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현의 별 헤는 밤
이명현 지음 / 동아시아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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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의 별빛을 바라본다는 것은, 어쩌면 말이 필요 없는 동심이다. 별을 보면 멋지다는 환성과 함께 사람들은 저마다 아름다움을 느끼고, 착하고 선한 생각을 하게 된다. 시골집 마당 평상에 누워서 밤하늘을 쳐다보면 무수히 많은 별이 밤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그 때 별은 우리의 꿈이었으며 ‘저 별은 너의 별, 저 별은 나의 별’ 하며 별을 세어 보았던 사람들은 과연 그 별을 다 셀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유난히 바람이 부는 날이면 더욱 별이 반짝였던 그 시절에 별을 보며 동심의 세계에서 꿈과 희망을 그리곤 했다. 하늘을 수놓은 수많은 별은 인간에게 신비의 대상이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는 밤하늘의 별을 쳐다보고 가다 도랑에 빠졌다.

 

옛날에는 별이 총총한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별을 세기도 하고, 그 많은 별 중에는 자신의 이름을 붙이는 별 하나쯤은 고를 수 있었다. 누구나 별을 가져도 충분할 정도로 별이 많았다. 그러나 어느 사이에 하늘의 별은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이제 대도시에서는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 수가 줄었다. 옛날에 그 많던 별이 지금은 모두 어디로 갔는지 궁금하다. 밤에는 별이 빛난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다. 공해로 찌든 도시에서는 별이 안 보인다고 하지만 지금도 우리 머리 위에서 빛나고 있다.

 

과학자들은 1백37억 년 전쯤 빅뱅이 있었다고 말한다. 빅뱅으로 시간과 공간이 생겨났고, 수소와 헬륨이 만들어졌다. 이후 무수한 별이 등장해 현재의 우주에 이르렀다. 우주에는 1천억 개가 넘는 은하가 있다. 1초에 30만㎞의 광속으로 1백억 년을 달려야 도달하는 은하도 있다. 이처럼 우주는 상상하기 힘든 무한대의 공간이다. 지구는 그야말로 우주의 아주 작고 아름다운 자갈인 셈이다. 우리는 별을 만든 먼지 덕분에 형성된 ‘생각하는 별 먼지’다.

 

이렇게 우주 앞에 서면 생각하는 별 먼지들은 참으로 보잘것없다. 그런데 아주 오래된 고향의 흔적이 남아있을 밤하늘을 바라보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천문학자 이명현 씨의 표현을 빌리면 밤하늘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문화유산이다. 아버지의 아버지로 계속 거슬러 올라가면 만나는 인류의 조상까지 늘 별과 함께했다.

 

별의 수명은 인간의 일생과 비슷하다. 별도 태어나고 죽는 일생이 있고, 사람과 똑같이 모진 생애를 산다. 별은 우주 먼지와 수소 가스가 밀집해 수축하면서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계속 밀도가 높아지면서 핵융합이 시작되면 본격적인 별의 일생이 시작된다. 이 원시별이 완전한 별이 되기 전 수만 년 동안 스스로 수축하면서 내부 물질을 분출하는 단계를 거친다. 별 내부의 수소와 헬륨을 거의 다 태우고 나면 내부의 엄청난 에너지에 의해 별은 점점 부풀어 오른다. 별의 크기가 커지면서 표면 온도도 내려가 푸른색의 젊은 별들이 붉은색의 늙은 별(적색거성)로 변해간다. 거대한 성운 속에서 태어난 아기별이 자신을 태우면서 성장해가고 더는 태울 것이 없어지면 여러 모습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생명을 다한 나뭇잎이 떨어져 땅속에 묻히면 새로 돋아나는 씨앗의 좋은 거름이 되는 것처럼 수명을 다한 별이 폭발하면서 내놓은 가스와 먼지 잔해는 새로운 별과 지구와 같은 행성을 만드는 재료가 된다.

 

하늘에 반짝거리는 저 별도 영원히 빛나지만은 않다. 당대 최고의 스타(star)도 전성기 동안 크게 반짝거리다가 한순간에 사라질 때가 있듯이 별도 밤을 비추지 않은 때가 온다. 비록 별은 영원하지 않지만, 그것이 우주 한가운데에 사라지면서 흩뿌려진 별 먼지는 또 새로운 별을 만들어 낸다. 생명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고, 다시 지구의 탄생을 살펴보면 우리의 고향은 먼 옛날 태양계 근처에서 폭발해 생을 마감한 어느 별의 중심이 아닐까 한다. 우리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손녀의 손녀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모두의 고향은 별의 중심인 것이다. 옛날부터 인간이 별을 보며, 별에 대해 막연한 동경을 가진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 아닐까. 머나먼 우주 속 고향을 그리워하는 아스트랄한 향수. 내 묘비명을 이렇게 정했다. 칸트의 묘비명을 살짝 바꿨다. 내 머리 위엔 별이 빛나는 하늘과 내 마음엔 별 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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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1-05 23: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별에 관해 새로운 사항을 알게되었어요. 폭발한다는 사실과 가스와 잔해가 새로운 행성을 만든다는 이야기 참 신기하네요^^ 그리고 벌써 묘비명을 생각하시는 모습 참 멋지시네요^^ 그러고보니 별을 올려다본지가 참 오래된거 같아요. 별이 그리워지는 밤이네요^^

cyrus 2015-01-06 13:31   좋아요 0 | URL
사람이 죽으면 그의 영혼이 별이 된다는 말이 있잖아요. 정말 인간과 별은 깊고도 오묘한 관련성이 있을 것 같습니다.

stella.K 2015-01-06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잖아도 칼 세이건 살롱에 이명현 박사가
한 달 동안 진행한다는데 네 생각나더라.
아무래도 사는 곳이 지방이라 좀 어렵겠지?
난 장소가 집에서 가깝긴 한데 러시아워 시간 때라
그게 그거란 생각이 든다. 과학을 아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근데 이 책은 좀 재밌을 것 같네.^^

cyrus 2015-01-06 19:31   좋아요 0 | URL
별과 우주에 관한 에세이집에 가까워요. 어렵지 않아요. 좋은 시를 인용한 글도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