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 | 혼자 중얼중얼
2005.06.24

 

전방 초소 총기 사건에 대해 무엇이 진실인지에 대해 논란이 많다.

우리집(그래봐야 각시와 나뿐이지만)은 군이 어제 발표한 최종 수사발표를 있는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1. 군은 그 동안 이런 사고에 있어서 진실을 숨기려는 모습을 너무 많이 보여왔다. 군은 지금은 아니 이번 사건만큼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억울해 할 수도 있지만, 군은 이번 사건에서 좋게 말해 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미숙함을 보여주었으며, 너무 엉성하다고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가 ? 게다가 사실관계마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결론부터 내버리려는 태도를 보였는데, 이는 그 동안 이런 사고에 대해 '군 자체의 구조적 모순'이 아니라, '한 개인의 신상 문제'로 결론을 미리 만들어 놓고 사실관계를 거기다가 짜맞춘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데, 이번 사건도 비슷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2. 김일병은 수양록에 부대원들 사이에 발생한 일에 대해 적나라하게 기록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다만 그런 일이 있었을 것이다는 추측이 가능할 정도의 말은 있다고 한다. 따라서 그냥 에둘러서 '부대에는 어떤 문제도 없었다"며 사고 발생 후 5일만에 모습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부대원들의 일관된!!!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 게다가 그들은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도 김일병에게는 큰 일일 수 있으므로, 그 별일 아닌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솔직하게 말하지 않는 한 더더욱 그렇다(수양록은 개인 일기장이라고 보아도 되는데, 어떤 일이 생겼을 때(탈영, 자살, 총기사고 등) 중요한 자료가 된다. 아마 군도, 그리고 유가족도 그 수양록의 중요성을 알아서인지 곧바로 원본을, 복사본을 확보했다. 국방부 시계는 거꾸로 걸어놔도 시간은 가는데, 중간만 하면 되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할 필요 없고, 누구 눈밖에 나서서 좋을 것 없다는 생각을 병사들은 본능적으로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스스로 자기검열을 할 수밖에 없다. 수양록에 적나라하게 기록할 수 있을까? 물론 김일병은 예외라고 할 수 있겠지만. 수류탄으로 죽이겠다. 모두 죽이겠다는 말을 하지 적지 않을 걸 보면 분명 자기검열을 했을 가능성이 많다)

3. 사고 발생 직후, 언론 보도에 따르면 천모일병은 일관되게 "상급자의 언어폭력은 있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부대원을 살상하겠다"는 말을 수차례 했다고까지 했다. 물론 그 보도가 오보인지는 따져보아야겠지만, 지금까지 오보라는 말은 없고 정정 요청도 없었다. 그런데 그 보도 내용은 김일병의 말과 일치하며, 그 결론은 군의 발표와도 일치하고 일관된다. 따라서 언어폭력만큼은 의심할 여지 없는 사실로 보인다. 그럼에도 어제 뉴스는 유족들이 사고 원인이 언어폭력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져 억울함이 풀렸다는 것이 강조되어 자칫 의문은 묻어 버린 채 유족들에게 끌려간 군과 언론보도가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는 게 솔직한 느낌이었다.

4. 김일병은 다른 초소에서도 군대내 금지행위인 폭행(폭행은 사람의 신체에 유형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족하다. 쉽게 말해 접촉하여 두들겨 패서 어디가 부서져야만 폭행이라고 하지 않는다)을 당했다가, 현재 근무중인 초소로 옮겨왔다. 왜 그가 옮겨왔는지 선임병들은 과연 몰랐을까? 알았을 가능성이 많다. 설사 바로 몰랐다 치더라도 이후 생활하면서 곧 자연스레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부정적인 선입관을 갖고 그를 대했을 가능성이 있다. 부정적인 선입관이 있다면 아무리 사소한 문제라도 그를 어쩔 수 없는 구제불능의 인간으로 취급해 버리는 것이 일반적인 심리 아닐까 ?  물론, 위 폭행 사실 외에는 모두 가정이다. 그렇지만 전혀 엇나가는 가정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네 일상에서도 그런 경우 많지 않은가 ?

5. 어제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일병이 반항적이고 선임병들에게 대들고 욕설을 했다고 한다. 이것은 곧 부대원들 사이에 뭔가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간혹 후임병이 선임병한테 대드는 경우가 있지만, 어제 부대원들의 말처럼, 정말 아무런 문제도 없는 부대였다면 그런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김일병이 원래 그랬다면 전에 있던 초소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을 법한데, 그리고 군대가기 전에도 그랬을 텐데, 전혀 그런 근거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정말 아무런 문제도 없는 부대였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 어제도 오늘도 김일병은 자기에게 잘 대해 준 선임병 둘을 집어 미안하다고까지 했으나, 다른 선임병들에게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아직도 뭔가 맺힌 게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 아닐까 ?

6. 처음에는 김일병의 일방적 진술에 의한 수사였다고 비난받았지만, 지금은 김일병을 뺀 나머지 부대원들의 일방적 진술에 의한 수사가 아닌가라는 반문에는 과연 어떤 답을 내놓을 수 있었을까 ? 위에서 본 것처럼 전체가 모인 상태에서의 일관된 진술이 오히려 더 부자연스럽고, 그 이전의 개인 병사의 진술이 더 구체적이고 설득력이 있어 보이는 것에 비추어 볼 때 그렇다.

7. 아직도 풀리지 않는 것들이 있다. 당시 내무반의 상황, 체포 과정 등에 있어서는 의문 투성이이다. 뭔가 부대원들만이 알고 있는 그러나 즉시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있다. 한정된 공간에서 그 진실을 밝히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진술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예를 들어 술을 마셨는지는 즉시 혈액 검사를 했으면 알 수 있지 않았을까? 사망 부대원의 위 속의 음식물의 상태를 보면 뭘 먹었는지도 알 수 있을 거고 말이다(물론 유족들에게는 고통스런 일이기는 하지만). 그런데도 그 진실은 여직 밝혀지고 있지 않다. 어쩌면 부대원들의 일관된 진술에 묻혀 지나가 버릴 지도 모르지만, 밝힐 것은 밝혀야 하지 않겠는가 ?(부대원들의 심리적 충격을 감안하여 조심스런 접근이 있어야겠지만, 그 동안의 사고처럼 그들에게 평생 부담을 갖고 살게 해서도 안될 것이다).

8. 김일병은 다른 초소에서 옮겨온 지 몇달 됐고, 선임병들이 침상 어디에서 취침하는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선임병들이 있는 곳을 향해 수류탄을 던졌고, 지향사격(근거리에서 적을 향해 대충의 목표점을 설정해 두고 하는 사격, 조준사격을 할 수 없을 때 즉시 대응하기 위한 사격)을 했다고 한다. 즉, 선임병들, 특히 상병들을 목표로 사실상 조준사격을 한 것이 된다. 그 목표가 분명했음을 보여준다. 왜 그랬을까 ? 단지 상병들이 많아서 결과가 그랬을 거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여기서는 순전히 김일병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는 상병들 중에서 두명에게는 미안하다고까지 한 걸로 봐서는, 다른 상병들과는 뭔가 문제있다는 것이고, 왜 그랬는지는 그만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김일병은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된 이유가 무엇이든 죄값을 치러야 한다. 그러나 그가 죄를 지었다고 해서 그의 말을 모두 믿지 못하겠다고 해서는 안된다. 자칫 군이 대충 유족들의 반발을 피하고 면피하기 위해 어정쩡한 결론(어차피 사고친 놈이 떠안고가라는 식)이 을 내버려서는 안될 테고, 또한 앞으로 이와 같은 일이 다시 생기게 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번 사건을 제대로 마무리 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부디 살인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군대가 사라지는 날이 빨리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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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25 17: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6-25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뭘 그렇게 자꾸 숨기려드는지......
그게 더 큰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불신을 낳는다는 걸
모르는 것인지...... 정말 답답하죠?

숨은아이 2005-06-25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어차피 김일병은 사형되겠지요... 그러니 어차피 죽을 놈에게 다 뒤집어씌운다는 생각이... -=- 희생자들의 치부를 드러내지 않으려는 생각도 있겠고... 앞으로 군대에서도 반드시, 경험 많은 심리치료사가 병사들에게 제대로 상담을 해주어야 할 텐데요. (결정적인 것 아니면 오타는 오타대로 그냥 둡니다만, 지적하신 부분은 역시나 자꾸 걸리는군요. 그래서 고쳤어요. ^^ 고맙습니다.)

