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차조의 다양한 모습.

 

 

오곡밥은 농사밥

정월 대보름이 다가옵니다. 대보름에는 일종의 잡곡밥인 오곡밥을 먹습니다. 오곡밥은 말 그대로 다섯 가지 곡식, 즉 쌀, 조, 수수, 팥, 콩 등을 섞어 지은 밥을 말합니다(꼭 이 다섯 가지 곡물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역에 따라 다른 곡물이 추가되거나 빠지기도 합니다). 풍농을 기원하는 뜻이 담겨 있어 ‘농사밥’이라고도 하죠. 이 오곡밥을 하루에 여러 번 나누어서 먹는 풍속이 있는데 이것은 한 해 동안 부지런하게 일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쌀처럼 먹던 조

이 오곡 중에 조는 환경에 대한 적응성이 좋고 생육기간도 짧아 대체작물이나 구황작물로 이용되어 왔습니다. 2016년 쌀 재배면적이 78만㏊인데, 1945년 8·15 광복 전 조 재배면적이 70만㏊가 넘었다고 하니 우리나라의 주요 작물이었다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2009년 재배면적은 겨우 1,101㏊ 정도이며, 자급률은 30% 정도를 넘는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그나마 최근 건강기능성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점차 그 재배면적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차조와 메조

조는 그 조상이 강아지풀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그 모양새가 무척 닮았습니다. 조는 아밀로오스 함량에 따라 서숙이라고 부르는 차조와 좁쌀이라고도 부르는 메조가 있습니다(찰기는 아밀로오스와 아밀로펙틴의 함량 차에 의해 결정된다). 도정된 색에 따라 청차조(청량), 황차조(황량), 백차조(백량)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노랑차조는 황차조(황량)를 말하는데, 색깔과 모양이 찰기장과 비슷하여 구분이 잘 안될 정도죠. 하지만 알곡 크기가 차조가 더 작습니다.

 

오메기떡의 인기

제주에서는 차조를 ‘흐린조’라고 부릅니다. 이 차조를 이용하여 오메기떡, 오메기술, 고소리술을 빚습니다. 제주 올레길이 유명해지면서 오메기떡도 인기가 많아졌죠. 원래 오메기떡은 차조로만 만들고 팥고물이나 콩가루를 묻혀 먹던 것입니다. 최근 현대인의 입맛에 맞추어 쑥과 찹쌀을 넣고 고물로 땅콩, 아몬드, 호박씨 등이 등장하게 됐죠. 차조 가격이 찹쌀 가격보다 비싸진 것도 오메기떡 주요 원료의 변화를 가져온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제주에서 쌀이 귀해 조를 이용한 음식들을 만들어 먹던 것을 생각해보면 격세지감이라 할 수 있겠네요.

 

비타민 풍부

조는 쉽게 벌레가 생길 수 있어 밀봉하여 직사광선을 피해 서늘한 곳에 보관하는게 좋습니다. 조도 중국산이 많이 들어오는데 국내산은 국내산은 낟알이 작고 납작한 편이지만 중국산은 낟알이 크고 둥근 편입니다. 수용성 비타민이 풍부해 피로 해소와 성인병 예방에 효과적이며 칼슘이 많아 아이들 성장이나 골다공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또 한방이나 민간요법에서는 열을 내리고 대장을 이롭게 하며 산후 회복과 혈액생성(조혈)이 빠르고 당뇨와 빈혈예방에 좋다고 하네요. 특히 메조의 경우 위를 다스려주고 내장을 고르게 하여 오래된 속병을 다스리고 혈액 순환을 촉진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정월대보름, 풍년을 기원하며 맛있는 오곡밥 드셔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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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까리 밤콩

 

"100원만 더 쳐줘유~"

"선별도 안됐지, 종자도 섞였지. 아무리 좋게 쳐줘도 안됩니다."

"에이, 그러지 말구 100원만 더 쳐줘유~"

붉은밤콩, 아주까리밤콩 등 토종콩을 수매하는 곳에서 벌어진 풍경이다. 밥맛좋은 콩이지만 개량된 콩들에 밀려 찾아보기 힘든 콩들이다. 그래도 그 맛이 좋아 근근이 버텨오고 있다.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다보니 많이 팔리지도 않는다. 그러니 이 콩을 재배하고 수확한 농부들에겐 판로가 중요하다. 어떻게든 팔아야 한다. 직거래 능력이라도 있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토종을 취급하는 유통회사에 팔아야 한 해 농사가 끝나는 것이다.

