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세계시인선 시집이다. 눈에 띄는 특징은 카프카 드로잉 60점이 수록되어 있어서 읽는 재미, 보는 재미가 있는 시집이다. 사후 100주년 기념 시전집이다. 『돌연한 출발』을 통해서 카프카의 여러 작품들을 만났기에 카프카의 시전집은 더욱 특별해진다. 시들과 드로잉들을 무수히 읽고 감상하게 된다. 카프카의 일기, 편지, 생전 출판물, 유고 등에서 고른 카프카의 시 116편을 한국어로 번역한 최초의 시전집이다. 총 5부로 구성되며 1부는 고독, 2부는 불안, 불행, 슬픔, 고통, 공포로 구성된다. 3부는 덧없음, 4부는 저항, 5부는 자유와 행복으로 주제로 구성된다.
바탕이 되는 설명을 최후에 읽으면서 일독하면서 느낀 것들을 불러놓는 시간도 다시 가져보았던 시집이다. 시인과 시집들을 향해서 방향을 많이 틀고 있다. 잰걸음으로 나직하게 걷는 발걸음은 온전히 시인의 시어들과 함께 하게 한다. 고독을 향유하며 불안과 슬픔을 함께 공유하게 된다. 불행과 공포까지도 시어들을 통해서 카프카를 만나게 된다. 더불어 드로잉된 그림들과 단순하고 강열한 그림들이 의미심장하게 전달되기까지 한다. 시인의 시선에 들어온 사람들과 도시, 다리, 달빛, 난파선, 탑과 교회, 광야와 어두운 강물, 산, 사막, 평야 등을 함께 직조하게 된다. 1부의 광야를 통과해야 한다는 주제로 시인의 시들을 쌓아 올려본다. 특별해지고 고유해진다.
2부의 지옥의 가면을 쓰고 있다의 시들도 강하게 각인된다. 등을 구부린 우리들이 있다. 두 팔은 축 늘어뜨리며 두 눈은 슬프다. 비틀거리는 우리들이다. 이러한 우리들은 눈 속에 파묻힌 나무들과 같다고 말한다. 이 나무들이 불안해 보인다고 한다. 권태의 골짜기에 대해서도 언급된다. 수상한 남자들과 어린이들이 피로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이들이 상징적이다. 마음의 도르래와 작은 레버를 유심히 살펴보게 된다. 공허와 무력함, 자기 파괴, 두려움 등이 드러난다. 길을 찾지 못하는 불쌍한 족속들을 보게 한다. 의사를 향한 시어도 시인의 삶과 연결 지으면서 다시 읽게 된다. 질병으로 인한 시인의 고통도 책에서 설명된다. 그래서 이에 해당하는 시는 오랫동안 바라보게 된다.
동일한 상처 부위가
계속해서
갈라진다.
수없이 수술을 받은 상처가
다시
치료받는 것을 보는 것,
그것이 기분 나쁜 것이다. 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