릴케 현상 2005-06-25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양록은 개인일기장이 아닙니다. 상시로 일기검사를 하기 때문에 미치지 않고서는 군내 갈등을 쓰지 않을 겁니다^^ 저는 주로 노래가사를 약간씩 변형해서 일기인 것 처럼 썼습니다. 검사용이니까요

알고싶다 2005-06-25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아이님, 처음 인사드립니다^^ 잘 읽었습니다. 여기 좋은 글 너무 많네요~ 앞으로 자주 놀러올께요.

숨은아이 2005-06-25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책님/옆지기도 그 이야기 하더군요. 초등학교에서 일기 검사하듯이 수양록을 검사하는데, 누가 그런 이야길 거기다 쓰겠느냐고. 무기명으로 소원 수리 받는 쪽지에다가도 그런 거 쓰면 난리나는데.
리들러님/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이 카테고리는 제 옆지기가 daum 블로그에 쓰는 글 중에서, 제 맘에 드는 것을 옮겨오는 곳이랍니다. ^^

울보 2005-06-25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몰랐던것을 하나 알고 갑니다,,,

숨은아이 2005-06-25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뭘 모르셨을까. ^^

마태우스 2005-06-26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한 분석이십니다. 존경합니다...........

숨은아이 2005-06-26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그러니깐 이 글을 쓴 제 옆지기를 존경하시는 거죠? ^^ 고맙습니다.
 

이런 판결문, 처음 보았다. | 좋은 글 퍼나르자
2005.06.09

 

언론사 법원 출입기자들 모두가 이정렬 판사의 판결만을 쳐다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정렬 판사는 눈에 띄는 여러 판결들은 내 놓았다.

공무원노조 조합원에 대한 선고유예 판결(사실상 무죄 판결로 볼 수 있을 정도다), 공장이전을 반대하는 파업을 벌인 조합원이더라도 해고는 할 수 없다는 판결, 가정주부는 좀 독특하지만 노동자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판결 등등....(위 판결의 전문은 보지 못했으며 기억나는 대로 적어 본 거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러서야 아래 판결 중 첫번째 판결을 아웃사이더라는 잡지에서 그 전문을 볼 수가 있었다. 한달에 최소한 10개 이상은 판결문을 읽는 나지만, 판사 본인의 경험까지 곁들여 써놓은 판결문은 처음본다.

같은 병역법 위반 사건이지만, 첫번째 판결은 무죄, 두번째 판결은 유죄다. 이정렬 판사가 양심, 종교,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는 정당한 이유있는 거부이므로 병역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으로서, 정당한 이유있는지에 대해 그 결론이 다를 뿐 판단 기준은 같다(아래 두번째 판결문 중 '상동'이라고 한 것은 첫번째 판결문과 같다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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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방법원

판 결

사건 2002고단3941 병역법위반
피고인 오## (82XXXX-XXXXXXX)
검사 구자현
판결선고 2004.5.21.

주 문

피고인은 무죄

이 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종교를 믿고 있는 자로서 현역병 입영대상자인 바, 2002.7.8.경 서울 강서구 가양동 1486 소재 가양주공아파트 106동 509호 피고인의 집에서 같은 해 8.8. 13:00 경까지 대구에 있는 50사단에 입영하라는 내용의 서울지방병무청장 명의의 입영통지서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종교적인 신념에 반한다는 이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자가 5일이 지나도록 같은 달 13.경까지 입영하지 아니하였다는 것이다.

2. 피고인의 주장
피고인은 경찰 이래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자신은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신앙을 믿고 있는 바, 그 교리에 의하면 무기를 들 수 없도록 되어 있어 입영을 거부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3. 판단

가.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규정
검사가 피고인의 이 사건 행위에 대하여 공소를 제기하면서 의율한 병역법 제88조 제1항은 현역 입영 또는 소집통지서를 받고도 입영하지 아니하거나 소집에 불응한 자 모두를 처벌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아니하거나 소집에 불응한 자만을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나. 위 법조 소정의 정당한 사유의 해석

(1) 형법 제20조는 위법성조각사유의 하나로서 정당행위에 대해 규정하면서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라 하더라도 그것이 정당행위인 경우에는 이를 벌하지 아니하도록 하고 있다.

(2) 그런데, 위 법조는 특이하게도 “정당한 사유가 없을 것”을 구성요건에 적시하고 있는 바, 위 형법 제20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 법조에 특별히 위 사항을 규정하여 놓은 점에 비추어 볼 때, 위에서 규정한 정당한 사유는 위 형법 제20조 소정의 정당행위보다 더 폭넓은 개념이라 아니할 수 없다.

(3) 한편, 헌법 제19조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하여 양심의 자유를 기본권의 하나로 보장하고 있는바, 여기의 양심이란 세계관, 인생관, 주의, 신조 등은 물론, 이에 이르지 아니하여도 보다 널리 개인의 인격형성에 관계되는 내심에 있어서의 가치적, 윤리적 판단도 포함된다고 볼 것이다.

(4) 그러므로, 양심의 자유에는 널리 사물의 시시비비나 선악과 같은 윤리적 판단에 국가가 개입해서는 안 되는 내심적 자유는 물론, 이와 같은 윤리적 판단을 국가권력에 의하여 외부에 표명하도록 강제 받지 않는 자유 즉 윤리적 판단사항에 관한 침묵의 자유까지 포괄한다고 할 것인 바, 이와 같이 해석하는 것이 다른 나라의 헌법과 달리 양심의 자유를 신앙의 자유와도 구별하고 사상의 자유에 포함시키지 않은 채 별개의 조항으로 독립시킨 우리 헌법의 취지에 부합할 것이며, 이는 개인의 내심의 자유, 가치판단에는 간섭하지 않겠다는 원리의 명확한 확인인 동시에 민주주의의 정신적 기초가 되고 인간의 내심의 영역에 국가권력의 불가침으로 인류의 진보와 발전에 불가결한 것이 되어 왔던 정신활동의 자유를 보다 완전히 보장하려는 취지라고 할 것이다.

(5) 게다가 우리나라가 1990년에 가입한 시민적정치적권리에관한국제규약(이른바 국제인권규약 B규약) 제18조 제2항에서도 스스로 선택하는 신념을 가질 자유를 침해하게 될 어떠한 강제도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고, 우리나라가 1993. 이래 위원국으로 5번째 연임된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산하 인권위원회에서도 계속적으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을 인정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특히 최근에는 2004.4.19. 제60차 인권위원회에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하였다.

(6) 따라서, 양심의 자유는 양심 형성 및 결정의 자유, 양심을 지키는 자유, 양심 실현의 자유를 그 내용으로 하는 바, “양심형성 및 결정의 자유”는 구체적인 사항에 관한 양심의 형성 내지 결정과정에서 어떠한 외부적인 간섭이나 압력 강제도 받지 아니하고 오로지 자기의 내면적인 소리만 따를 수 있는 자유로서, 이것이 실질적으로 보장되기 위하여서는 다수의 양심이 소수의 양심을 무시해서도 안 되고, 소수의 양심이 다수에게 강요되어서도 안 된다는 것을 말하며, “양심을 지키는 자유”는 양심의 표명을 직접 간접으로 강요당하지 않는 자유로서 이는 양심을 언어나 행동으로 표현하도록 강제당하지 않는 이른바 침묵의 자유 및 양심 추지(推知) 금지와 양심에 어긋나는 행동을 강제당하지 않는 자유인 이른바 작위 의무로부터의 해방을 내용으로 하고, “양심실현의 자유”는 양심의 결정을 행동으로 옮겨서 실현시킬 수 있는 자유인 바, 결국 양심상의 결정을 이유로 한 병역의무 거부는 양심을 지키는 자유의 내용을 이루는 작위 의무로부터의 해방과 양심 실현의 자유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할 것이다.

