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걸려온 전화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까치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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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문맹』, 『어제』, 『르 몽스트르』,『아무튼』 작품의 유명한 작가의 단편소설집이다. 작가에 대한 소개글부터 읽었기에 소설들이 가볍지가 않다. 시계공장에서 긴 시간 노동을 하고 집필한 소설들이다. <작가>라는 소설도 예리함으로 읽게 된다. 고독과 침묵과 공허를 공포스러운 세 가지 요소라고 손꼽는다. 집필하는 작가의 관점에서 이해하게 된다. 창작이라는 고독한 수행의 고초를 여러 작가들을 통해서 이해하게 된다. ​

<집>소설에서 이사하는 사람들이 불행이 닥친 거라고 바라보면서 슬픈 일이라고 믿는다. 작가는 집을 떠날 수밖에 없는 시대에 살았다. 그때의 기분을 이사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기묘한 감정을 밀어 넣는다. 찹찹한 심정으로 소설을 읽게 된다. ​

<선생님들>소설은 읽으면서 섬뜩해진다. 로알드 달 단편소설인 환상소설을 읽는 기분이다. 문학 선생님을 죽음에 이르게 한 줄넘기와 7년 동안의 감옥살이에도 만족감을 드러내면서 온갖 종류의 교육을 감옥에서 받았다고 거침없이 말하는 화자가 있다. 살인자의 관점에서 감옥과 피해자를 보는 시선은 다르다. <마이 데몬>드라마에서 악마가 된 재벌의 아들이 아들을 훈육하는 태도와 어머니를 살해하면서도 정당하다고 말하는 독백이 떠오른다. 악행을 저지르는 자에게는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보면서 간수와 감옥, 교도소장을 받아들인다는 것을 보게 된다. ​



<나는 더 이상 먹지 않는다>소설도 짧은 이야기이지만 강열한 잔상을 남긴다. 유일하게 먹는 옥수수와 강낭콩을 설명하면서 토끼고기 스튜를 손님들에게 대접하면서 진실을 드러내는 순간 암전하는 무대가 된다. 우리가 먹는 식품과 사용하는 화학제품과 거주하는 공간에 진실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진실을 덮고 있는 거짓과 진실을 대면하는 간극에는 용기도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세상을 얼마나 이해하면서 소비하고 생활하는지 소설을 통해서 상기하게 된다.

무엇인가를 회상하고 싶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어.

회상할게 없었던 거야.

너희 추억, 너희 젊음, 너의 힘, 너의 인생을

공장이 전부 가져가 버렸거든.

공장한 네게 피곤함만 남겼어.

40년간의 노동은 치명적인 피로감을 남긴 거야. 35

대도시의 빈민촌.

그곳이 빈민촌인 이유는 어떻게 부자가 될지,

언제 부자가 되어 다른 곳으로 갈지

알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 아닐까? 22

<어느 노동자의 죽음>소설에서는 시계공장이 등장한다. 실제 작가의 노동 현장을 떠올리게 한다. 그 공장은 시계와 시체도 만들었다는 의미심장한 문장은 죽음을 언급한다. 공장에서의 노동이 가져가버린 것들이 죽음의 순간이 다가오면서 열거된다. 피로감에 빼앗긴 추억과 젊음, 인생을 보상받지 못할 공장에서의 노동을 집요하게 직시한 작가의 통찰이 전해진다. 우리의 시간도 다르지가 않다. 좋은 날들이 빠르게 지나가 버렸다. 노동하다가 죽음을 맞이해서는 안된다고 경각심을 심어주는 소설이다. 인생도 소중하기에 즐겨야 한다. 죽음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말한다. 추억과 젊음, 힘, 인생을 놓치지 말라고 한다. 노동만 하다가 회상할 것이 없는 인생으로 죽음을 맞이해서는 안된다. <아침 그리고 저녁>소설이 생각난다. 소소한 것들과 정을 나누는 이웃이 되도록 다시 둘러본다. 행복의 정의를 이해할수록 넉넉해지는 일상을 더욱 세밀하게 느끼고 있다. 이 소설에서도 죽음이 자주 등장한다. 되돌리고 싶지만 조각상이 되어 돌아갈 수 없는 영혼의 이야기도 강하게 자리잡는 <북역행 기차>도 기억에 남는 소설이 된다.



