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랜드 여행기 - Izaka의 쿠바 자전거 일주
이창수 지음 / 시공사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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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라는 젊은이가 자전거 타고 쿠바를 여행한 이야기. 몰랐는데 이 젊은이는 자전거 타고 유럽도 여행했고, 그래서 '나쁜 여행'이라던가, 하는 책도 먼저 썼다고 한다.

이후에 BBQ의 지원을 얻어서 쿠바를 한 달 정도 여행했고 - 테마는 체 게바라의 루트를 따라가 보는 것. 그리고 '부분적 자살', 즉 자신을 깨고 새로 태어나고 싶다는 것이었겠지..? - 그 기록이 바로 저자가 직접 찍은 생생한 사진과 함께 이 책이 되어 나왔다.

자전거 여행이라는 말만으로도 젊음의 패기가 풀풀 풍겨나는데 이 분이 쓴 글 역시 젊음 그 자체가 풍기는 패기와 치기와 용기와 고뇌와 등등이 날 것 그대로 느껴지는 흥미로운 글들이었다. 비록 전문가스럽다거나 성숙하다거나 문장이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야말로 '젊음'이란 것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었기에 참 재밌게 읽었다. 거창한 것은 없다. 하지만 솔직하다. 그리고 용감하다. 순수하다. 이 정도만 해도 꽤나 멋진 여행기가 나왔을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는지.

나는 쿠바 여행이나 체 게바라에게 별 관심 없는 사람이었지만. 이 책은 쿠바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가 여부와는 전혀 별개로 읽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이창수씨 파이팅! 앞으로도 자전거 타고 세계를 누벼가며 재미있는 글을 써 주시면 좋겠다. 젊음이 허락하는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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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 2007-01-05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전 김훈님글은 안 읽었지만 아주 대조적일 것 같은데요... ^^;;;
 
말리와 나 - 세계 최악의 말썽꾸러기 개와 함께한 삶 그리고 사랑
존 그로건 지음, 이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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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부터 쑥 끌린다. 얼마나 사랑스럽고 천진난만해 보이는 강아지인가.
책 표지의 속날개를 펼쳐본다. 작가가 자신과 책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그런데 어어..? '약간의 미친 증세가 있는 래브라도 리트리버(바로 말리다!)도 구해와 길렀다' - 그럼 저 귀여운 강아지가 정상이 아니라고..?

그로건이라는 작가가 신혼 시절에 래브라도 리트리버 한 마리(바로 말리다!)를 데려다 기르게 되고, 강아지가 성장하면서 그로건씨의 가족도 점점 완성되고 성장해 간다. 그동안 아이가 하나 유산되고, 또 그 아픔을 딛고 세 명의 아이들을 낳아 기르며 행복하게 살아간다. 말리는 이 과정 전체를 그로건 가족과 함께 겪으며 골칫덩이가 되기도 하고 큰 위안이 되어 주기도 한다.

하지만 개들의 1년은 인간에게 7년 정도의 시간과 맞먹는다고 한다. 따라서 말리는 자신을 사랑해 주는 가족들을 남기고 먼저 세상을 뜰 수밖에 없는데.. 마침내 말리를 잃고 상심하는 그로건씨의 모습, 그리고 결국엔 상실을 극복해 내는 모습에서 참 가슴이 찡해 왔다. 게다가 말리를 입양했을 때부터 고생고생하면서 말리를 길들이고 함께 지내온 그로건씨의 행적을 죽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나에게도 말리가 가족같이 느껴져서 말리를 결국 저 세상으로 보내 버리는 장면에선 참 눈물도 많이 흘렸다. 나잇살이나 먹은 덩치큰 여자가, 지하철 대합실 벤치에 앉아서 이 부분을 읽으며 눈물을 질질 흘리는 모습을 상상해 보시라~ 참 거시기하지만, 그래도 직접 읽어보시라. 누구든 어떤 상황에 있더라도 나처럼 눈물을 흘리고 있지 않을까?