(7) 그렇다면, 위 병역법상의 입영 또는 소집을 거부하는 행위가 오직 양심상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서 양심의 자유라는 헌법적 보호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한 경우에는 위 법조 소정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다.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위헌성과 그에 따른 이 법원의 판단 권능에 대하여

(1) 한편, 위 법조는 앞서 본 바와 같이 헌법에 규정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는 위헌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할 것인데, 이에 대하여는 이 법원이 2002.1.29. 2002초기54호로써 위헌제청 신청 결정을 하여 현재 그 위헌법률심판절차가 헌법재판소에 계속 중에 있는 바, 헌법재판소는 비록 훈시규정으로 해석되기는 하나 심판사건을 접수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종국결정의 선고를 하여야 한다는 헌법재판소법 제38조 본문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2년여가 넘게 위 심판에 관한 결정을 하지 아니하고 있어,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유로 한 병역법 위반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2) 그런데,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하는 것이고(헌법 제101조 제1항), 법령의 해석, 적용에 관한 권한은 사법권의 본질적 내용을 이루는 것이며, 법률이 헌법 규범과 조화되도록 해석하는 것은 법령의 해석, 적용상의 대원칙이므로, 합헌적 법률해석을 포함하는 법령의 해석, 적용 권한은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하는 법원에 전속하는 것이고(대법원 2001.4.27. 선고 95재다14 판결 등),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는 것(헌법 제103조)인 반면에, 한편 헌법재판소는 위헌 제청된 법률 또는 법률 조항의 해석 여하만을 결정할 수 있을 뿐(헌법재판소법 제45조)이어서, 법률 또는 법률 조항의 해석 여하에 따른 위헌성 여부 및 법률 또는 법률 조항 중 일부분의 위헌성 여부에 관한 심사권은 법원에 전속된 권한이라 할 것이다.

(3) 한편, 사법부가 법률을 해석하는 경우 때에 따라서는 위헌의 소지가 있다하여도 입법자의 의사를 존중하여 가능하면 합헌적으로 해석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고, 일부 위헌의 소지가 있다 하여 바로 당해 법률 조항을 전면적으로 위헌이라 하여서는 아니 되는 것인 바, 위 병역법 해당 조항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때에 한하여 위헌으로 해석될 뿐 일반적인 경우 모두 위헌으로 해석되지는 아니하므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없이도 이 법원이 위 법조의 위헌성 여부에 대하여 판단할 수 있다 할 것이다.

라. 양심의 결정에 따른 병역 거부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반론에 대하여

(1) 종래에 피고인과 같이 양심상의 결정에 터잡아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는 자에 대하여 그 처벌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서 다음과 같은 사항이 주장되어 왔다.

(2) 즉, 대한민국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서 155마일의 휴전선상에 백수 십만 명의 남북한 정규군대가 대치하고 있는 안보환경 속에 놓여 있으며, 이러한 안보현실과 변역 가용자원 인구수 및 국가경쟁력 등을 고려, 국민개병주의를 채택하여 징병제로 군사력을 유지하고 있는데, 개인적인 신념에 따라 군복무 여부를 결정하도록 할 경우 아무도 군대에 가려고 하지 않을 것이어서 국방의 안전 보장을 위한 병력의 유지가 곤란하다는 점,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하면 국민의 평등한 공적부담원칙이 와해되어,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핵심인 공공의무의 정신과 시민적 의무의 자발적 수행에 대한 가치가 저하된다는 점, 양심적 병역거부를 빙자한 병역기피자가 증가할 것이라는 점, 징병행정상의 공정성과 통일성이 저해될 것이라는 점, 헌법은 국민개병주의를 채택하고 있는데, 병역의무를 종교적 신념에 따라 결정할 경우, 특정 종교 신자에게 특혜를 주는 결과가 되어 오히려 역차별을 초래하게 되므로 평등의 원칙에도 어긋나고, 다른 종교와의 갈등관계가 초래되어 국민통합을 해치게 된다는 점, 병역을 거부하는 특정 종교의 교리가 생명이 위급한 상황에서도 수혈을 거부하도록 되어 있고, 국가체제를 사탄으로 간주, 국가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여 국기에 대한 경계 및 애국가 봉창을 거부하며 모든 종류의 투표에 참가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공직에 취임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는 바, 이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민주적 기본질서를 깨뜨리는 행위로서 이들에게 병역거부권을 인정하는 것은 민주적 기본질서의 위배행위를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3) 그러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한 해에 600명 안팎인 것으로 추산된다고 알려지고 있고, 이는 연간 징병인원 약 30만 명에 비하여 0.2%에 불과하여 국가방위력에 미치는 정도가 미미할 뿐만 아니라, 인해전술식이고 재래식인 전투 방식에서 첨단과학 무기와 장비, 정보시스템이 주도하는 현대전에서 위와 같은 규모 정도의 징병인원이 감소한다 하여도 그다지 문제되지 아니한다 할 것이고,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전쟁에 참가시킨다 하여도 그들로부터 최고의 전투력의 발휘를 기대할 수 없다 할 것이어서 전투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도 아니할 것이며, 국가의 사법권 행사를 위해 법관이 꼭 필요한 존재라 하여도 모든 국민이 법관이 될 필요는 없는 것처럼, 국가의 존재를 위해 군인이 꼭 필요하다 하여도 모든 국민이 군인이 될 필요는 없다 할 것이고, 비록 우리나라에서는 독일, 영국,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캐나다, 스위스, 스웨덴, 덴마크, 독일, 노르웨이, 핀란드, 프랑스,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과 같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하여 병역의무를 대체할 수 있는 대체복무제를 인정하고 있지 아니하기는 하나, 향후 위 제도를 도입하여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것과 동일하거나 그보다 좀 더 중한 내용의 복무를 하도록 한다면 공적 부담이나 병무행정에 있어서의 평등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을 수 있으며, 위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면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인정될 수 있는 기준을 명확히 마련한다면 고의적인 병역기피자를 충분히 가려낼 수 있고, 아울러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피고인과 같이 특정 종교상의 교리를 이유로 한 사람뿐만 아니라, 종교상의 교리가 아닌 일반적인 양심에 따른 신념에 터잡아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에게도 확대할 필요성이 있는 점(따라서, 이 법원은 위 정당한 사유를 해석하기 위하여 양심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 제19조만을 근거로 하였을 뿐, 종교의 자유를 규정한 같은 법 제20조 제1항을 근거로 하지는 않는다), 또한 위 종교를 신봉하는 사람들이 병역의무만을 거부할 뿐 납세의 의무나 교육의 의무를 이행할 것을 거부하고 있지는 아니하여 국가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지는 아니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위 주장들은 모두 타당한 것으로 보이지는 아니한다.

(4) 그리고, 이 사건을 담당한 판사 개인으로서도 특수전사령부 법무관으로서 병역의무의 일부를 이행한 사람으로서 현행법상 위 대체복무제가 인정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일정기간 다소간이라도 국가방위력의 손상이 있을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으나, 국가란 이를 구성하는 개인의 생명과 신체, 자유 및 재산을 보호하는 것을 근본적인 존재 의의로 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은 사정을 들어 천부인권인 개인의 양심의 자유를 후퇴시키는 것은 부당하고, 오히려 국가의 형벌권과 개인의 양심의 자유권이 충돌하는 경우에는 형벌권이 한 발 양보하여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도록 하는 것이 정당하다 할 것이다.

마.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인정 기준

(1) 그렇다면, 이제 남은 문제는 과연 어떠한 기준을 들어 당해 병역거부자가 진정한 양심상의 결정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으로 인정할 것인지의 여부라 할 것이다.

(2)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양심을 빙자하여 병역을 기피하는 자를 가려내기 위하여는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일반적인 해명에 그치는 것이 아닌 인격적인 양심적 결정과정을 분명하게 밝혀야 하고, 특히 병역을 거부하기로 하는 결정을 하게 된 특별한 사정(예컨대, 종교적, 윤리적 또는 인도적 근거들로서 학교교육, 가정교육, 폭력체험, 친척이나 친구의 사망, 전쟁체험에 대한 가족의 이야기, 영화 등)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여야 하며, 병역을 거부하기로 하는 결정을 한 이후 또는 그로부터 멀지 아니한 시간 전에 병역거부와 관련된 사회 활동을 하였을 것 등을 그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할 것이다.

바. 이 사건에 있어서의 판단

(1) 돌이켜 이 사건에 있어 보건대, 피고인의 위 주장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법률상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인지가 명확하지는 아니하나, 위 주장을 피고인의 위 행위가 위 법조 소정의 정당한 사유 있는 행위라는 취지의 것으로 선해하여 살피기로 한다.

