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아침이면 물이 언다. 하지만 봄의 기운을 꺾을 수는 없는건가 보다. 쑥과 냉이가 초록빛을 뽐낸다.

 

 

3월 17일엔 적양배추와 콜리플라워 모종을 얻어서 정식했다. 다소 이른감이 들지만, 아침 추위를 견뎌준다면 오히려 더 강하게 자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지난해에도 열흘 쯤 일찍 심은 콜리플라워가 병충해없이 잘 자란 기억이 있다. 올해는 그때보다 일주일가량 더 빠른 것 같다. 냉해를 입을까 조금 불안하지만 잘 버텨주기를 기대해본다. 지난해와 다른 점은 이랑과 고랑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지난해엔 평지 그대로에 퇴비와 숯을 조금넣어 키웠다. 그러다보니 뿌리가 땅 속 깊이 박히질 못했다. 생땅을 긁어둔 곳이었던 탓에 딱딱했기 때문이다. 흙이 건강하게 될 때까지, 즉 부드러움을 갖출 때까진 이랑과 고랑을 만들어 작물을 키울 생각이다. 올해엔 퇴비만 조금 뿌린 상태다.

 

 

 

 

도라지와 더덕 씨앗도 파종했다. 고구마와 야콘도 심어두었다. 이것들은 이동식 간이 비닐하우스에서 추위를 이겨낼 것이다. 다만 고구마와 야콘은 원예용 상토에 묻어두었다. 어떻게 자랄지 지켜봐야 한다. 일반 흙이 아닌 상토에서도 잘 자라준다면 이 방법을 써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성 싶다. 작은 비닐하우스라지만 추위를 완전히 막아주진 못한다. 조금 일찍 심자는 생각으로 파종했기에 잘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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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然이란 스스로 그러함이다. 농사는 이 <그러한> 것 중 인간에게 이용될만 한 것을 선택해 그 성질을 극대화하는 작업이라 생각된다. 지금까지 이 작업을 위해 인간은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왔다. 너무나 힘이 들어가는 일이다보니 점차 그 힘에 기계와 화석연료가 많이 쓰이게 되었고 이젠 <스마트>한 것들이 추가되고 있다.

 

그런데 <스스로>의 성질을 이용해 그러함을 얻을순 없었을까. 즉 외부 에너지의 투입을 최소화하고 자연이 갖고 있는 변화의 힘을 이용한 농사란 불가능힐 것일까.
지속가능함을 생각한다면 이런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된다. 바람과 햇빛, 물, 풀 등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이는 땅이 생명의 힘을 키우는 힘을 활용하는 것이며, 생태계를 구성하고자 하는 힘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해 심었던 나무들은 그야말로 풀과함께 자랐다. 퇴비를 비롯해 비료, 살충제, 살균제 등등 아무것도 투입되지 않았다. 방치에 가까윘다. 몸이 아픈탓에 벌어진 일이긴 하지만 스스로의 힘을 <이용>하지 못하고 스스로 그러하게 버려둔 셈이다. 그러다 보니 나무들의 성장이 더디다. 올해는 스스로의 힘을 갖추도록 살짝살짝 힘을 쓸 계획이다. 그 첫번째는 퇴비다. 흙이 힘을 가질때까진 (예상으론 3~5년 정도) 퇴비를 조금 넣어줄 것이다. 흙이 살아나는동안 퇴비 조차 넣지 않아도 건강하게 잘 자랄수 있도록 환경을 디자인하고 만들어갈 생각이다.
일명 머리로 농사짓기다. 게으르고자 하는 얼치기 농부의 꿈이다. 그나저나 비야 쏟아져라!

 

 ※3월 9일 블루베리 1주당 3kg, 체리나무 1주당 4kg 친환경 퇴비(흙살림 균배양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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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26일

장마가 시작되기전 지붕이 올라가 비가 와도 작업이 계속되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일이 자꾸 지연되면서 결국 장마가 시작될 때까지 기둥 하나 서 있지 못했다. 마음대로, 계획대로 된다는 건 드문 일이다. 

결국 기초공사를 하고 두 달이 그냥 흘러갔다. 아마 기초공사 후 바로 지붕이 올라갔다면 지금쯤 집이 거의 완성되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폭우에 쓸려내려간 땅을 복구하느라 진땀을 흘렸을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완전히 나쁜 일이란, 반대로 완전히 좋은 일이란 없는가보다.

