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북
귄터 아멘트 지음, 이용숙 옮김 / 박영률출판사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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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섹스북>이라는 제목만으로 이 책을 구입하거나 빌려오신 여러분은 여기서 표지만 보고 내려놓길 바란다. 절대, 결코, 이 책은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섹스(성교)에 관한 책이 아니올시다. 이 책 어디에서도 섹스는 어떻게 시작하고, 섹스를 어떻게 해야하며, 어떻게 해야 남자가 여자를 흥분시키는지, 여자가 남자를 흥분시키는지, 오르가슴에는 어떻게 도달하는지, 또 정상위 아닌 섹스의 여러 체위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고, 어떻게 시도해보면 좋은지, 이런 이야기는 결코, 절대로 나오지 않는다. 그러니 내려놓길 바란다.

  이 책에서의 '섹스'는 '성(性)' 이다. 성교가 아니고 일반적인 '성'이다. 그러나 성교에 관한 이야기가 포함되어있지 않다고는 말 못한다. 왜냐면 성을 논함에 있어 성교가 빠질 수는 없으니까. 그러나 위에 언급했듯 섹스의 기술에 대한 책은 아니다. 기술은 각자 연마하시길. 풉.

  권터 아멘트라는 엄연히 사회학 박사라는 명칭을 가지고 있는 학자가 지은 책이다. 그는 독일에 성상담 연구소를 세우고, 성에 관한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험. 참 독특하기도 하지. 이 책의 차례가 있어야 할 앞장에는 차례 대신 이런 글귀가 씌여져있다. " 이 책에는 보통 책에서 볼 수 있는 '차례'가 없습니다. 재미있을 것 같은 부분만 골라서 읽지 못하게 하려고 일부러 만들지 않았지요. 모든 주제들이 모든 독자에게 중요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만 이 책은 의미가 있습니다." 라고.  차례가 없으니 아무데나 펼쳐놓고 땡기는데부터 읽자. 그렇다고 책을 쭉 훑어가며 야한 사진 나와있는데부터 읽으면, 된다. 므흣. 아무렴 어때. 야한사진 나와있는 쪽에 무슨 이야기가 써있나 궁금하면 거기서부터 보시라.

  이 책은 굉장히 많은 주제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남녀가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 사랑하고 잠자리에 드는 과정에 대한 가벼운 일상의 이야기부터 시작해 책 뒤로 가면 자위, 낙태와 동성애, 성추행, 성폭행, 성의 역사에 관한 사회, 역사적인 문제들까지도 다루고 있다. 여러가지를 다룬다고 또 그들이 이야기 나눈 대화를 책으로 옮겼다고 해서 결코 수박겉핥기식으로 다루지는 않는다. 여러가지 성에 관련된 것이라면 무엇이든 자유롭게 이야기하돼 꽤나 진지하다. 이 책 여기저기에는 독일 매체를 통해 내보내지는 광고들이 한면을 차지하고 있다. 성관련 용품 뿐 아니라 섹스를 이용한, 섹스를 연상케하는 자동차 광고 등 다양한 사례들을 보여주며 재미를 더하고 있다. 적나라한 사진 몇장이 우리나라 출판계의 검열로 인해 날아버린 사실이 안타깝지만, 여기에 있는 광고와 사진만으로도 난 충분히 만족스럽다.

  이런 성교육서가 어디에 있을까 싶다. 성교육서이면서 사회학 서적인 <섹스북>. 막 성에 눈 뜨는 청소년들이 읽어도 좋을, 그리고 동성애, 낙태, 페미니즘, 성폭행 등의 사회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읽어봐도 좋을 책이다. 또 성에 눈을 뜨긴 했지만 성 가치관이 확실히 자리잡지 못한 많은 성인들에게도 좋은 책.

