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부마을 이야기 1
제임스 캐넌 지음, 이경아 옮김 / 뿔(웅진)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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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지키는 치안판사와 경사가 있기는 하지만 그들이 하는 일이라곤 고작 술집에서 취객들 간에 벌어지는 실랑이를 말리는 것뿐이다. 하루 종일 문을 열어 놓아도 도둑 한번 들지 않는 평화로운 마을 마리키타에 반란군들이 들어 닥친다. 워낙 평화로운 생활을 해왔던 마을 사람들은 반란군들에게 전혀 협조를 하지 않는다. 이에 화가 난 반란군들은 마을에 있는 남자들을 죽이고 12세 이상의 소년들을 끌고 간다.

하루 아침에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을 잃어버린 여자들은 실의에 빠진다. 남자들이 사라진 마리키타에는 1년 넘도록 소득이 없었으며, 소득이 없는 마을의 쓰레기를 치우러 오는 사람도 없고, 수확도 없었다. 마리키타의 여자들은 쓰레기가 넘치는 더러운 곳에서 굶주림과 헐벗음에 고통 받고 있었다.

반란군에 맞서다가 총에 맞아 죽은 경사의 아내 로살바가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어 마리키타의 신임 치안판사가 되어 마리키타를 일으키기 시작한다. 그녀는 마을을 일으키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들을 정하고, 필요한 사람들을 뽑아서 일거리를 준다. 그리고 그녀들만의 독특하고 새로운 규칙들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지금껏 남자들에게만 의지하며 살아왔던 그녀들에게 그녀들만의 마을을 만든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니다. 할 일들은 정해 놓았으나 남자들만큼 추진력이나 행동력이 강하지 않아 주저 앉을 때도 있다. 그러나 그녀들은 정부에 구호를 요청한다거나 이웃 마을의 남자들을 데려 오지는 않는다.


책 속에는 남자들이 사라진 마을의 이야기와 남자들만 있는 게릴라 부대의 이야기가 교차시키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여자들은 그녀들만의 세계를 건설해 새로운 삶을 살고자 하지만, 남자들은 다른 사람들의 삶을 파괴해가며 그것을 빼앗으려고 한다. 아주 잔혹하게 말이다.


공산주의 게릴라들이 어느 두 산간 마을의 남자들을 끌고 갔다는 콜롬비아 신문의 기사를 보고 그 후의 두 마을의 삶이 궁금해져서 이 이야기를 썼다는 작가 제임스 캐넌. 표지에 몇 줄 적힌 그의 이력을 보면서 그가 어떤 사람일까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이름을 보면 분명 남자인데,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쓸 수 있었을까.


책을 덮으면서 얼마 전 아침 드라마에서 본 산부인과 여의사의 대사가 떠올랐다. 만약 남자가 출산을 짊어지게 됐다면 지금처럼 배 아파가며 아이를 낳는 일은 절대 없을거라며, 주사 한방이면 고통없이 낳을 수 있는 방법이 벌써 개발 됐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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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철학 스케치 1 - 이야기로 만나는 교양의 세계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지음 / 풀빛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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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학창시절, 철학이라는 학문과 친해질 기회가 적었기 때문에 철학과 멀어지게 된 것인지, 아니면 철학이라는 학문이 내게 따분하기만 한 학문이었기 때문에 애써 친해지려고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인지 모르겠다.

여하튼 나는 ‘철학’이라는 학문과는 그다지 친하지도 않으며, 애써 친해지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오지랖이 미어 터지도록 여기저기에 많은 호기심을 보이는 내가 유독 ‘철학’이라는 것에는 왜 그리도 매정하게 대했는지.

그러나 살다보면 ‘철학’이라는 것, 굳이 필요는 없지만 모르면 답답할 때가 있다. ‘철학’이라는 것이 얼마나 다양한 곳에 걸쳐져 있는지 ‘철학’이라는 것을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명쾌한 답을 찾지 못할 때가 더러 생긴다. 그럴 때마다 이번에는 ‘철학’과 친해져봐야지, ‘철학’의 산을 넘고야 말겠다 다짐을 하지만 워낙 밑바탕으로 깔린 것이 없어서 이내 무릎을 꿇고야 만다.


한국 철학. 그래, 우리 것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어떻게 남의 나라 철학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한국사라면 나도 자신이 있으니까, 한국 철학의 산부터 넘어보자.

이런 마음가짐으로 나는 한국 철학을 만나러 갔다.


‘철학’이라고 하면 뭔가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철학’을 논할 때 그것이 발생하고 유행하게 된 시대적인 배경을 논하지 않을 수 없으며, 역사를 알면 그 시대의 철학도 보이게 마련이다.

