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안다. 책으로 맺어진 인연이 얼마나 소중한지.
이 책은 해피북님과의 인연으로 읽게 되었다. 책을 본 순간, 이 책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다.
책을 사랑하는 가난한 작가와 영국의 중고서점상 직원, 둘 사이에 오고가는 편지는 처음엔 책을 구해달라는 사무적인 편지에 불과했지만 점점 그들과 그들 주변의 사람들에게까지 감동을 전한다.

전쟁이 휩쓸고간 직후인 1949년도에 시작되는 편지는 그 후 20년동안 지속되는데, 편지를 읽는 동안 전쟁의 상흔에도 고고한 문화를 유지할 수 있었던 영국의 자존심과 배급을 받아야만 하는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서 헬렌이 보내던 맞춤한 선물들이 내겐 의외의 감동이 되었다. 책이 왜 이따위냐고 호통을 치기도 하지만 더없이 따뜻하고 다정한 헬렌과 무심한듯 우직하고 성실한 프랭크. 그들을 중심으로 녹아나는 사람의 향기!
그렇다. 별 스토리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결국 눈물이 쏟아졌던 건 책을 매개로 연결된 사람의 향기를 느꼈기 때문이다.

옮긴이의 말을 읽으며 이 책이 영화로 만들어졌음을 알았다. 안소니 홉킨스 주연 영화라는데 아니 왜 내가 여태 몰랐지?
부랴부랴 영화를 찾아 보았다. 무엇보다 영화 속에서 채링크로스 84번지와 마크스 서점을 볼 수 있단 생각에 두근두근하며.
영화는 책 내용을 너무나도 충실히 재연해 놓았다. 내가 좋았던 문장들 모두를 주인공들의 독백 대사로 들을 수 있었다. 다만 한국에서 번역된 제목이 <84번가의 연인>이란 점이 맘에 안들었다. 그래도 젠틀한 안소니 홉킨스와 프랭크의 부인 노라 역으로 출연한 주디 덴치가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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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10-18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지잖아요...? ^^ 책하나 편지하나 마음하나..
나뭇잎이 옮겨지듯 그런 식으로 넘겨지고 넘어가는 페이지에 책갈피처럼 ..거기 있는 걸..안다는건.
이쯤에 이 대사...
이 장을 넘어서 ..다음 편지에..
하는 ..희망들.

살리미 2015-10-18 16:20   좋아요 2 | URL
대서양을 가로질러야 하는 사이인데도 책이 오가고 편지가 오가고 마음이 오가는 것이 참 따뜻해요. 저도 그렇게 보고픈 책 구해주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지금행복하자 2015-10-18 16: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꼭~ 읽어봐야겠군요~^^

살리미 2015-10-18 16:20   좋아요 1 | URL
무엇보다도 짧고 강렬합니다^^

[그장소] 2015-10-18 16: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꼭 대서양이 아녀도 어디선가 이 책 하나 구해주겠다 노력할 친구가 있다는 건 행복일 거예요.
제가 한참 사소한 시집하나 찾을 때 그래봐서 ..그 맘을 못잊어요.

살리미 2015-10-18 16:41   좋아요 2 | URL
그죠... 결국... 사람입니다^^ 사람이 곁에 있다는 느낌이 가장 소중한 것 같아요.

해피북 2015-10-18 17: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책으로 통하는 그 마음이란! 읽었는데 또 읽고싶어지는 글입니다. 뭉클한 감정이 전해졌어요 ㅎ 저두 영화보려고 했는데 네이버나 다음에서는 볼 수 없더라구요 ㅎ 혹시 영화 어디서 보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ㅋㅂㅋ

살리미 2015-10-18 18:02   좋아요 1 | URL
저도 여기 저기 뒤지다가 결국 파일노리 사이트에서 다운받아 봤어요^^

[그장소] 2015-10-18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영화 찾아 볼 게요.옛날에 봤던 것도 같은데..명화극장 같은..데서..

