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들의 고단한 여정 - 딸과 함께 읽는 답사 여행기
이용재 지음 / 부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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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사 여행기'는 역사의 흔적을 찾아 발품을 판 저자들이 전해주는 역사 이야기는 항상 흥미롭고(때론 교과서 밖의 낯선 역사, 역사의 속내를 다각도로 이야기하는 면에서 항상 뜻밖의 역사를 만나게 된다)와 다양한 사진들은 눈으로 즐기는 재미가 있고, 나의 발품을 대신할 요량으로 '답사 여행기'를 비교적 즐기는 편이다. 게으름, 귀차니즘에 대한 비겁한 핑계겠지만. 그런데 딸과 함께 한다는 의미에서 더욱 호기심을 부채질한다.

 

일명 '주유조선'이란 이름으로 여름방학을 맞아 가족과 16일간 조선 투어를 떠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19명의 선비들을 소개하고, 그들의 삶과 역사적 의의, 발자취가 남은 곳을 따라 전국방방 곳곳을 누볐다. 제목은 선비들의 '고단한' 여정이고, 실제 여행 또한 '고단'했을 법한데, 책을 읽는 내내 참으로 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술술 읽히는데 재미까지 빼놓지 않았다.

 

물론 책 위의 흔적을 따라, 기억의 흔적을 따라 하나하나 역사적 인물, 사건들을 머릿속에 그리다보니, 신경세포들은 참으로 바빴을 테지만, 정신없이 단숨에 읽어버렸다. 쉽게 읽히는 것이 오히려 해가 된다고 할까? 찬찬히 선비들의 정신을 체득하고, 그들의 숨결이 살아있는 곳곳을 눈도장 찍고 싶은 욕심도 들지만 그런 시간을 주지 않는다. 어쩌면, 저자 이용재는 책을 읽는데 그치지 말고, 스스로 한 번 선비들의 고단한 삶의 여정을 따라 그렇게 여행길에 올라보라 채근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실제 우리 주변 가까이에 역사문화 유적지가 참으로 많다. 내 주변만 해도 바로 떠오르는 곳이 세 곳이나 되지만, 그냥 늘상 지나치고 만다. 한 번쯤 마음 먹고 찾아본 적도 있지만, 눈인사 정도 했다고 할까? 깊이 있게 드려다보지 않았다. 살짝 반성하는 마음도 들면서, 그의 입담에 살살 녹아, 역사 자체도 살아나는 듯하다. 그런데 건축을 전공하였다는 저자는 해박한 역사적 지식까지 겸비하면서 쉽게 역사를 만날 수 있도록 돕는다. 딸의 질문 속 어려운 용어들을 쉽게 풀이해준다. 구어체 그대로 옮긴 딸과의 대화는 톡톡 튀는 맛이 살아있으면서, 그들의 여행길에 몰래 귀동냥하는 듯, 생동감이 넘친다. 그래서 더욱 쉽게 기억되는지도 모르겠다. 이젠 나도 슬슬 좀더 공부하면서, 이미 <선비들의 고단한 여정>을 통해 어느 정도 공부는 마친(?) 듯하니, 옆자락에 요 책 들고, 역사의 흔적을 따라 여행길(에구 거창하다. 옆집 마실가듯 주변부터 훑어야겠지)에 오르고 싶다. 이젠 가을이지 않은가! 파란 하늘 아래선 딱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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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죽었다 담쟁이 문고
박영희 지음 / 실천문학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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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인 대통령 서거가 있은지 얼마되지 않아, 유독 제목이 눈에 띄었다. 그러면서 눈살을 찌추릴 정도로 자극적인 제목이란 생각이 들고, 과연 무슨 이야기를 할까? 하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런데 또다시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들었다. 일단 책 소개를 보면서, 소설의 시간적 배경을 알게되면서, 우리 현대사에 대한 관심을 책을 통해 조금은 부드럽게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저절로 손이 갔다. 1979년과 2009년의 30년 간격을 메워 줄 무엇가를 기대하면서 찬찬히 책을 보았다. 교과서 속 이야기였던 1970년대, 젊은 청춘들의 생명이 꿈툴대는 이야기, 생동하는 현대사를 한 편의 사진으로 보는 듯, <대통령이 죽었다>에 흠뻑 빠졌다. 마냥 웃는 것이 괜히 계면적으면서, 이야기의 긴장감, 박진감, 훈훈한 이야기에 웃고 울다보니, 시간가는 줄 모르겠더라~

 

주인공 '수형'은 H일보 신설동 보급소에서 일을 시작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신문 배달을 하는 자기들끼리 '달배'라 부르면서, 서로 끈끈한 정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전개된다. 달배일을 하던 중, 어느 여학생을 위험에서 구하기도 하고,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신문사 본사의 부당한 일에 맞서기도 하고, 여자 친구와 풋풋한 사랑을 나누고, 대통령 서거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수익을 얻기도 하면서, 1년 반 동안의 달배 생활과 1970년대말의 사건사고, 시대적 상황들이 어우러져 있다. 솔직히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들, 아니, 전혀 모르고 있던 당시의 '달배'일의 생경함 자체가 묘한 흥미(?)를 자아내고 있다고 할까?