<도끼>소설은 시작부터가 강열하게 기억된 작품이다. 너무나도 강하게 강타하는 작품이라 작가를 더 알고 싶어지게 만든다. 나머지 작품들도 모두가 힘이 넘친다. 짧지만 여운이 남는 여지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충분하다고 작품들마다 느끼게 된다. 부부의 침실에서 기분 좋은 아침을 맞이한다. 아내는 창문을 바라본 후 뒤돌아선다. 그리고 도끼에 피살된 남편을 발견한다. 그녀는 전화를 한다. 전화를 받은 이가 아내의 이야기와 광경을 목격한다. 그리고 구급차를 부르고자 전화를 하는데 이때 아내의 기분 상태를 알려주는 대화가 인상적이다. 홀가분하다는 기분 상태, 짐을 내려놓았다는 만족감이 충만한 상태이다. 아주 오래된 짐이 사라진 기분이라는 아내의 마음을 기묘한 관점에서 살펴보게 된다. 무거운 짐처럼 서로를 눌러놓는 관계가 아닌지 살펴야 한다. 가족이라는 관계가 너무 무거워서 무거운 발걸음으로 걷게 하는 관계는 비정상적인 가족관계이다. 아내의 말의 진실보다는 이 부부의 관계는 어떠한 무게감을 지닌 사이였는지에 살펴보게 한다.



짧은 소설들이다. 소설들이 생각해야 하는 시간을 요구하는 만큼 무수히 많이 책장을 덮으면서 여러 번 쉼표를 찍으면서 읽은 작품이다. 긴 시간 집필한 소설이라고 책은 소개한다. 읽은 독자도 무수히 긴 시간을 같은 발걸음으로 보폭을 유지하면서 읽게 만든다. 어떤 마음으로 집필하고 구성하였을지 문장들과 이야기들마다 충분히 전달되기 때문이다. 유명한 작가이지만 이 책이 처음으로 만나는 시간이라 다른 작품들까지 릴레이 독서를 할 계획이다. 멋진 작가를 한 명 만나는 멋진 날이 된다.

나는 아내와 아이들을 버렸어.

위대한 예술가가 되기 위해서.

나는 그림을 그리고 조각을 했소.

그러나 이제 돌아가고 싶소. 17

나는 늙고 혼자이지만

내 집에 있으니 행복할 것이다. 23

저는 아주 홀가분했어요.

짐을 내려놓는 기분이었거든요.

아주 오래전부터 짊어지고 있던......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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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 빈곤과 청소년, 10년의 기록
강지나 지음 / 돌베개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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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층 청소년들의 10년간의 기록들이 전해진다. 8명의 청소년들이 10년이 지나는 동안 일어난 변화들을 통해서 관련된 제도들과 진료 탐색과정들이 전해진다. 그들이 지나온 청소년 시절의 교육 제도까지도 살펴보게 되면서 문제점들과 사회적 지형이 어떠했는지도 보게 된다. 더불어 깊게 살펴보면서 이들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들이 제시되기도 한다.

 


사회적 문제와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떠한지도 짚어낸다. 가난은 어떻게 대물림이 되는지도 세밀하게 살펴보게 된다. 감정적으로도 불안과 우울감이 깊게 자리잡은 이유들도 살펴보게 된다. 부모들의 성장 환경과 빈곤층 청소년들의 성장환경까지도 설명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성장한 이들의 10년간의 기록들은 사회적 문제와 함께 대안들을 살펴보게 하는 내용들이 된다.

