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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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 책을 쓴 사람은 공지영이 아니라 '꽁지 작가'다.

꽁지 작가가 '강남 좌파'의 차를 종종 빌려 타고

또 본인의 차가 너덜해지도록 지리산을 드나 들며

지리산 주변에 터를 잡고 사는 '섬지사' 사람들 얘기를 재밌게 풀어 놓은 책이다.

 

공지영의 책을 많이 읽지는 못했지만 이 책에서 공지영은 '꽁지 작가'라는 새로운 자신의 면모를 보여 주었다.

술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고 약간 푼수기도 있고..

그냥 진짜 울 언니 아님 동네 언니 같은 그런 평범한 모습을 보여 준다.

스스로 자신이 젊었을 때 썼던 책을 보면 뭐 그리 많이 아는 척을 했는지 부끄럽다고 쓴 부분이 있던데..

아마 내가 공지영 작가의 초기작을 읽었을 때 들었던 위화감은 그런 부분에 기인했을 것이다.

 

단언컨대.. 이 책을 읽으면 꽁지 작가에 대한 그런 편견은 깡그리 사라질 것이다.

읽고 있다보면 한 10분에 한 번씩은 빵빵 웃음이 터지면서

낄낄대게 되는.. 만화책보다 더 웃긴 책이랄까.

여기저기서 들려 오는 이야기로는 반은 사실, 반은 각색이라는 것 같던데.

'구라'란 이런 것이다 라는 걸 제대로 보여준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최도사와 버들치 시인이 오토바이 면허를 따러 가서 벌어졌던 이야기..

실기 시험에서 경찰관이 그어 둔 금을 마지막에 조금 밟은 버들치 시인이

그걸 눈감아준 경찰관에게 가서 따지는 장면이 정말 웃기면서 기억에 남는다.

 

도시에서 이래저래 상처를 입고 지리산 자락 시골에 모여든 사람들.

하지만 자연 속에서 사람 속에서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삶을 평화롭게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가 참 따뜻하고 유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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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자스 - 프랑스 어느 작은 시골 마을 이야기
신이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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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초쯤인가.. 몇 권의 여행 서적과 함께 사 뒀던 책을 이제서야 읽었다.

새해가 되면서 뭐 읽을 책 없나, 하고 책장을 둘러 보다가 이 책이 눈에 쏙 들어왔다.

처음 이 책을 살 때에는 <나의 프로방스>나 <토스카나, 달콤한 내 인생> 같은 이방인의 유럽 시골 정착기려니, 했었다. 우리 나라 사람이 쓴 이런 책도 있군. 하면서..

 

그런데 읽어 보니 그런 정착기가 아니라 일종의 <프랑스 시골 시댁 방문기>였다. 즉, 저자가 시골에 정착해서 주민으로 산 것이 아니라 가족으로서 시골집에 방문을 거듭하면서 알자스라는 시골과 친해진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야기의 초점이 주로 음식과 포도주에 맞춰져 있다. 울랄라~

크게 별 것 아닌 소박한 음식들인데.. 고기 요리, 야채 요리, 빵과 과자 정도.. 그렇기에 더 맛보고 싶고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제일 맛보고 싶었던 음식은 숲에 지천으로 열려 있는 까치밥 열매로 만들었다는 파이다. 그 색깔이 얼마나 곱던지.. 사진을 보니 침이 절로 흐른다. 그리고 겨울까지 따지 않고 마르고 언 포도를 수확해서 담궜다는 그... 뭐시기더라 하는 포도주. 현지에서 맛보고 싶었다.

 

그리고 주로 저자의 시댁 식구들이긴 하지만 소박하고 평범한 프랑스 시골 사람들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특히 운신을 제대로 못할 만큼 늙었을 때를 걱정하는 시부모, 시도 때도 없이 투닥거리는 이 노부부의 모습을 꾸미지 않고 그대로 묘사해서 마치 우리 부모님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집에 돌아갈 때에 바리바리 먹을 거리를 가득 싸 준다든가.. 며느리는 염두에 없고 오직 아들만 걱정하는 시엄마라든가.. 옛날 물건 하나하나 버리지 않고 잘 간수하고 있다가 며느리가 가져가 쓴다고 하면 기뻐하며 내어 주는 모습이라든가.. 머나먼 유럽 사람들이지만 역시 사는 모습은 우리와 별로 다르지 않구나, 하며 정말 재밌게 읽었다.

