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주최 우석훈씨와의 만남에 다녀왔다. 들어오니 아침이다. -_-  아무래도 평일 오후인지라 직장인들이 몇몇 참석하지 못한것 같은데도 불구하고 강의실은 꽉 찼다. 알라딘에서는 고맙게도 값비싸고 칼로리 높은 크리스피 도넛이랑 - 박스채로 남아서 막 주던데 좋아하지만 살찔까봐 못본척했다 - 음료까지 준비해놓으시고. (근데 우석훈씨의 <88만원 세대>를 읽고 공감한다면 스타벅스나 크리스피 도넛 등의 거대 프란차이즈점은 이용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래도 맛있다고 가끔 한두번 들르는 거야 어쩔 수 없지만 자주 이용하지는 말아야지. 스타벅스는 원래 정치적인 의도로 가지 않았었다. 여태 한 5번 갔나. 만나는 사람이 굳이 원할 때에만.)

일단 우석훈씨는 <88만원 세대>와 이후의 작업들에 대한 전체 얼개와 하고자하는 작업의 목적 등을 설명하셨고, 이후 알라딘 사람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내가 가장 물어보고 팠던건, 현재의 경제상황과 원인, 전망은 대략 공감하겠는데, 그럼 여기서 우리가 해야할 것은 무엇인가, 88만원 세대들이 토익책을 덮고 짱돌을 들고 일어나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이 책을 읽은 청와대와 대기업 회장을 비롯한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잘못을 깨닫고 그동안 자신들이 꿀꺽한 지분을 88만원 세대들에게 양도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였다.

우석훈씨는 이에 대해 10가지 정도 나름의 정답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책에서 제시할 순 없었다고 했다. 그건 정답지를 주고서 우리가 선택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주관식으로 문항을 제시하고, 88만원 세대들이 알아서 정답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라 했다. 너희들의 상황이 이렇고 저렇다는걸 지적했고, 충분히 공감했다면 너희들 사이에서 다양한 의견이 오가야하고, 그런 과정 끝에 어떤 하나의 행동으로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걸 당사자가 아닌 누군가가 나서서 대신 해줄수는 없다는 것이다. 아마도 프랑스 고교생들이 전국적으로 들고 일어나 대학등록금을 낮추고 대학에 번호를 매기게 한 상황을 염두에 두신 듯 하다. 한국의 88만원 세대들이 이 같은 결집을 보여주기를 원하면서. <88만원 세대>에 대한 비판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이 그것이다. 자 상황은 알겠다, 그런데 어떻게 할 것인가, 우석훈씨는 자신이 생각한 해답은 있지만 그걸 당사자들이 찾도록 내버려둔 것이다. 스스로 해답을 찾는 과정 자체에서 이미 88만원 세대들은 그들간의 결집을 하게 될 것이므로. 20대가 20대를 싫어하고 피하는 현재의 최악의 상황은 극복될 것이리라 본다.