 


'교육자본론'으로 교육비가 지원되는 시스템은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방지책이 아님을 보여준다. 빈곤층 청소년들이 자구책으로 선택한 대학생활은 또 다른 난관이 있음을 보게 된다. 출발선이 다른 출발을 하는 이들이 노력하여도 제자리에서 맴도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이유들도 설명된다. 가난을 증명하라는 방식의 시스템이 두드러지게 부각된다. 그리고 가난은 사회적, 구조적 문제가 아니라 약한 개인의 문제로 바라보는 시선의 문제도 짚어준다.

 


일하는 청소년들의 착취 문제와 현장실습의 문제, 산업재해 사고까지도 조명한다. 꿈을 가지고 사회 일원으로 출발하려고 하는 의지를 기성세대는 울타리가 되고 있는지 질문을 하게 된다. 응원해주며 울타리가 되지 못하는 사회는 안전한 사회가 되지 못한다. 노예로 착취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버려지는 존재는 좌절을 너무 일찍 맛보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

 


청소년들에게는 홀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생각해 보고 선택하고 결정하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서는 경험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127

 

사회의 지배적 가치를 별 갈등 없이 받아들였고 65

 

1인 가족. 한부모가정. 조손가정. 소년소녀가정. 장애가족. 재결합 가족. 다문화가족. 동성가족

현대 사회는 매우 다양한 가족 형태가 존재한다. 정책의 우선순위에서는 밀려나 있다. (예시_ 미혼모 지원 정책) 64

 

 

빠담빠담」 드라마 이야기를 연상시키는 현석의 사연과 『쉿밥일지』 책이 거론되는 수정의 뒷이야기까지도 기억에 남는 내용이 된다. 빈곤과 역량을 설명하는 글귀도 인상적이다. 개인이 가치 있게 여기는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실질적인 자유를 박탈당하는 것이 빈곤이라는 정의가 강하게 자리잡는다.

 


'실질적인 자유'가 있는 삶인지 아닌지를 모두가 고찰해 보게 하는 순간이 된다. 빈곤의 정의를 자본주의 사회에서 제대로 정리해 보게 된다. 상위 1%를 위해 나머지 99%가 노동하는 삶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이 된다.

 


빈곤은 "단순히 낮은 소득이 아니라

기본적 역량의 박탈로 규정해야 한다."

역량은 "개인이 가치 있게 여기는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실질적인 자유"이다.

아마티아 센. <자유로서의 발전> 갈라파고스 146

 


가난이 대물림되지 않는 사회가 되도록 어떠한 대안이 필요한지 저자는 제시한다. 더불어 학교 선생님들의 변화되는 관심까지도 필요하다는 것도 제시된다. 무관심하였던 학교 담임선생님이 있어서 사각지대에 덩그러니 남겨진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던 이 청소년들의 미래에 모두의 책임의식을 느끼게 하는 내용이 된다.

 


소설보다 겨울』의 김기태 작가의 <보편 교양>이 떠오른다. 배운 사람의 사고 회로가 이대로 괜찮은지 질문하는 글귀가 다시 소환된다. 한 아이를 키우는데 마을 전체의 어른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우리들은 어떤 자세로 어떤 마음으로 이들을 돕고 있는지 질문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정책이 온전하게 움직이며 보완되는 시스템이기를 희망하지만 미비한 맹점을 드러내는 것을 이 책의 내용을 통해서도 보게 된다.

