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타의 일
박서련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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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책장을 덮으면서 좋은 사람의 기준은 무엇인가 생각하게 된다. 익명이라고 불리는 한 남자가 있다. 여동생의 죽음을 목격한 그 사람은 왜 경찰을 믿지 않았는지도 짚어보게 한다. 자살시도 현장에서 살려내려고 부른 전화번호는 112가 아닌 119였다. 112는 경찰이 도착하는 것이며, 119는 앰뷸런스를 부른다는 의미이다. 그는 여동생을 살려내고 싶어했다. 현장에서 여동생의 휴대폰을 챙겨서 자신에게 건네주면서 자신은 경찰이라고 사칭하면서 주게 된다. 그리고 자살이 아니라고 알려준다. 왜 그는 자살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인지 그의 존재는 더욱 의심스럽다. 보내준 사진들과 여동생을 자세히 이해해야 한다고 말하는 그의 정체는 누구인지 추리하게 된다.

여동생을 죽인 범인을 죽이는 계획을 익명이라고 불렀던 아저씨와 모의한다. 여동생과 완전히 다른 성격을 소유한 언니를 그는 무섭다고 말한다. 물론 언니도 그가 내심 무섭기 마찬가지다. 장편소설 체공녀 강주룡』를 읽었기에 낯설지 않은 작가이다. 하지만 분위기는 확연히 다르다. 긴장감도 필요하고 추리하면서 드러나는 진실들에 몇 번을 놀랬는지 모른다. 사체가 말하는 것이 전부일까. 얼마나 미숙하게 사건을 처리하는지도 보게 된다. 감추고 싶어하는 사람과 드러나면 안 되는 진실이 있기에 합의하는 모습과 보험금 수령에 수시로 마음이 여러 번 바뀌는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빠르게 스치듯이 지나치는 인물들이 있다. 하지만 언급되는 인물들이 지닌 상징성은 무시하면 안된다. 경찰을 믿지 않았던 익명의 아저씨가 있다. 부검은 경찰과 연결되면서 더욱 사건은 진실을 덮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신고하지 않은 것이다. 권력과 연결된 경찰은 진실도 덮어버리는 것이 현실이기에 자체적으로 타살임을 입증하게 되는 상황이다. 친밀하지 않았던 자매 사이였기에 여동생의 죽음을 하나씩 파헤칠수록 알지 못했던 여동생을 알게 된다. 집에서 독립해서 고시원에서 생활하면서 공부하면서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언니이다. 부모와 친밀하지도 않다. 중학교 때 교회를 더 이상 나가지 않아도 엄마는 여동생만 교회에 나가는 것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도 예의주시하게 된다.

가족 드라마의 정서가 비리고 역해서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었다 45

보험금 나오면 너한테 다 쓸 거야.

우리한테 이제 누가 있겠니.

유학 보내 줄까? 대학원 갈래? ...

기가 막히게 우스웠다. 44

좋은 사람이라고 쉽게 예단하는 사회의 기준은 무엇인지 보여준다. 직함과 예복이 좋은 사람을 만드는 것인지 펼쳐놓는다. 좋은 사람이 아니지만 좋은 사람처럼 보이는 사회적 기준을 너무 쉽게 믿는 것은 아닌지 보여준다. 보통의 아닌 평범하다는 기준의 아래에 속한 사람들은 불쌍하다고 생각하면서 쉽게 포장되면서 잘못이 둥글둥글하게 매끄러워지는 것도 보여준다. 여동생의 남자친구의 차에 위치추적기와 도청기를 달아놓았다는 것과 여동생에 대한 진실을 알리면 안된다는 상황임을 언니는 파악하게 된다. 그는 좋은 사람입니까? 그가 일하는 곳과 직함이 그의 전부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회는 쉽게 예단하는 실수를 범한다. 언니가 함구하는 진실은 독자들만이 알게 된다. "만만치 않게 미친놈이었다." (187쪽)

마르타와 마리아, 예수, 누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있다. 남성이 집필한 기록물인 성경이다. 누구의 관점에서 집필되었고 그 시대의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다행히 성경을 다시 제대로 이해하게 해주는 내용이 등장한다. 예수는 마르타와 마리아 어느 누구도 차별하지 않았다는 것이 진실이다. 누가복음의 집필자 누가의 시선에는 그렇게 보였다는 것이다. 예수의 깊은 의도를 잘 이해하는 믿음의 사람이 되어야 한다. 성경을 일독하면서 불편하였던 글들이 꽤 많았다. 그 이유를 제대로 이해하게 된다. 남자의 관점에서 집필되어 여자를 하찮은 존재로 비하하는 글들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사랑이라는 관점에서 성경은 기울어져 있음을 짚어내야 한다고 작가는 소설을 통해서도 보여준다. 마르타 그녀는 예수에게 마리아만큼 똑같이 소중한 존재이며 가치가 있는 생명이다.