하지만 또 한 가지 문제점은, 20대가 과연 뭉칠 것인가, 하는 점인데, 이에 대해선 나는 회의적이다. 절대로 20대는 20대를 배려하거나, 그들끼리 어떤 논의를 통해, 사회에 맞서거나 협의를 하려하지 않을 것이다. 이게 가장 큰 문제라면 문제인데, 당사자들이 당사자들의 상황을 외면하는 것이다. 그들은 그 어떤 세대보다 합리적이고, 자신의 이득에 관심이 많고, 어려운 상황에서 일단 내가 벗어나는 것이 그들 개개인의 첫번째 목적이 될 것이므로. 어제 함께 했던 지승호씨의 말마따나 하나씩 광장에 끌려나와 총살당하는데, 수많은 동료들이 모두 숨죽이고 미동도 하지 않는 꼴인 셈이다. 내가 저들의 선택을 받지만 않는다면 괜찮아, 라고 스스로 위로하고, 그러다 선택받으면 모든 걸 포기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현재 88만원 세대 당사자들 사이에서는 뭉치려는 움직임이 안보이지만, '88만원 세대'라는 용어가 언론이나 정계에서 오르내리고 있다는 사실이고, 이 책을 봤을 소수의 88만원 세대들 뿐 아니라 그렇지 않은 이들까지도 신문 기사나 뉴스를 통해서 접할 수 있단 사실이다. (우석훈씨는 이 책이 88만원 세대들 사이에서 많이 읽혔으면 한다. 프랑스의 젊은이들이 모두들 사르트르의 <존재와 무>를 읽었던 것처럼. 그렇게해서 그들이 모이길 바라시는 듯 하다. ) 하지만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현재로선 <88만원 세대>를 읽은 소수의 당사자들 간에 움직임이 있다해도 영향력은 매우 작고 미미할 것이다. 최대한 널리 알려서 그들이 자신의 상황을 깨닫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의식있는 4,50대 세대들에서도 이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들이 소유한 지분을 88만원 세대들에게 양보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지승호님과의 인연이 있어 참석하게 된 우석훈씨와의 술자리는 매우 즐거웠다. 우석훈씨를, 솔직하고 적나라한 언어구사로 '학자' 로서보다는 함께 모여 이야기하는 한명의 '블로거' 정도로 여기게 됐다는. 11시에 가신다더니 계획된 시간을 훌쩍 넘어 차가 끊긴 늦은 시간까지 함께 해주신 우석훈씨에게 감사드린다.

p.s.

>> 접힌 부분 펼치기 >>



댓글(2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BRINY 2007-11-17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금했는데 잘 읽었습니다.

이매지 2007-11-17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악!!!!!!!!!!!!!!!!!!!!!!!!!!!!!!!!!
당첨되놓고도 몰라서 못간 저는 뭡니까 ㅠ_ㅠ
이제사 당첨자 명단을 확인한 -_-;;

마늘빵 2007-11-17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라이니님 / :)
매지님 / 왜 안보이나 했어요. -_-

승주나무 2007-11-17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인의 무한도전에 대해서는 각주가 필요할 듯.. 나만 빼고 다 재미있으면 재미없는 거잖아........요~ㅋㅋ

웽스북스 2007-11-17 23:12   좋아요 0 | URL
웬디양의 각주 - 승주나무님이 제일 재밌어보였어요! ^^

마늘빵 2007-11-18 09:55   좋아요 0 | URL
ㅋㅋㅋ 맞아요. 승주나무님이 제일 재밌어보였어요.

프레이야 2007-11-17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악 잘 다녀오셨군요. 아침에 돌아오시고 ㅎㅎ
사진도 보여주시잖구요..
내용 잘 읽었습니다.

비로그인 2007-11-17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

마늘빵 2007-11-18 10:09   좋아요 0 | URL
엥 G-ego 란 사람말구 하나 더 나타났네. -_-
참 할 일 없으십니다. 점수나 매기고 있고.
에라 기분이다. +7

비로그인 2007-11-18 14:48   좋아요 0 | URL
D+

마늘빵 2007-11-18 22:31   좋아요 0 | URL
댓글을 달려면 정식으로 달고, 아니면 아예 오지를 마세요.
참 할 일도 없구만. 또 달면 삭제하겠습니다. 삭제해도 또 달면 불량 블로거로 신고해드릴게요. :)

자, A+ 로 수정.

Jade 2007-11-17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역시 논문이 끝나자마자 제대로 노시는군요 ㅋㅋ

웽스북스 2007-11-17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다운 후기네요 ㅎㅎ
저도 강연장 들어서자마자 크리스피도넛 보고 좀 놀라긴 했어요- 다른 강의라면 몰라도, 우석훈 박사님 강의에는 절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_-

라주미힌 2007-11-18 0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리스피도넛 유명한건가봐요? 처음먹어봤는데 달기만 하고 맛없던데...