  권터 아멘트 박사와 30살 직장인 여성 울리케, 17살의 카이 우베가 나누는 대화 속에 모든 것이 들어있다. 카이 우베는 아직 성경험이 없고, 자기 또래의 친구들이 일찍 성경험을 쌓는데 비해 자신은 여자들의 주목도 받지 못하고 적절한 파트너를 찾지 못하는 것 같아 고민스럽다. 그는 섹스를 흔히 그 또래의 남자아이들이 생각하듯 빨리 치뤄야 할 경험 따위로 생각한다. 어서 나도 섹스를 해보고 싶다 라는 생각. 하지만 이런 카이 우베의 생각에 대해 울리케와 권터 박사가 함께 대화를 나누며 또다른 관점에서 섹스를 바라보게 만들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책의 맨 뒷장에 가서까지도 카이 우베의 생각은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지만, 이 대화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카이 우베를 설득하거나 권터가 생각하는 성의식을 갖도록 하기 위함이 아니었으니 문제삼아 볼 건 없다.  

  성에 대한 매우 개방적인 자세로 대놓고 이야기하는 이 책은, 정말 충격이다. 1970년에 이 책이 독일에서 나왔을 때 당시 출판계에서, 언론계에서, 학술계에서 이런저런 비판을 해댄 것이 이해된다. 아마 우리나라 ㅅ람이 지금 이런 책을 냈다고 하더라도 2006년 현재 큰 논란거리가 될 것이다. 그러니 아무리 서구사회가 성에 대해 개방적이라고는 하지만 1970년대에 이 책을 내놨을 때 조용히 지나갔을리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각자의 자위경험과 첫경험에 대해 이야기할 때 마치 야설을 읽는 듯한 그 상세한 상황 묘사와 전혀 거리낌 없는 대화는 때로 흥분시키기도 한다. 여자들은 시각으로만 흥분하는 일은 적겠지만 남자들의 경우 시각에 의한 흥분이 크기 때문에, 남자들이 이런 자위경험이나 첫경험, 섹스이야기 등의 대화 속에서 때로는 발기하기도 할 거란 생각도 든다. 나도 간혹 그랬으니까. 그 만큼 솔직하다는 말이다.

     우리나라 청소년 성교육이 많이 개방적이고 솔직해졌다고는 한다. 물론 과거에 비해서 지금이 훨씬 나아진 것은 사실이다. 과거에는 아예 성교육이라고 해도 그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성교육이라고 해봐야 그냥 그렇고 그런 도덕법칙에 대한 이야기들, 보통의 도덕교과서에 나와있는 이성간의 문제에 대한 들어봐야 아무 도움도 안되는 뻔한 이야기들. 아직 우리나라 성교육은 멀었다. 그리고 성교육에 대해 가끔씩 생각해보는 나조차도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감이 안잡힌다. 나도 그렇고 그런 성교육을 받았고 다른 성교육은 어떤지 모르기 때문이다. 만일 이 책을 자료로 한 성교육이 실시된다면 그것은 더할 나위없이 좋겠지만, 한편으로는 잘못하면 아이들 흥분만 시키는 꼴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실컷 흥분시켜놓고 애들 화장실가서 딴짓하다오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

  이 자리를 빌어 이야기하지만 나 역시 자위를 해봤고, 지금도 한다. 그것은 이상할 것이 못된다. 너무 억압된 분위기 속에서 자위하는 것이 마치 무슨 변태같은 행위인양 비춰지는 현실이 더 이상한 것이다. 대개의 남자들은 자위를 하며, 일부는 결혼 한 뒤에도 자위를 한다고 한다. 나야 결혼을 안했으니 모르겠지만. 또 난 여자는 아니지만 들은 바에 의하면, 남자들만큼 대부분은 아닐지라도 여자들도 자위를 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남녀를 불문하고 자위는 친한 사이에서도 쉽게 입에 담기 어려운 소재임에 틀림없다. 첫경험이나 섹스에 대한 이야기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나 역시 이런 이야기를 친한 친구 사이에도 입에 담지 않는다.