 


살아보고자 노력하는 청소년들에게는 희망을 주어야 한다. 그것이 기성세대가 해줄 수 있는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쉽지 않았을 10년간의 준비과정과 협조한 8명의 청소년들이 있었기에 부족한 사회적 시스템을 더욱 이해하게 된다. 가정환경이 불안전하여 위태로워 보이는 가정의 학생들이라 마음이 많이 불편해지는 사연들이라 몇 번을 책을 덮고 다시 펼쳤는지 모른다. 불편한 마음이 이렇게 무거워지는데 그 삶을 혼자서 감당하였을 8명의 학생들이 성인이 되었다는 것에 다시금 큰 호흡을 하게 된다. 가족의 무관심과 방치, 방임이라는 환경에 노출된 연우 사연, 종교적 문제로 엄마가 가출한 영성의 사연, 단단한 내면과 성찰의 힘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지현의 사연도 기억하게 된다. 사색하는 힘을 가지면서 스스로 준비하는 인생을 선택하는 학생의 사연이 가장 인상적이다. 돈이 많지 않지만 화목하고 평범한 가정을 꿈꾸고 있다는 것을 거듭 확인하게 되는 인터뷰 내용도 기억에 남는 내용이 된다. 가장 자주 언급된 이 말들은 어떤 의미를 지니게 되는 것인지도 고찰하게 한다.

 


가난해도 가족 간에 충분히 화목하고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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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기 - 뭘 하든 내가 결정한 대로, 나답게 사는 방법
차이웨이 지음, 유연지 옮김 / 미디어숲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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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주도권을 잡으면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법이 전해진다. 남의 시선을 신경 쓰느라 인생을 망치면서 살고 있지는 않는지 질문을 한다. 남의 평가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면서 살고 있지 않는지도 돌아보는 삶을 살고 있지 않는지도 질문을 한다. 우유부단하게 살고 있는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애쓰면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지도 알려주면서 인생을 다시 재정비하도록 돕는다.


남의 시선을 생각하느라 불안하고 위축되는 삶을 사는지 질문을 한다. 나쁜 관계를 끊지 못하면서 인생을 낭비하고 있지 않은지, 왕따를 당할까 봐 거절을 못하고 있지 않는지,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것을 두려워하는지도 질문한다. 멘탈이 약한 사람은 소극적인 삶을 살기에 유리 멘탈을 다이아몬드 멘탈로 바꾸어주는 내용이 전해진다. 중국에서 출간 즉시 자기계발도서 1위인 저자이다. 500대 기업 여성 임원을 지낸 베스트셀러 작가의 신작이다.


가독성이 좋은 구성이라 읽기 편하다. 자기 절제력에 대한 내용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자기 절제력은 인생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 고통을 줄이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도구다. 자율적인 사람은 게으름, 식탐, 도피 본능에 굴복하지 않고 스스로 삶의 규칙을 만들어 나아간다." (213쪽) 흐지부지 조율이 필요해진 시점에 펼친 책이다. 덕분에 다시 각오도 새롭게 재정비하게 된다. 식단 관리가 제일 어려운 시점이라 매번 반성이 많아지는 시점이라 다시 식단을 꼼꼼하게 살펴보게 된다.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도 설명된다. 이 감정을 제대로 인지해야 행복해진다. 무엇을 하지 않아야 하는지도 거듭 강조된다. 남과 비교하는 것이 얼마나 자신을 위협하는 날카로운 습관인지도 전해진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의미와 내가 누구인지 자주 질문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 이러한 질문을 놓치지 않고 하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독서이다. 사소해 보이지만 의외로 자신이 누구인지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행복한지도 불행한지도 모른 상태로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진정한 자아를 찾고 있는지, 영혼이 파괴되지 않았는지 우리는 매순간 살펴야 한다. 감정과 마음을 차분히 살펴야 하는 주체는 바로 자신이다. 자신을 사랑하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사랑할떄도 이것이 일순위가 된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부터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않도록 현현하게 자리잡는 내용이 된다.

바꾸고 싶다면 실행이 답이다 165

진정한 행복은 우리가 만족감을 느낄 때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감정...

남들에게 뽐내려고 하지 말고

남과 비교하려고 하지 마라.

