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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 유년의 기억, 박완서 타계 10주기 헌정 개정판 ㅣ 소설로 그린 자화상 1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1월
평점 :
그렇다.
심심하다는 건, 죽을 맛이지.
살맛일 리가 없지.
심심하다.
할 일이 태산인데,
심심하다.
바빠 죽겠는데,
심심해 죽겠다.
바빠 죽겠는데 심심해서,
전자도서관에서 전자책을 빌렸다.
'할 일이 태산인데 도대체 왜, 그니까 어째서, 이렇게나 대책없이 심심하단 말인가?'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읽으니 심심하지 않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러니 바쁠 때도 책을 읽을 수 밖에.
하하하하하.
기쁘다.
이제 심심하지 않으니까,
졸음이 온다.
일은 언제 하누.
'소나기가 군대처럼 쳐들어온다는 걸 알고 있었다.'
'소나기의 장막이 우리를 향해 쳐들어 오는 것을 볼 수 있가 있었다.'
'죽자꾸나 뛴다.'
그렇구나.
죽자꾸나, 이 글을 읽었으니 죽자꾸나 뛰어봐야지.
끼야아하하하하하하ㅡ
우리는 그냥 자연의 일부였다. 자연이 한시도 정지해 있지 않고 살아 움직이고 변화하니까 우리도 심심할 겨를이 없었다. 농사꾼이 곡식이나 푸성귀를 씨 뿌리고, 싹트고 줄기 뻗고 꽃피고 열매 맺는 동안 제아무리 부지런히 수고해 봤자 결코 그것들이 스스로 그렇게 돼 가는 부산함을 앞지르지 못한다.
서울 아이들은 소나기가 하늘에서 오는 줄 알겠지만 우리는 저만치 앞벌에서 소나기가 군대처럼 쳐들어온다는 걸 알고 있었다. 우리가 노는 곳은 햇빛이 쨍쨍하건만 앞벌에 짙은 그림자가 짐과 동시에 소나기의 장막이 우리를 향해 쳐들어 오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우리는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기성을 지르며 마을을 향해 도망치기 시작한다. 그 장막이 얼마나 빠르게 이동하나를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죽자꾸나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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