  성적인 이야기를 쉽게 한다는 것은 두 가지 다른 의미를 지닌다. 첫번째, 나는 개방적이다. 나는 항상 열려있다. 수많은 여성과 키스를 했고, 섹스를 했다. 그러니 누구든 원하는자 나에게 오라. 뭐 이런 뉘앙스를 풍긴다. 아니면 나에게 오라 까지는 아니더라도 나 경험 많아 하고 자랑하는 듯한 뉘앙스. 두번째, 나는 사회에서 금기시된 소재에 대해서 아무렇지 않게 말 할 수 있다. 자신이 보통 사람들보다 뭔가 확실히 깨어있다고 스스로를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나는 이런 주제에 대해서도, 나의 경험에 대해서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이야기할 수 있어요, 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내가 성적인 이야기를 쉽게 이야기하지 않는 것은, 내가 개방적이지 않기 때문도 아니고, 내가 깨어있지 않기 때문도 아니다. 그렇다고 내가 개방적이거나 깨어있다는 말은 아니다. 그렇다고 또 정반대라고 이야기하기도 뭣한 정도이지만. 남녀가 모여있는 자리에서 성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은, 상대방이 성에 대한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함부로 말 할 수가 없다. 만일 그 사람이 성에 완전 보수적이고, 섹스는커녕 자위조차 생각지도 않았던 사람이라면 아주 작은 발언이라 할지라도 큰 실례가 된다. 이런 이유에서, 또 내가 헤픈 놈으로 보이고 싶지 않아서 라는 이유로, 마지막으로 내가 누군가와 관계를 했다면 그것은 내게나 그 사람에게나 비록 헤어졌다하더라도 소중한 경험이고, 깨진 사랑이지만, 어쨌든 사랑이었기 때문에, 그 소중한 기억들을 고이 혼자 간직하고 싶다는 이유를 들 수 있다.

 이 책은 내게 자위, 섹스, 관계, 사랑, 동성애, 페미니즘, 낙태 등의 여러가지 주제들에 대해서 진지하게 다시한번 생각해볼 기회를 주었다. 청소년뿐 아니라 나이든 어른들까지도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다. 강.력.추.천.

 

추가 발언 첫번째.

<섹스북>의 세 명의 대화자 중 30대 직장인 여성 울리케는 이런 말을 한다.

"관계의 첫번째 조건은 독립성을 인정하는 거지만 두번째 조건은 공통성 또는 연대감을 갖는 일이에요. 사랑하는 사람들은 서로 공통점을 찾으려 애쓰죠. 두 사람의 공통성이나 연대감이 관계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수록 그 관계는 오래 지속될 수 있죠. 애정도 쉽게 변하지 않구요. 일상생활에서 찾을 수 있는 여러 가지 공통점, 그러니까 식사습관이나 잠버릇 같은 건 여기서 굳이 얘기하지 않겠어요. 제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만 얘기할래요. 전 정치적인 입장이나 관심이 저와 완전히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된다는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제 모든 친구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사는지 전 알고 있어요. 제 친구들도 모두 제 생각을 알고 있구요. 물론 그 생각들이 언제나 서로 정확하게 일치하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입장은 다들 같지요. 정치적 관점이 일치한다는 뜻이에요." 230-231

나 역시 사랑하는 사람과의 연대감을 중요시 한다. 공통점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만일 공통점이 별로 없다면 그 관계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일단 사귀기로 했으면, 그 사람과 내가 함께 관심갖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부분이 어딘지 찾아본다. 나 역시 울리케와 마찬가지로 정치적인 입장이 다른 여자와는 만나기 힘들다. 아예 정치적 입장이 다른 여자는 이성으로서의 관심대상에서 삭제해버린다. 나의 정치성이야 여기저기서 밝힌바 있으니 따로 언급하지 않아도 될듯 하고. 단 이정도는 봐줄 수 있다. 난 스타벅스의 최고운영자(?)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간의 전쟁에서 이스라엘에 무기 구입비를 대주고 있다는 기사(?)를 어디서 봤고, 그래서 난 스타벅스는 안간다. 하지만 어떤 여자가 스타벅스를 좋아한다고 해서 내가 이 여자를 멀리해야 할 이유는 없다. 이 정도의 아량은 보여줄 수 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의 그 사람의 정치적 성향은 적어도 같아야 한다.

 

추가 발언 두번째.

