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클리풍의 사랑 노래 - 황동규

내 그대에게 해주려는 것은
꽃꽂이도
벽에 그림 달기도 아니고
사랑 얘기 같은건 더더욱 아니고
그대 모르는 새에 해치우는
그냥 설거지일 뿐.
얼굴 붉은 사과 두 알
식탁에 얌전히 앉혀두고
간장병과 기름병을 치우고
수돗물을 시원스레 틀어놓고
마음보다 더 시원하게,
접시와 컵, 수저와 잔들을
프라이팬을
물비누로 하나씩 정갈히 씻는 것,
겨울 비 잠시 그친 틈을 타
바다 쪽을 향해 우윳밫 창 조금 열어 놓고,
우리 모르는 새
언덕 새파래지고
우리 모르는 새 
저 샛노란 유채꽃 
땅의 가슴 간지르기 시작했음을 알아내는 것,
이국(異國) 햇빛 속에서 겁도 없이.

- 이 시를 좋아하는 건, 내 남편씨가 '나 모르는 새에 설거지를 해치워 주기를' 바래서는 절대 아니다. ㅎㅎ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알맹이 2007-09-30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섬사이님~ 반가워요~ ^^

김샘 2007-11-14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버클리라면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 있는 곳을 말하는건가? 거기가 겨울에 비가 많이 오긴해요....지중해성 기후라...^^ 아~~ 그 거리를 다시 걷고 싶어졌어요.

알맹이 2007-11-15 12:10   좋아요 0 | URL
역시 지리 선생님. ㅋㅋ
 

"자, 무엇을 즐길까"
어떤 상황에서든
"자,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보자"라고 말하지 말고,
"자, 무엇을 즐길지 보자"라고 말하라.
이렇게 하면 자신이 받게 될 마음의 기쁨이
자신이 겪을 불편을 덜고도 남을 것이다.

- 스와미 웨다 바라띠의《만 개의 태양》 중에서 -
 
* 첫 발걸음도 떼기 전에 닥칠 고통을 말하고
시작도 하기 전에 걱정부터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무슨 일이든 시작할 때 기쁜 마음으로 해야
끝날 때도 기쁘게 끝을 낼 수 있습니다. 

- 고도원의 아침편지 며칠자더라..?

어쨌든. 이런 자세는 살아가면서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사실 살면서 꼭 하고 싶어서 하는 일보다는 별로 내키지 않지만, 해야 하기에 하는 일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떤 조직에 속해 있으면서 자신이 최상위의 의사 결정자가 아닌 때에는 더더욱..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라로 2007-09-29 0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에게 필요한 메시지에요!!

알맹이 2007-09-30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참 식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이들에게 말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 글 보니까 더 기운이 나더라고요. 저도 즐겨보려고 요즘 무지 애쓰고 있는데 그래도 자구 축축 처져요..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  황인숙

비가 온다.
네게 말할 게 생겨서 기뻐.
비가 온다구! 

나는 비가 되었어요.
나는 빗방울이 되었어요.
난 날개 달린 빗방울이 되었어요.

나는 신나게 날아가.
유리창을 열어둬.
네 이마에 부딪힐 거야.
네 눈썹에 부딪힐 거야.
너를 흠뻑 적실 거야.
유리창을 열어둬.
비가 온다구!

비가 온다구!
나의 소중한 이여.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 비오는 날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고 싶은 시. 이미지가 넘쳐나거나 상상력을 달리게 하는 시가 좋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로 2007-09-20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햇빛이 넘 쨍쨍해서리 비가 왔으면 좋겟더라구요!!!ㅜㅜ

알맹이 2007-09-21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저희 동네는 엄청 흐려요~ 요즘 정말 날씨 이상하죠. 열대야에 비에..
 

요즘엔 책 읽고 싶은 생각이 전혀 - 라고 해도 될 만큼 안 든다. 방학 동안 너무 버닝했나..?
집에 와도 멍하니 누워 있기만 하고.. 책은 손에 들기도 싫고 특별히 호기심이 생기지도 않는다.
왜지..?
자기 전엔 꼭 한 쪽이라도 책을 안 보면 허전했는데, 요즘엔 그렇지도 않고.
거의 3주 가까이 책을 손에도 안 대다가 어제 처음 무서록 2쪽을 읽고 잤다.
지지난 주말엔 TV는 재미없고 책은 보기 싫어서 만화랑 스즈미야 하루히를 빌려다 봤다.
책을 안 읽으니까 삶이 재미없는 것 같긴 한데 딱히 읽고 싶은 생각이 안 드네.
책읽기에도 슬럼프가 있나?

우연히 빌려다 봤는데, 이 작가 만화 꽤 괜찮았다.

지금 검색했는데 이 작가의 <그와 달>도 보고 싶다. 우리 동네 대여점엔 없던데..

 

 

하도 유명해서 봤는데.. 뭐 나름 재미있었지만, 안 읽어도 역시 그만이라는.. 가끔 이런 것 읽으면서 아이들 수준에 맞춰보는 것도 뭐 괜찮겠지 라고 합리화를 하면서. ㅠㅠ

 

 

 


댓글(5)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로 2007-09-18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임신???증상이 비슷해서리,,,33=3=3=3==3===3==333

도넛공주 2007-09-19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책 읽기도 슬럼프가 분명 있어요..