 

어린 청춘들의 부단한 삶의 경험 속, 그들의 생생한 분투기가 담겨있다. 특히, 달배들과 소장, 유 감독 그리고 폐결핵에 걸린 영환 형 간, 이들의 훈훈한 이야기는 감동의 물결이었다. 아무리 지금이 힘들고 어려운 시기라 하지만, 까마득한 1970년대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참으로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30년간의 시대를 훌쩍 뛰어넘었음에도, <대통령이 죽었다> 속 이야기는 전혀 그런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생경한 이야기 속에서도 잔잔한 감동과, 시대의 아픔, 상처를 마주하면서, 스스로를 반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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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혁명 - 시대를 앞서간 천재 허균의 조선개혁 프로젝트
정경옥 지음 / 여우볕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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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하면 '홍길동전', '홍길동전'하면 '허균'을 떠올리게 되지만, 이는 교과서 속 수학공식처럼, 전형화된 지식같은 것이었다. 그러다 최근에 허균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의 삶 전체가 너무도 격정적이면서, 처연하게 다가왔다. 그러면서, 왠지 모를 연정같은 것을 품게되었을까? 조금씩 '허균'의 이야기에 호기심이 일었다. <한국사 傳 5 - 혁명을 꿈꿨던 자유주의자> 속, 시대를 앞서간 혁명가요, 자유주의자며, 조선의 이단아인 허균을 알게 되었고, 그의 비참했던 최후가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았다. 또한 <조선 정치의 꽃 정쟁>에선, 자신의 신념, 사상을 너무도 쉽게 입에 담으면서, 역적으로 몰리는 상황이 그지없이 안타까워 마음이 스산하던 중에, <슬픈 혁명>을 만났다. '허균'의 이야기를 담은 역사소설이니, 눈이 번쩍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

 

이야기는 '균'이 스무살이 되던 해부터 시작한다. 형(허봉)의 부름을 받고 금강산으로 찾아가지만, 형의 죽음이 기다리고 있었고, 손곡 스승과 함께 찾아가 누이(허초희)를 만나 돌아왔지만, '한'스러움 그 자체였던 그녀는 부고를 듣게된다. 잇다른 동기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그는, 기방 출입이 잦아지던 중에, 추월이를 만나, 마음을 씻는 듯 하더니, 불길한 꿈을 꾸게 된다. 그리고 벼슬길에 오르지만, 끊임없는 비방과 탄핵 속에 작은 고을에 부임하게 된다. 그곳에서 어느 사건을 올곧게 처리하려다 되려, 죽음의 위협에 처하고, 우연히 '비'와 만나게 된다. 계축옥사로 인해 의기투합했던 친구들을 잃고, 혁명을 준비하게 되는 과정이 박진감있게 전개된다.

 

소설 <슬픈 혁명>은 허균의 조선개혁 프로젝트를 한 눈에 보면서, 그가 꿈꿨던 세상을 향한 그의 진념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미 그의 좌절된 꿈임을 알기에, 말그대로 슬프디 슬픈 혁명이었다. 하지만 슬픔에 그친다면, 일부러 시간을 내어 <슬픈 혁명>을 손에 쥘 필요는 없을 것이다. 책은 '균'이 지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듯, 균 자신이 서술자이지만, 자신을 대변하기에 급급하지 않다. 감정 중심으로 동화되기 보다는 시종일관 차분하고, 담담한 어조다. 솔직히, 이런 점이 내심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혁명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주류에 휩쓸리며, 역사에 오점 또한 남겼다는 점에서 무한히 긍정하며, 감정에 치우치는 오류에서 벗어나, '허균'의 삶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 여전히 그에 대한 상반된 평가가 내려지고 있는 점도 무시할 수 없기에, 단순히 소설 속 허구의 인물에 머물지 않고, 역사 속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인물로 더욱 부각되었다.

 

허균은 기득권에 반하며, 자신의 꿈을 향해, 부단히 노력하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삶을 살았다. '자유스러움' 그 자체에 충실하면서도, 타인과 진정으로 교류했던 '허균'을 만나다 보니, 나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인다는 것이 여전히 난제 중에 난제이기에, 허균의 삶 그 자체가 하나의 모범답안인듯, 가슴을 요동치게 한다. 또다른 허균과의 만남이 더욱 기대되고 설렌다. 하루 빨리, <허균, 최후의 19일, 김탁환><허균, 길에서 살며 사랑하다 죽다, 김용관>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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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물고기 무지개 물고기
마르쿠스 피스터 지음, 공경희 옮김 / 시공주니어 / 199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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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읽을 책을 고르다가, 우연히 표지가 눈길을 사로잡는 <무지개 물고기와 신기한 친구들>을 발견(인터넷서점의 신간코너)하였다. 그리고 서점에서 <무지개 물고기>를 만났다. 실물을 보니, 너무도 이쁘단 생각이 절로 들었다. 아이가 보기엔 아직은 좀 크고 글밥이 많아 망설여지다가, 사촌동생 생각이 번뜩 들었다. 책을 읽는 모습을 상상하니, 절로 기분이 좋아져, 바로 주머니를 털었다. 호홋~ 