주어진 하루를 열심히 잘 살아가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275



바로 움직이야 한다. 실행력이 격차를 만든다고 전한다. 겨울이라 조금 나태해졌던 마음을 다잡게 되는 계기가 되어준 책이다. 다시 골고루 식단을 준비하면서 다양하게 섭취하고 있다. 휴대폰 의존증이 심각한 현대인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책을 가까이에 두고 읽는 편이라 휴대폰 의존증은 없는 편이다. 고독을 예찬하는 저자의 응원에 공감하게 된다. 계획한 일은 결국 나 자신과의 싸움이 된다. 견디어 내는 순간만이 성공이라는 결실을 만들어 낸다. 오늘을 열심히 견디어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집중과 단순화가 성공의 비결이라고 말한 스티브 잡스의 글귀도 부여잡는다. 일상을 더욱 단순화시키게 된다. 가장 하기 싫은 것부터 1순위에 놓고 바로 움직이게 된다. 일의 우선순위와 중요한 일에 집중하여야 하는 이유가 더욱 분명해진다. 부정적 에너지는 위험한 늪이라고 강조한다.

고독을 견디는 자만이 성공할 수 있다 247

집중과 단순화가 성공의 비결이다 스티브 잡스 214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중요한 일에 집중하라 26

현재를 살아라 51





바꾸고 싶다면 실행이 답이다 - P165

진정한 행복은 우리가 만족감을 느낄 때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감정...남들에게 뽐내려고 하지 말고 남과 비교하려고 하지 마라. 주어진 하루를 열심히 잘 살아가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 P275

자기 절제력은 인생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 고통을 줄이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도구다. 자율적인 사람은 게으름, 식탐, 도피 본능에 굴복하지 않고 스스로 삶의 규칙을 만들어 나아간다. -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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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몬 상·하 세트 - 전2권
최아일 지음 / 너와숲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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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대본집을 좋아한다. 드라마를 보다가 놓친 부분을 대본집은 상세하게 잘 묘사하기 때문이다. 드라마를 보다가 좋았던 명대사를 대본집으로 읽는 재미도 있다. 내레이션으로 배우들이 말하는 대사들이 대본집으로 읽으면 다시 감동이 전달되면서 작품성을 더 깊게 이해하게 된다. 대본집을 읽으면서 한 번도 후회해 본 적이 없다. 언제나 대본집이 주는 감동에 다시 한번 빠져들게 된다. 드라마를 두 번 보는 기분이다.

위트 있게 배우들이 연기해 주는 드라마이다. 발랄하게 연기해 주는 인물들도 기억에 남지만 진지하게 연기하는 배우들이 강하게 대사하는 장면들도 강열하게 기억에 남는 드라마이다. 운명을 이야기하고 주어진 운명에 주저앉는 것이 아닌 모두를 다 살리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게 전해지는 데몬을 만나게 된다. 인간이었던 데몬은 자신이 인간이었던 기억을 전혀 하지 못한다. 왜 기억을 하지 못하는지는 마이 데몬 2에서 설명된다.

가영이 춤을 추는 이유와 데몬이 이 춤을 바라보는 시선의 이유도 설명된다. 인간의 꿈을 꾸기 시작하는 데몬은 자신의 과거를 알게 된다. 그리고 도희와의 운명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데몬의 손목에 있었던 십자가 타투가 도희에게로 사라진 이유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타투를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과 타투를 찾게 되는 순간이 펼쳐진다.



명대사가 많았던 드라마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 데몬이 변화되는 이야기와 생명과도 기꺼이 바꾸는 사랑이 전해진다. "네가 없는 것이 나한테 지옥이야." (481쪽) 사랑하는 사람의 존재가 사라지면서 경험하게 되는 것은 지옥과 같은 삶이 된다. 나락으로 계속 떨어지는 도희의 생활들이 펼쳐진다. 노숙녀가 인간을 바라보면서 흐뭇하게 바라보는 장면도 인상적인 장면이 된다. 자신이 설계한 세상을 연민이라는 감정으로 모두 관여한다면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 일어나는 데몬과 도희의 계약을 약속 지켜주는 노숙녀의 존재는 반전의 드라마가 된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이 일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확고한 의지와 두 존재의 사랑과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파괴자이자 구원자다." (527쪽)이라는 대사가 이 드라마를 한 문장으로 설명해 주는 명대사가 된다. 서로를 구원해 주는 사랑을 하고 있는지, 하고 있었는지도 돌아보게 하는 드라마이다.