살리미 2015-10-18 19:12   좋아요 1 | URL
맞아요.. 명화극장에서 방송했었다고 하더라고요. 고전 영화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영화에요.

[그장소] 2015-10-18 19:14   좋아요 1 | URL
다행이네요.기억이 아주 엉망은 아니어서요.자막이 아닌 성우버전였을테지만..더빙판..그래서 기억이 남은 건지도 모르겠어요. 그당시는 배우이름을 잘 모르던 때니까..

달팽이개미 2015-10-18 18: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영화도 모두 보고 싶어요~~저녁먹고 산책 나왔다가 생각나서 근방에 있는 서점에 들렸는데 없다고 하네요..쩝..아쉬운 맘에 댓글달아보아요~~편안한 저녁 보내세요 ^ ^

[그장소] 2015-10-18 19:04   좋아요 1 | URL
달팽이 개미 님도 ..굿 밤 ~^^

살리미 2015-10-18 19:13   좋아요 2 | URL
기회가 꼭 오기를^^ 달팽이개미님께도 좋은 느낌이 남았으면 좋겠어요^^

북깨비 2016-04-06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영화를 봤어요. 얼마나 좋았는지 ㅠㅠ 프랭크를 못 만난게 너무 아쉬워요.
 

이 끝없는 위선의 향연! 작품 속 인물 중 누구 하나 위선적이지 않은 인물이 없다. 후반부로 가면서 나는 많이 지쳤다. 끝까지 가기가 왜 이렇게 힘들까 생각해보니 내가 기댈 인물이 하나도 없어서인 듯 하다.
보통은 등장인물들의 위선을 까발리면서도 그들을 비판하고,정의를 바로잡고자 애쓰고, 인간에 대한 애정으로 똘똘 뭉친 사람도 하나쯤 있을 법한데 옥타브 미르보는 아주 철저히, 작심하고 까발리기로 했나보다. 시종 당당하게 주인들을 비판하던 셀레스틴 마저도 거의 반전에 가까운 결말에 이르면 `아니? 이게 뭐야!!` 하게 된다.
에밀 졸라 같은 지식인이라도 한명 등장시키지, 이렇게까지 모두들 위선적인 인물 뿐이라면 너무 희망이 안보이는 거 아닌가. 가뜩이나 세상도 심난하게 굴러가는구먼.

레아 세이두 주연의 영화는 조금 실망스러웠다. 나름 원작에서 중요한 사건들을 다 넣긴 했는데 너무 앞뒤 설명이 없으니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은 과연 이해를 할까 싶다. 주인공 셀레스틴의 캐릭터도 잘 살리지 못한 듯 하다.
원작을 영화로 볼 때의 재미는 내가 책을 읽으며 상상한 장면들을 감독이 어떻게 화면에 구현해내는가 하는것인데 가끔은 그냥 상상만으로 남겨둘걸 하는 영화가 있다.

요즘 뉴스를 보면 우리는 어쩌면 위선을 좀 더 잘 감추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을 뿐이라고, 그 어처구니 없는 시대보다 나아진 것이 하나도 없다고, 어쩌면 그 시대로 가고싶어 환장한 사람들이 판치는 세상이 된 것 같다는 생각에 천불이 난다 ㅠㅠ
`벨 에포크`란 과연 있는 걸까.
이젠 좀 행복해지는 글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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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10-18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저는 이런 모습때문에 소설을 기피하고 살아가는것 같아요. 속상하고 받아들이기 힘든 모습들. 그게 현실인데 말이죠 . 저두 용기내서 소설에 천천히 진입해보며 즐겨야 겠어요ㅋㅂㅋ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살리미 2015-10-18 18:04   좋아요 0 | URL
전 요즘 소설을 많이 읽다보니 사놓은 인문과학서적들은 거의 못보고 있어요 ㅠㅠ
 