수매가는 등급에 의해 정해진다. 1~3등급. 1등급은 선별도 잘 되고 종자도 단일해야 한다. 토종콩이다 보니 종자의 보존 차원에서도 중요한 부분이다. 2등급은 종자가 단일하면서 선별이 100%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균등한 품질을 지니고 있으면 가능하다. 3등급은 종자도 섞이고 선별도 되지 않은 수확물에 매겨진다. 그 정도가 지나치다면 등급을 매기지도 못하고 수매가 거부당할 수 있다. 농부들의 농사짓는 실력이 여기에서 드러나는 것이다. 등급에 따라 수매 가격이 달라지니 농부들도 실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그깟 100원이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수확량이 몇백kg이 되다보면 총 금액에 있어 몇 십만원의 차이가 생긴다.

이러다보니 수매자와 판매자 사이에 갈등은 벌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1~3등급의 차이가 명확하다 보면 이내 수긍하고 만다. 실제 토종콩은 친환경 인증에 상관없이 팔고 있다. 그러니 친환경인증을 받았다고 더 가격을 쳐주지 않는게 옳다. 그럼에도 토종을 보급하고 친환경을 확대하고자 하는 수매 회사의 정책 상 수매 가격을 더 쳐준다. 친환경은 흙과 생명을 살리는 길이기에 이익에만 매달릴 수 없는 것이다. 농부들이 친환경에 더 관심을 갖는다면 좋겠다.

수매가 다 끝나면서 비로소 한해 농사도 끝을 맺는다. 으레 그렇듯이 끝남은 또다른 시작이다. 이번 수매가 잘 되고 판매까지 잘 이루어진다면 이들 농부는 토종콩을 더욱 많이 심고, 정성을 기울여 등급을 올리려 노력할 것이다. 그 밑바탕엔 소비자들의 선호와 맞물린다. 결국 소비자도 농사는 짓는 셈이다. 소비자의 구매는 농사의 시작으로 이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토종이어서 지켜야 되는 것이 아니라, 맛도 좋고 훌륭한 종자여서 지켜갈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토종은 소비자가 밑거름을 뿌리고 농부가 재배함으로써 그 열매를 맺을 수 있다. 부디 그 열매가 풍성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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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의 퇴비더미에 굼벵이가 나타났다. 굼벵이는 부엽토나 썩은 나무 등을 먹고 배설을 하는데 이것이 천연 비료가 된다. 음식물 찌꺼기를 지렁이에게 먹이고 얻을 수 있는 배변토가 비료가 되는 것과 비슷하다. 그야말로 천연의 무공해 퇴비인 셈이다.

그런데 이 굼벵이들이 땅 속에서 자라면 그야말로 골칫거리 해충이 되어버린다. 나무나 농작물의 뿌리를 먹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똑같은 굼벵이 이지만 어디서 사느냐에 따라 인간에게 도움이 되기도 하고 해가 되기도 한다. 물론 굼벵이는 그저 자신의 본성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지만 인간의 입장에서는 이해가 달라지는 것이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적절한 곳에 쓰여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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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렵과 채집, 사냥으로 살아가던 인간이 어느 순간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를 농사가 편하고 수확이 많기 때문이라고 보아온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다윈의 유전학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다소 다른 의견이 있다. 콜린 텃지가 쓴 <에덴의 종말 - 인간의 왜 농부가 되었는가>를 참조해 인간이 농사를 짓게 된 배경을 알아본다.

 

인류 화석을 살펴보면 농사를 짓게 된 시기부터 관절염과 허리 비틀어짐을 찾아볼 수 있다. 농사로 인해 그전 다양하게 먹었던 곡물, 열매, 채소의 종류가 단순화되면서 영양분도 불균형해졌다. 즉 농사를 짓는 것이 결코 편한 일이거나 무작적 득만 되는 일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인간은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게 된 것일까.

이는 기후의 변화와도 밀접하게 연관된다. 빙하기 전 온화한 기후 속에서 선호하는 식물이나 동물(고기)을 얻기 위해 취미로 농사를 지어오다 빙하기가 끝나면서 해수면이 상승함으로써 풍요한 땅을 잃게 돼 식량 공급이 늘어날 필요성이 생긴다. 즉 취미로 지은 농사 덕에 늘어난 인구와 해수면 상승으로 잃어버린 땅 탓에 수렵, 채집해 얻을 수 있는 식량이 줄어든 것이다. 인구는 늘고 식량은 줄어들다보니 단위 면적당 수확량을 많이 확보할 수 있는 농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것이다. 농사를 지음으로써 더 많은 인구를 부양할 수 있게됐고, 이는 농사의 규모를 더욱 키워야 하는 순환의 고리를 만든다.

즉 농사를 지은 것은 스스로 원해서도 곡물의 장점이 뛰어나서도가 아니라, 인구를 부양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말한 것은 농사가 결코 수렵, 채집보다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노력한 만큼 성과가 드러나는 농사는 인간을 자기 성공의 희생자로 만들었다. 즉 부지런히 살아야 행복해질 수 있다는 가치를 만들어 쉼없이 부지런히 살도록 유도한 것이다. 노동의 고단함을 부지런함이라는 가치로 희석시켜 버린 것이다.