다른 모든 성행위에는 '혼전섹스'라는 이름을 붙여, 결혼을 통한 성생활보다 뭔가 부족하고 열등한, 또는 문제 있는 것으로 보려는 생각이 그것입니다. 그러나 결혼 전의 모든 관계들을 평가절하하는 셈이며, 자신의 혼전 파트너 또는 결혼을 전제로 하지 않은 상대바을 모르모트나 스파링 파트너 정도로 생각한다는 뜻이 됩니다. 232

울리케의 발언은 아니다. 권터 박사의 발언인 듯 보이는데, 이에 동감한다. 내가 이미 헤어진 전 여자친구와 만일 관계를 가졌다, 그리고 나는 결혼했다, 그 상황에서 나의 결혼 상대자와 나의 섹스는 성스러운 것이고, 나의 이전의 여자친구와의 섹스는 열등한 것이다라는 생각은 아니올시다 이다. 결혼하게 된 여성이건 헤어진 여성이건 간에 나와 그 여자와의 관계는 모두 소중한 것이다. 누구는 연습상대고 누구는 실전상대다 라는 생각은 매우 어리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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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6-02-13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 저도 이 책 읽고 싶어져요
"킨제이 보고서" 라는 영화도 예상과 달리 얼마나 진지한지, 졸았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아프락사스님 사진 너무 멋지세요 ^^

마늘빵 2006-02-13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감사합니다. '킨제이 보고서' 저도 봤는데 네 거의 다큐죠. 이 책은 그 정도 수준은 아니고 대화자체가 조금 적나라하고 야하긴해요. ^^

rosa 2007-03-22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이 책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음흉한 웃음소리가 아니라 제가 좀 이래 웃습니다. 오해마시길.. ^^) 저는 사진이 없어서 정말 아쉬웠습니다. 나중에 꼭 사진있는 책을 사봐야겠다고 결심을 했는데 아직 이루지 못한 꿈입니다. ^^ 이 책 광고도 조금 쇼킹했던 것 같네요. 이화여대 학생들이 학교에서 처벌받았던 거 맞지요? 여대생들이 저속하게 성을 얘기했다고.. 기억이 좀 어렴풋하지만.. ^^

마늘빵 2007-09-18 08:30   좋아요 0 | URL
요걸 이제 봤네요. :)

이화여대생들이 처벌받은건 뭔가요? 저는 처음 듣는 이야기라. 음.
이 책을 보다가?? -_-a
근데 제목 때문에 길거리 돌아다니며 보긴 거시기한 책이에요.
 
얼굴 빨개지는 아이
장 자끄 상뻬 글 그림, 김호영 옮김 / 열린책들 / 199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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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장 자끄 상뻬의 <속 깊은 이성 친구>에 이어 읽게 되는 두번째 작품, <얼굴 빨개지는 아이>. 이 책은 왕따에 관한 문제를 안고 있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는 그저 내던져놓을 뿐이다. 어떤 문제에 대해서 시시콜콜 이야기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는 넓은 폭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의 글과 그림이 더욱 푸근한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 많은 갈래의 가능성 중에 왕따를 읽었을 뿐.

  시도때도 없이 얼굴이 빨개지는 아이가 있다.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는다. 너는 얼굴이 왜 이렇게 빨간거니? 친구들은 함께 놀아주지 않는다. 얼굴 빨간 아이는 정작 빨개야 할 때는 빨개지지 않는다. 아무도 없는 공터에서 스스로 자문자답하며 놀다가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한 아이를 발견한다. 계단에서 재채기 소리가 크게 들려온다. 이 아이는 감기에 걸린 것이 아니라 시.도.때.도 없이 재채기를 해대는 것이다. 이녀석. 그때부터 둘은 둘도 없는 친구. 왜냐면 둘다 왕따고 왕따의 심정을 아니깐.

  장 자끄 상뻬는 참 그림을 잘 그린다. 그의 그림이 멋드러지거나 묘한 색채를 품거나 그림 자체가 예술성이 있거나 하지는 않다. 그러나 그는 그림으로서 메세지를 전달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또 그 메세지는 그가 그림을 의도하고 그림으로써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림을 내던져놓고서 거기서 자연스럽게 독자가 추측해낼 수 있는 메세지다. 별 다를 게 없지만 간결하고 귀엽고 깜찍한 대충 그림 이 그림들이 참 좋다. 한 두개의 그림을 제외하고는 텅 비어있는 흰 종이의 공간의 여백도 좋다.

