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대한적십자사에서 퍼온 글인데, 한마디로 정리하면 아래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헌혈을 하지 말거나, 했다면 빨리 회수하여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자진배제란 자신의 혈액이 타인의 몸에 수혈되지 않도록 헌혈자가 스스로 혈액원에 알리는 행위입니다.
헌혈자가 고위험군(동성연애자, 약물중독자 등)에 속하여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AIDS)검사를 위해서 헌혈을 하셨거나 바이러스성 간염의 추적관찰을 위해서 헌혈하신 경우 등 어떤 이유로든지 헌혈하신 혈액이 수혈 받는 사람에게 위험할 것으로 생각되시면 가능한 빨리 해당 혈액원으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래 글은 헌혈하지 전에 헌혈 하기 전에 헌혈할 사람이 스스로 답하도록 하는 '문진표'의 질문 내용이다.
15. 최근 1년 사이에 아래에 해당되는 사항이 있습니까?
1. 비합법적인 약물(마약, 각성제, 스테로이드 등)을 주사했다.
2. 에이즈(AIDS)검사에서 양성으로 판정받은 경우가 있다.
3. 동성이나 다수의 불특정 이성 또는 외국인과 성접촉이 있었다.
4. 위 1~3항에 해당되는 사람과 한 번이라도 성접촉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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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글에서 동성연애자는 사용되어서는 안되는 단어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단어로 규정되어지는 사람들이 선택한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동성애자, 장애인이라는 표현이 대표적인 예일 게다(줄임말를 쓸 때도 마찬가지다. 조롱하기 위해서 열린우리당을 열우당이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그럴 의도가 없다면 열린우리당이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줄임말을 그대로 사용해야 한다. 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을 줄일 때, 공식 줄임말은 민주노총이다. 따라서, 민노총이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이다).
물론, 단지 단어 선택의 문제만을 위해 위 글을 퍼오진 않았다.
적십자사는 고위험군이라고 하여, 동성애자를 그곳에 집어넣었다. 동성애자가 고위험군인 이유는 에이즈 감염자의 1/3 가량이 동성애자이기 때문이란다. 그렇다면, 나머지 2/3은 ? 특별한 경우, 예를 들어 마약 투약용 주사기 사용이나, 수혈 중 감염 등을 제외한다면, 나머지는 이성애자다. 그렇다면, 수치상으로 볼 때, 이성애자야말로 고위험군이다.
다음으로, 동성이나 다수의 이성과 성접촉을 한 경우라고 했는데, 한명이든 여러명이든 동성과 성접촉을 한 경우는 헌혈도 하지 말라는 말인가 ? 다수의 이성이 아니라 한명과 성접촉을 한 경우는 해도 되는데, 왜 한명의 동성과 성접촉을 하고서는 안 될까 ? 동성애자는 단 한명과도 성접촉을 해서는 안된다는 말로 들린다. 이성애자는 다수의 특정 이성과 성접촉을 해도 되는데, 동성애자는 단 한명도 안된다 ? 왜 ?
따라서, 아래와 같이 바뀌여야 한다.
첫번째 글에서 고위험군에서 동성애자는 빼도 그 뜻은 충분히 전달된다. 따라서 《헌혈자가 에이즈가 의심되어 에이즈 검사를 하셨거나》라고 하면 된다. 두번째 글에서 동성과 이성을 구분할 하등의 이유는 없으므로, 《다수의 불특정 이성, 동성 또는 외국인과 성접촉》라고 해야 맞다고 하겠다.
그리고, 아래 글은, "동성애=에이즈 감염 경로"라는 등식이 아직도 횡행하는 데 대해 지적하는 글이다.
‘누구나’에이즈에 걸릴 수 있다. 에이즈는 주로 HIV 감염자(이성이든 동성애든)와의 성관계를 통해 전염된다. 콘돔 사용 등 성병 예방을 위한 안전한 섹스를 하느냐의 문제이지, ‘덜 문란한’ 사람은 사소한 성병 정도만 걸리고 ‘많이 문란한’ 사람은 에이즈에 걸리는 식의 문제가 결코 아니다. 더욱이 ‘동성애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 왜곡이자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이다[일다 2003-12-08 00:36:00]
그럼에도, 왜 저런 글이 버젓이 올라와 있을까 ? 게다가 잘못 선택된 단어까지 써가며 말이다. 오로지 동성애자에 대한 그릇된 인식과 알게 모르게 베어있는 차별 의식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내가 칼럼에 헌혈 경험담을 올렸고, 각시가 내 글을 퍼가서 자기가 운영하는 방 한꼭지를 꾸미는데, 내 글을 본 어떤 이가 문진표에 담긴 위 글에 대해 말해 주었다. 난 늘 문진표에 '아니오'만 적었으니 아무 생각없이 그냥 또 습관처럼 '아니오'에 표시했을 뿐 세세히 보지 못하고 지나쳤나 보다. 그 댓글을 보고 나서, 오늘 적십자사 홈피를 뒤져 보고 난 후 이 글을 쓰게 되었다.
그리고, 지난 주말 여의도에서 열린 비정규직 관련 노동법 개악을 반대하는 집회와 파병연장 반대 집회에 참석했을 때 그 자리에서 '동성애자인권연대'의 깃발을 봤다. 소수이거나 또는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힘이 없거나 기독교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차별과 침략, 학살을 일삼는 부시와 미국과 그 동조자들부터 억압과 차별을 당하는 이들이, 그들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나온 것이다. 그 자리에서 이성애자와 동성애자의 구분은 없었다. 그 깃발도 생각나서 또한 이 글을 쓸 생각이 들었다.
위 글을 쓰는 데는 동성애자인권연대, 그리고 그들의 말을 실어 준 [일다]가 도움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