언니였던 마르타의 일과 마리아를 떠올리는 일들도 소설에 등장한다. 여동생이 그렇게 죽지 않았다면 어떤 일들이 펼쳐졌을지도 현실감 있게 전해진다. 약물 파티를 하는 사람과 감추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부검조차도 원하지 않는 이유도 드러나기 시작한다. 벗겨진 신물 한 짝을 보낸 사람은 누구인지도 궁금해지면서 작품은 끝난다. 폭력적인 사람이 생각하는 범주는 꽤 넓어진다. 짐작하는 것보다도 더 진폭이 다양해진다. 쉬지 않고 여자를 폭행하는 남자, 여자친구의 부모에게 상품권을 보내면서 감사하다고 말하는 의도,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지기 위해 약물을 이용해서 가지는 행태, 사랑하지 않으면서도 여자친구라고 믿은 여자친구의 최후의 모습은 씁쓸하다.

고백하는 여자와 고백받는 여자가 있다. 석사 출신의 매장 매니저가 직업인 여자의 말과 말없이 자신의 선택들을 행동으로 보이는 고백 받은 여자가 있다. 고백받은 이유와 고백하는 여자의 삶도 허투루 보이지 않는다. 고시를 준비하는 수많은 고학력자들의 날카로운 일상들과 공간과 시간도 촘촘하게 작품에서 만나게 된다. 무미건조한 가족관계도 의미심장하다. 부모의 언행들에 실망하고 말을 최대한 하지 않았던 첫째 딸의 선택들도 두드러지는 소설이다. 예쁜 딸과 보통의 미모를 가진 딸이 있다. 키가 크면 언니라고 선입견을 가진 사람들의 판단들도 무례해 보인다. 자매 사이가 불편해지고 멀어지게 된 이유들도 어린 시절을 통해서 이해하게 된다.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기회마저도 박탈되면서 여동생이 가까이에 있었던 날들과 외모 때문에 비교당하고 학교에서 인식된 자신의 존재는 큰 의미가 된다. 생각해 볼 수 있는 것들이 많았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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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많은 사람들이 알량한 자기 전시 욕구에

경아를 이용하고 있는 것 122

자살했지만 살인당했다.

경아를 죽게 만든 인간이 아직도 살아 있다는 것.

이해할 수 없는 일 192

어디에서 무엇을 하다가 최후를 맞을까 자문...

필요 이상으로 자주, 오래 생각했다. 191


성경에 나오는 마리아와 마르타 자매의 이야기를 생각했다.

어느 날 예수가 그 자매의 집에 방문했는데,

언니인 마르타가 예수와 다른 손님들을 대집할 음식을 준비할 동안

동생인 마리아는 예수 앞에 앉아 예수의 가르침을 듣고 있었다는 이야기.

마르타가 마리아에게 이리 와서

언니의 일을 도와 달라고 했더니

예수는 오히려 마르타를 나무라며, 마리아가 지금 하는 일이

마르타 당신의 일보다 덜 중요한 게 아니라고 했다던가...

신데렐라의, 콩쥐의, 마리아의 자매는 나쁜 사람으로 기록된다.

선하고 지혜롭고 아름다운 여자에게는

악하고 게으르고 시샘이 많은 자매가 있다. 130

누가복음 기록자. 남자. 조선시대와 다를 게 없었다.

성경에 그렇게 써 있지는 않았잖아요.

(마리아를 노려보았을 남자들) 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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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길이라 부르는 망설임 - 카프카 드로잉 시전집 민음사 세계시인선 리뉴얼판 58
프란츠 카프카 지음, 편영수 옮김 / 민음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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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세계시인선 시집이다. 눈에 띄는 특징은 카프카 드로잉 60점이 수록되어 있어서 읽는 재미, 보는 재미가 있는 시집이다. 사후 100주년 기념 시전집이다. 『돌연한 출발』을 통해서 카프카의 여러 작품들을 만났기에 카프카의 시전집은 더욱 특별해진다. 시들과 드로잉들을 무수히 읽고 감상하게 된다. 카프카의 일기, 편지, 생전 출판물, 유고 등에서 고른 카프카의 시 116편을 한국어로 번역한 최초의 시전집이다. 총 5부로 구성되며 1부는 고독, 2부는 불안, 불행, 슬픔, 고통, 공포로 구성된다. 3부는 덧없음, 4부는 저항, 5부는 자유와 행복으로 주제로 구성된다.