 

아.. 그리고 너무 부러웠던 거.. 우리 나라에선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일.^^ 시엄마가 음식 준비하는 동안 며느리는 아페리티프나 홀짝거리다가 밥 꼬박꼬박 얻어 먹는 것..

 

쿨하고 야단스럽지 않게 편안하게 써 내려간 정이현의 문체도 돋보였다. 음식 얘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은 사랑스러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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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락 바스락 아기 헝겊책
애플비 편집부 지음 / 애플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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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 보지도 않았는데 뜯어졌어욧! 좀 더 튼튼하게 만들어 주세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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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후에 탐닉한다 작은 탐닉 시리즈 11
강봉조 지음 / 갤리온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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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작가이며 미국인과 결혼하여 시카고에 살고 있는 작가가 블로그에 올렸던 내용들을
정리하여 실은 책이다.(이 '탐닉' 시리즈가 그런 기획으로 만들어졌나 보다. 이 외에도 각종 탐닉이 있는데 다들 재미있어 보인다. 특히 아프리카, 부엌, 바닥에 탐닉하는 책이 관심이 간다.)

제목은 '오후'에 탐닉한다, 이지만 사실상 내용은 집 가꾸기와 밭 가꾸기에 탐닉한다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할 것 같다. 그리고 제목만 보면 '오후'에 대한 철학적인 사색이나 전문적인 지식들이 담겨 있을 것 같지만 그런 책은 아니고, 작가의 개인 블로그에 올렸던 개인적인 이야기와 사진들이 담겨 있다. - 그렇다고 해서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제목과 안 어울릴 뿐. -

원래 다른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읽는 것을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 것도 매우 즐거웠다. 또 내가 좋아하는 '가볍고 작은 책'이어서 어디든 들고 다니며 읽기도 딱이었다.
작가가 직접 정성들여 가꾼 채소들의 사진도 예뻤고, 곳곳에 숨어 있는 작가의 딸 유빈이도 너무 예뻤다. 그리고 '나'보다는 '우리'를 생각하고 바른 길을 선택하며 살려는 작가의 건강한 생각들을 알아보는 것도 인생 공부가 되었다.

무엇보다 작가의 부지런함에 감탄했다! 먼 외국에서 혼자 아이를 키우며 100년 되었다는 오래된 집을 스스로 리모델링하고, 텃밭도 가꾸고.. 봉조님은 잠시도 쉬는 시간이 없이 부지런히 몸을 놀리는 사람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닭장 같은 아파트에 사는 나로서는 - 게다가 집을 전혀 가꾸지 못하고 사는 나로서는, 마당이 있고 정원이 있는 집에서 그 곳을 아름답게 가꾸며 건강하게 사는 작가가 매우 부러웠고, 저렇게 사는 게 제대로 사는 삶이지! 싶었다. 하지만 실제로 나보고 그렇게 하라면 게을러서 못할 것 같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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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 발칙한 글쟁이의 의외로 훈훈한 여행기 빌 브라이슨 시리즈
빌 브라이슨 지음, 권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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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부르는 숲>으로 우리 나라에서 유명해진 빌 브라이슨의 책들이 올해 들어 하나하나 번역되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은 <나를 부르는 숲>보다 실제로는 먼저 씌어진 책들. 이 책 역시 그렇다. 그래서 <나를 부르는 숲>에서보다 더 젊고 재기 넘치고 시니컬한 빌 브라이슨을 만나 볼 수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홀로 유럽을 여행한다. 계획이 꽉 짜여져 있었던 것도 아니고, 호텔이나 기차표가 예약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마음 내키는 대로 시간 되는 대로 기차나 버스를 타고 떠나고 우연히 발견하거나 역 앞 관광안내소에서 소개해 주는 호텔에서 묵는다. 그러다가 마음에 드는 장소를 만나면 좀 오래 머물고 그렇지 못하면 미련 없이 떠난다. 그러다 보니 우연히 만나는 마음에 드는 거리나 식당, 호텔은 더 큰 행복으로 다가온다. 예상치 못했던 우연이고, 행운이니까.