알맹이 2007-09-20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비님.. 임신하면 책 읽기 싫어지나요..? 그러면 좋겠는데 그건 아니에요 ^-^
도넛공주님, 섬사이님.. 공감 댓글 감사해요~ 저만 그런 게 아니었군요 ㅎㅎ
요즘 이태준의 <무서록>을 조금씩 읽고 있는데 가을에 읽기 너무 좋네요. 책표지도 너무 예뻐서 휴대폰 카메라로 찍어서 휴대폰 바탕 화면으로 해 놨어요~

라로 2007-09-20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무서록 주문했는데!!!
성공이네요~~.ㅎㅎㅎ

알맹이 2007-09-21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작년에 샀는데 이제까지 안 읽었어요.. 2006년도에 샀는데 1999년인가..? 하여튼 굉장히 오래된 책이 온 걸 보고 어지간히 안 팔리나보다, 했었죠 ^^
 

도서관에 책 빌리러 갔다가 멀티미디어 룸에 가서 DVD를 봤다.
내가 보고 싶을 만한 영화가 좀체 없었는데.. 목록을 거의 끝까지 뒤지다가 겨우 이 영화를 찾아냈다. 별 기대를 안했는데, 기대보다 훨씬 유쾌하고, 그러면서도 생각할 여지를 주는 영화였다.

요즘 기업에서는 나이나 연공서열과는 상관없이 어린 사람들도 능력을 인정받으면 리더가 되어 자신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을 거느리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는 이런 상황을 좀 극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52세의 아버지. 갑자기 26세의 어리디 어린 사내를 상사로 맞게 된다. 경력이 있냐? 했더니, 없댄다, 그렇지만 빨리 배우니깐 괜찮댄다. 더럽다고 사표 내고 회사를 나가지도 못한다. 예기치 못했던 아내의 늦둥이 임신, 큰 딸의 대학 학비. 등 가족을 부양하는데 점점 돈이 더 많이 들어가게 되기 때문이다.

반면 잘 나가는 26세 이사님은 회장의 지시대로 구조조정 - 즉, 수많은 팀원들을 자르는 악역을 맡게 된다. 카페인 중독에 걸릴 정도로 커피를 마시고, 사무실에서 자고, 일요일에도 출근하고. 자신은 성공했다고 생각하고, 피라미드의 더 높은 자리를 향하여 끊임없이 달리지만, 그러는 만큼 개인적인 생활은 무너져가고 있다.

이 둘이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결국 26세의 상무는 자신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이었나를 깨닫게 된다.

김형태의 <너, 외롭구나>를 보면 '전통'을 무지 강조한다. 과거를 돌아보지 않고 성공하는 사람은 없다고. 젊은 사람들은 '전통'과 나이든 어른들을 존경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어떤 면에서는 이 영화도 김형태님과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런 부분에, 그리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 또다시 대출을 늘리는 52세의 아버지의 모습에 완전 공감하고 마는 것은 나도 이제 '꼰대'가 되었기 때문일까. 여부는 확실치 않지만, 아아, 맞아. 하고 공감하고 말았다. ㅎㅎ

그리고 이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이 모두 너무 매력적이다.

아버지 역의 데니스 퀘이드. 감독 인터뷰에서 감독도 그런 말을 했지만, 정말 연기가 연기같지 않은, '현실적인' 연기를 해 주었다.  코미디 영화에서. ㅎㅎ
어머니 역은 마그 헬겐버그. 내가 좋아하는 CSI 라스베거스에서 많이 봐서 영화에 나온다는 사실만으로도 반가웠다.
26세 이사 역은 토퍼 그레이스. 무슨 시트콤에 나오던 아이라고 하는데, 정말 이 역할에 딱 들어맞게 연기를 잘했다. 그리고 무지 귀여웠다.
그리고 내가 이 영화를 보게 만든 스칼렛 요한슨. 요즘 가장 좋아하는 외국 여자 배우다. 예쁘면서도 독특하고, 예측을 벗어나게 행동한다. 그래서 좋다.





저 블라우스가 너무 예뻤다. ^^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알았는데, 이 영화의 감독 폴 웨이츠는 <어바웃 어 보이>를 감독한 사람이었다! 오오오. 역시. 어바웃 어 보이를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분명히 이 영화도 좋아할 것이다. 재미있었던 건, 이 사람이 <어메리칸 파이>를 기획한 사람이라고. 나는 어쩐지 연결이 안 되지만-. 이 감독이 연출하고, 어바웃 어 보이의 휴 그랜트와 데니스 퀘이드가 주연을 맡은 <어메리칸 드림즈>라는 영화가 있다는 것도 네이버 영화 검색을 통해 알아냈다. 보고 싶어졌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로 2007-08-25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요한슨은 별로에욤~.(음,,,,앤디님과 첨으로 어긋남)
대신 토퍼 그레이스에 대한 관심이 이 영활 보고 생겼다죠~.ㅎㅎ
그전에 트래픽에 나왔을땐 별로 관심도 없었는데,,,

아참 그가 나온 드라마는 That '70s show에요.
글구 이영화 좋아하셨다면 Win a Date with Tad Hamilton보세요.
재밌게 볼수 있는 영화에요.

알맹이 2007-08-29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그러신가요? 싫어하는 사람은 싫어할 만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Win a date...는 찾아보니 토퍼 그레이스 나오네요~ ㅎㅎ 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