 계속된 폭우에 진입로 초입이 조금 씻겨내려가고 굳은 땅이라 생각했던 곳도 진흙탕이 되어 차가 빠질 정도가 됐다.

전봇대 주위가 가장 심한 피해를 입었다. 다행히 전봇대가 쓰러질 정도는 아니라는 것에 감사할 뿐. 그래도 굉장히 신경쓰이는 부분이다. 이렇게 피해가 컸던 것은 옆 밭과의 경계를 절개한 사면에서 빗물이 새어 나왔기 때문이다.

맨 땅이 위험한 것은 빗물을 품지 못하고 그냥 흘려보낸다는 점에 있다. 부직포와 잡초를 긁어내는 작업을 하지 않았다면 이 정도로 씻겨내려가진 않았을거다. 사면 끝자락을 중심으로 배수로를 놓아야 할 듯 싶다. 반면 집 앞 사면 경계는 굳이 배수로를 놓아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설계도면이 갖는 한계일지도 모른다. 어느 정도 지형을 고려했다고는 하지만 모든 상황을 다 반영할 수는 없는 법일테니까 말이다.

 

아직 집이 들어서지 않았기에 이번 장마로 입은 피해를 거울삼아 토목을 철저히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물론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겠지만, 안전을 위해서는 퍽 다행스런 일이다.

 

아무튼 이번 폭우로 늪처럼 변해버린 땅은 모두 포크레인이 한 번이라도 긁어 놓은 곳이다. 다진다고 해도 한계가 있는 법. 그렇다고 시멘트를 바를 일도 아니다. 어떻게 대책을 세우고 활용할 것인지 연구를 해야겠다.

 

공정이 늦어진 덕분에 알게 된 취약점. 어려운 일에 부닥치면 드러나는 인간성. 아직 개선할 시간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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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봇대를 세웠다. 오전 8시 30분부터 시작된 작업이 1시간여 만에 끝났다.

전봇대를 세우고 전기를 끌어오는 작업은 전부 외주인 듯 보였다. 한국전력에서 직접 하는 것이 아니었다. 전봇대를 세우는 팀이 따로 있고, 전기를 끌어오는 팀이 따로 있어 작업하는 시간대가 달랐다.

아무튼 임시전기를 설치하고 전봇대를 하나 새로 세우는데 보증금 포함 총 75만원 가까이 들었다.

2미터 남짓 들어간 구멍을 뚫고 전봇대를 세웠는데, 흙이 부드러워 이게 안정적으로 서 있을지 은근히 걱정됐다. 마지막 전봇대에서 전기선을 이어놓고 보니 탄탄하게 보였다. 전망을 해치지 않을까 걱정했던 부분은 다행히 기우인 것 같다. 일단 전깃줄 위치가 전체적으로 현관에서 바라보는 시선의 오른쪽으로 치우쳐져 있는데다, 생각보다 높이가 높아서 눈에 거슬릴 것 같진 않다. 물만 제대로 끌어올라와 준다면 기본적인 생활 여건은 이제 얼추 갖추어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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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8일 정화조를 묻었다. 될 수 있으면 집에서 멀리 떨어지도록 자리를 잡았다. 5인용이라는데 생각보다 크기가 작아 보인다. 정화조 원리를 찾아 공부해보지만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무튼 물 속에 가두어놓는 원리로 인해 냄새는 그리 신경쓸 일이 아니라는 것은 알겠다. 집에서 용무를 보는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1년 반에서 2년 간격으로 정화조를 비우는 일을 하면 될 것으로 예상된다. 

 

6월 9일 배수로 공사를 했다. 지붕이 뒷편으로 기울어져 있어, 집 뒤쪽에 작은 맨홀 두 개를 묻고 그쪽으로 우수관을 유도하기로 했다. 그리고 집 앞쪽은 U자형 플라스틱 배수관을 묻어 큰 맨홀 쪽으로 유도할 생각이다. 오늘 작업은 집 뒤쪽 배수로 만들기와 큰 맨홀, 그리고 맨홀에서 집 아래쪽 배수로까지 연결하는 파이프를 묻는 일이다. 농장 땅과 배수로 사이 농수로가 있어 이걸 건너가야 해서 농어촌공사에서 파이프가 지나가는 2평 남짓한 땅을 장기임대했다. 임대료는 부담이 갈 정도가 아니어서 다행이다(3평 남짓한 땅을 10년 임대하는데 3만원이 조금 넘어서는 정도). 집 앞쪽 배수로 작업은 땅이 전체적으로 정비가 되면 시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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