이런 여행의 모습은 나에겐 꽤 새롭게 다가왔다. 사실 나는 겁이 좀 많은 편이라 낯선 곳에 갈 때에는 교통편부터 숙박지, 가서 돌아볼 장소까지 인터넷으로 하나하나 조사해 놓지 않으면 맘이 편하지 않기 때문에 여행 준비하는 단계에서 벌써 1차적으로 가상의 여행을 하고 실제 떠나고 나면 거의 인터넷에서 본 사진들을 확인하는 느낌일 때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혼자 낯선 곳을 돌아다니는 것이 두려워서 대부분은 동행자를 구해서 가는 경우가 많다. 물론 혼자 떠나는 것이 홀가분하고 그만의 매력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만, 아무래도 아직 혼자 떠나는 것이 혼자 밥먹거나 혼자 영화를 보는 것만큼 편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책에서 저자는 '혼자 하는 여행'의 진수를 보여준다. 사람들은 흔히들, 여행은 나를 만나러 가는 과정이니 혼자 떠나는 것이 낫다는 식의 말을 하곤 하는데 - 그건 그냥 머릿속에서나 받아들여질 법한 경구에 지나지 않았다 - 내게 있어서는. 그런데 이 책에서 비로소 혼자 하는 여행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이 맘에 바로 와 닿았다.

일단, 위에서 말한 것처럼 여정이 자유롭다. 내 맘에 안 들면 떠나고 내 맘에 들면 오래 머물 수 있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 장소가 혹 맘에 안 들어도 다른 사람 눈치 볼 필요가 없다. 덕분에 어디는 꼭 가야 한다, 이런 것이 없다. 그래서 흔히 보는 유럽 여행 책자에서 소개하는 유명한 도시들보다는 자신에게 의미 있는 작고 낯선 도시들을 방문하게 된다.
그리고 이 책에서의 빌 브라이슨이 보이는 모습에 의하자면 여행을 통해 정말 자기 자신을 만날 수 있다. 딱히 대화할 사람이 없기 때문에 자기 자신과 대화하고, 자신의 머릿속, 추억속을 헤매게 된다. 평소에는 내가 해야 할 일, 내가 만나야 할 사람들 등 일상에 치어 바쁘게 살아가다 보면 무언가를 깊이 생각하거나 내 삶을 돌아볼 환경이 잘 안 만들어지지만, 여행지에서는 다르다. 반드시 해야 할 일도, 함께 얘기를 나누거나 얘기를 들어줘야 할 사람들도 주변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행은 결국에는 '집으로 돌아가는 과정'으로 끝난다. 그렇다. 결국 여행이란 좀 멀리 돌아간다 뿐이지, 집으로 가는 한 과정, 집으로 가는 또 하나의 길이 아니던가? 

   
 

  나는 흐르는 물을 보면서 변기에 앉아 여행이란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 생각했다. 집의 안락함을 기꺼이 버리고 낯선 땅으로 날아와 집을 떠나지 않았다면 애초에 잃지 않았을 안락함을 되찾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돈을 쓰면서 덧없는 노력을 하는 게 여행이 아닌가.

- 383쪽

 
   
   
 

  그리고 나도 돌아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가족이 보고 싶었고, 내 집의 친숙함이 그리웠다. 매일 먹고 자는 일을 걱정하는 것도 지겨웠고, 기차와 버스도, 낯선 사람들의 세계에 존재하는 것도, 끊임없이 당황하고 길을 잃는 것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 자신이라는 사람과의 재미없는 동행이 지겨웠다. 요즘 버스나 기차에 갇혀서 속으로 혼잣말을 중얼대는 내 모습을 보고 벌떡 일어나 자신을 내팽개치고 도망가고픈 충동을 얼마나 많이 느꼈던가? 

- 385쪽

 
   

꽤 오랜 시간 동안 비성수기에, 홀가분하게 혼자 여행하는 빌 브라이슨의 이야기를 읽으며 이 작가에게 엄청난 질투가 일었다. 아, 부럽다... 나도 언젠가 그렇게 떠나는 날이 올까?

덧) 이 책에서 보여주는 빌 브라이슨의 유머는 시니컬하지만, 가히 환상적이다. 읽으면서 혼자 종종 낄낄대어서 남편에게 쿠사리도 많이 먹었다. 특히 혼자 놀기하면서 만들어 내는 각 나라들에 대한 수수께끼 문제들이 제일 웃겼다. 전반적으로 볼 때 별점이 네 개긴 하지만, 이 책에 대한 내 개인적인 애착도는 별 다섯 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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