  여담이지만, 나도 얼굴이 잘 빨개진다. 마르슬랭과 같이 시도때도 없이 빨개지는건 아니지만 부끄러울 때나, 쑥쓰러울 때나, 술 마실 때나 기타 등등의 아주 사소한 이유 하나로도 얼굴이 금방 빨개진다. 학교서도 학생들을 가르칠 때 내가 말해놓고 부끄럽거나 쑥쓰럽거나 할 땐 금방 얼굴이 시뻘개져서 애덜이 나보고 그런다. "선생님, 얼굴 빨개졌어요."  아 근데 그 말을 들으면 더 빨개지는 기분. 얼굴이 후끈 달아올라 따땃해진다. 난 뭐 얼굴 빨개져서 왕따 당하거나 그런건 없지만 얼굴 빨개지는 아이 라는 제목이 날 끌리게 했다. 참 좋은 작품. 추천합니다. 흠. 한 15분이면 다 볼 수 있지만 천천히 사색하며 넘기면 더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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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06-02-08 0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좋아해요 ^^

마늘빵 2006-02-08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이 사람만의 작품은 아니지만 <꼬마니꼴라>도 보고 싶어졌어요.

월중가인 2006-02-08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이 책좋아하는데 라울따뷔랭도 장 자끄쌍빼 맞죠? 그것도 재밌었어요

마늘빵 2006-02-08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라울따뷔랭은 머에요?

월중가인 2006-02-08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거 자전거를 못타는 아이라고 나오나요? 그 책도 재밌어요 장 자끄 쌍빼 좋아하시면 한번 읽어보셔도//

마늘빵 2006-02-08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제목은 아는데 아직 못봤어요. ^^ 쌍뻬 그림이 너무 귀여워요.

가넷 2006-02-15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빼 그림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던데...^^ 파스칼이라고 하나요? 잘은 모르지만 내용을 떠나서 그 그림체만 봐도 마음이 편해지더라구요..ㅋ;

마늘빵 2006-02-15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로님 처음 뵙습니다. ^^ 저도 상뻬의 그림이 편안해요. 욕탕에 따뜻한 물 받아놓고 들어가서 사지를 쭉 늘어뜨리고 있는 기분이랄까요. 자주 뵈어요. 님 서재에 가봐야겠네요.
 
섹스북
귄터 아멘트 지음, 이용숙 옮김 / 박영률출판사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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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물론 우연히 얻어지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그 자체가 우연은 아니다.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이미 어린 시절에 체득하게 되는 하나의 능력입니다. 따뜻함, 정다움, 친근감, 신뢰감, 개방성. 이런 것들이 '행복능력'의 원천이지요. 어린 시절부터 불만과 결핍, 두려움과 불신 속에서 자라나면 그 아이는 냉혹하고 비정하고 양보심 없는 어른이 되기 쉽습니다.
그리고 돈이나 명예나 권력을 차지해, 잃어버린 행복을 그런 것으로 보상받으려 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부모가 자녀에게 가져야 할 의무란 꼭 한 가지입니다. 자녀가 행복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 행복을 주기 위해 꼭 필요한 경우에는 투쟁하는 일입니다. 어린 시절의 행복이 어른이 된 이후의 행복을 결정하니까요.-178쪽

무조건 공부만 또는 일만 열심히 해서 성공한 사람들, 그 성공의 과정에서 동료나 친구들을 짓밟고 올라서서 화려한 경력을 쌓은 사람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제대로 '성숙한' 어른으로서 이런 대가를 얻는 일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여태 '성숙하지 못한' 것이겠지요. 이렇게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감정이 메말라 있고 남들에게 다정한 배려를 할 줄 모릅니다. 머릿속에 들어있는 것이라곤 돈과 성공, 철저한 자기통제와 명확한 일처리가 전부죠. 이런 것들을 가리켜 그 사람들은 성숙한 태도라고 부릅니다.
여러분이 어른이 되었을 때 어떤 유형에 속하게 될지는 여러분이 '철없는' 첫사랑의 경험에 편을 드느냐, 그런 따위를 거부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입니다. 정의롭지 못한 일에 대한 분노, 거짓말과 사기에 대한 혐오도 역시 '미성숙'에 속하는 표현입니다. 세상에서 '성숙한 사람'으로 인정을 받으려면 필요에 따라서는 부정행위에 동조하고 거짓에 눈을 감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므로 우리 사회에서 성숙한 인간으로 간주되는 사람들은 흔히 생명력을 잃어버린 사람들입니다. 미성숙한 사람들만이 정말 살아 있는 것처럼 살 수 있습니다. 이 '미성숙'쪽으로 자신의 삶을 결정한 사람들은 나이가 든 뒤에도 이제까지의 인습을 뒤흔드는 항상 새롭고 놀라운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것입니다. -181-182쪽