미움과 불행의 포화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서로를 상처 입히고 영혼을 파괴한다 524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삶이,

이 세상이 계속되는 것은

서로에 대한 신뢰와 사랑으로

서로를 구원하는 이들이 더 많기 때문이 아닐까.

서로를 꼭 안은 채 두 사람, 화해하고...

세라와 세라의 아들인 도경이 나누는 장면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세라가 아들에게 말하는 장면에서 세라가 보이는 모습은 악마였음을 보여준다. 아들을 방패막으로 자신만 혼자 살겠다고 발버둥 친 모습이 드러난다. 아들이 남편에게 학대당하는 광경을 알지만 이어폰을 쓰고 못 들은 것처럼 외면하는 세라이다. 아들과 면회하는 장면에서도 세라는 달라지지 않는다. 아들을 지켜주지 않았던 세라이다.

또다시 가면을 쓰는 세라 137

벽난로 불쏘시개. 아들의 비명. 이어폰 쓰는 세라

다 알면서 눈 감았어.

나만 아니면 되니까.

내가 엄마 대신 당한 거예요.

내가 당신 방패막이었다고.

진짜 악마는 당신이야... 이제 당신 차례야. (도경이 세라에게) 252

아들을 홀로 악마의 손에 던진 세라는 아들의 죽음 소식을 듣고 나서 달라진다. 너무 늦게 깨우친 세라는 제자리를 잡고자 노력한다. 진짜 범인이 누구인지 도희와 구원은 알게 되면서 사건은 점점 고조된다. 악마라는 존재는 자신의 마음에 있었고 악마를 추종하면서 자신의 가족까지도 무참하게 파괴하는 존재는 점점 욕망에 지배를 당하게 된다.

가죽 장갑의 정체가 궁금했었던 드라마이다. 드러나는 범인의 실체는 충격적으로 전개된다. 파괴자가 될 수도 있고 구원자가 될 수도 있는 존재가 인간이다. 스스로 악마 같은 존재를 자처하면서 살고 있는지 타인을 살릴 수 있는 존재로 살아가고 있는지는 스스로에게 남겨진 몫이 된다. 무엇을 위해 발버둥을 칠 것인지 구원과 도희를 통해서, 도경과 세라를 보면서도 깨우치게 된다. 도경은 어머니를 지키기 위해서 주짓수를 배우고 있었던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의 가족은 어머니와 단둘뿐임을 알았던 아들이다. 하지만 면회 온 어머니를 보면서 도경은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게 된다. 지켜야 할 가족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음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어머니는 자신만을 지키면서 아들을 방패막을 사용하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가족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면서 인간성을 잃어버리면서 살아가는 것은 얼마나 무의한 존재인지도 보여주는 작품이다.

뜨거워! 살려 줘! (도경)

영혼이 망가졌어.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른다고.(구원) 203

네가 신이었어? (구원)

누군가는 날 우주라고 부르기도 하고

누군가는 날 시간이라고 부르기도 해.

신은 모든 곳에 있고

모든 것에 깃들어 있다. (노숙녀) 80

가영의 어린 시절과 같은 상황에 노출된 어린 여자아이를 구해주면서 아이가 자신과 똑같은 질문을 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때 가영은 다른 대답을 데몬에게서 들었지만 자신은 그 여자아이에게 천사의 존재와 희망을 선물해 주는 대답을 하게 된다. 때로는 누군가에게 희망을 선물하며 사랑하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값진 인생임을 가영이 보여준다. 계획된 인생을 바꾸어가면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가영에게도 분명히 의미있는 인생이 보답해 줄 것이라고 믿게 된다. 종교적인 드라마이지만 스스로 자멸해가는 인간들과 성공의 대열에 있지만 끝없는 외로움에 혼자서 몸부림을 친 주 여사의 가족 관계도 고스란히 드러나는 작품이 된다. 주 여사와 다름없는 삶을 살다가 가는 모습을 본 적이 있어서 많이 공감하면서 본 드라마이다.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드라마는 굵직하게 보여준다. 그것을 찾는 것도 시청자의 몫이며 대본집을 읽는 독자들에게 주어진 열쇠가 될 드라마이다.

