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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과 모리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권남희 옮김 / 김영사 / 2024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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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타케 신스케의 책은 처음이다. 『이게 정말 천국일까?』, 『더우면 벗으면 되지』, 『이게 정말 마음일까?』, 『이게 정말 나일까?』, 『머리는 이렇게 부스스해도』 등 많은 도서를 통해서 작가를 만날 수 있다. 사랑받는 신간도서라 궁금해서 주문했는데 활자에 지쳐있을 때 펼쳤던 책이라 작가의 그림과 글에 흥미롭게 빠져서 단숨에 읽었던 책이다. 왜 사랑받는지 알게 된다. 누나를 접시를 깨뜨린 동생이 누나에게 미안해한다. 누나는 놀라면서도 괜찮다고 말한다. 깨지기도 하고 잃어버리기도 하는 거라고 말을 건네는 누나의 모습을 보게 된다. 함께 뭔가를 한 것이 더 중요하면서 동생을 위로한다. 귀중하다고 쓰임을 다하지 못하는 물건들이 있다. 장식장 안에 귀중하게 모셔두는 고가의 그릇들은 쓰임을 다하지 못하기도 한다. 특별한 날에만 꺼내서 사용하는 그릇의 용도는 진정한 의미를 지닌 것일까?
미래 일은 아무도 모른다면서 이 세상에 있는 동안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가 되어도 좋고, 어떻게든 되겠지 하면서 보내는 것도 좋다는 작가의 글이 둥글둥글하게 전해진다. 편중되지 않고 다양한 모양새로 살아가는 것을 열거하면서 그중의 하나가 되어도 다 좋은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강박적으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필요해 보이는 말이 된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조금 느긋하게 살아도 좋다는 위로를 받는 글귀도 만나게 된다.
또 다른 이야기에서는 의식이 있는 눈사람이라고 자각하는 눈사람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곧 녹을 눈사람이지만 자신이 누구인지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어떤 눈사람이든지 절대 실망하지 않을 거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어떤 눈사람이든 나는 절대 실망하지 않아. 지금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잔뜩 생각해 두자." 지금 뭘하고 싶은지 생각하게 된다. 나중에 기회가 있을 거라면서 미루고 늦추는 것은 없는지도 살펴보게 된다. 곧 녹아서 사라질 눈사람이다. 진지하게 지금 하고 싶은 것들이 무엇인지 잔뜩 생각하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지금 하고 싶은 것들을 부쩍 생각하면서 살고 있다. 추려져서 정리되는 것들이 생겨난다. 그 과정에 읽은 책이라 다시금 하나씩 더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미루지 않고 하나씩 시작해 보게 된다.
"왠지 불안해졌어. 앞으로도 시시한 일만 잔뜩 있으면 어떡하지." 새로운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사람은 무엇을 위해 사는지' 질문도 하기 시작한다. "이 세상은 자기 생각만큼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야. 자신조차 자기 생각만큼 대단하지도 못 나지도 않아. 생각과 달라서 세상은 괴롭고 힘들고 즐겁고 기뻐." 작가만의 관점에서 세상이 이야기된다. 하나에 치우치지 않은 세상을 관조한 작가의 시선이 전해진다. 균형을 잡고 나아가는 것이 얼마나 기쁜 것인지도 들려준다. 아니면 블록쌓기 방식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도 듣게 된다. 좋은 것과 나쁜 것들이 자신에게 맞도록 균형 잡으면서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림과 글이 조곤조곤 피로감을 느끼지 않게 해준다. 친근한 누나가 곁에서 들려주는 이야기가 된다.
산다는 건,
균형이라는 건,
목적이라는 건,
이득이라는 건,
손해라는 건,
시시하다는 건......
다른 각도에서 보면
재미있을지도 몰라!
우리한테도
뭔가 대단한 게 떠오를지도 몰라!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떠올리게 한다. 생각하면서 살아야 하는 이유와 질문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카뮈가 곰곰이 관찰하라는 것들이 무엇인지도 접목하게 된다. 어렵지 않게 던져지는 질문들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질문이다. 산다는 것과 균형이란 무엇인지, 목적과 이득, 손해와 시시하다는 것을 다각도로 살펴보게 한다. 대단한 것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