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북
귄터 아멘트 지음, 이용숙 옮김 / 박영률출판사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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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물론 우연히 얻어지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그 자체가 우연은 아니다.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이미 어린 시절에 체득하게 되는 하나의 능력입니다. 따뜻함, 정다움, 친근감, 신뢰감, 개방성. 이런 것들이 '행복능력'의 원천이지요. 어린 시절부터 불만과 결핍, 두려움과 불신 속에서 자라나면 그 아이는 냉혹하고 비정하고 양보심 없는 어른이 되기 쉽습니다.
그리고 돈이나 명예나 권력을 차지해, 잃어버린 행복을 그런 것으로 보상받으려 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부모가 자녀에게 가져야 할 의무란 꼭 한 가지입니다. 자녀가 행복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 행복을 주기 위해 꼭 필요한 경우에는 투쟁하는 일입니다. 어린 시절의 행복이 어른이 된 이후의 행복을 결정하니까요.-178쪽

무조건 공부만 또는 일만 열심히 해서 성공한 사람들, 그 성공의 과정에서 동료나 친구들을 짓밟고 올라서서 화려한 경력을 쌓은 사람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제대로 '성숙한' 어른으로서 이런 대가를 얻는 일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여태 '성숙하지 못한' 것이겠지요. 이렇게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감정이 메말라 있고 남들에게 다정한 배려를 할 줄 모릅니다. 머릿속에 들어있는 것이라곤 돈과 성공, 철저한 자기통제와 명확한 일처리가 전부죠. 이런 것들을 가리켜 그 사람들은 성숙한 태도라고 부릅니다.
여러분이 어른이 되었을 때 어떤 유형에 속하게 될지는 여러분이 '철없는' 첫사랑의 경험에 편을 드느냐, 그런 따위를 거부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입니다. 정의롭지 못한 일에 대한 분노, 거짓말과 사기에 대한 혐오도 역시 '미성숙'에 속하는 표현입니다. 세상에서 '성숙한 사람'으로 인정을 받으려면 필요에 따라서는 부정행위에 동조하고 거짓에 눈을 감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므로 우리 사회에서 성숙한 인간으로 간주되는 사람들은 흔히 생명력을 잃어버린 사람들입니다. 미성숙한 사람들만이 정말 살아 있는 것처럼 살 수 있습니다. 이 '미성숙'쪽으로 자신의 삶을 결정한 사람들은 나이가 든 뒤에도 이제까지의 인습을 뒤흔드는 항상 새롭고 놀라운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것입니다. -181-182쪽

페니스의 불룩한 부분이 눈에 뜨일 정도로 몸에 꼭 끼는 청바지를 입는 남자들이나 젖가슴이 두드려져 보이도록 몸에 끼는 티셔츠를 입는 여자들은 우리 마음 속에 있는 은밀한 '노출증'의 경향을 내비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늘 부드럽고 포근한 성해위를 꿈꿀 수도 있습니다. 그건 우리 마음 속에 잠재해 있는 가해충동(새디즘)의 순간적인 발현이지요.-186쪽

공동의 친구들 역시 두 사람의 파트너 관계에 속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둘의 관계에서 완전히 충족될 수 없는 요구를 위해 각자의 친구관계를 각각 유지해 가길 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독립적인 부분을 인정하려 들지 않거나 그런 부분들을 억지로 두 사람 공동의 관계 속에 끌어들이려 해서는 안 됩니다. 모든 일을 함께 하고 모든 인간 관계를 공유하려는 마음의 자세 안에 질투심의 뿌리가 자리잡고 있는 것입니다.
많은 사랑의 관계가 깨지는 이유는 두 사람이 함께 있기 어려워서가 아니라 각자 독립해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온종일 포옹한 자세로 또는 상대방에게 빠져서 함께 누워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서로 거리를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는, 두사람의 관계 이외에 우리가 바라는 소망들을 채우지 못해 결국 불만에 빠지고 상대방을 비난하게 됩니다. -222쪽

"관계의 첫번째 조건은 독립성을 인정하는 거지만 두번째 조건은 공통성 또는 연대감을 갖는 일이에요. 사랑하는 사람들은 서로 공통점을 찾으려 애쓰죠.
두 사람의 공통성이나 연대감이 관계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수록 그 관계는 오래 지속될 수 있죠. 애정도 쉽게 변하지 않구요. 일상생활에서 찾을 수 있는 여러 가지 공통점, 그러니까 식사습관이나 잠버릇 같은 건 여기서 굳이 얘기하지 않겠어요. 제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만 얘기할래요. 전 정치적인 입장이나 관심이 저와 완전히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된다는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제 모든 친구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사는지 전 알고 있어요. 제 친구들도 모두 제 생각을 알고 있구요. 물론 그 생각들이 언제나 서로 정확하게 일치하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입장은 다들 같지요. 정치적 관점이 일치한다는 뜻이에요." (울리케의 말)-230-231쪽

다른 모든 성행위에는 '혼전섹스'라는 이름을 붙여, 결혼을 통한 성생활보다 뭔가 부족하고 열등한, 또는 문제 있는 것으로 보려는 생각이 그것입니다. 그러나 결혼 전의 모든 관계들을 평가절하하는 셈이며, 자신의 혼전 파트너 또는 결혼을 전제로 하지 않은 상대바을 모르모트나 스파링 파트너 정도로 생각한다는 뜻이 됩니다.-2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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