충분히 아파하고 힘들어하고...

그렇게 내 감정에 솔직한 시간이어야

약이 되더라고요.

사람이 꼭 괜찮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괜찮을 수도 없고. (신비서) 432

이혼을 결혼의 실패가 아니라고 말하는 박복규의 대사와 도희가 힘든 것을 감추기 위해 일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정에 솔직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약이 된다는 사실을 조언해 주는 신비서의 대사도 의미심장한 약이 된다. 괜찮은 척하는 것이 자신을 더욱 아프게 병들게 하는 것임을 알게 해주는 장면이 된다. 온실에서 식물들을 돌보면서 살았던 주 여사의 남은 생애와 장례식장이 파티였다는 사실을 꼬집어서 말하는 데몬의 대사도 의미심장한 장면이 된다. 가면 뒤에 감추어진 검은 속내들이 장례식장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가족인지 악연인지 묘연해지는 인간사를 펼쳐놓는 드라마이다.



네가 없는 것이 나한테 지옥이야 - P481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파괴자이자 구원자다 - P527

영혼이 망가졌어.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른다고. - P203

충분히 아파하고 힘들어하고...

그렇게 내 감정에 솔직한 시간이어야

약이 되더라고요.

사람이 꼭 괜찮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괜찮을 수도 없고. - P432

미움과 불행의 포화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서로를 상처 입히고 영혼을 파괴한다 - P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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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 문학동네 시인선 194
황인찬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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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되는 시집이라 시인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정보가 없는 상태로 시집을 구매해서 읽었다. 백지상태로 시인을 마주하면서 한 권의 모든 시들을 천천히 꾸준히 읽은 시집이다. 그리고 문학평론가의 해설을 꼼꼼하게 읽으면서 이 시집을 새롭게 보면서 다시 시들을 읽게 된다. 시어들은 다의어가 되어 읽는 독자들에게 다채롭게 다가온다. 난해한 시어들도 마주하지만 읽다 보면 어느새 시인의 시어들은 전혀 난해하지 않는 맥락을 전달해 준다.

시집과 더 가까워지는 2024년을 보내려고 의식적으로 노력중이다. 지금도 몇 권의 시집들을 구매해서 가까이에 두면서 읽는다. 좋아하는 작가들이 시인으로 작품 활동을 하면서 소설도 집필한 것을 알게 되면서 더욱 시집으로 방향을 많이 틀어가고 있다. 시집을 너무나도 좋아하는 블로그 이웃님이 있다. 그분의 포스팅들도 좋은 자극이 되어준다. 시가 어려워서 멀직이 물러나 있었는데 누군가는 매일 시집을 읽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애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름답게 보이기 때문이다.

시집 한 권과 시인을 만나면서 등을 돌리고 있었던 세상과 슬픔과 사랑마저도 보게 된다. <윤희에게> 영화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영화의 대사들도 다시 생각나게 한다. 김희진 장편소설 『두 방문객』도 가장 먼저 생각난다. 버지니아 울프의 단편집 『블루 &그린』에 등장하는 퀴어와 독신과 결혼에 대한 글도 생각나게 한다. "저건 뭘까? 왜 저기 있는 걸까? 나는 누굴까?"( 블루&그린 125쪽 ) 자신이 누구인지 질문하면서 자신을 찾는 과정에 세상의 관념과 폭력들을 어떻게 헤쳐나가고 있는지 살펴보게 된다.