이 책을 읽고 싶어진 건 영화 때문이다. 레아 세이두님^^주연의 영화가 얼마 전 개봉했는데 우리 집 앞 극장에선 상영을 안했고, 차일피일하다가 영화를 놓쳤다.
레아 세이두! 그녀를 처음 본 건 (그 전에도 봤겠지만 가장 강렬한 기억은) <가장 따뜻한 색, 블루>에서였다. 그 영화는 사실 내게 좋은 기억은 아니었고(너무 충격적이라) 그녀도 좋은 이미지는 아니었는데 그 후 묘하게 계속 그녀에게 끌렸다. 심지어 앞니도 조금 벌어졌는데 이뻐보이는거다.
암튼 그녀가 주인공이라는 이유만으로 이 영화를 보고 싶었는데 원작이 1890년대의 소설이라길래 호기심이 더욱 발동했다. 벨 에포크 시대! 드레스를 입고 살롱에서 사교모임을 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이야기는 내가 좋아하는 장르 중 하나니까.
옥타브 미르보는 프랑스 문학의 문외한인 내게는 당연히 생소하다. 책 표지에 있는 작가 소개를 보니 드레퓌스 사건 당시 에밀 졸라와 함께 고통 받는 사람들의 편에 서서 앞장 서 행동하는 `정의의 사도`였다고 한다. 맘에 든다^^ 그가 어떻게 프랑스 사회의 위선을 풍자할지 짐작이 간다. 그럼 읽기 시작해볼까?

근데..응? 이게 1890년대에 씌여진 소설 맞아? 올드한 느낌은 없고 너무 재밌다. 막장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그래서 영화로 만들고 싶었구만. 책이 생각보다 두꺼워서 시작할까 말까 고민하던 나는 어느새 책 속으로 빠져든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발칙한 하녀 셀레스틴. 심지어 이름도 너무 고급지다. 주인님들은 고급진 이름을 불러주지 않고 자기들 맘대로 아무 이름이나 부른다.
세상 어디에나 있는 우아한 마님과 주인님들. 그들은 짐작했듯이 환상을 여지없이 깨버리고 온갖 추태를 보여준다. 어쩌면 하나같이 다들 위선적인지! 가장 아름다웠던 시기, 모든 예술가들이 흠모해 마지 않았던 벨 에포크 시대가 이런 인간 군상의 집합이었다니, 마치 증권가 찌라시를 읽듯 `어머, 어머, 이게 웬일이야!!`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우리의 셀레스틴도 결코 만만치 않은 여자라서 주인님의 세상을 동경하면서도 결코 자존심 굽히지 않고 당차게 주인들을 휘두른다.
한참 재밌게 읽고 있는데 이런 대목이 나왔다.

—하인은 정상적인 존재도 아니고, 사회적인 존재도 아니다. 하인은 서로 맞춰질 수도 없고 포개질 수도 없는 잡다한 토막들과 조각들로 만들어진 누군가다. 하인은 그보다 더 나쁜 그 무엇, 인간과 괴물의 잡종이다. 그는 서민출신이지만, 그 계급에서 빠져나왔다. 또 그는 부르주아들 속에서 살고 부르주아가 되기를 바라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르주아는 아니다. 그는 자기가 버린 서민들의 그 관대한 피와 소박한 힘을 잃어버렸다. 또한 그는 부르주아지로부터는 수치스러운 방탕함을 얻어냈으나 그것을 만족시킬 수단을 획득하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그리고 비열한 감정, 비겁한 두려움, 범죄적 취향. 이 점잖은 부르주아 사회를 통과하는 가운데 그의 영혼이 완전히 더러워지며, 이 썩어가는 시궁창에서 올라오는 치명적인 악취를 들이마시는 것만으로 그는 정신의 안정은 물론 심지어 자아의 형태까지 영원히 잃어버린다. (226쪽)