(2) 피고인의 이 법정에서의 진술, 피고인의 검찰 및 경찰에서의 진술과 피고인 제출의 자료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10세 되던 1992.경부터 그 어머니를 따라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종교를 신봉하게 되었으며, 위 종교를 향후에도 신봉하여야겠다는 결정에 따라 2001.2.4. 침례를 받은 사실, 그리하여 피고인은 종교생활을 하면서 성경을 해석하던 중 성경의 일부 내용에 따라 무기를 들 수 없다는 결정을 하게 된 사실, 한편 피고인은 고등학교 졸업의 학력을 가지고 있는 바, 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앓고 있던 축농증 등의 사유로 인하여 몇 차례 결석을 한 외에는 12년간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하였던 사실, 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는 종교적 자원 봉사 활동을 위하여 측량기능사 자격을 취득한 다음 그 기술을 활용하여 매달 10시간씩의 전도활동 및 봉사활동을 꾸준하게 하였던 사실, 아울러 피고인의 형인 오준화 또한 위 종교를 신봉하여 그 양심상 결정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였다가 형사처벌을 받게 되었는데, 피고인은 위와 같은 사정에도 불구하고 그에서 부과된 병역의무를 거부하겠다고 결심하여 이 사건 행위에까지 이르게 된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다.

(3)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인은 그의 진정한 양심상의 결정에 따라 그에게 부과된 이사건 병역의무를 거부하기에 이른 것으로 판단되고, 따라서 피고인의 이 사건 병역거부는 위 법 소정의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며, 검사 제출의 모든 증거들을 살펴보아도 위 정당한 사유가 없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가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에 따라 피고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이정렬

==========================


서울남부지방법원

판 결

사건 2002고단4812 병역법위반
피고인 조## (81XXXX-XXXXXXX)
검사 구자현
판결선고 2004.5.21.

주 문

피고인을 징역 3년에 처한다.
이 판결 선고 전의 구금일수 1일을 위 형에 산입한다.

이 유

범죄사실
피고인은 병역의무자인바,
2002.7.10.경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3가 111 소재 피고인의 집에서, 피고인의 동생 조만행으로부터 같은 해 8.13. 춘천시 소재 102 보충대에서 현역병으로 입영하라는 서울지방병무청장 명의의 현역입영통지서를 전달받고도 정당한 사유없이 위 입영일로부터 5일이 경과하도록 입영하지 아니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이 법정에서의 진술
1. 고방장의 기재

피고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

1. 피고인의 주장
피고인은 경찰 이래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자신은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신앙을 믿고 있는 바, 그 교리에 의하면 무기를 들 수 없도록 되어 있어 입영을 거부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 판단

가.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규정--상동

나. 위 법조 소정의 정당한 사유의 해석--상동

다.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위헌성과 그에 따른 이 법원의 판단 권능에 대하여--상동

라. 양심의 결정에 따른 병역 거부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반론에 대하여--상동

마.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인정 기준--상동

바. 이 사건에 있어서의 판단

(1) 돌이켜 이 사건에 있어 보건대, 피고인의 위 주장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법률상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인지가 명확하지는 아니하나, 위 주장을 피고인의 위 행위가 위 법조 소정의 정당한 사유 있는 행위라는 취지의 것으로 선해하여 살피기로 한다.

(2) 피고인의 이 법정에서의 진술, 피고인의 검찰 및 경찰에서의 진술과 피고인 제출의 자료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그 어머니를 따라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종교를 신봉하기 시작한 이래 위 종교를 향후에도 신봉하여야겠다는 결정을 하였고 그에 따라 2001.경 침례를 받은 사실, 그 이후 매주 반나절씩 전도 봉사를 하기도 하고 위 교단에서 행사는 건축사업에도 참여하여 온 사실이 인정되기는 하나, 한편 피고인은 이 법원이 그에 대해 위 결정이 진정한 양심상의 결정임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라는 요구에 대하여 별다른 자료를 제출하지도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위와 같은 결정을 하게 된 경위 및 그 이후의 생활에 대하여서도 이 사건과 같은 죄명의 다른 사건인 이 법원 2002고단3940호 사건의 피고인이 제출한 자료를 참고하라는 취지의 답변서를 제출하였을 뿐 성의 있는 설명을 하지 않고 있는 점, 한편 피고인은 고등학교 졸업의 학력을 가지고 있는 바, 학교를 다니는 동안 무려 합계 58일간 결석을 3회 지각을 3회 조퇴를 하였던 바, 그 중 질병으로 인하여 2회 조퇴한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사고에 의하여 결석, 지각, 조퇴를 하였던 점(이에 대해 피고인은 그가 어려서부터 잔병치레를 하였기 때문이라고 진술하고 있으나, 1학년 때의 사고로 인한 결석일수가 51일이었다가 2학년 때는 5일, 3학년 때는 2일로 현저하게 줄어든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위 주장을 쉽사리 믿고 받아들일 수 없다)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위 종교를 신봉하고 있기는 하여도, 진정한 양심상의 결정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기에 이른 것이라 볼 수 없어 피고인의 위 주장은 부당하므로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
1. 미결구금일수 산입
형법 제57조

양형의 이유
피고인이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법원이 받아들일 수 없는 사유를 들어 이 사건 공소사실을 다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숭고한 의미를 가진 양심을 빙자하여 이 사건 범행을 한 점 기타 형법 제51조 소정의 양형조건들을 참작하여 보면, 피고인을 징역 2년에 처함이 상당하다는 검사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을 법정 최고형인 징역 3년에 처함이 상당하다.


판사 이정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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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현상 2005-06-21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욱 나중에 읽을게요^^

숨은아이 2005-06-21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 옆지기가 뉴스를 보다가 "또 이정렬 판사야?" 하며 이야기하기에, 그거 가지고 글을 써보라고 했더니 들입다 판결문을 옮겨놨다. ^^;; 판결문... 읽기 어렵다... 말을 꼭 저렇게 써야 하나... 그런데 고등학교를 성실히 다녔느냐 하는 게 어째서 양심적 병역거부인지 아닌지 하는 판단 기준이 되지?

숨은아이 2005-06-21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책님/녜. ^^

호랑녀 2005-06-21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다 포기했습니다...
우쨌든, 정당한 사유에 의해 병역을 거부하면 죄가 안 되는데, 종교적인 양심에 따른 행동은 정당한 사유가 된다는 얘기죠?
양심적 병역거부... 에 대한 판단은 논외로 하고(아무래도 말투가 따라가는 것 같으...)
저는 법관의 권한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과연 어디까지 법관의 고유권한일까.
이정렬 판사의 판결은 2심 가서 대부분 뒤집힌다고 하더군요. 그럼 결국 1심의 변호사만 좋은 일 시키지 않았을까 하는 삐딱선을 탔습니다.
아무도 이기지 못할 사건을 이겨주었으니 수임료는 많이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고, 다시 2심도 수임했을 것이며, 이기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계약한 수임료는 받았을 것이니... 결국 사건 의뢰인인 피고인은 돈을 무지 썼겠구나... 그리고 결국 감옥은 감옥대로 가겠구나...
그리고 저 구자현 검사라는 사람... 판사 잘못만나서 다 무죄 받아서... 인사고과에 문제는 없나... ㅋㅋ
법이라는 게 귀에 걸면 귀걸이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인가... 그렇다면 이런 법을 지킬 필요가 있는가...
아무래도 제가 삐딱선을 탔습니다... 날씨가 너무 더워선가? =3=3=3

숨은아이 2005-06-21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랑녀님/쉽게 읽히는 글이 아니라 죄송함다. ㅠ.ㅜ 아무튼, 재판 하는 사람들도 질 거 다 알고 할 것 같은데요. 1심에서 획기적인 판결을 받는다 해도, 2심 3심에서 판판이 뒤집으니까요. 그러나 적어도 이런 판결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 변화를 바라는 이들에게는 큰 힘이 되리라 생각해요. 이런 판사가 나중에는 2심도 맡을 수 있지 않겠어요?

