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나 하고 싶어하지만 모두들 하기 싫어하고 아무나 하지 못하는
스터즈 터클 지음, 노승영 옮김 / 이매진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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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다가오더니 신문배달 하겠냐고 묻더군요. 대단한 것처럼 말했어요. 주당 7달러에다 전혀 힘들지 않다고 했어요. 그 사람은 허풍쟁이였어요. 전 사람 말 안 믿어요. 고객 말도 안 믿어요. 돈을 안 줄 때가 있으니까요.


신문 인쇄소 사람들한테도 열 받아요. 57부를 받게 돼 있다고 해보세요. 그사람들은 47부를 보내거나 67부를 보내요. 일요일 아침에는 뒤죽박죽이 돼요. 클리프는 열 부나 열한 부가 남고 저는 열 부나 열한 부가 모자라죠. 항상 그래요. 인쇄업자들은 신경도 안 써요. 일주일에 한 번은 이런 바보 같은 실수를 저지른다고요. 반쯤은 졸고 있거나 그런 것 같아요. 나는 내 일을 하는데 왜 저 사람들은 저 모양인지 모르겠어요. 저도 저 사람들 못지 않게 이 일이 싫어요.


일요일 아침 세 시, 제 기상 시간이에요. 늦게까지 일하면 피곤해요. 하지만 어두운 건 상관 없어요. 물론 가끔가다 부딪히는 일은 있지만요. 개가 튀어나오는 바람에 심장마비 걸릴 수도 있어요. 독일산 셰퍼드 두 마리를 기르는 여자가 있어요. 엄청나게 큰 놈이죠. 키가 1미터도 더 돼요. 한 놈은 저를 안 물어요. 그냥 쫓아와서 달려드며 짖어대죠. 그리고는 가버려요. 다른 놈은, 처음에는 있는 줄도 몰랐어요. 물리고서야 알았죠. 덤불에서 튀어 나왔어요. (짖는 소리 흉내) 돌아보니까 저를 향해 달려오고 있는 거예요. (다리의 상처를 가리키며) 여기를 물었어요. 피도 조금 났어요. 저는 무섭게 노려봤어요.


그자식은 옆집 마당으로 가더니 제가 오지 못하게 막아 섰어요. 하지만 저는 걸어가서 신문을 주고 왔어요. 그 놈 머리에 한방 날리거나 죽여버릴려고 했어요. 뭐라도 하려고 했죠.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났었거든요. 저는 아주머니를 불렀어요. 아주머니는 자기 개가 예방주사를 다 맞았다면서 이렇게 말하더군요. "너를 물었다고? 믿을 수 없어." 제가 말햇죠. "아주머니, 진짜 물었다고요." 아주머니 딸이 합세해서 저를 심문하기 시작했어요. "개가 무슨 색이었지?" "얼마나 컸는데?" "우리 마당에서 우리 개가 그런 게 확실해?" 그리고는 개가 개집 안에 있지 않다는 걸 확인했어요.


먼저, 제가 예방주사를 맞을 필요는 없다고 말하더군요. 그리고 치료비를 주겠다고 했어요. 저는 병원에 가지 않았어요. 피가 그렇게 많이 나지는 않았거든요. 하지만 이렇게 말해줬어요. 내가 그 개와 다시 마주치게 되는 날엔 다른 사람한테 신문 배달 받으라고 그랬어요. 그 개는 요즘 우리에 갇혀 있어요. 저만 보면 으르렁거리죠. 그러면 저도 노려봐줘요.


......


고객 중에는 싫은 사람도 많아요. 신문을 제 자리에 정확히 갖다 놓지 않으면 욕을 퍼붓거든요. 어떤 사람은 15분 동안이나 욕을 해댔어요. 그 욕은 입에 담기도 싫어요. 팔짝팔짝 뛰면서 온갖 욕을 했다고요. 집에 돌아오는 길에 신문 가게 따위 수도 없이 많다고 그랬어요. 아무 데나 들러서 신문을 살 수도 있다는 거예요. 저한테 배달을 시키는 건 편리하기 때문이라나요.


저는 엄청 화가 났어요. 너무 미웠어요. 제가 하는 일이 별것 아니라는 식으로 말하니까요. 그래도 입 꾹 다물고 있었어요. 보급소에서 저한테 화가 나면 배달 일을 잃게 되잖아요. 이 사람은 저한테 도움을 줄 수도 있고 피해를 줄 수도 있어요. 그래서 입 다물고 있었죠.