아!! 이건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 아닌가. 자기 자신을 보지 못하고 타인의 욕망만을 쫓다가 영혼이 썩어가고 자아를 잃어버리는 현대인의 모습. 하녀는 바로 우리들의 모습이구나. 우리가 지금 하녀의 삶을 살고 있는거구나. 상류 1%의 삶이 얼마나 위선적인지도 알고, 뒤에선 그들을 한없이 비판하지만 그들처럼 될 수 있다면 영혼까지 바칠 준비가 되어있지않은가.
나는 책속의 마님들과 그들을 살살 이용하는 하녀들 모두 위선적이라 비웃었지만 이게 바로 내 모습일수도 있구나 생각하니 뒷골이 서늘해졌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더 읽기를 관두고 잠깐 생각에 잠긴다.
소설은 아직 한참 남았다. 앞으로 얼마나 더 위선적인 일들이 벌어질런지 사실 두렵기까지 하다. 이 가식과 위선에 질릴 것 같은 기분이다. 그게 내모습일수도 있다는 사실에 좀 떨린다.

사실 이쯤에서 영화를 보고 싶은 욕구를 참을수가 없다. 찾아보니 IPTV로 나왔든데, 책을 끝까지 읽고 보려고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자꾸만 레아 세이두가 눈앞에서 왔다갔다하고 `이 장면이 영화에 나왔을까? 영화에선 어떻게 그려졌을까?` 확인하고 싶어진다. 영화를 봐? 책을 계속 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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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5-10-14 0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아 세이두 매력적인 배우지요. 묘한 매력이 있어요~ 영화마다 주는 느낌이 확실히 달라요. 저는 선 머슴으로 만났거든요~ 미드나잇 인 파리에도 나왔다는데 기억이 없고 시스터라는 영화에서~ 올~~ 했어요 ㅎㅎ

살리미 2015-10-14 08:36   좋아요 0 | URL
저도 미드나잇 인 파리를 봤는데 어떤 역이었는지 기억이 없어요^^ 가장 따뜻한 색 블루에서 인상이 너무 강렬했는데 거기서도 선머슴같은 스탈이었고, 그랜드 센트럴이란 영화에서도 짧은 커트머리로 나오는데 의외로 굉장히 매력적이다 느꼈어요. 근데 또 미녀와 야수나 페어웰 마이퀸같은 고전적인 영화에서 여성스럽게 나오는데 또 희안하게 매력적이더라고요^^ 너무 이쁘기만 한 배우보다 개성이 강렬해서 더 좋은거 같아요^^

다락방 2015-10-14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로라님, 책 진짜 꾸준히 빠르게 열심히 읽으시네요. 매일매일 다른 책에 대한 글이 올라오는 게 신기하고 좋고 그래요. 어쩐지 막 기대도 되고 말입니다. 흣 :)

살리미 2015-10-14 08:44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께서 기대하신다면.... 더 분발해야겠는데여? ㅋㅋ 제가 워낙 여러권의 책들을 한꺼번에 읽는 스탈이기도 하고, 아이가 고3이다보니 같이 늦게까지 있어주느라 작년보다는 확실히 책 읽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책 한권을 읽으면 연쇄적으로 읽고 싶은 책들이 막 생겨나고 그걸 읽다보면 또 다른 길로 새고, 그러다보면 사놓은 책들은 쌓여가고 자꾸 책에 치이는 기분이 들때도 있어서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을때도 있어요^^

해피북 2015-10-14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영화와 책을 거침없이 아우르시는 오로라님 정말 좋아요 ㅋㅂㅋ~~ 북플하면서 다른 이웃님들 글 읽으며 더 열심히 읽어야겠다는 다짐 많이 하게되는데 요즘은 영화도 많이 봐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되네요 ㅎㅎ잘 기억했다가 후에 기회가되면 책과영화 함께 즐겨야겠습니다. 그런데 오로라님 영화를 ip tv로 감상하시나요? 저두 보구싶은 영화 올라오면 티비로 볼까도 생각하고 때론 월결재 만원이면 영화 무한시청두 있던데 이용해볼까하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ㅋㅂㅋ