페니스의 불룩한 부분이 눈에 뜨일 정도로 몸에 꼭 끼는 청바지를 입는 남자들이나 젖가슴이 두드려져 보이도록 몸에 끼는 티셔츠를 입는 여자들은 우리 마음 속에 있는 은밀한 '노출증'의 경향을 내비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늘 부드럽고 포근한 성해위를 꿈꿀 수도 있습니다. 그건 우리 마음 속에 잠재해 있는 가해충동(새디즘)의 순간적인 발현이지요.-186쪽

공동의 친구들 역시 두 사람의 파트너 관계에 속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둘의 관계에서 완전히 충족될 수 없는 요구를 위해 각자의 친구관계를 각각 유지해 가길 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독립적인 부분을 인정하려 들지 않거나 그런 부분들을 억지로 두 사람 공동의 관계 속에 끌어들이려 해서는 안 됩니다. 모든 일을 함께 하고 모든 인간 관계를 공유하려는 마음의 자세 안에 질투심의 뿌리가 자리잡고 있는 것입니다.
많은 사랑의 관계가 깨지는 이유는 두 사람이 함께 있기 어려워서가 아니라 각자 독립해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온종일 포옹한 자세로 또는 상대방에게 빠져서 함께 누워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서로 거리를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는, 두사람의 관계 이외에 우리가 바라는 소망들을 채우지 못해 결국 불만에 빠지고 상대방을 비난하게 됩니다. -222쪽

"관계의 첫번째 조건은 독립성을 인정하는 거지만 두번째 조건은 공통성 또는 연대감을 갖는 일이에요. 사랑하는 사람들은 서로 공통점을 찾으려 애쓰죠.
두 사람의 공통성이나 연대감이 관계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수록 그 관계는 오래 지속될 수 있죠. 애정도 쉽게 변하지 않구요. 일상생활에서 찾을 수 있는 여러 가지 공통점, 그러니까 식사습관이나 잠버릇 같은 건 여기서 굳이 얘기하지 않겠어요. 제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만 얘기할래요. 전 정치적인 입장이나 관심이 저와 완전히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된다는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제 모든 친구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사는지 전 알고 있어요. 제 친구들도 모두 제 생각을 알고 있구요. 물론 그 생각들이 언제나 서로 정확하게 일치하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입장은 다들 같지요. 정치적 관점이 일치한다는 뜻이에요." (울리케의 말)-230-231쪽

다른 모든 성행위에는 '혼전섹스'라는 이름을 붙여, 결혼을 통한 성생활보다 뭔가 부족하고 열등한, 또는 문제 있는 것으로 보려는 생각이 그것입니다. 그러나 결혼 전의 모든 관계들을 평가절하하는 셈이며, 자신의 혼전 파트너 또는 결혼을 전제로 하지 않은 상대바을 모르모트나 스파링 파트너 정도로 생각한다는 뜻이 됩니다.-2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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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깊은 이성 친구 (작은책)
장 자끄 상뻬 글 그림,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5월
품절


"감정의 저울질이 필요없는 참으로 무던한 사람과 담백하게 살았으면 좋겠다"(P14)