미즈행복 2007-11-18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너무 좋으셨겠어요. 아이구, 부러버라~
값진 시간보내셨으니 이제 기분 충전 100% 되셨겠어요!

마늘빵 2007-11-18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 / 사진은 패스에요. 승주나무님이 그렇게 찍는거 제가 다 피했어요. -_- 제가 상태가 별로 아니라.
제이드님 / 음 그러게말야. '제대로' 논다기엔 너무 작게 노는거같아.
웬디양님 / 크리스피가 우석훈씨 강의랑 안어울리긴했죠. -_- 거대 프랜차이즈 도넛가게와 88만원 세대는.
라주미힌님 / 그거 유명해요. 예전엔 매장에 가면 사람들 줄서있었어요. 저도 두번 사먹어봤는데 칼로리 높고 비싸서 안먹어요. 근데 맛없다면 상자는 통째로 가지고 가셨잖아요. ㅋㅋㅋㅋ 회사분들 드리셨나.
미즈행복님 / :) 기분 업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12월말까지 올해를 기분 좋게 보내야겠습니다.

웽스북스 2007-11-18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리스피 맛있죠- 입에서 사르르 녹고 ^^ 예전에 이홍의 걸프렌즈를 읽고 크리스피 도넛에 비유한 적이 있었어요- 달콤하고 순식간에 먹을 수 있지만 하나 이상은 절대 먹고 싶지 않다. 이게 트렌디한 오늘을 보여주는 척 하지만, 절대 현실이 아니다.
크리스피 매장에서 줄 길게 서있는 건, 가면 하나씩 공짜로 줘서 그럴 거에요- 첨에 마케팅을 그렇게 시작했거든요- 저는 매장엔 한번도 가본 적이 없고, 회사로 종종 거래처에서 보내줘서 그럴 때마다 꼭 하나씩만 먹어요- (그래도 하나 먹을 땐 매우 기뻐하며 먹어요, 쫌 단순해서 ㅋㅋ)

마늘빵 2007-11-18 21:55   좋아요 0 | URL
저는 두 개, 세 개도 먹을 수 있는데, 칼로리 높아서 안먹어요. 근데 사실 술도 칼로리로치면 만만찮은데 술자리는 사양하지 않는다는. -_- 요즘도 하나씩 나눠주나 모르겠네요. 전엔 저도 하나 공짜로 받아먹었는데. 안가야죠.

sapa 2007-11-18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은 지켜보지만 결국 자신의 운명도 총살뿐이라는 걸 모두가 자각하게 되면 행동으로 옮겨지겠죠. 아직 때가 오지 않은 듯 합니다.

마늘빵 2007-11-18 22:30   좋아요 0 | URL
첨 뵙습니다. 사파님. 음, 네 아직 그 정도로 억눌리지 않은 탓이기도 하겠지만, 그 '때'라는게 올지도 의심이 갑니다. 우석훈씨의 고민에 대해 '알고'있는 이들은 88만원 세대 중 극히 소수일 것이고, 해봐야 그들만의 저항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에요. 제가 너무 비관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제나 소수가 저항하는 사이에 나머지 다수는 기회를 엿보고 치고 들어가니까요. 20대가 20대를 배반하는 형국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봐요.

순오기 2007-11-20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기 읽고 분위기도 감지해서 감사합니다.
그러면서 다는 엉뚱한 댓글은, 제 서재에 G-ego 6 이라는 댓글을 보고 도대체 이건 뭔 수수께끼야? 했는데 그분이 매기는 점수였군요. 님 덕분에 수수께끼 하나 풀어서 또 감사드립니다. 넙죽~^^

마늘빵 2007-11-20 14:53   좋아요 0 | URL
그 분 아직도 활동 하나 모르겠네요. 즐찾도 안했고, 다른 분 서재에서도 보이지 않으니, 알아서 혼자 잘 놀으시리라 봅니다만, 다른 사람이 또 나타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