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타의 일
박서련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책장을 덮으면서 좋은 사람의 기준은 무엇인가 생각하게 된다. 익명이라고 불리는 한 남자가 있다. 여동생의 죽음을 목격한 그 사람은 왜 경찰을 믿지 않았는지도 짚어보게 한다. 자살시도 현장에서 살려내려고 부른 전화번호는 112가 아닌 119였다. 112는 경찰이 도착하는 것이며, 119는 앰뷸런스를 부른다는 의미이다. 그는 여동생을 살려내고 싶어했다. 현장에서 여동생의 휴대폰을 챙겨서 자신에게 건네주면서 자신은 경찰이라고 사칭하면서 주게 된다. 그리고 자살이 아니라고 알려준다. 왜 그는 자살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인지 그의 존재는 더욱 의심스럽다. 보내준 사진들과 여동생을 자세히 이해해야 한다고 말하는 그의 정체는 누구인지 추리하게 된다.

여동생을 죽인 범인을 죽이는 계획을 익명이라고 불렀던 아저씨와 모의한다. 여동생과 완전히 다른 성격을 소유한 언니를 그는 무섭다고 말한다. 물론 언니도 그가 내심 무섭기 마찬가지다. 장편소설 체공녀 강주룡』를 읽었기에 낯설지 않은 작가이다. 하지만 분위기는 확연히 다르다. 긴장감도 필요하고 추리하면서 드러나는 진실들에 몇 번을 놀랬는지 모른다. 사체가 말하는 것이 전부일까. 얼마나 미숙하게 사건을 처리하는지도 보게 된다. 감추고 싶어하는 사람과 드러나면 안 되는 진실이 있기에 합의하는 모습과 보험금 수령에 수시로 마음이 여러 번 바뀌는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빠르게 스치듯이 지나치는 인물들이 있다. 하지만 언급되는 인물들이 지닌 상징성은 무시하면 안된다. 경찰을 믿지 않았던 익명의 아저씨가 있다. 부검은 경찰과 연결되면서 더욱 사건은 진실을 덮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신고하지 않은 것이다. 권력과 연결된 경찰은 진실도 덮어버리는 것이 현실이기에 자체적으로 타살임을 입증하게 되는 상황이다. 친밀하지 않았던 자매 사이였기에 여동생의 죽음을 하나씩 파헤칠수록 알지 못했던 여동생을 알게 된다. 집에서 독립해서 고시원에서 생활하면서 공부하면서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언니이다. 부모와 친밀하지도 않다. 중학교 때 교회를 더 이상 나가지 않아도 엄마는 여동생만 교회에 나가는 것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도 예의주시하게 된다.

가족 드라마의 정서가 비리고 역해서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었다 45

보험금 나오면 너한테 다 쓸 거야.

우리한테 이제 누가 있겠니.

유학 보내 줄까? 대학원 갈래? ...

기가 막히게 우스웠다. 44

좋은 사람이라고 쉽게 예단하는 사회의 기준은 무엇인지 보여준다. 직함과 예복이 좋은 사람을 만드는 것인지 펼쳐놓는다. 좋은 사람이 아니지만 좋은 사람처럼 보이는 사회적 기준을 너무 쉽게 믿는 것은 아닌지 보여준다. 보통의 아닌 평범하다는 기준의 아래에 속한 사람들은 불쌍하다고 생각하면서 쉽게 포장되면서 잘못이 둥글둥글하게 매끄러워지는 것도 보여준다. 여동생의 남자친구의 차에 위치추적기와 도청기를 달아놓았다는 것과 여동생에 대한 진실을 알리면 안된다는 상황임을 언니는 파악하게 된다. 그는 좋은 사람입니까? 그가 일하는 곳과 직함이 그의 전부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회는 쉽게 예단하는 실수를 범한다. 언니가 함구하는 진실은 독자들만이 알게 된다. "만만치 않게 미친놈이었다." (187쪽)