생각 있는 고객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고객도 많아요. 신문배달 시키면서 은혜를 베푸는 것처럼 뻐기는 사람도 많아요. 신문값은 가게에서 사는 것이나 똑같은데 말이죠. 저한테 뭔가 시켜먹으려고 할 때면 이렇게 협박해요. (듣기 싫은 콧소리로) "안 그러면 신문 끊을 거야."


진짜 참을 수 없는 건요, 수금하러 갔는데 온갖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들이에요. "오늘 딸을 만나러 갈 거란다. 그래, 갈 거야. 우리 딸은 스물두 살이란다." "이것 봐. 아들이 모두 집에 돌아왔어. 이 군복 보이지?" 반 시간이나 그렇게 서 있는 거예요. 그런 사람이 두 세 명 있어요. 항상 저한테 말을 걸어요. 두 시간이나 그 사람들 수다를 듣고 나서야 돈을 받을 수 있었어요. 음, 잘은 모르겠지만 외로워서 그런 게 아닐까요? 근데 아들딸이 있는데 왜 저한테 대고 그러는 걸까요?


젊은 고객들은 자기들도 배달을 해본 적이 있어서 이 일이 얼마나 힘든지 알아요. 사람들이 얼마나 못됐는지도요. 젊은 고객들은 더 잘 해줘요. 팁도 더 많이 주죠. 하루 종일 떠드는 일도 없어요. 신문값 주고 한 번 웃어주는 것으로 끝이에요. 젊은 사람들은 콜라 같은 걸 주기도 해요.


나이 든 사람들은 저를 무서워해요. 대부분 그래요. 처음 서너 주 동안은(잠시 생각) 아주 무서워하는 것 같아요. 자기들을 때리고 돈을 뺏어갈까 겁을 내요. 문틈으로 신문값을 내미는 거예요. 이제는 저를 잘 아니까 집안에 들어오라고 해서 반 시간이나 수다를 떨죠. 아직도 한두 명은 저를 무서워해요. 왜 그러는지 정말 모르겠어요. 저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나이든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가끔 열 받아서 집에 올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냥 심통이 난 정도예요. 애들이 신문함에서 남들 신문을 훔쳐가기도 해요. 그러면 제 수입이 줄어들어요. 신문 한 부 한 부가 다 돈이건든요. 보급소는 책임이 없어요. 다 제가 물어야 해요. 누군가 신문을 훔쳐갔다고 해도 안 믿어줘요.


신문을 배달하면서 사람들이 아주 못됐다는 것이나 사람들한테 물건 살 돈이 없다는 걸 알게 돼서 스스로 더 나은 사람이 된다는데, 저는 이해가 안 되요. 오히려 더 나쁜 사람이 되겠죠. 신문값 안 주는 사람들을 싫어하게 될 테니까요. 그리고 자기한테 큰 은혜라도 베푸는 것처럼 구는 사람들도 좋아할 수가 없어요. 그래요. 나름대로 성격에 영향을 미치긴 하죠. 하지만 그 이상은 아니에요. 신문배달하면 성격이 달라진다는 건 거짓말이에요.


장차 대통령이 될 소년에 대한 이야기, 신문배달 경험 덕분에 대통령이 됐다는 이야기 같은 것들이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어요. 신문배달이 가르쳐준 건 돈이랑 이런 헛소리를 어떻게 다루는가 하는 거예요. 뭘 가르쳐줬는지 아세요? 고객들을 미워하는 법을 가르쳐줬어요. 인쇄업자도요. 물론 개도요. 『일』56~59p.


일하는 사람 133명을 인터뷰해서 글로 옮긴 책. 『일』

우리나라에 번역본이 나온 건 2007년이지만 미국에서는 1974년에 나왔다고 하니 자연스레 나이를 따져보게 된다. 2021-1974=47. 신문배달원 테리 피켄즈는 인터뷰 당시 열네 살. 그럼 지금 환갑을 갓 넘긴 나이... 살아있을까? 어떻게 살았을까? 신문배달이 가르쳐준 것을 어떻게 했을까? 어떤 일을 할까? 또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노려보며 살고 있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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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늙은 산양 이야기
고정순 지음 / 만만한책방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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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늙은 산양의 이야기는 나의 꿈과 정확히 일치한다.
나의 젊은 오빠의 잔소리는 나의 꿈과 확실히 상관없다.
이런 말로 우리의 시간 시간 하루 하루 자세히 그려낼 수 있다면 꿈이야 생시야 아름답다, 꽃잎이 흩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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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나니 공주처럼 사계절 저학년문고 67
이금이 지음, 고정순 그림 / 사계절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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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와 그린이가 다른 그림책을 볼 때는 세 번 이상 읽는다. 글만 쭉 읽고, 그림만 쭉 읽고, 글과 그림 같이 읽고!