바탕이 되는 설명을 최후에 읽으면서 일독하면서 느낀 것들을 불러놓는 시간도 다시 가져보았던 시집이다. 시인과 시집들을 향해서 방향을 많이 틀고 있다. 잰걸음으로 나직하게 걷는 발걸음은 온전히 시인의 시어들과 함께 하게 한다. 고독을 향유하며 불안과 슬픔을 함께 공유하게 된다. 불행과 공포까지도 시어들을 통해서 카프카를 만나게 된다. 더불어 드로잉된 그림들과 단순하고 강열한 그림들이 의미심장하게 전달되기까지 한다. 시인의 시선에 들어온 사람들과 도시, 다리, 달빛, 난파선, 탑과 교회, 광야와 어두운 강물, 산, 사막, 평야 등을 함께 직조하게 된다. 1부의 광야를 통과해야 한다는 주제로 시인의 시들을 쌓아 올려본다. 특별해지고 고유해진다.

2부의 지옥의 가면을 쓰고 있다의 시들도 강하게 각인된다. 등을 구부린 우리들이 있다. 두 팔은 축 늘어뜨리며 두 눈은 슬프다. 비틀거리는 우리들이다. 이러한 우리들은 눈 속에 파묻힌 나무들과 같다고 말한다. 이 나무들이 불안해 보인다고 한다. 권태의 골짜기에 대해서도 언급된다. 수상한 남자들과 어린이들이 피로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이들이 상징적이다. 마음의 도르래와 작은 레버를 유심히 살펴보게 된다. 공허와 무력함, 자기 파괴, 두려움 등이 드러난다. 길을 찾지 못하는 불쌍한 족속들을 보게 한다. 의사를 향한 시어도 시인의 삶과 연결 지으면서 다시 읽게 된다. 질병으로 인한 시인의 고통도 책에서 설명된다. 그래서 이에 해당하는 시는 오랫동안 바라보게 된다.


동일한 상처 부위가

계속해서

갈라진다.

수없이 수술을 받은 상처가

다시

치료받는 것을 보는 것,

그것이 기분 나쁜 것이다. 53


당신을 둘러싸고 있는 악이여

빛을 발산해 활동을 중단하라. 59

목표는 있으나,

길은 없다.

우리가 길이라 부르는 것은,

망설임이다. 69

지푸라기 하나?

많은 사람들이

물 위에 그은

연필 선에 매달려 있다. 137


어린아이들의 지혜

동물들의 주도권

여인들

...

땅 위의 나의 소파 159

문턱을 넘었다.

...

또 다른 세계 159

굳이 집 밖으로 나갈,

필요는 없다.

...

귀를 기울여라.

...

잠자코 조용히 혼자 있어라. 159


그들은 잠을 자지 않는데!

...