호랑녀 2005-06-21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서는 그런가부다 했는데요, 내기골프 판결을 보고는(물론 판결문을 본 게 아니라 언론의 보도를 본 거지만) 좀 헷갈렸습니다. 그 판결도 이 판사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제 생각은... 판사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판결해야 하지 않을까, 법이라는 건 최소한의 도덕인데, 그게 자꾸 판사에 의해 이랬다 저랬다 하면 얼마나 우스운가... 그런 생각 했습니다. 일관성이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2005-06-21 2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숨은아이 2005-06-22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랑녀님/그 사건은 몰랐네요. 더 알아봐야겠네. 그런데 겉으론 똑같아 보이는 일도 속내가 영 다른 경우가 있잖아요. 판사가 그걸 잘 따질 줄 알아야 하겠지요.
속닥님/매들린님이 책을 쓰시는군요! @.@


릴케 현상 2005-06-22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번에 고시공부 10년!했다는 분을 만나서 뜻밖의 판결 같은 게 있지 않냐는 얘기를 꺼냈더니, 그분은 '뜻밖의 판결'이란 없다더군요. 그건 문외한들이 몰라서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어떤 판결도 판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쩝

숨은아이 2005-06-22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책님/해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인가요? ^^


짱구아빠 2005-07-04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결문은 역시 읽어내기 쉽지 않군요...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이들에 대하여 현재 법원이 내릴 수 밖에 없는 판결은 앞서 본 2심판결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국가들은 대체복무제를 통해서 병역 또는 집총을 하지 않더라도 사회봉사 활동 등을 통하여 자신이 이행치 못한 병역을 다른 방법을 통하여 이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정렬 판사와 같이 판결을 내려버리게 되면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이들은 형사상의 제재도 받지 않고,군대를 안 가도 되버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렇게되면 가뜩이나 군대가기 싫어 별 잔머리를 다 굴리는 우리 사회 현실상 심각한 불평등 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보여지네요..
결국 양심적 병역거부의 문제는 대체복무제 도입을 통해서 입법적으로 해결을 보아야 할 사안이지 법원에다가 인정하라고 하는 것은 새로운 불평등을 조장하기 때문에 제 생각으로는 이정렬 판사의 1심판결이 2심에서 변경된 것이 타당하다고 보여집니다.
저도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해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는 것에는 적극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결국 국회의 입법절차를 통하여 변화된 시대상황을 반영해야 될 사안이라고 봅니다.

숨은아이 2005-07-04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짱구아빠님/글쎄요. 고등법원, 대법원에서까지 양심적 병역 거부가 인정된다면 서둘러 대체복무제가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현재로서는 과연 언제 만들어질지 요원해 보여요. 앞으로도 징역살이로 끌려가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는 계속 늘어날 테고...
 

삼성...정말 싫다... | 할 말은 하고 살자
2005.06.16

 

난, 이미 삼성이 하는 짓거리에 대해 몇 가지 한 말이 있다. 하나만 덧붙이자. 삼성은 무노조 경영을 원칙으로 한단다. 그렇다 치자. 뭔 소리를 하든 그건 자유니까. 그러나, 노조를 만들겠다는 것은 막지는 말아야 할 것 아닌가 ? 노조를 만드는 것도 자유니까 말이다.

난, 삼성에 다니는 사람한테 정확히 들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못하며 산다고, 돈으로 해결하려는 회사가 바로 삼성이라고. 그게 초일류 경영 삼성의 모습이라면, 설사 그의 말이 과장되었다 하더라도, 그리고 삼셩이 말하는 삐딱한 1%에 속한다고 하더라도, 그가 당당하게 어디서든 그런 말을 하지 못하고 속삭이듯 내게만 전화로 하소연을 하는 회사라면 ?

난, 노조가 최고의 유일무이한 해결 수단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 회사 노동자들이 모두 노조가 없어도 된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먼저 전제되어야 할 것이 있다. 노동자가 자기 이야기를 제대로 전달될 통로가 존재하고, 또한 그 회사가 전혀 숨김없는 깨끗하고 투명한 경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서 무노조 경영 운운하는 것은 노동자들의 입을 강제로 막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렇다면, 과연 삼성이 어떤가 ?  삼성이 어떤 곳인지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반론을 제기할지 모른다. 그런데 말이다. 다른 곳은 노조를 통해서라도 뭐라도 드러나기라도 하는데, 도대체 삼성은 보여주지 않으니 알 수가 있나 ? 보여주라. 그러면 나도 제대로 한번 보고 내 말이 틀렸다면 수정할 테니 말이다. 

삼성의 노조 알러지는 가히 상상을 뛰어넘는다. 아래 기사를 보자(오마이뉴스. 2005.6.16.).

 

삼성으로부터 내쳐져서 직장을 잃을 수도 있게 된 노동자들이 속해 있는 노비타 노동조합에서 활동하는 임종현(가명)가, 남대문경찰서를 찾은 건 14일 새벽 4시. 선착순으로 집회 신청을 받기 때문이다. 임씨의 목표는 한달 후 삼성 본관 앞에서 집회를 여는 것이다. 이날 만큼은 예감이 좋았다고 한다. 임씨가 첫번째로 도착했기 때문이다. 이변이 없으면 당연히 첫 번째로 집회를 신고할 수 있었다.

그러나 새벽 5시 30분께 두 명의 남성이 등장하면서 이변이 벌어졌다. 자신들보다 먼저 도착한 임씨를 발견한 이들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얼마 있어 30여 명의 남성들이 나타났다. 황당한 일'이 벌어진 건 오전 9시. 남대문경찰서 민원실이 문을 열고 임씨가 집회를 신고하러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주변에 있던 30여 명의 남성들이 임씨를 에워쌌다. 그 사이 두 명의 남성이 민원실 안으로 들어가 삼성 본관 앞에 집회 신고를 마쳤다. 이들이 예약한 기간은 오는 7월 14일까지. 한달 동안 집회 장소를 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남성이 삼성 본관 앞에 신청한 집회는 '에너지 절약 및 환경보호 캠페인'. 남대문경찰서 정보과의 한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매일 아침이면 삼성 직원들이 돌아가며 집회를 신고하러 온다"며 "신고하러 오는 사람은 다르지만 주제는 항상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삼성 본관 앞에서 실제로 집회가 열리는 것은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1. 경찰이 더 웃긴다. 경찰이 그런 사정을 알고 있다면 집해방해죄(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3조), 노동조합의 업무를 방해하였으니  업무방해죄를 적용해서 삼성을 처벌해야 한다. 그리고 동일한 장소에서 목적이 서로 상반되어 서로 집회가 방해될 때나 늦게 신고된 집회를 금지할 수 있다(같은 법 제8조). 그런데 삼성의 거짓 집회(캠페인)과 노조의 집회가 목적이 상반되는가 ? 삼성 직원들은 환경 캠페인을 하면서 청소를 하든 하면 되는 것일 뿐인데, 왜 집회를 못하게 금지 통고한단 말인가 ? 그러니 경찰이 웃긴다는 것이다.

경찰은 집회를 막을 줄이나 알지 집회의 자유(헌법 제21조 제1항 및 제2항)은 도대체 어디다 팔아먹었는가 말이다. 2004년 3월에 지금과 같은 집시법을 만드는 데 일등공신이 경찰이고, 비판에 진저리치는 정치인들이 거들었으니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만은. 아 ! 집회를 싫어하는 삼성도 있구나. 삼성이 과거 집시법(외국 대사관으로부터 100미터 이내 집회 금지라는 위헌 규정. 위헌 결정으로 지금은 일부 완화)을 악용해 삼성 본관에 대사관 들여놓은 것이 결코 아무런 의도도 없었다고 말한다면 지나가는 개도 웃을 일이었다. 재미있군. 정치인, 경찰, 재벌, 그리고 나중에는 검찰, 사법부, 언론까지 하나로 연결되다니.

2. 위 기사대로라면 삼성이 하는 짓거리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어떠한 이유로든 합리화할 수 없는 치졸한 짓거리다. 삼성은 그렇게 해도 99%가 삼성을 찬양한다고 생각하는가 보다. 만약 정말 삼성 말대로 삼성이 무슨 짓거리를 하든 99%가 여전히 삼성을 찬양한다면 그들은 도대체 제정신이란 말인가 ? 아 ! 삼성공화국이로구나. 대한민국은 삼성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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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6-17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도 바꿀지 몰라요. 삼성민국...