1권에는 고조선의 건국 신화가 된 단군신화에서부터 삼국시대에는 호국 신앙으로, 고려시대에는 한 나라를 다스리는 통치 이념으로 작용했던 불교, 조선왕조를 흥하고 망하게 했던 성리학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2권에는 새로운 시대를 요구했던 실학 사상과 근대 사상들을 풀어 놓았다.

이 책은 청소년들이 보다 쉽게 한국철학에 접근하고 친해지길 원했던 저자들의 마음이 담긴 책이다. 덕분에 내용은 아주 이해하기 쉽다. 특히 1권은 마치 중고등학교 시절 국사책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교과서에 충실하다. 하지만 2권에서는 우리가 국사 시간에 자주 듣지 못했던 이야기와 그다지 비중이 크지 않았던 근대 사상들이 등장해서 새로운 사실들을 알아가는 재미가 솔솔했다.

특히 허균 선생님께서 남기신 말씀은 내가 이 두 권의 책을 읽으면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이라고 할 수 있다.


‘남녀의 정욕은 하늘로부터 받은 것이고, 남녀가 나뉘는 윤리와 도덕은 성인의 가르침이다. 하늘이 성인보다 높으니 성인의 가르침을 어길지언정 감히 하늘이 준 사람의 본성을 어길 수 없다.’ - 허균 (1권, p. 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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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를 사랑한 도시
윌리엄 케네디 지음, 장영희 옮김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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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이 가족과 헤어져 서울역에서 노숙자 생활을 하고 있는 한 아버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을 읽은 적이 있었다. 나는 기차여행을 좋아한다. 그래서 기차역에도 종종 가곤 하는데, 그때마다 대합실이나 화장실 여기저기서 마주치는 노숙자들은 동정이나 가여움의 대상이 아닌 두려움과 혐오스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들이 내 곁에 조금이라도 다가오면 나는 부리나케 그곳을 벗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그 한권의 책으로 인해 그들을 조금은 더 따사로운 눈빛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지금은 이렇게 살고 있지만, 그들 한명 한명에게는 이렇게 밖에 살 수 없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으리라.

『내가 너를 사랑한 도시』의 주인공 프랜시스 또한 부랑자이다. 젊은 시절 그는 야구 선수였으며 사랑하는 가족들도 있었다. 그러나 우연히 그가 던진 돌에 누군가가 맞아 죽었으며, 안고 있던 아들을 실수로 손에서 놓쳐 태어난지 13일 만에 죽게 만들었다. 그 죄책감을 견디지 못해 그는 집을 뛰쳐 나왔으며, 그 후 부랑자, 살인자, 알콜 중독자라는 이름표를 달고 이 거리 저 거리를 전전하게 된 것이다.

부랑자, 살인자, 알콜 중독자. 그는 세상 사람들이 손가락질 하는 이름표를 달고 바닥 인생을 살고 있었지만 적어도 가슴만큼은 바닥을 헤매지는 않았다. 프랜시스 자신도 양말 한 켤레가 없어 다 떨어질 때까지 신고, 먹을거리를 얻으러 다니며, 무덤가에서 일하며 하루를 버텨내고 있으면서도 다른 부랑자들을 도와주려고 한다. 자신보다 더 많은 가진 사람들조차 손가락질 하며 버리는 그런 사람들을 말이다.


미국, 특히 그 나라의 도시들은 전세계 사람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모여드는 화려한 곳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그 어느 나라의 사람들보다 더 힘들게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아메리칸 드림은커녕 소박한 꿈조차 꿀 수 없으며, 오히려 더 나락으로 빠져든다.


퓰리처상 수상작이라는 감투 때문이 아니라 장영희 선생님 덕분에 읽게 된 이 책은 오래전 장영희 선생님의 『내 생애 단한번』이라는 책이 내게 주었던 그런 감정을 불러 일으켰다. 무턱대고, 내놓고 슬픈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이야기를 읽다보면 가슴이 저려왔다. 답답함이랄까. 겉으로는 그럭저럭 번지르하지만 우리 모두가 마음의 부랑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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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에게 길을 묻다 - 영상아포리즘 01
김판용 지음 / 예감출판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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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리즘이란 깊은 체험적 진리를 간결하고 압축된 형식으로 나타낸 짧은 글을 이르는 말이란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아포리즘인 히포크라테스의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라는 말처럼, 아포리즘은 말하는 이의 독자적인 창작이 담긴 것이라고 한다. “영상아포리즘”이라는 말이 생소하게 다가왔다.

한두번 들어본 말이기는 하지만 정확하게 알지 못해서 책을 덮은 후에 찾아보았다. 아포리즘이라는 말을 찾아본 후에 책의 내용을 되짚어 보면서 비로소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그렇다. 이 책은 말 그대로 영상아포리즘이다. 무엇에 대한 아포리즘인가 하면, 바로 작가 자신의 삶과 우리의 일상에 대한 아포리즘이다.