마르타와 마리아, 예수, 누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있다. 남성이 집필한 기록물인 성경이다. 누구의 관점에서 집필되었고 그 시대의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다행히 성경을 다시 제대로 이해하게 해주는 내용이 등장한다. 예수는 마르타와 마리아 어느 누구도 차별하지 않았다는 것이 진실이다. 누가복음의 집필자 누가의 시선에는 그렇게 보였다는 것이다. 예수의 깊은 의도를 잘 이해하는 믿음의 사람이 되어야 한다. 성경을 일독하면서 불편하였던 글들이 꽤 많았다. 그 이유를 제대로 이해하게 된다. 남자의 관점에서 집필되어 여자를 하찮은 존재로 비하하는 글들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사랑이라는 관점에서 성경은 기울어져 있음을 짚어내야 한다고 작가는 소설을 통해서도 보여준다. 마르타 그녀는 예수에게 마리아만큼 똑같이 소중한 존재이며 가치가 있는 생명이다.

언니였던 마르타의 일과 마리아를 떠올리는 일들도 소설에 등장한다. 여동생이 그렇게 죽지 않았다면 어떤 일들이 펼쳐졌을지도 현실감 있게 전해진다. 약물 파티를 하는 사람과 감추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부검조차도 원하지 않는 이유도 드러나기 시작한다. 벗겨진 신물 한 짝을 보낸 사람은 누구인지도 궁금해지면서 작품은 끝난다. 폭력적인 사람이 생각하는 범주는 꽤 넓어진다. 짐작하는 것보다도 더 진폭이 다양해진다. 쉬지 않고 여자를 폭행하는 남자, 여자친구의 부모에게 상품권을 보내면서 감사하다고 말하는 의도,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지기 위해 약물을 이용해서 가지는 행태, 사랑하지 않으면서도 여자친구라고 믿은 여자친구의 최후의 모습은 씁쓸하다.

고백하는 여자와 고백받는 여자가 있다. 석사 출신의 매장 매니저가 직업인 여자의 말과 말없이 자신의 선택들을 행동으로 보이는 고백 받은 여자가 있다. 고백받은 이유와 고백하는 여자의 삶도 허투루 보이지 않는다. 고시를 준비하는 수많은 고학력자들의 날카로운 일상들과 공간과 시간도 촘촘하게 작품에서 만나게 된다. 무미건조한 가족관계도 의미심장하다. 부모의 언행들에 실망하고 말을 최대한 하지 않았던 첫째 딸의 선택들도 두드러지는 소설이다. 예쁜 딸과 보통의 미모를 가진 딸이 있다. 키가 크면 언니라고 선입견을 가진 사람들의 판단들도 무례해 보인다. 자매 사이가 불편해지고 멀어지게 된 이유들도 어린 시절을 통해서 이해하게 된다.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기회마저도 박탈되면서 여동생이 가까이에 있었던 날들과 외모 때문에 비교당하고 학교에서 인식된 자신의 존재는 큰 의미가 된다. 생각해 볼 수 있는 것들이 많았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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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많은 사람들이 알량한 자기 전시 욕구에

경아를 이용하고 있는 것 122

자살했지만 살인당했다.

경아를 죽게 만든 인간이 아직도 살아 있다는 것.

이해할 수 없는 일 192

어디에서 무엇을 하다가 최후를 맞을까 자문...

필요 이상으로 자주, 오래 생각했다. 191


성경에 나오는 마리아와 마르타 자매의 이야기를 생각했다.

어느 날 예수가 그 자매의 집에 방문했는데,

언니인 마르타가 예수와 다른 손님들을 대집할 음식을 준비할 동안

동생인 마리아는 예수 앞에 앉아 예수의 가르침을 듣고 있었다는 이야기.

마르타가 마리아에게 이리 와서

언니의 일을 도와 달라고 했더니

예수는 오히려 마르타를 나무라며, 마리아가 지금 하는 일이

마르타 당신의 일보다 덜 중요한 게 아니라고 했다던가...

신데렐라의, 콩쥐의, 마리아의 자매는 나쁜 사람으로 기록된다.

선하고 지혜롭고 아름다운 여자에게는

악하고 게으르고 시샘이 많은 자매가 있다. 130

누가복음 기록자. 남자. 조선시대와 다를 게 없었다.

성경에 그렇게 써 있지는 않았잖아요.

(마리아를 노려보았을 남자들) 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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