살리미 2015-10-14 09:04   좋아요 0 | URL
제가 영화보는 걸 너무 좋아해서 한때 폐인처럼 집에서 영화만 보면서 지내던 때가 있었거든요. 아이들이 학교가고 나면 육아 스트레스, 주부 스트레스를 영화 한편 보면서 풀었던 거 같아요. 소설이 원작인 영화들이 많으니까 자연히 원작에 관심도 가고요~
최신 상영작 중에 관심가는 영화는 왠만하면 극장에서 보고요~ 예전엔 불법 다운로드같은 어둠의 경로로도 많이 봤는데 (밝혀도 되나? ㅎㅎ) 요즘은 맘편히 월결제 무한 시청으로 봐요^^ 워낙 남편도 아이들도 영화를 좋아하니까요.

2015-10-14 09: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후애(厚愛) 2015-10-14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책으로 보고싶네요.^^
담아갑니다~
편안한 오후 되세요.^^

살리미 2015-10-14 13:50   좋아요 0 | URL
영화는 평이 그렇게 좋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리고 항상 느끼는 거지만 영화보다는 원작소설이 늘 더 재밌죠^^ 저도 책을 계속 읽는 중이에요~~

에이바 2015-10-14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이 책 재밌는데 뭐랄까 중후반쯤 되면 그 악덕에 좀 질려요.. 끝이 안나요! 영화는 딱히 끌리지 않는데 아마 보게되면 루이스 부뉴엘 버전을 볼 것 같아요.

살리미 2015-10-14 15:44   좋아요 0 | URL
방금 에이바님 리뷰들 읽고 왔어요. 감탄 또 감탄 하면서요^^
이 책 초반부 신나게 읽었는데 지금은 좀 진도가 안나가네요. 여전히 재밌지만 자꾸 남은 페이지를 세게 되요^^
루이스 부뉴엘 버전이 아마 1967년 작인가.. 그렇죠?? 영화 검색을 하니 두 개가 떠서 살짝 고민했었어요^^
 

영화 <사도>를 보았다. 역시 이준익 감독이다! 최근에 사극을 영화화한 <역린>이나 <간신>(최악이다ㅠㅠ)과 비교해보자면 화면이 훨씬 정갈하면서도 기품있고, 배우들의 연기가 잘 살아났다. (그리고 영화의 깜놀 포인트는 바로 성인 정조역할! 그가 나올 줄 상상도 못했다 ㅋㅋ)
영화를 보고나니 전에 읽었던 정병설의 [권력과 인간]을 다시 읽고 싶어서 도서관에 갔는데 이미 대출중이고 예약도 다 차있었다. 헉! 전엔 도서관에 가면 항상 있는 책이었는데 요즘은 영화 덕에 인기가 많은가보다.
아쉬운대로 집에 있는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을 뒤져보았다. 무슨일이 있어도 1권부터 차례차례 순서대로 읽겠다고 다짐해놓고 8권 중종실록 이후 아직 진도를 못나가고 있었는데... 어쩔 수 없이 건너 뛰어서 15권 경종•영조 편을 펼쳤다.
여러 차례의 환국을 거치며 왕권을 강화한 숙종 시절과 경종의 짧은 재위기간을 거치며 존재 자체가 불안하고 역모를 상징하던 영조가 어떻게 살아남아서 탕평을 주장하게 되는지, 나름 자세하게 나와서 배경을 이해하기 쉬웠다.

—어미가 죽일 것을 청하고, 아비가 죽이라 명하고, 장인이 앞장서서 집행한 이 사건의 진실에 완전히 접근하기란 어렵다. 영빈 이씨의 청은 <실록>에 실려 있지 않고, 나경언의 고변서는 불태워졌으며, 과정을 생생히 기록한 <승정원 일기>는 뒤에 세손의 청으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200쪽)