 

아주 단순한 이야기다. 온 바다에서 가장 아름다운, 빛나는 은빛 비늘이 박힌 '무지개 물고기'는 자기 교만에 빠져, 외톨이 신세가 된다. 쓸쓸해진 무지개 물고기는 문어 할머니를 찾아가 조언을 구하는데, 반짝이 비늘을 나눠주면 더 행복해 질거란 이야기를 듣지만, 선뜩 결심을 하지 못하고, 그러다, 파란 꼬마 물고리를 시작으로 자신의 가장 귀중한 보물 '반짝이 비늘'을 친구들과 하나하나 나눠 가지며 행복해진다는 이야기! 

 

일단, 다시 말하지만, 그림이 참으로 예쁘다. 이야기 구조야 말할 것도 없지만, 단순함 속에 삶의 진솔한 지혜를 담고 있으니, 참으로 착하고 예쁜 책이다.  

그런데 솔직히, 스스로도 한없이 마음 한 구석이 찔리는 부끄러운 감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 소유와 집착을 내려놓는 연습은 우리의 아이들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숙제인 듯하다. 자신이 가장 아끼는 보물은 남과 나누면서 행복을 찾은 물고기처럼 그렇게 살아야하는데.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니, 그림 보는 즐거움이 오히려 아이보다 내가 앞선 것은 아닌지~ 내 가슴에 새삼스레 담긴 지혜가 더 큰 것은 아닌지~ 절로 고개를 숙이게 된다.

 

<무지개 물고기>의 생동감 넘치는 그림은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책을 통해 더욱 빛나는 아이의 눈동자를 확인하게 될 것이다. 밝은 빛깔의 색채, 다채로운 바다 속 동물들도 덤으로 만나 볼 수 있다. 아이의 꿈과 상상력의 세계가 무지개 물고기를 만나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또다른 무지개 물고기 시리지의 다른 책들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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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사과
기무라 아키노리, 이시카와 다쿠지 지음, 이영미 옮김, NHK '프로페셔널-프로의 방식' / 김영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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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농약 무비료를 통해 썩지 않는 사과를 생산한 어느 농부의 감동의 이야기가 있다는 말에, 마구마구 호기심이 용솟음친다. 썩지 않는 사과라니! 그 자체가 충격이니, 과연 그 실체를 확인하고 싶다는 강한 열망과 의구심, 궁금증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무농약 무비료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얼마나 많은 유혹에 시달려야 하는지, 굳건한 신념이 아니면 절대 불가능한 일! 그러기에 정말 믿을 수 없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적의 사과를 직접 확인하니, 자꾸만 군침이 도는 것이, 딱 한 입이라도 베어 물고 싶다는 강한 욕망만 커졌다. 여전히, 생각만 해도, 입안에 침이 잔뜩 고이고, 꼴깍꼴깍 넘어간다.

 

기적의 사과를 재배한 농부는 '기무라 아키노리'씨다. 사과 재배를 하는 농가에서 차남으로 태어났기에 가업을 잇지 않아도 되었기에, 제조회사에 취직하여 일하던 중, 어쩔 수 없이 귀향하게 되고, '트렉터'에 끌리고, 결혼을 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사과 재배를 하게 된다. 우연히, <자연농법>이란 책을 읽고, 무농약 무비료 사과재배에 도전하게 된다. 하지만 그 도전의 실패의 연속이었고, 자살을 결심하게 되지만, 우연히 야생에서 도토리열매를 본 후, 조금씩 성공의 비법을 터득하게 된다. 그 비법은 야생 그대로, 자연 그대로의 힘을 이용하는 것이다. 10여년 간의 갖은 노력 끝에, 사과를 생산하게 되고, 판매하게 되는 과정을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다.

 

취재 과정을 통해 본 이야기, '기무라'씨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책으로 재구성한 것이 바로, <기적의 사과>였다. 담담한 어조 속에, 진한 감동이 묻어나온다. 격정적이지 않기에 더욱 격정적인 이야기가 있다. 10여년의 고생 속, 가족의 희생, 특히 본가의 어머니가 몰래 먹을거리를 놓고 간 이야기는 눈시울을 붉히고, 잠깐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면서, 그들의 지지, 소비자들의 지지를 통해, 기적의 사과는 한 농부의 단순한 결과물이 아닌 자연과 사람들 모두의 결과물이라는 이야기가 가슴을 훈훈하게 적신다.

 

자본주의의 흐름을 역행하면서 모두의 사과를 꿈꾸며,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단순한 도전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하나의 농법을 소개하는 책도 아니다. 꿈을 위해, 끊임없이 매진한 한 인간의 이야기가 있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이 만들어낸 사람 사는 세상의 이야기가 한 가득인 책 <기적의 사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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