숨은아이 2005-06-17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삼성의 연 매출이 우리나라 정부 1년 예산보다 많더라나, 수출의 30퍼센트 이상을 삼성이 한다나, 아무튼 덩치가 그렇게 크다 보니 아무도 못 건드린다, 이거죠. 삼성이 망하면 대한민국이 망한다나요? 그런데 삼성의 그 덩치는 많은 하청 중소기업을 짓밟고 일어선 결과잖아요. 작은 기업에서 좋은 기술 개발하면 하청 계약해서 몇 년 안에 그 기술 다 흡수하고, 그러고 나면 원래 기술 개발한 기업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삼성에서 그 기술 빼앗아 응용하고, 이런 식으로 영역을 확장해왔죠...

sooninara 2005-06-17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삼성..왜그럴까? 삼성민국이 농담이 아니군요

조선인 2005-06-17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세 만세 만만세. 삼성이여, 어린 백성들을 굽어살펴주소서. -.-;; 우웩~

숨은아이 2005-06-17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나라님/많이 가진 놈이 더 가지려고 하니까 그런가 봐요. -.- 자금과 기술이 여러 기업으로 고루 분산돼 있어야 하나가 망하더라도 타격이 크지 않을 텐데, 너무 대기업에만 집중돼 있으니까, 재벌 그룹 하나 넘어지면 온 나라가 두고두고 고생하잖아요.
조선인님/집회 신고만 가지고 보자면, 경찰이 더 웃겨요. 옆지기 말로는, 야간 촛불 집회가 집시법 위반이라는 것도 거짓말이라는군요. 야간에 정치집회를 하지 말라는 조항은 없대요. 다만 주민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도록 소음은 규제하도록 되어 있는 모양인데, 광화문 네거리에 "주민"이 어디 있답니까?
 

조교라고 부르지 마 !!!! | 할 말은 하고 살자
2005.06.09

 

얼마 전에 썼던 글에 등장했던 안산공과대학에 대한 기사다..

학교 업무를 똑같이 하는데도 누구는 '직원'이고 누구는 '조교'라고 구분해서, 직원은 정규직, 조교는 계약직인데다가 공무원의 기능직 호봉표를 적용받는다 ?

그러면서도 조교는 교원에 준하는 지위를 가진 교원이다 ? 그럼 교원의 지위는 법률로 보장하라는 헌법 규정은 어디다 팔아먹었으며, 계약직을 사용하는 이유가 교수들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하기 위함이라 ? 내 귀에 그 말은, 계약기간이 끝나고 나면 교수 맘대로 나가라 마라 할 있도록 하기 위한, 또는 학교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그래서 결국 정당한 이유없는 해고를 금지한 근로기준법 적용을 피해, 계약기간이 끝난 거지 해고는 아니다라고 하는 말장난으로밖애, 들리지 않는다.

근로기준법 피하고 적은 임금을 주고 계약직이므로 재계약을 미끼로 인격적인 통제까지 가능하고, 게다가 조합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것도 막을 수 있다...그게 진짜 이유 아닐까 ? 

그게 아니라면, 구체적으로 그 이유를 대보지 ? 합리적인 이유를......

 

‘조교’라고 부르지 마!

대학노조 안산공과대지부, 고용보장·직제개편 요구 60일 넘게 파업 중

 

“우리는 교수의 학문연구를 보조하면서 장학금을 받는 4년제 대학의 ‘연구조교’들과는 달라요. 우리는 생계를 목적으로 모교에 취업한 노동자입니다.”

대학 내 대표적인 비정규직으로 꼽히는 ‘행정조교’, 그 중에서도 학과사무실에서 학사행정, 학생지도, 기자재 관리 등의 업무를 처리하는 ‘학과조교’들이 60일 넘게 파업을 벌이고 있어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명의 학과조교들로 구성된 대학노조 안산공과대지부(지부장 강지은)가 고용보장과 직제개편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간 것은 지난 4월8일.

 ⓒ 매일노동뉴스

“생계를 목적으로 모교에 취업한 노동자”

“우리들은 학교 내 정규직 직원들과 유사한 업무를 보고 있지만, 저임금과 1년에 한번 돌아오는 재계약이라는 고용불안의 사슬에 얽매여 있습니다. 우리는 일반직 정년(57세)에 준하는 고용보장이 되길 바라고, ‘조교’라는 이름 대신 ‘직원’으로 불리길 원하고 있습니다.”

정진희 안산공대지부 부지부장의 말이다. 정 부지부장의 말처럼 안산공대지부 조합원들의 가장 큰 바람은 ‘고용안정’이다. 또한 고용안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조교’라는 명칭이 업무에 맞는 명칭으로 변경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학의 행정공백을 ‘조교’라는 허울 좋은 비정규직으로 채워나가고, 이렇게 고용된 비정규직 조교들은 매년 재임용이라는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더구나 조교들은 이 학교의 졸업생들인데, 길어봤자 3년 써먹고, 자르고, 새로운 졸업생 뽑아 3년 써먹고, 자르고….”

정 부지부장은 전문대 조교들이 보통 3년으로 한정된 고용조건과 매년 돌아오는 재계약, 정규직 직원보다 더 많은 일을 하면서도 정규직 직원의 1/3수준(월 평균 110여만원)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을 감수해야 하는 열악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한다.

“‘면학분위기 조성’이 조교들 몫인가?”

안산공과대 조교들은 이 같은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03년 5월 노조를 설립했다. 또한 같은 해 11월 대학쪽과 단체협약을 체결, “5년의 고용을 1차적으로 보장하고 평가를 통해 3년씩 두 차례 고용을 연장해 최장 11년 동안 재직한 조교에 대해서는 일반직과 동일한 정년을 보장한다”는 내용의 ‘5+3+3 조교 재임용 제도’ 실시를 합의했다.

그러나 조교들의 최초 5년 계약만료 시한이 8월로 다가온 가운데, 학교쪽이 공개한 ‘조교 재임용 심사 평정서’의 내용을 두고 노조가 ‘해고’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평가서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평가서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5개 항목 10개 문항에 대해 학과교수들로 구성된 인사위원회가 A~F(A=10점, B=8, C=6, D=4, F=2)로 점수를 매겨, 평점이 총점 80점 이상이면 ‘적격’판정을 받고 재임용된다. 그러나 노조는 △인격과 품위 △인간관계의 원만성 △학생지도에 대한 열의 및 자세 △면학분위기 조성을 위한 노력여부 △대학발전을 위한 노력 여부 등 교수들의 주관적 판단을 요하는 이 같은 평가는 ‘해고’를 쉽게 하기 위한 학교쪽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노조는 “지난해 3월부터 올 2월까지 진행된 임단협에서 학교쪽에 평가조항의 개선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 부지부장은 "왜 면학분위기 조성을 행정조교들이 해야 하나”라며 “이에 노조는 해고를 목적으로 작성된 ‘5+3+3안’을 거부하고, 정년 57세 보장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노조의 파업에 대해 학교쪽은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윤준한 법인사무처 계장은 “노조는 ‘5+3+3안’을 시행해보기도 전에 반대하고 있는데, 일단 시행해보고 문제점이 발견되면 보완하는 게 순서 아닌가”라며 “학교는 노조의 요구대로 평가서를 제출했고, ‘5+3+3안’을 지킬 것이다. 학교가 무슨 잘못이 있나”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홍창훈 대학노조 조직부장은 “많은 대학들이 ‘조교’라는 이름으로 졸업생들을 데려다, 일반 행정직원들의 업무를 담당하게 하는 잘못된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대학노조는 오는 7월부터 전국의 대학에서 근무하는 조교들의 처우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그간 학내 정규직 노조와 힘을 합쳐 조교들의 처우개선을 이뤄낸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조교들이 직접 나서 자신들의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을 돌입한 것은 안산공과대의 경우가 처음. 따라서 이번 파업이 각 대학 특히 2년제 전문대 내 행정조교들의 처우개선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돼 그 결과에 더욱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 구은회 기자  press79@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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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5-06-11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규 직원들이 조교들 파업 현장으로 쳐들어와 끌어내며 행패를 부린 적도 있단다. 대학노조 안산공과대지부 조합원들 중에 남자는 단 한 명. 다 여자들이란다. 그래서 완력으로 나오면 당해낼 수 없어, 대학노조 본부에서 한 사람씩 돌아가며 가서 지킨다. 옆지기가 어젯밤을 그곳에서 지새느라 집에 못 들어왔다.

숨은아이 2005-06-11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 이렇군요.

릴케 현상 2005-06-11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은 알고보면 별로 안 달라졌나봐요...저는 오늘 야근해여-_-

숨은아이 2005-06-11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창한 토요일에 야근이라니. 저런...
 

조교(助敎)라는 이름의 비정규직 노동자.. | 할 말은 하고 살자
2005.05.30

4년제 대학에는 대학원생이 조교라는 이름으로 담당 교수 연구실에서 연구 및 학위 취득을 위한 공부를 하면서 일부 학과 업무를 보조하고 있다. 내가 학교 다닐 때는 그랬는데 지금은 달라졌을 수도 있지만 듣기로는 크게 달리진 것은 없는 것 같다.

