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죽었다 담쟁이 문고
박영희 지음 / 실천문학사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충격적인 대통령 서거가 있은지 얼마되지 않아, 유독 제목이 눈에 띄었다. 그러면서 눈살을 찌추릴 정도로 자극적인 제목이란 생각이 들고, 과연 무슨 이야기를 할까? 하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런데 또다시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들었다. 일단 책 소개를 보면서, 소설의 시간적 배경을 알게되면서, 우리 현대사에 대한 관심을 책을 통해 조금은 부드럽게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저절로 손이 갔다. 1979년과 2009년의 30년 간격을 메워 줄 무엇가를 기대하면서 찬찬히 책을 보았다. 교과서 속 이야기였던 1970년대, 젊은 청춘들의 생명이 꿈툴대는 이야기, 생동하는 현대사를 한 편의 사진으로 보는 듯, <대통령이 죽었다>에 흠뻑 빠졌다. 마냥 웃는 것이 괜히 계면적으면서, 이야기의 긴장감, 박진감, 훈훈한 이야기에 웃고 울다보니, 시간가는 줄 모르겠더라~

 

주인공 '수형'은 H일보 신설동 보급소에서 일을 시작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신문 배달을 하는 자기들끼리 '달배'라 부르면서, 서로 끈끈한 정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전개된다. 달배일을 하던 중, 어느 여학생을 위험에서 구하기도 하고,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신문사 본사의 부당한 일에 맞서기도 하고, 여자 친구와 풋풋한 사랑을 나누고, 대통령 서거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수익을 얻기도 하면서, 1년 반 동안의 달배 생활과 1970년대말의 사건사고, 시대적 상황들이 어우러져 있다. 솔직히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들, 아니, 전혀 모르고 있던 당시의 '달배'일의 생경함 자체가 묘한 흥미(?)를 자아내고 있다고 할까?

 

어린 청춘들의 부단한 삶의 경험 속, 그들의 생생한 분투기가 담겨있다. 특히, 달배들과 소장, 유 감독 그리고 폐결핵에 걸린 영환 형 간, 이들의 훈훈한 이야기는 감동의 물결이었다. 아무리 지금이 힘들고 어려운 시기라 하지만, 까마득한 1970년대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참으로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30년간의 시대를 훌쩍 뛰어넘었음에도, <대통령이 죽었다> 속 이야기는 전혀 그런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생경한 이야기 속에서도 잔잔한 감동과, 시대의 아픔, 상처를 마주하면서, 스스로를 반성하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