바보들이 어떻게 피곤해질 수 있겠니? 155


화려한 책표지 색감에 손길이 머무르게 되는 시집이다. 속표지의 시를 여러 날 여러 번 반복해서 읽게 된다. 시인의 가족들과 시인에 대한 부가적인 설명글이 있어서 많은 도움을 받으면서 다시 재독하게 한다. 카프카 시인이 좋아했던 시들과 시인들도 설명해준다. 카프카에 대한 설명을 듣는 것도 꽤 재미있었고 흥미로웠다. 돌연한 출발 책을 다시 펼쳐보게 하면서 카프카의 작품들 중에 좋아했던 작품들을 다시 읽게 된다. 디자인이 무엇보다도 멋지다. 시집 한 권을 이렇게 구성하고 편집해 주어서 시집 초보자에게는 한없이 도움이 많이 된다. 선물하기에도 좋은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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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사람
박연준 지음 / 난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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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 슈낙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책에 대해 시인이 들려주는 글이 있다. 『듣는 사람』은 책들과 작가들을 소개해 준다. 알지 못했던 작가들과 책들을 소개받기도 한다. 이 책이 그러하다. 시인의 글을 통해서 슬픔을 긴 시간 바라보게 된다. '슬픔은 영혼의 운동'이라고 말한다. 다양한 슬픔들이 있다. 슬픔이 찾아오면 빠르게 닦아내려고 하였던 순간이 있다. 하지만 시인은 슬픔을 얼른 닦아 없애야 할 것이냐고 되묻는다. 영혼의 감정에 기쁨과 즐거움만 있었다면 지금의 내가 오롯이 존재할 수 있었는지 살펴보게 된다.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이유와 시인의 질문은 접목된다. '슬픔은 나쁜 것인가'라는 질문도 함께 매만지면서 슬픔을 보게 된다. 슬픔이 있어서 단단해진 내가 있었다는 것을 보게 된다. 흐지부지 분명한 선을 지니지 못하면서 살고 있지 않았을까. 슬픔이 왜 우리에게만 찾아온 것인지 의구심도 들지만 덕분에 다른 삶을 살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것이 슬픔이었고 나를 단단하게 만든 매개체였음을 알게 된다.



남녀 차별을 당하면서 긴 시간, 그리고 지금도 다르지 않게 살고 있지만 그 사고의 범주에서 오래전에 탈출해서 자립한 영혼이 되었다. 부러움을 받으면서 살고 있고 인정받으면서 살고 있는 딸이 된 배경에는 슬픔이 온전히 채워져 있었다. <도깨비>드라마의 주인공이 이모 가족에게 받는 서러움에 동요되었던 이유들도 같은 맥락이 된다. <가녀장의 시대> 소설을 읽으면서 시원하다고 느꼈던 감정이 지난날들과 지금도 진행형으로 여전히 변함없는 유교주의와 가부장제를 향하는 사이다가 되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곪은 상처에 계속 슬퍼한다고 달라지지는 않는다. 깨어나는 영혼이 되도록 슬픔은 쓴맛의 영혼의 약이 되기도 한다. 열심히 살았던 이유가 된다.

온기가 가득하다고 잘 사는 것은 아니다. 냉기에 온몸을 떨었고 눈물을 흘리는 슬픔이 분노가 되지 않고 자신을 살리는 영혼의 운동이 되도록 잘 매만져야 한다. 슬픔을 다루는 법이 서툴렀던 날도 있다. 그것이 자신을 날카롭게 상처 내게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지지 않는 세대는 그대로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 바라보는 여유가 생기게 된다. 닫힌 사고가 어떻게 삶을 황폐하게 하였는지 여성의 삶을 보면 확인하게 된다.

관습과 법에 익숙해지지 않는 질문하는 습관은 삶을 윤택하게 해주었다. 슬픔은 영혼의 운동이었고 슬픔을 통해 강해진 것을 증명하게 된다. 뿌리가 튼튼해야 쓰러지지 않는다. 슬픔을 견디고 버티는 힘은 배우고 성찰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페미니즘 도서들을 꾸준히 읽는다. 읽을 때마다 매번 놀랍다. 『사물의 가부장제』 책을 통해서도 새로운 것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도 다르다. 슬픔에 익숙해지지 않아야 한다. 성경과 예술 분야까지도 잘 살펴보는 힘을 가지게 해준 것도 페미니즘이다.

우리는 슬픔을 통해 강해진다.

안톤 슈낙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76

슬픔은 우리를 좌절시킬 수 없다.

슬픔은 좌절 너머에 있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슬픔에 빠져 있는 사람은 무기력하지 않다.

무기력할 겨를이 없다.

슬픔은 강렬하고 능동적인 감정이다. 78


슬픔에 너무 깊게, 흠뻑 빠지지 말자. 슬픔이 있어서 강해진 영혼을 무한히 발견하게 된다. 가장 좋았던 문장이 있다. 슬픔은 강렬하고 능동적인 감정이며 우리를 좌절시킬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슬프다고 무기력했던 적은 없었다. 오히려 역동성을 띠면서 노력했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가부장제가 뿌리 깊었던 시대에 의식이 깨어있었던 할머니가 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페미니스트로 살아주었고 덕분에 지금도 할머니를 잊지 않는다. 배워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듣는 사람』을 통해서 굴곡진 인생의 슬픔들을 하나씩 꺼내어 보게 된다. 슬픔이 오래 머무르지 않도록 살아가고 있다. 지금도 다르지가 않다. 대학병원의 외래진료를 대기하는 시간은 감정 소비가 엄청나다. 책을 읽으면서 다른 장소에 머무르기도 하고 걷기운동도 하면서 몸을 꾸준히 사용하기도 하면서 기다린다. 좋은 검사 결과를 듣고 나오면서 다시 다짐을 하게 된다. 슬픔은 보냈고 슬픔이 다시 찾아와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외친다.