사도세자에 대한 부분은 이런 저런 해석들을 소개하며 마지막에 저자의 시각에서 본 비극을 재구성하는데 정병설 교수의 견해와 비슷하다. 결국 비극의 기본 요인은 왕과 세자에게서 찾는게 맞는 듯 하다. (나랏일이 아니고 집안일이다)
영조는 자신이 어렵게 이룬 정치적 안정과 튼튼한 왕권을 유지해 나갈 후계자를 원했고 그럴수록 더욱 세자가 마음에 안들고 실망스러웠다. 세자는 두려움이 마음의 병이 되어 현실을 도피하게 되었다. 그래도 대안이 없었다면 비극으로까지 치닫지는 않았을테지만 ( 무섭게 야단쳤다가도 대안없는 현실을 인정하고 마음을 다스려 칭찬하는 모습도 실록엔 제법 있다 한다) 영조 앞에는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이상형의 후계자감이 나타났다. 세손! 뒷날의 정조다.
저자는 감정적으로 눈물도 많고 `지나친 거조`를 일삼으며 신하들을 휘두르던 영조가 사실은 치밀한 정치가였으므로 자연스럽게 왕위가 세손에게 이어질 수 있도록 안전하게 세자를 제거하는 치밀한 프로젝트를 꾀한 것이라고 본다.

처음엔 정병설 교수가 왜 책제목을 <권력과 인간>이라고 했을까 궁금했는데 (제목만 들었을 땐 사도세자에 대한 내용인줄 전혀 몰랐다) 영화를 보고나니 그 의미가 더 와닿았다. 영화 마지막에 영조와 세자가 서로 독백으로 대화하는 부분에서 가슴이 찡해지는 것도 그래서였나보다. 왕과 세자로 만나지않았더라면 더 잘 지낼 수 있었을텐데... 평범한 아버지로, 아들로 살아가지 못했던 것이 권력을 쥐어야만 했던 그들의 운명이었다.

영화 속에서 자식에게 공부하라고 추궁하는 영조의 모습에서 현대의 부모들은 많이들 따끔할 것이다. 나도 처음에 [권력과 인간]을 읽고 엄청 충격을 받았다. 영조의 모습에서 나를 봤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미 나는 내 죄를 뉘우치고^^ 독서로 심신을 수양하던 때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고, 우리 아들은 사도세자가 될 운명에서 벗어낫지만.ㅎㅎ(왕이 아닌게, 권력이 없는게 얼마나 행복한가)
영화 속에서 과녁을 향해 활을 쏘던 세자가 허공으로 화살을 날리며 ˝허공을 향해 날아가는 저 화살이 얼마나 떳떳하냐˝ 고 할때 나는 눈물이 흘렀다. 떳떳하냐고 슬프게 말하던 유아인을 와락 끌어안고 등 두드려 주고 싶은 마음에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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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5-10-13 2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헐. 좋은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저도 영화 <사도>를 보고 역사적 사실 같은 것들을 좀 더 알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읽고나니 뒤엉켰던 생각이 정리가 되는 것 같네요.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이 만화였군요? 이렇게 보니 충분히 재밌게 볼 수 있을듯하네요. 안그래도 조선왕조실록 한 번 보고싶었는데 만화로 도전해봐야겠네요ㅎㅎ

덕분에 좋은 책 소개받고 가고 좋네요^^ 감사합니다ㅎ

살리미 2015-10-14 00:24   좋아요 1 | URL
영화를 보고 뭔가 생각이 많았는데 막상 글로 쓰려니 정리가 잘 되지 않네요.
저도 그 당시 상황을 더 알고 싶은 생각에 조선왕조실록도 찾아보고 이참에 <한중록>도 읽어볼까 생각중이에요....(생각만 ㅋ)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은 도서정가제 시행 전에 얼른 구입해놓고 한권씩 천천히 읽고 있는 중인데, 만화라서 쉽게 볼수 있는 장점도 있고 그렇다고 결코 가볍지만도 않은 책이에요. 실록에 서술된 내용을 중심으로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해서 좋은 듯 해요. 제가 전에 거의 원본 그대로의 조선왕조실록 읽다가 지루해서 미쳐버릴뻔 했었거든요 ㅎㅎ 이 책으로 다시 도전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해피북 2015-10-14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시백 조선왕조 실록 저두 비슷하게 진도가 나가지 않았던 기억이 있어요. ㅋ 곰곰히 생각해보니 반복적인 패턴에 새로움을 느끼지못해 좀 질렸던거 같아요. 저는 이렇게 생각날때 한 권씩 꺼내읽는것두 참 좋을거같아요 ㅎㅎ
벌써 영화를 보셨군요.오로라님이세요 ^~^