그런데 그들의 법적 지위는 어떻게 될까 ? 학생 ? 임금을 받으려고 하는 노동자 ? 글쎄다. 학과 관련 업무를 하고 일정한 금품을 받는다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으므로 그 범위 안에서는 노동법의 적용도 고려해 볼 필요는 있어 보인다.

그러나 오늘 할 얘기는 그들에 관한 것이 아니니 여기서 그만두자.

한편 똑같이 조교로 불리지만, 2년제 대학에서는 4년제 조교들과는 전혀 다르다(일부 4년제 대학에도 아래에서 말하는 그런 조교들이 존재한다고는 하지만 2년제 대학보다는 덜한 것 같다). 그들은 학교에 채용되어 업무 부서를 학과로 배정받아 학교 업무 중 학과 관련 업무를 주로 하거나, 어떤 때는 학과가 아닌 부서에서도 근무하기도 한다. 앞의 경우를 주로 학과조교라고 부르고, 뒤의 경우를 주로 행정조교라고 부른다.

그런데 문제는 그들이 모두 비정규직, 즉 계약직 노동자라는 점이다. 거의 모든 2년제 대학이 다 그렇다(다만, 노동조합이 있는 곳에서는 단체협약으로 정년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학과 업무는 다른 업무와 마찬가지로 계속적이고 상시적이다. 따라서 계약직 노동자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

또 하나 문제는 조교라는 이름이 갖는 데서 오는 사실상의 불이익이 만만치가 않다. 흔히들 조교라고 하면 위에서 본 4년제 대학 조교를 떠올린다. 노동자라고 보는 것이 아니라 "담당 교수를 모시고 다니면서 학위나 취득하려는 대학원생"정도라고만 생각한다. 그래서 2년제 대학 조교 노동자들이 노동자로서 권리 주장을 하게 되면 의아해 하는 경우를 본다. "조교가 무슨 노동자야 ?" 하면서 말이다. 조교라는 이름만으로 그들의 현실과 주장은 무시될 가능성이 있으니, 그 불이익이 적지 않다.

한 예를 들어 보자.

지금 파업 53일을 맞이하고 있는 경기도 안산 지역의 안산공과대학에 조교들로 구성된 노동조합이 있다. 그들이 하는 업무는 학교 업무다. 누구나 채용되면 그렇듯이 학교의 필요에 따라 근무 부서와 하는 업무가 결정된다. 그들은 학교 업무 중 업무 부서가 학과이고 학과 관련 업무를 주로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다른 부서 근무자들도 다 마찬가지 아닌가 ?

그럼에도 그들은 다른 부서 근무자들과 달리 계약직이다. 게다가 재계약도 2회밖에 할 수 없다. 따라서 3년 이상을 근무할 수가 없다. 그들은 다른 부서 직원들보다 임금도 적다. 다른 부서 직원들이 얼마나 일을 많이 그리고 어려운 일을 하길래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에 대학 직원들이 하는 일은 다 거기서 거기인 것 같은 데도 말이다(이것은 나 혼자만의 판단은 아닐 것이다. 간혹 대학 직원들 입에서 직접 듣는 말이기도 하니까).

게다가 대부분이 같은 학교를 졸업한 학생이다. 교수의 권유에 따라 조교가 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나이가 어리다. 안산공과대학 노동조합은 19명의 조합원 중 1명이 남성이고, 18명은 여성이며, 대개 20대 중반이다. 노동조합이 생기면서 계약기간이 늘어나긴 했지만 학교가 마음만 먹으면 20대 중반에 직장을 잃게 될 가능성이 많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이 어떠할까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가 싶다.

임금을 더 달라는 것도 아니다. 단지 일할 수 있을 때까지 일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그 업무가 상시적이고 계속적이면 계약직으로 노동자를 쓰지 않아야 한다는 것. 지극히 당연하고도 누구나 요구할 수 있는 주장 아닌가 ? 그런데도 그들은 오늘로 파업 53일을 맞이하고 있고 학교는 요지부동이다.

한편 헌법은 노동자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적정한 조치를 국가가 마련할 것을 정하고 있다(헌법 제32조 제1항). 그럼에도 지금까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는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노력하다고 볼 만한 조치를 제대로 취해 왔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비정규직 관련법을  "비정규직 보호법"이라고 자화자찬하고 있는 정부의 주장이 코메디에 가깝다는 것을 알아챌 것이고, 더 멀리 더 많이 지난 역사를 되짚어 본다면 내 생각이 지나치다고 보지는 않을 거라 확신한다. 국가마저 그 모양이고 자본가(사용자)는 그렇게 하는 국가를 좋아하니, 특히나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과 투쟁이 안타깝다.  

아무튼 조교라는 이름의 비정규직 노동자로 구성된 안상공과대학 노동조합의 파업 결과는 다른 대학의 조교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주목해 볼만하다. 조교라는 이름으로 같은 학교 졸업생들을 채용한 다음, 계약직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그만두라고 하는 비인간적인 처우를 하면서도 지금까지 노동조합의 요구에는 요지부동인 학교에 제대로 맞서 싸워서 노동조합이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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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코메디라는 단어를 쓰고 보니, 안산공과대학에서 나를 웃게 만든 일이 있어 적어 본다.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파업에 들어가면서 집회를 하거나 유인물을 벽에 붙이면 졸졸졸 따라다니는 사람들이 있었다. 조교가 아닌 다른 부서 직원들이다. 졸졸졸 따라다니면서 사진 찍고 다닌다. 유인물을 찢어 버린다. 찍지 말라고 찢지 말라고 해도 막무가내다. 초상권 침해, 사생활 침해, 집회 방해, 노동조합 활동 방해 등등..아무리 경고를 해도 소용없다. 그것이 자신들이 학교를 위해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러면 칭찬을 해주어야 하나 ?  많은 사립대학, 특히 2년제 대학 중 많은 경우는 학교측과 친인척 관계, 지인 관계, 학연 관계 등이 채용을 하는 데 있어서 영향이 크다고 한다. 내가 알기로 안산공과대학 역시 예외는 아닌듯 싶다. 그래서 더 극성이었나 보다. 그래도 그렇지. 하지 말아야 할 것과 해야 할 것을 구분하지 못하다니. 어떻게 그런 사람을 채용할 수 있지 ?

그런데, 지난 5.16. 생각해 보면 날짜도 참 거시기하다. 그 다른 부서 직원들이 일도 안하고 모였다. 붉은 조끼를 맞춰 입고서는 보직 교수들 책상을 들어내고 학교 유리창을 부수고, 학장실을 점거하고 벽에 유인물을 붙이고 현수막을 학교 곳곳에 걸었다.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농성을 위해 천막을 학교 건물 앞에 치려고 하니까, 포크레인을 동원해서 밀어붙여 끝내 막아서던 그들이, 주차장 한켠에 친 천막에 전기마저 끊던 그들이, 노동조합이 파업에 들어갔다고 노동조합 사무실 인터넷 접속마저 차단하던 그들이, 졸졸졸 조합원들을 따라 다니며 시비거리나 만들던 그들이, 조합원들이 머무는 곳에 그것도 마침 여성 조합원들만 달랑 4명 있었을 때 150여명이 몰려와 집기를 부수고 난리를 치던 그들이, 조합원들이 나이가 어리고 여성이라는 것 때문인지 함부로 욕지거리를 해대던 그들이, 학교바로세우기운동본부라는 것을 만들어, 학교 집기를 부수고 본관을 점거하고 있다. 학장은 그것을 방관하고 있다.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집회를 하고 유인물을 돌리는 것은 불법이라고 하더니만, 자기를 옹호하는 직원들이, 학장과는 다른 태도를 보인 보직교수들과 노동조합을 함부로 대하고 때려 부수어도 가만히 두고 보기만 한다.

난 그 광경을 보고 웃었다. 이건 코메디다. 그런데 너무 쓰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어디 있을까 ? 그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살까 ? 부끄럽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기나 할까 ? 도대체 그런 상황을 어떻게 합리화할까 ? 너무나 미우면 오히려 연민의 정을 느낀다는데, 정말 그런가 ? 참 불쌍하기까지 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한대 맞아라. 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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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5-31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대 갖고 안되겠어요.
퍽퍽퍽=3
교육의 최전선인 학교라는 곳이 저 지경이니......

Phantomlady 2005-05-31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런 글 읽으면 너무 답답하고 속상해요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정규직과 비정규직 월급을 비슷하게 주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인가요..

