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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팻 캐바나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처음의 <비상의 죄>와 <평지에서>를 읽었다. 그저 그런 사랑에 관한 에세이로군 했다. 그런데 마지막 <깊이의 상실>을 읽고 어제 밤 잠을 청하려던 것을 끝까지 다 읽고 잤다.
다 읽고 나니 이해가 되었다. 깊이를 상실 했다는 말이 작가가 사랑하는 아내를 잃었다는 말이었다는 것을. 책에서도 나오는 것처럼 평범한 우리들이 더할 나위없이 큰 행복을 느끼는 것은 사랑할 때이다. 그야말로 하늘로 날아오를 것 같은 비상 말이다. 물론 사람에 따라 종교 또는 예술로 비상할 수도 있지만 사랑이 가장 평범한 방법이다. 작가가 말했듯 사랑은 마법과 진실의 어느 지점에 위치하여 불가능한 것을 이룰 수도 있을 것 같게 만들고, 어쨌든 결국 진실됨을 요구하기 때문에(진실이 없는 사랑은 곧 끝나게 되니까..) 높이의 관점에서 보면 사람을 깊어지게 만들기도 한다. 사랑의 초반이 한없는 비상이라면 오래된 사랑, 세월이 쌓인 사랑은 서로를 깊어지게 만든다. 세상에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은 참 많지만 용기의 댓가로 짧은 시간 안에 내면의 크기를 가장 확장시키는 것 또한 사랑일 것이다.
그런데 작가는.. 그런 사랑을 잃었다. 갑작스러운 병으로 마음의 준비를 할 겨를도 없이 말이다. 그것을 '비상의 죄' 다시 말해 '누군가를 사랑한 댓가'라고 표현한다면... 참으로 매정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그렇다. 어쩌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일은 비상의 죄 인지도 모르겠다. 그 비탄의 심정이야 제 삼자가 어찌 이해할까. 이 글을 읽으며 가슴 아팠다니보다는 차라리 비탄이란 것을 객관적으로 어떻게 그려내고 있는지 그 형식을 본 것만 같다. 작가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최소한 그렇게 느꼈다. 원제는 Levels of Life이다. 수직의 척도로 지상 최고의 행복에서 비탄이라는 나락으로의 추락... 사랑의 매혹은 이런데서 우리를 이끌어 당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