그는 꽃으로 채워진 사진들을 통해 봄날이 가고, 여름이 오고,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는 사계절을 이야기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으려 하고 있다.

그는 지금은 효용 가치가 떨어진 시골 학교나 간이역을 앵글에 담으면서 우리들의 삶을 이야기 하고 있다.


아주 가벼운 책이지만, 책 속에 담겨져 있는 사진 하나 하나들이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많은 생각들을 하게끔 했다. 그리고 그동안 내가 찍어왔던 사진들을 꺼내어 보게끔 만들었다.

나는 무엇 때문에 그 많은 사진들을 찍었으며, 그 사진들을 통해 무엇을 보았는가. 사진들은 우리들이 놓친 풍경들을 잡아두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앵글을 통해 바라본 풍경들은 새로운 의미들로 다가오기도 한다.


사진 속 꽃들은 정지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지금도 그 작은 꽃들은 비바람을 이겨내며 한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온힘을 다하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이다. 비록 현재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미래를 향해 열심히 내달리고 있다.

가끔씩 내 삶이 정체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 삶이 무료하고 우울하게 느껴질 때, 그럴때마다 꽃들에게 길을 물어봐야겠다.

“안녕, 나는 어디로 가야 꽃을 피울 수 있겠니?”


모든 생물들은 잉태하는 순간부터 목숨을 건다. 우리가 보는 꽃들은 모든 산모들이 자신의 목숨을 걸고 아이를 낳듯 그렇게 목숨을 걸고 핀다. 그냥 나무 안에서 쉬는 편안함을 버리고, 설레고 두려운 마음으로 꽃을 피우듯, 우리의 일상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냥 집과 직장만을 왔다갔다 하는 시계추 같은 삶이라면 고민이 없다. 그래서 반복된 일상에서 일탈은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새해 아침에 해를 맞는다는 것은, 쏟아지는 잠을 이기고 아니면 눈길을 몇 시간씩 달려서 해돋이 명소에 자리를 잡는다는 것는 용기와 의지의 결과이다. 희망을 갖기 위해서는 남달라야 하고, 남다르기 위해서는 용감해야 한다. 결국 용기란 앞으로 나가기 위한 필수적인 에너지인 것이다. (p.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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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인희의 북유럽 신화 1 - 신들의 보물에서 반지전설까지, 시대를 초월한 상상력의 세계
안인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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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신화? 그동안 그리스 로마 신화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접해 보았지만, 북유럽 신화는 상당히 생소했다. 그리스 로마는 유럽의 남쪽에 위치하고 있는 나라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북쪽의 신화도 존재할텐데, 남쪽의 신화가 너무나도 유명하다보니 한번도 생각해 볼 겨를이 없었던 것 같다.


따뜻하고 풍요로운 지중해에 인접해 있는 그리스와 로마의 신화에는 신들 간의 사랑 이야기들이 많다. 그래서 그 신화들을 차용한 후대의 이야기들도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사랑 이야기가 많다.

반면에 게르만족이나 바이킹이 살았던 북쪽 나라는 거칠고 추운 곳이다. 농사보다는 사냥과 전쟁에 더 의지해야만 했다. 그래서 북유럽 신화에는 사랑 이야기보다는 모험적인 요소가 많으며, 이 북유럽 신화를 차용한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톨킨의 『반지의 제왕』인 것이다.

그동안 자주 접해볼 수 없었기 때문에 조금은 생소했지만, 북유럽 신화와의 첫 만남은 그리스로마 신화보다 훨씬 더 흥미롭게 매력적이었다. 무엇보다도 너무나도 자주 차용되어 이제는 흔해빠진 사랑 이야기로 전락되어 버린 그리스로마 신화 속의 식상한 사랑 이야기보다 조금은 낯설지만 신선한 북유럽 신화가 마음에 들었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신조차도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과 한번 약속한 계약이나 법은 신이라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것, 영원불멸의 존재처럼 느껴지는 신들조차 정해진 운명을 거스르지 못하고 멸망할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특히 신들의 종말을 가져온 라그나뢰크의 원인이 되었던 로키 신은 말썽꾸러기에 방정까지 맞았지만, 오히려 인간의 모습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 매력적인 신이었다.


책을 덮으면서 그동안 잘 모르고 있었지만, 북유럽 신화 또한 우리 가까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의 전래 이야기와 비슷한 플롯도 등장하고, 어떤 이야기들은 너무나도 친숙하게 다가왔다.

생소했던 북유럽 신화를 보다 쉽고 재미있게 만날 수 있도록 도와준 이 책을 계기로 해서 좀 더 북유럽 신화에 다가갈 수 있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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