두 차례 세계 대전에 참전한 독일 작가이며 히틀러에 충성을 맹세한 안톤 슈낙 작가의 책을 소개해 준다. 『고양이와 쥐』 작가와 『삶의 한가운데』 작가도 함께 떠올려보게 된다. 삶의 궤적은 영혼의 흔적이 된다. 무엇이 충성을 맹세하게 하였는지도 궁금해진다. 전쟁은 슬픔을 무수히 만들어낸다. 수용소와 참전용사의 망가진 영혼도 다르지가 않다. 이 책을 소개한 시인도 작가의 실수가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중의 하나일 것이라고 언급한다. 지식과 지성은 다르게 사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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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마시 코트렐 홀.엘리자베스 엑스트롬 지음, 김한슬기 옮김 / 웨일북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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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정희원 추천도서이다. '내셔널 크리스토퍼상' 생물학자와 노인의학자가 함께 저술한 도서이다. '나이듦'을 꾸준히 관조하게 된다. 우리가 구획한 청년, 중년, 노년의 구분선은 무의미하다. 늙어감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성장의 단계를 지나면 모두가 늙어가는 것임을 알게 된다. 조금씩 서서히 변화하는 외모와 기능저하가 누구에게나 찾아오게 된다. 상대적인 의미이기도 하다. 65세부터 대한민국은 노년으로 인정하는 법을 만들었지만 이것도 무의미한 구분선이 된다. 누군가에게는 나이가 상당하게 다르게 흐르기 때문이다.

삶을 바라보는 관점은 다양하다. 부정론자 현실론자에 대해서 언급하는 릴리라는 인물이 있다. 받아들이지 않고 두려움을 느끼는 부류인지,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부류인지 차분히 생각하게 한다. 이 두 부류에 대한 대화글이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는다. 더불어 긍정과 감사가 주는 유익함까지도 책에서는 언급된다. 노년의 시선에서 긍정과 감사에 대한 사유는 더 깊어진다. 굵은 주름살만큼이나 다사다난한 세월의 이야기와 경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생의 갈림길에서 기적처럼 살아남은 이야기도 들려주는 인물도 있다. 어린 동생의 울음소리 덕분에 수용소에서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가족의 이야기이다.

이야기가 없는 생애는 없다. 무수히 담긴 이야기들에는 주워 담고 동행하면서 거닐 수 있는 좋은 보물같은 것들이 무수히 전해진다. 왜 추천하는 도서인지 여러 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다른 사람이 조금이라도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한다"라는 랍비에 대한 이야기도 듣는다.



미국의 행복지수가 유독 낮다는 사실도 전해진다. 이 행복지수는 대한민국이라고 예외가 되지 않기에 유심히 읽은 내용이 된다. 행복과 건강, 만족함은 매우 긴밀하다. 노후를 하루하루 계획하다 보면 행복과 건강, 만족함은 밀접해진다. 그렇기에 건강할 수 있는 비법도 소개된다. 식사법과 운동, 정신건강에 좋은 것들과 사회적 관계와 연결망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된다. 유익한 내용이 풍성해서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던 내용들이다.

노년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도 이해하게 된다. 가보지 않은 길을 우리는 매일 살아간다. 장수하는 부모님들을 바라보면서도 매번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다. 건강하게 늙어가는 것에는 분별력도 중요해진다. 용기도 필요하고 실천력도 중요해진다. 지중해식 식단에 대해서도 소개된다. 두뇌 건강에 좋은 비법들도 열거된다. 어렵지 않은 내용들이다. 그리고 누구나 쉽게 동참하면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힘을 주는 내용들이다. 가까이에 두면서 자주 펼칠 도서가 된다.