살리미 2015-10-14 13:53   좋아요 0 | URL
왕실의 일이란게 워낙 이 편 저 편 나눠서 싸우고 모함하고 엎고... 그런 일의 연속이라 ㅋㅋ 등장인물도 엄청 많아서 유명한 사건이 아니면 지루하기도 해요^^ 그나마 박시백 화백이라 계속 따라갈 수 있는 듯해요^^
 

소소책방.... 책방이름이 너무 예뻐서 읽어 보고 싶었다. 처음엔 작은 책방을 내게된 사연을 쓴 책인가보다 생각했는데 펼쳐보니 정말 `책방일지`다. 책방을 운영하는 저자가 매일매일 일기처럼 기록한 글들을 작은 잡지의 형태로 모아 책을 낸 것. 짬짬이 읽기도 좋고, 내용도 모두 소중하다.
학창시절엔 가끔 헌책방에 들러 책을 사곤 했지만 그땐 헌책방보다는 신간이 많이 나와있는 서점을 더 좋아했다. 어느 순간 동네 책방들이 다 사라지고 이제서야 그 때 그 책방들이 그리워 지는데 이런 시절에도 뚝심있게 자기 자리를 지키는 책방들이 있다. 그리고 그런 서점 주인장들의 책에 대한 열정을 보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구나 싶다.
내가 직접 운영하는건 엄두도 못 낼 일이지만 언젠가 꼭 한번 이런 작은 책방들을 둘러보는 여행을 하고 싶다.
이 책을 읽다보니 저걸 다 언제 처분할까 하고 노려보던 낡은 책들에 대한 애정이 생긴다. 저자의 페이스북을 들여다보니 일본 여행중인 듯 하고, 얼마전 영화에서 보다가 꼭 가고 싶었던 `진보초`를 둘러보고 쓴 글도 읽었다. 책사랑의 깊이가 남다른 분들을 보니 부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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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10-11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흐~ 저도 이 책 읽고 페이스북으로 구경 다니고 있어요! 진주에 있는 책방을 잠시 휴점하시구 일본여행 다니시고 있다더라구요. 이번에 `윤미네 집`이 비밀 독서단에서 나왔을때 페이스북에 막 알려드리고 싶던 마음을 꾹꾹 눌렀어요. 조경국 저자가 편집한 책이기도 하고 애착을 갖는 책인지라 말씀드리면 정말 좋아하실거 같았거든요 ㅎㅎ 일지 다음엔 어떤 책이 나올까 은근 기대두 되구 .. 이래저래 기다려 지는 책입니다^^

살리미 2015-10-11 16:44   좋아요 0 | URL
저도 페이스북을 가보고선 더 부러워졌죠. 어쩜 그렇게 멋지게 사시는지... 윤미네 집이 방송에 소개된 줄 아셨다면 정말 좋아하셨을텐데^^
전에 해피북님 글에서 알게 되었고 눈여겨 보다가 도서관에서 빌려 왔는데 생각보다 너무너무 좋았어요^^

고양이라디오 2015-10-13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저 여기 가봤어요. 진주 소소책방;; 책 내셨구나. 여기 아늑하고 좋아요ㅎ
책도 한 번 읽어보고 싶네요,

살리미 2015-10-13 10:46   좋아요 0 | URL
앗! 가보셨어요?? 부럽부럽^^ 저는 이 책 읽고 헌책방에 꽂혀서 근처에서 갈만한 곳을 검색해보니 서울엔 동대문 평화시장쪽에 헌책방거리가 있더라고요. 한번 가 볼 생각이지만 아무래도 분위기가 다를 것 같긴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