매번 새로운 느낌으로 몰입할 수 있었다.

재미있다. 특히 그림이 재미있다. 유난히 몸통(허리인가?)과 목이 긴, 흰 말 그림을 오래 들여다 보았다. 말인데 기린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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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
이연 지음 / 미술문화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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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 권만 선택하라면 이 책이다.
세 권을 선택할 수 있다고 하면, 이 책을 세 권 달라고 하겠다.
백 권을 선택할 수 있다고 하면, 이 책 세 권과 공책 아흔 일곱 권을 달라고 하겠다.
잠시도 망설이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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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3-26 13:5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잘잘라님이 이리 말씀하신다면 이책 장바구니 양탄자 배송으로 끌고갈수밖에 ㅋㅋㅋ

잘잘라 2021-03-26 14:00   좋아요 4 | URL
아싸아~!!! ^_______^

새파랑 2021-03-26 17: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그림에 소질이 전혀없지만 이런 평이면 일단 읽어봐야겠네요

잘잘라 2021-03-26 20:17   좋아요 3 | URL
네! 일단 읽어보셔야합니다! ㅎㅎㅎ 아싸아아~~^^ 👍👍👍😄😄😄

붕붕툐툐 2021-03-26 23: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 정도입니까? 하... 읽겠습니다!ㅋㅋㅋㅋㅋ

잘잘라 2021-03-27 00:04   좋아요 0 | URL
사실 더 더 얘기하고 싶은데 너무 한꺼번에 그러고 싶지 않아서 많이 참은 게 이 정도입니다. ㅎㅎㅎㅎㅎㅎㅎ 😆

딸기홀릭 2021-03-27 23: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요??
너무 읽고 싶어지는데요?

잘잘라 2021-03-27 23:53   좋아요 1 | URL
ㅎㅎㅎ 아싸아~~~!!
저요, 진짜로, 이 책 크기로 공책 100권 만들어서 일기장으로 쓰려고 판촉물 제작 사이트 알아보고 있을 정도로.. 그 정도로 좋아요. ^^
 
매거진 G 1호 나란 무엇인가?
김대식 외 지음 / 김영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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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Shape Our Buildings; Thereafter They Shape Us]


빌딩 대신 책을 넣어도 말이 되고

음식을 넣어도 되고

말을 넣어도 되고

사람을 넣어도 되고

시간을 넣어도 되고

하루를 넣어도,

순간을 넣어도,

일을 넣어도 되고,

다 될 것 같다.

오늘은 '만남'이라는 말을 넣었다.

오늘 '처음' 만나는 사람을 만나러 나간다.

오늘이 나를 어떤 모양으로 만들어 낼런지는 지나고 볼 일이고!

교활하게, 속마음을 감추고, 웃는 낯으로 

만날 계획인데,

어떻게,

?

히읏.



책을 읽는(었)다고 사람마다 훌륭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책에서 지혜도 얻(을 수도 있)지만 교활함도 배우고, 사유의 깊이를 더하기도 하지만 오독하여 사고를 망치기도 한다. - P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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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3-23 09: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밑줄 그은 문장에 공감합니다~!오독 조심 ㅋ

잘잘라 2021-03-23 22:46   좋아요 1 | URL
‘오독‘이라는 낱말을 소리내서 읽으면 뭔가 오독오독 씹어먹는 느낌 나요. ㅎㅎㅎ

새파랑 2021-03-23 23:01   좋아요 1 | URL
아하~오독이랑 오독오독이랑 그런 연관이 있군요 ㅎㅎ (이게 오독인가 봅니다 ㅋ) 하루 마무리 즐겁게 하시길 바랍니다^^

잘잘라 2021-03-23 2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 님두요^^ 😄❤❤❤

scott 2021-03-23 23: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We Shape Our Buildings; Thereafter They Shape Us이 문구 넘 좋아서 잘라감 ㅋㅋ 잘잘라님 굿🌰

잘잘라 2021-03-23 23:56   좋아요 1 | URL
ㅎㅎ 굿🌰 굿 굿 👍 scott님 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