이 책에 나오는 그로건 가족과 말리의 사랑이 큰 감동을 주는 이유는 바로 말리가 위에서 말한 것처럼 '약간의 미친 증세'가 있는 -ADHD 증세라 한다- 부족함이 많은 강아지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의 아름다움이니까. 모든 점에서 완벽하고 바른 일만 하는 강아지 또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전에 친구가 어렸을 때부터 기르던 개가 병들어 죽었다고 정말정말 상심해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 때 나는 별 위로를 해주지 못했다. 스스로 애완동물을 길러 본 적이 없었기에 그 심정을 잘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 책을 그 때 읽었더라면 더 따뜻하게 친구를 이해하고 위로할 수 있었을 텐데. 인간이 아닌 다른 생물체에게 일종의 '겁'을 집어 먹는 나같은 사람이, 게다가 심하게 귀차니스트여서 누군가 나 외의 다른 생명체의 뒤치다꺼리를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나같은 사람도 이 책을 읽으면서는 개를 한 번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재밌고, 감동적이고, 더구나 너무너무 웃기기까지 한 책. 누구든 좋아할 수밖에 없는 책, <말리와 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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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 2006-12-21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너무 귀여우세요~ 애 둘 딸린 '엄마' 맞으세요? ㅎㅎㅎ 전 개를 사실 무서워했던 터라, 개에 관련된 추억이 별로 없답니다. 추천 감사해요;;
 
랄랄라 하우스
김영하 지음 / 마음산책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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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나 즐겁게 재밌게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집. 이라기보다,

사실은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블로그의 내용을 정리한 책인 것 같다. 하지만 글쓴이가 작가 김영하라는 점이, 이 책의 질을 훨씬 높여 주고 있다. 김영하님의 읽기 쉬운 문장, 독특한 아이디어와 유머가 결합되어 재밌는 책 한 권이 만들어졌다. 지하철에서, 식당에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짧은 여유 시간에, 친구를 기다리며 서 있는 가게 앞에서, 버스 기다리다가,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면서.... 등등 어디서나 펼치기만 하면 재밌게 읽을 수 있고, 또 짧은 글들을 모아 놓았다 보니 언제든 끊고 할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의 큰 장점이다.

작가는 이 책에서 동거하는 냥이들에 대한 얘기, 읽은 책에 대한 얘기, 주변 사람들에 대한 얘기, 여행 가서 있었던 일, 일상 생활 속에서 느끼는 소소한 감상들, 재밌는 상상들, 가끔은 진지한 의견들, 자신의 작품에 대한 유래 등을 자유롭게 쓰고 있다. 처음엔 이거 하루키의 글쓰기 수법을 따라한 거 아닌가 - 라는 생각을 하면서 왠지 조금 마음이 불편했는데(거동수상자들, 방에서 보내는 휴가법 등) 읽다 보니 김영하님의 매력에 푹 빠져서 계속 낄낄거리며 읽게 되었다. 사실 하루키의 글쓰기 수법이라는 게 무슨 특허전매품도 아니고, 누구나 일상 속의 재밌는 상상이나 자신이 읽은 새로운 기사나 자신의 여행담이나 등등을 글로 쓸 수 있는 것이고, 또 그게 블로그라는 것의 특징이기도 하니까.

영화 주홍글씨가 개봉될 때,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김영하 소설집을 사서 반쯤 읽다 말았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김영하라는 사람이 참 매력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도 하고, 이 사람의 소설도 더 읽어봐야겠다, 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다음엔 <굴비낚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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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팍 2006-12-03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영하님이 수필은참 잘 쓰시는 것 같아요. 저도 포스트 잇이랑 영화관련 수필 책 한 권 읽었는데 무척이나 재미나게 읽었더랫지요 ㅋㅋㅋ

알맹이 2006-12-04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죠~ 저도 그래서 다음에 굴비낚시랑 포스트잇 읽으려고요.. 소설보다 수필을 더 재밌게 쓰는 듯해요. ㅎㅎ

픽팍 2006-12-16 0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가요? 이거 작가가 들으면 상처 받겠네요 ㅋㅋ저도 사실 김영하님 소설은한 권도 본 적이 없다는;;;;;
 
앤디 워홀 손안에 넣기 - 미술가, 딜러, 경매 하우스, 그리고 컬렉터들의 숨은 이야기
리처드 폴스키 지음,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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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 지역에서 일하는 미술품 딜러의 이야기. 그런데 말솜씨가 장난이 아니시다.
유머러스하고 솔직하고. 게다가 미술품 딜러 중엔 괴짜들이 어찌나 많은지.
다 큰 어른들이 젤 어리고 가난한 후배를 밥 사준다고 비싼 식당으로 불러내 놓고
실컷 먹고 마신 후 내기를 해서 결국 후배가 밥을 사게 한다든가..
게다가 이 후배님(=글쓴이)은 또 어찌나 손을 벌벌 떠시는지-
몇만불씩 또는 몇십만불씩 되는 그림은 척척 사고 파시면서 고작 300달러어치 점심에 말이다.