릴케 현상 2005-05-31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그 광경을 보고 웃었다. 이건 코메디다. 그런데 너무 쓰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어디 있을까 ? 그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살까 ? 부끄럽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기나 할까 ? 도대체 그런 상황을 어떻게 합리화할까 ? 너무나 미우면 오히려 연민의 정을 느낀다는데, 정말 그런가 ? 참 불쌍하기까지 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한대 맞아라. 퍽<---요거 참 와닿습니다. 근데 저는 마지막에 화룡점정^^ 을 못해서리..퍽

숨은아이 2005-05-31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사립대학들, 특히 규모가 작을수록 문제가 많은가 봐요.
따우님/근데 사실 대학 행정직원은 별로 바쁘지 않은 것 같던데요. -.-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할 수 있도록 더 적은 시간 일하는 거라면 좋지만...
스노드롭님/월급도 월급이고요, 고용이 안정되어야지요. 3년 지나면 짤린다, 이런 상태라면 누가 열심히 일하겠어요?

숨은아이 2005-05-31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책님/댓글 쓰는 사이에 오셨네요. ^^

숨은아이 2005-05-31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_-;

비로그인 2005-05-31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교들이 힘내야 강의실이 힘냅니다. 어처구니없는 세상은 가기를.. 조교들 만세.

숨은아이 2005-05-31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나침반님/대학까지 교육을 무상으로 하고, 의료의 공공성을 극대화하고, 군대를 모병제로 바꾸면서 세금을 한 소득의 30퍼센트 이상으로 늘리면... 여론이 반대할까요? -_-;
비숍님/하하... 조교란 이름은 그야말로 연구와 강의를 돕는 일을 하는 "선생님들"한테만 쓰고, 행정조교들은 정직원으로 받아들여지면 좋겠어요.

2005-06-01 1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6-01 1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릴케 현상 2005-06-01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같은 영세민이 세금 30% 떼면 극빈층이 될 걸요-_- 토지공개념을 도입해서 월세부담을 없애준다면야 몰라도(월세가 거의 소득의 30%네...)

숨은아이 2005-06-01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책님/교육비하고 의료비만 해결돼도 사는 데 돈이 많이 안 들지 않을까요. 주택 문제 해결되면 금상첨화고. -_-;

릴케 현상 2005-06-01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애 안 낳을 거고^^ 의료비는 죽을 병 걸리지 않는 이상 평상시 생활비에는 포함 안 되지 않을까요 매달 나가는 돈은 집세밖에 없을 듯...

숨은아이 2005-06-01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 문제까지 해결된다면야 세금을 50퍼센트 뗀다고 해도 환영이에요. :-) 몫돈을 모으려고 기를 쓰는 게 다 집, 그리고 부모님이나 내가 언제 큰병 걸릴지 모르기 때문 아니겠어요.

릴케 현상 2005-06-01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가요^^ 그럼 저를 포함한 상당수의 사람들은 현재 비정규직들이 받는 수입 안팎으로밖에 못 받는 게 될 텐데... 전 그렇게 금욕적인 사람은 못 되는 듯...

숨은아이 2005-06-02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틀렸군. 여기선 몫돈이 아니라 목돈인데... --;

숨은아이 2005-06-02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책님/음... 현재 비정규직의 수입보다는 많이 받으신다는 말씀? 영세민 아니네요, 뭐. ^^ 근데요, 주거와 의료비 문제가 해결되면 암보험 같은 거 들 필요도 없고, 주택 융자 갚으려고 허덕일 필요도 없잖아요. 청약부금 부을 필요도 없고, 비싼 월세 내지 않아도 되고... 그러면 결국 먹고 입고 책 사고 하는 데 쓰는 돈은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요?

숨은아이 2005-06-02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우님/훙=3

릴케 현상 2005-06-03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가요? 전에 얘기한 것 같은데^^ 천만다행히도 저는 정규직입니다. 5인이하 사업장. 가령 전번에 발마스님(을 거론하는 건 용서하시길^^)이 한달 책값으로 70만원 가량 든다고 하더군요. 근데(저를 포함한) 일부 사람에게 그보다 적은 돈으로 '먹고 입고 책 사고' 하는 걸 감수하라는 것은 정당한 요구일까요? 제 생각에 일부 사람이 자신이 그런 삶을 살겠다고 얘기하는 건 뭐 아름답다고 할 수도 있지만, 소득격차를 고려하지 않고(숨은아이님 글의 늬앙스는 부자들에게 돈을 걷는다는 데 방점이 있는 게 아니라 숨은아이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위해서는 보편적인 사람들이 가난하게 사는 것을 감수하라는 요구인듯해서 이렇게 표현하게 되네요) 모두에게서 50%의 세금을 걷자고 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네요. 저는 위에서 +거주비까지 보장하면 제 경우에는 30%까지는 괜찮겠다는 뜻으로 말했습니다만, 입장이 다른 사람들도 있을 것이니 어느 선에서 합의할 수 있을지는 다르게 생각되네요. 비정규직(도 나름이긴 하겠군요 여하간)보다 많이 받으면 영세민이 아니다고 하시는데 그 개념은 제가 잘 모르겠네요^^

숨은아이 2005-06-03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책님/1. 제가 50퍼센트 운운한 것은 실제 정책으로 구현되었을 때 고려해야 할 다양한 경우의 수를 생각하지 않고 즉자적으로 떠올린 대로 말한 것임을 인정합니다. 제가 누군가에게 정부가 주거 교육 의료를 다 책임지고 대신 세금을 소득의 50퍼센트씩 거둬라, 라고 요구하거나 운동하진 않을 거예요.
2. 그런데 저 50퍼센트라는 수치가 튀어나온 것은, 주위에서 사람들이 주거 교육 의료에 이미 소득의 50퍼센트를 훨씬 상회하는 비율을 갖다 바치는 걸 보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자녀 교육뿐 아니라 자신이 공부를 더 하고 싶다거나 셋집 이사 다니는 게 지긋지긋해서 주거 안정을 꿈꿀 때, 소득의 50퍼센트 이하에 해당되는 돈 가지고 그냥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을 전 별로 알지 못합니다. 노후의 주거 불안정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식들 공부시키느라 껍데기만 남은 부모님 걱정하지 않고, 식구 누군가 큰병에 걸려 온 집안이 거덜나지 않을까 염려하지 않으면서, 세금을 제외한 소득을 온전히 만족과 쾌락을 위해서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제가 지금 먹고 입고 책 사고, 하고 싶은 것 하는 데 쓰는 돈은 소득의 30퍼센트나 될까요. 그런데 소득의 50퍼센트를 그렇게 내 맘대로 쓸 수 있다면, 전 지금보다 더 많이 저 자신을 위해 소비할 수 있을 거예요.
3. 그래서, 제 짧은 생각으로는, 그런 복지가 이루어진다면 보편적 사람들은 더 가난하지 않고 오히려 더 풍요롭게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릴케 현상 2005-06-03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넘 열올린 것 같아 좀 쑥스럽네요...숨은아이님이야 깊은 뜻이 있어서 하신 말들이겠지만...저는 솔직히 금전적으로 손해보는 게 싫어서 반사적으로 흥분해버렸습니다.
물론 아주 포괄적으로 복지를 보장해 주고 부자들에게서 받아낼 걸 합당하게 걷어내는 성의를 보이고 세금을 대폭인상한다면 저도 받아들이겠지만... 숨은아이님이 고소득자에 대한 별다른 언급 없이 세금얘기를 하신 것이 '가난하게 살기'를 하라는 도덕적인 주장이 아닌가 하는 반감이 들었고, 포괄적인 복지가 아닌 몇가지 제한적인(거주비 등) 지원 정도만 받는 걸로그렇게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데 대해서는 실업상태 등에 대해선 보장도 안해주면서 저축은 불가능해질 거라는 생각에 화들짝 놀랐습니다.
여하간 숨은아이님이 노동이나 복지문제에 대해 저보다는 생각이 많으신 줄이야 잘 압니다^^ 저는 가끔 조건반사를 하는 편이죠...

숨은아이 2005-06-03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경솔하게 말한 탓이군요. 다만 "가난하게 살기" 이야기라면, 평소 미국처럼 풍요로운 약육강식 사회보다는 노르웨이나 스웨덴처럼 절약하는 공존 사회가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하긴 한답니다.

릴케 현상 2005-06-04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숨은아이님이 경솔한 것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