농지가 늘어나면서 멸종되는 동물이 속속 생겨나고 이로 인해 사냥의 중요성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즉 노력한 만큼 성과가 드러날 수 없게 된 환경 탓에 사냥꾼은 몰락하고 반대로 그 성과가 확연히 드러나는 농업이 중요해진 것이다. 늘어난 인구와 농사의 번영은 악순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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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머컬처에 대한 첫 번째 비판이 말해주듯 농사란 무릇 인구 부양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즉 농사란 먹고 살기 위한 근본이라는 것이다. 누군가 농사를 짓지 않으면 굶어죽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의 농사는 녹색 혁명(농약과 화학비료, 종자개량을 통해)과 백색 혁명(비닐하우스, 비닐 멀칭 등을 통해)을 거치면서 수확량이 크게 늘었다. 급증하는 인구를 부양하기 힘들 것이라는 예상을 깰 수 있었던 것은 두 번의 혁명 덕분이다. 그런데 두 가지 모두 석유를 근본으로 한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계속될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게된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가 소비하는 곡식의 1/3은 가축을 기르기 위한 것이라는 것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고기를 먹기 위해 가축에게 먹이는 곡식의 양을 염두에 두는 것도 퍼머컬처를 이야기하는 한 방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퍼머컬처를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농사라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생각해보자.

최근 귀농귀촌 인구가 늘고 농사를 바라보는 시선도 바뀐듯하다. 누군가는 '농사를 예술'이라고 하고 이어령 씨는 "농부가 시인이요 철학자"라고도 말한다. 월가의 전설적 투자자 짐 로저스는 "농부가 돼라"고 말한다. 경제적 입장에서부터 철학적, 문화적인 입장까지 농부를 찬양한다.

그런데 그 속내를 잠깐만 들여다보자. 특히 짐 로저스의 경우, 그가 바라보는 농업의 실상은 다음과 같다.

"향후 수년간 곡물 가격이 계속 오를 겁니다. 우리는 10년 동안 생산한 것보다 더 많은 양을 소비해 왔어요. 곡물 재고가 역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죠. 더 좋지 않은 것은 농부가 없다는 겁니다. 농업의 수익성이 과거 30년 동안 끔찍했거든요. 아무도 농부가 되고 싶어 하지 않았어요. 미국 농부의 평균 나이는 58세예요. 일본은 66세죠. 영국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집단이 바로 농부예요. 인도에선 수백 만 명의 농부들이 자살하고 있고요. 이제 세계는 농업 부문에서 큰 위기에 봉착해 있어요. 곡물을 생산할 농부가 없는 한 가격은 계속 오를 겁니다."

세상이 이렇게 될 예상이니 농부가 되면 앞으로 높은 곡물가격 덕에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니 각국의 정부나 기업들이 농업에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람보르기니를 몰고 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주어야 농업이 살아날 수 있는 셈이다.

이처럼 꼭 경제적인 문제 때문만에 사람들이 농사를 기피하는 것은 아니다. 농사는 육체적으로 고되다. 너무 힘든 작업이다. 사람들은 편한 것을 찾고자 한다. 젊은이들이 힘들고 고된 일들을 피하는 것은 어찌보면 본능적인 것일지 모른다. 그 고되고 힘든 일을 줄이고자 기계화가 진행되어 온 셈이다. 물론 여기엔 생산량의 증가라는 이익도 필수요소이긴 하다. 이것도 땅덩어리가 넓어야 그 효율성이 높아진다. 또한 기계화 역시 석유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현재와 같은 농사방식으로는 아무리 돈벌이가 된다 할지라도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농사의 어려움과 농부가 줄어드는 현상은 이미 200여년 전 다산 정약용 선생부터 이야기하고 있다.

정약용 선생이 쓴 <응지논농정소>를 보면 농민이 3가지 못한 점이 있는데 그를 해결하지 않으면 회초리로 때려가며 농사를 강요해도 아무도 농사를 짓지않게 될 것이라 하였다. 첫재 농민은 선비보다 지위가 못하고, 둘재 상인보다 벌이가 못하고, 셋째 공인보다 일의 편하기가 못하다는 것이다. 짐 로저스가 말한 부분은 둘째에 해당될 것이다.  

 

이렇듯 사람들이 바라보는 장미빛 전망과는 달리 현실의 농부는 경제적으로 힘들고 육체적으로 고되다. 농사의 이런 성격은 농사가 시작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줄곧 그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농사를 짓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그에 대한 해답을 다윈에게서 찾아본다. 그리고 그 해답을 토대로 퍼머컬처가 미래의 농업을 이끌어갈 대안 중의 하나일 수 있는 이유를 알아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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