 그 것에 이름이 없기 때문이란 이유도 있잖아요? 그래서 일부러 요괴 같은 호칭을 붙여서 최대한 사토루의 기분을 편안하게 해주려고 했어요.' -'기우메: 노란 우비의 여자' 중에서 (235~236쪽).


 마주친 검은 눈이 계속 아침부터 머릿속에서 떨쳐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보고요.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났어요. 가위 눌리며, 귀신과 눈이 마주쳤다는 이야기였지요. 정말 등골이 오싹했지요.


 미쓰다 신조는 추리와 공포가 어울린 이야기를 잘 써요. 현실적이면서도 상상할 수 있는 이야기로요. 이 이야기에서도 마치 진짜 편집 과정인 있는 것처럼해요. 서장, 막간(1), 막간(2), 종장에서요. 그러다 보니, 현실처럼 느껴져요. 그리고 글을 읽는다는 건, 상상하게 하지요. 자세한 이야기로 추리와 공포의 상상이 그려져요. 다시 말해, 그의 글은 추리와 공포의 어울림이 현실성과 상상의 어울림으로 이루어져요. 그런데, 이 여섯 이야기는요. 추리의 무게보다 공포의 무게가 더 무겁네요.

 이 여섯 이야기를 읽으며, 그 옛날에 들은 가위 눌린 이야기가 많이 생각났어요. 그때도 그들의 경험담이라고 하니, 현실성이 느껴졌었고요. 일일이 듣게 되니, 무한히 상상하게 됐지요. 또,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가 많이 생각났고요. 공포와 성(性)이 어울린 드라쿨라 이야기. 일기, 편지, 신문 기사 등으로 되어 있어 그 현실성이 가득했지요. 그리고 자세히 그려낸 이야기로 상상의 날개가 펼쳐지고요. 그 모든 이야기의 끝에는 등골의 오싹함이 있었지요.


 '나머지는 이 책이 무사히 간행되고, 독자 여러분이 물에 관한 오싹한 나쁜 현상을 겪지 않기를, 이라고 멀리서나마 기도할 뿐입니다.' -'종장' 중에서 (315쪽).


  '저는 늦은 밤에 미쓰다 신조의 책은 번역하지 않기로 하고 있습니다.'라고 역자 후기에서 말하는 역자. 사실, 저도 늦은 밤에 읽으니 오싹하네요. 다행히 나쁜 현상을 겪지는 않았지만요. 그동안 되도록이면, 무서운 이야기는 가까이 하지 않았으면서 너무 방심했지요. 저도 늦은 밤에 미쓰다 신조의 책은 읽지 않기로 해야겠습니다. 그리고 독자 여러분이 물에 관한 오싹한 나쁜 현상을 겪지 않기를, 이라고 저도 멀리서나마 기도해야겠어요.


 이 책, '괴담의 테이프'는요. 역시 미쓰다 신조의 책임을 증명하네요. 추리와 공포가 아주 잘 어울려 있어요. 물론 이 책은 추리가 공포를 거들고 있지만요. 잘 곁들여 있어요. 그건, 현실성과 상상의 힘이겠지요. 매우 현실감 있고, 또 세세한 글로 상상의 세계로 인도하네요. 아쉽게도 제가 공포 이야기의 면역이 안 되어 있기에, 살짝 힘들었지만요. 공포 이야기에 저항이 없는 분들은 매우 만족하실 이야기예요.    







스토리콜렉터스 2017로서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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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8-26 14: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는 친구들 여러 명 모이면 한번은 꼭 무서운 이야기가 수다 거리로 나왔었죠. 요즘 뉴스에서 무서운 일들이 많이 일어나서 그런지 무서운 이야기로 수다 떠는 일이 드물어요. ^^

사과나비🍎 2017-08-26 16:37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랬었죠~^^; 예~ 요즘에는 저도 그렇네요~^^; 세상에 무서운 일이 많이 없어져야 할 텐데요~^^; 아무튼! 댓글 감사합니다~^^* cyrus님~ 좋은 주말 보내시기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