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끝없는 위선의 향연! 작품 속 인물 중 누구 하나 위선적이지 않은 인물이 없다. 후반부로 가면서 나는 많이 지쳤다. 끝까지 가기가 왜 이렇게 힘들까 생각해보니 내가 기댈 인물이 하나도 없어서인 듯 하다.
보통은 등장인물들의 위선을 까발리면서도 그들을 비판하고,정의를 바로잡고자 애쓰고, 인간에 대한 애정으로 똘똘 뭉친 사람도 하나쯤 있을 법한데 옥타브 미르보는 아주 철저히, 작심하고 까발리기로 했나보다. 시종 당당하게 주인들을 비판하던 셀레스틴 마저도 거의 반전에 가까운 결말에 이르면 `아니? 이게 뭐야!!` 하게 된다.
에밀 졸라 같은 지식인이라도 한명 등장시키지, 이렇게까지 모두들 위선적인 인물 뿐이라면 너무 희망이 안보이는 거 아닌가. 가뜩이나 세상도 심난하게 굴러가는구먼.

레아 세이두 주연의 영화는 조금 실망스러웠다. 나름 원작에서 중요한 사건들을 다 넣긴 했는데 너무 앞뒤 설명이 없으니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은 과연 이해를 할까 싶다. 주인공 셀레스틴의 캐릭터도 잘 살리지 못한 듯 하다.
원작을 영화로 볼 때의 재미는 내가 책을 읽으며 상상한 장면들을 감독이 어떻게 화면에 구현해내는가 하는것인데 가끔은 그냥 상상만으로 남겨둘걸 하는 영화가 있다.

요즘 뉴스를 보면 우리는 어쩌면 위선을 좀 더 잘 감추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을 뿐이라고, 그 어처구니 없는 시대보다 나아진 것이 하나도 없다고, 어쩌면 그 시대로 가고싶어 환장한 사람들이 판치는 세상이 된 것 같다는 생각에 천불이 난다 ㅠㅠ
`벨 에포크`란 과연 있는 걸까.
이젠 좀 행복해지는 글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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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10-18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저는 이런 모습때문에 소설을 기피하고 살아가는것 같아요. 속상하고 받아들이기 힘든 모습들. 그게 현실인데 말이죠 . 저두 용기내서 소설에 천천히 진입해보며 즐겨야 겠어요ㅋㅂㅋ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살리미 2015-10-18 18:04   좋아요 0 | URL
전 요즘 소설을 많이 읽다보니 사놓은 인문과학서적들은 거의 못보고 있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