이 시집에서도 <왼쪽은 창문 오른쪽은 문> 시를 통해서도 들려준다. 돌을 주시하게 한다.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전해진다. 하지만 쉽지가 않다. '주머니 속 작은 돌을 꼭 쥐고 걷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시인의 마음에 슬픔이 드리운다. '퀴어'에 대한 관점으로 시를 다시 읽었다. 메모된 시어들을 다시 주워서 읽다 보니 하나의 큰 그림이 되어간다. 마음을 깊게 바라보면서 자신을 바라보아야 한다. 그리고 사회가 압박하는 규정에 어떠한 마음으로 대처하면서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보게 된다. 그리고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도 거듭 보게 된다.

여러 영화와 문학을 통해서 성 정체성과 동성애를 다각도로 생각하게 된다. 침묵과 웅변으로 비유되는 말들의 형식들에서 돌이 상징하는 의미까지도 거듭 시어들을 통해서 다시 보게 된다. 주머니 속에 담긴 돌이 얼마나 반들반들하게 윤기를 내야 하는지 짐작하게 된다. 다양성과 포용, 이해가 얼마나 우리들에게 필요한지도 시집과 시인을 통해서 감정의 깊이와 슬픔을 보게 한다.



금과 은

금은 침묵이고 은은 웅변

돌은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왼쪽은 창문 오른쪽은 문

너는 항상 왼쪽 창가

그 너머가 빛

인화

우리의 삶은 결코 해명되지 않는 작은 비밀을 끌어안은 채로 계속된다

미래 빌리기

안경이 어디 갔느냐고 선생님은 온종일 요란을 떨고...

나의 마음은 늪의 바닥에 던져진 돌처럼 느리게 가라앉는다

저 사람이 내 미래의 사랑이라니

...

삶을 그만두기로 결심하고도 삶은 달라지지 않네

선생님을 보며 내가 떠올린 생각은 교실의 바닥에 고이고 썩어 물처럼 흐르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안경을 밟고 버렸다

사랑은 지옥이네. 그런 생각도 하면서

퇴적해안

사소하고 작은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그런 것들에 떠밀려 여기까지 왔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평범한 주말의 오후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이미지로 고착되어 이어지겠지요 47

철거비계

(무대에는 슬픔을 모르는 사람이 서 있다 그 사람은 슬픔을 연기하고 있다) ...

(저녁에 다시 공연은 오른다 슬픔을 모르는 사람은 그때에도 슬픔을 모른다)

사랑이 끝나고 삶이 다 멈추면

이제 내가 말할 차례가 온다

중계

작은 영혼마저 수차례 죽음 끝에 너덜너덜해진 것이 작금의 처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모든 슬프고 외로운 자들이 함께 모여 축하할 일 없는 서로를 축하하는 장면으로 이 시는 끝난다. 약간의 쓸쓸함과 후련함이 시가 떠난 자리에 남는다.)

벽해

꿈이 없어서 꿈에서 깨지도 못하는 삶이

흐리고 흰 빛 아래 우리는 잠시

...

우리가 진짜 발 없이 걷고 있는 거면 어떡해

...

너는 어둠 속에서 말했지

집에 돌아가는 길은 멀다

...

발밑에 펼쳐진

바닥없는 어둠을 애써 모르는 척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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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4-02-13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리뷰를 보고 나니 이 시집 궁금하군요.
올해 계획 중 하나가 시를 많이 읽자는 거라서, 가지고 있던 시집도 읽을 거지만(많이 갖고 있지 못해) 구매할 시집도 찾고 있었어요. 조만간 서점에 갈 기회가 있는데 이 시집을 찾아볼 생각입니다.
구름모모 님 덕분입니다.^^

구름모모 2024-02-13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올해 시집을 읽고자 일부러 노력중이에요. 저도 페크pek0501님 덕분에 구매한 시집들 더 펼쳐보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