미술품, 하면 어쩐지 나와는 거리가 아주 먼 세계 일처럼 느껴졌었는데.
게다가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일부러 찾아가서 전시된 걸 감상하는 정도의 대상으로만 생각해 왔었는데
이 책에서는 그런 'art'를 상품처럼, 또는 투자대상처럼 사고 파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미술품의 가치를 떠나서 무조건 돈을 벌어주는 상품처럼 여기고 있진 않지만.
그래도 몇 년쯤 보관하다가 산 가격의 몇 배씩 이상을 경매에서 벌어들이는 일을 예사로 읽다보면
헤- 하고 입이 벌어지면서 이거.. 나도 능력만 되면 좀 투자해 보고 싶은데, 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마치 프라모델이나 책, 술병뚜껑 따위를 수집하듯이,
그림을 수집하는 큰손들이 있다는 사실도 새삼 깨닫게 되어서
- 존재하는 게 당연한 사람들인데, 뭐가 그리 새삼스럽게 느껴졌던지 -
새로운 세계를 한 번 문을 열고 들어다 본 느낌이었다.
온스타일에서나 보던 백만장자들의 세계.

그리고 'contemporary art'에 대해 호기심을 많이 갖게 되었다.
앤디 워홀이야 워낙 유명했고, 그 외 조지프 코넬, 사이 톰블리, 에드워드 루셰이, 재스퍼 존스 등등..
새로운 작가들에 대해서도 더 알아보고 싶다.
그리고 나도 앤디 워홀 소품 하나 갖고 싶다는 생각도 했고.
안 그래도 미국 드라마들 보면서 뉴욕서 딱 한 달만 살아보고 싶다-
생각 많이 했는데 같이 실린 번역자 박상미 님의 사진 등등을 보면서
더더욱 뉴욕 가 보고 싶은 생각도 간절해졌다.

contemporary art와 미술품 수집의 세계에 대한 아주 재미있고 솔직한 이야기책이며,
빌 브라이슨의 <나를 부르는 숲>이나 피터 메일의 <나의 프로방스>를 재밌게 보신 분이라면
정말 재밌게 보실 수 있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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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만 보는 바보 진경문고 6
안소영 지음 / 보림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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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무, 박제가, 유득공... 실학자로, 또 교육사상가로, 역사속의 인물로서 이들의 저술이 뭐가 있고, 주된 업적이 무엇이다는 식의 암기 대상이 되셨던 분들. 이 인물들의 생애와 그 당시 이들이 꽃피웠던 실학 사상, 그리고 무엇보다 아름다운 이들의 눈물나는 우정 등이 가득 담긴 이 책을 보고 나니, 그동안 내가 했던 공부라는 것이 얼마나 얕고 무의미했던 것인가- 하는 생각이 참 많이 든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이 짠하고 감동적이었던 것은 무엇보다 서얼로서의 이들의 삶. 자신의 삶의 가치가 무엇인가, 라는 고민 때문에 힘들어 하는 모습을 너무나도 절절하게 그려놓아 나까지 눈물이 나게 했다. 다음으로는 책에 대한 이덕무의 열정. 나도 책을 많이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덕무가 책에 대해 가진 사랑이 존경스럽기도 하고 공감 가는 부분도 많았다. 마지막으로는, 어려운 처지 속에서 마음과 뜻을 나누던 벗들간의 우정. 특히 이덕무가 먹을 것이 없어 <맹자>를 팔아 밥을 사고 나서 너무 속이 상한 나머지 유득공을 찾아가자 유득공이 <좌씨춘추>를 팔아 술을 사주었다는 이야기는 정말 너무 아름다웠다. 유득공의 따뜻한 마음 씀씀이에 감탄도 하고, 나도 그런 친구가 되어 주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문장 하나하나가 아름답고, 세로로 들어간 삽화들도 아름답고. 거기 담긴 옛 선인들의 모습도 아름답고. 정말 아름다움 그 자체인 책이다. 아이들을 위한 책이라 하지만 고전과 역사를 쉽게 풀어써서 읽기도 너무 좋고 느끼는 바도 많았다. 역사나 우리 고전을 나부터도 고리타분하게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는 고전의 가치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런 좋은 책들이 앞으로도 많이 나오면 좋겠다. 별을 10개라도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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