방광, 신장, 생식기가 삶의 질을 결정하는 3요소라고 강조한다. 요실금 예방법도 알려준다. '심혈관 질환 70퍼센트는 예방이 가능하다'라고 언급한다.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8가지 방법도 소개된다. 어렵지 않은 방법들이다. 나이가 들수록 더 생산적이고 만족스럽게 살아가는 법이 전해진다. 자연의 힘이 대단하다고 강조한다. 걷고 뛰고 자전거를 타는 활동이 주는 유익함과 정원을 가꾸는 유익함도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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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과 모리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권남희 옮김 / 김영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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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타케 신스케의 책은 처음이다. 『이게 정말 천국일까?』, 『더우면 벗으면 되지』, 『이게 정말 마음일까?』, 『이게 정말 나일까?』, 『머리는 이렇게 부스스해도』 등 많은 도서를 통해서 작가를 만날 수 있다. 사랑받는 신간도서라 궁금해서 주문했는데 활자에 지쳐있을 때 펼쳤던 책이라 작가의 그림과 글에 흥미롭게 빠져서 단숨에 읽었던 책이다. 왜 사랑받는지 알게 된다. 누나를 접시를 깨뜨린 동생이 누나에게 미안해한다. 누나는 놀라면서도 괜찮다고 말한다. 깨지기도 하고 잃어버리기도 하는 거라고 말을 건네는 누나의 모습을 보게 된다. 함께 뭔가를 한 것이 더 중요하면서 동생을 위로한다. 귀중하다고 쓰임을 다하지 못하는 물건들이 있다. 장식장 안에 귀중하게 모셔두는 고가의 그릇들은 쓰임을 다하지 못하기도 한다. 특별한 날에만 꺼내서 사용하는 그릇의 용도는 진정한 의미를 지닌 것일까?



미래 일은 아무도 모른다면서 이 세상에 있는 동안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가 되어도 좋고, 어떻게든 되겠지 하면서 보내는 것도 좋다는 작가의 글이 둥글둥글하게 전해진다. 편중되지 않고 다양한 모양새로 살아가는 것을 열거하면서 그중의 하나가 되어도 다 좋은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강박적으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필요해 보이는 말이 된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조금 느긋하게 살아도 좋다는 위로를 받는 글귀도 만나게 된다.

또 다른 이야기에서는 의식이 있는 눈사람이라고 자각하는 눈사람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곧 녹을 눈사람이지만 자신이 누구인지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어떤 눈사람이든지 절대 실망하지 않을 거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어떤 눈사람이든 나는 절대 실망하지 않아. 지금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잔뜩 생각해 두자." 지금 뭘하고 싶은지 생각하게 된다. 나중에 기회가 있을 거라면서 미루고 늦추는 것은 없는지도 살펴보게 된다. 곧 녹아서 사라질 눈사람이다. 진지하게 지금 하고 싶은 것들이 무엇인지 잔뜩 생각하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지금 하고 싶은 것들을 부쩍 생각하면서 살고 있다. 추려져서 정리되는 것들이 생겨난다. 그 과정에 읽은 책이라 다시금 하나씩 더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미루지 않고 하나씩 시작해 보게 된다.



"왠지 불안해졌어. 앞으로도 시시한 일만 잔뜩 있으면 어떡하지." 새로운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사람은 무엇을 위해 사는지' 질문도 하기 시작한다. "이 세상은 자기 생각만큼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야. 자신조차 자기 생각만큼 대단하지도 못 나지도 않아. 생각과 달라서 세상은 괴롭고 힘들고 즐겁고 기뻐." 작가만의 관점에서 세상이 이야기된다. 하나에 치우치지 않은 세상을 관조한 작가의 시선이 전해진다. 균형을 잡고 나아가는 것이 얼마나 기쁜 것인지도 들려준다. 아니면 블록쌓기 방식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도 듣게 된다. 좋은 것과 나쁜 것들이 자신에게 맞도록 균형 잡으면서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림과 글이 조곤조곤 피로감을 느끼지 않게 해준다. 친근한 누나가 곁에서 들려주는 이야기가 된다.

산다는 건,

균형이라는 건,

목적이라는 건,

이득이라는 건,

손해라는 건,

시시하다는 건......

다른 각도에서 보면

재미있을지도 몰라!

우리한테도

뭔가 대단한 게 떠오를지도 몰라!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떠올리게 한다. 생각하면서 살아야 하는 이유와 질문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카뮈가 곰곰이 관찰하라는 것들이 무엇인지도 접목하게 된다. 어렵지 않게 던져지는 질문들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질문이다. 산다는 것과 균형이란 무엇인지, 목적과 이득, 손해와 시시하다는 것을 다각도로 살펴보게 한다. 대단한 것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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