남자와 여자, 두 사람이 사귀는 과정에서 수없이 저울이 오르락내리락한다. 내가 이 여자를 더 좋아하는거 같아. 나의 이 여자에 대한 감정이 70%라면, 이 여자의 나에 대한 감정은 30% 밖에 안돼. 흙흙. 저울은 항상 돌아간다. 50:50이면 딱 좋으련만 어느쪽으로 항상 기울어져있다. 그것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우리의 행복은 우주 처럼 한이 없었다. 우리는 그 행복을 이야기하고 싶었고, 큰 소리로 알리고 싶었다. 그런데 누구에게 알리지? 우리 친구들 가운데 그 행복의 깊이를 헤아릴 줄 알고 그것의 찬양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렇게 생각한 우리는 그 행복을 어떤 식으로든 구체적으로 형상화해 보기로 했다. 나는 우리의 행복을 주제로 몇 쪽에 달하는 글을 썼다. 그녀는 그 글을 이해하지 못했다. 반면에, 로르는 한 폭의 그림을 그렸다. 그 그림은 나를 완전히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우리는 크나큰 의혹을 품은 채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P36)

"실연의 아픔은 홀로 견뎌야 한다. 하지만 집 안에 틀어박힐 필요는 없다. 오히려 사람들 속에 있을 때 자기가 혼자라는 느낌을 더욱 뼈저리게 실감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P70)

배 머리에 여자들이 엎드려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각 배의 또다른 끝에는 남자들이 각자 낚시를 즐기고 있다. 이 그림은 이 책의 가장 끝에 실려있고, 글귀도 없다. 알아서 생각해보시길. 이 책에 실린 모든 그림 중에 난 이 그림에서 가장 오래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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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깊은 이성 친구 (작은책)
장 자끄 상뻬 글 그림,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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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 자끄 상뻬. 그의 이름은 익히 들어왔다. 누군지는 잘 몰랐지만 익숙한 이름이다. 많이 들어본. <속 깊은 이성 친구>는 상뻬가 직접 그리고 쓴 작품이다. 그는 글쟁이이기보다는 그림쟁이다. 그가 직접 그리고 쓴 작품은 <얼굴 빨개지는 아이> <자전거를 못타는 아이> <뉴욕 스케치> <사치와 평온과 쾌락> <거창한 꿈> <어설픈 경쟁> <겹겹의 의도> 등 셀수도 없다. 하지만 그가 그림으로만 참여한 작품은 더더욱 셀 수도 없다. 독자들은 모두 그를 분명히 접했다.  그의 순수작품이 아닌 그림으로만 참여한 작품은 '장 자끄 상뻬 그림'이라는 문구는 삽입되지만 독자들은 책의 글을 쓴 저자를 확인하지 그림을 그린 자를 주목하진 않는다. 읽지는 않았어도 누구나 다 들어본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좀머 씨 이야기>,  르네 고시니의 <꼬마 니콜라> 시리즈는 모두 그가 직접 그린 그림을 담고 있다.

   그의 그림은 어떻게 보면 대충 그린 듯 하다. 연필로 대충대충 윤곽 잡고 시간 없어서 물감 옅에 발라놓은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그의 그림은 힘이 있다. 작품을 감상하는 이의 마음 속에 들어가, 머리 속에 들어가 깊이 느끼고 생각하게 만든다. 어떤 이는 그의 그림은 괜찮은 소설책 3천권 이상의 효과를 낸다고까지 말했다. 독자를 편안하게 끌어들여 한동안 그곳에 머물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것은 그림의 화법이나 붓의 힘이 아니다. 그림이 주는 메세지의 힘이다. 그의 그림에는 메세지가 있다. 아주 단순한 그림이지만 그가 그 그림을 그리기까지는 수많은 생각들을 했고, 그것을 거쳐 나온 결과물이다.  

  이 책에는 그가 직접 그린 그림과 그가 직접 그림에 대해 쓴 글이 매장마다 오른쪽과 왼쪽에 각각 배치되어 있다. 우리가 여자친구를 사귀며, 남자친구를 사귀며 느끼게 되는 작은 감정들을 풀어놨다고 할까. 그러나 대놓고 말하지는 않는다. 항상 여운을 남겨주며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게끔 만들어준다. 그런 점이 좋다. 상황에 대한 답을 내리지 않고 그림으로 대신하며 그림을 통해 느끼게 만든다. 대답은 각자의 마음과 머리 속에 있다.  

 간단한 그림 한장의 힘, 간단한 글귀 하나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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