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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 - 삶과 책에 대한 사색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1월
평점 :
Ursula K. Le Guin
어슐러 르 귄
1929년 10월 21일, 저명한 인류학자 앨프리드 크로버와 대학에서 심리학과 인류학을 공부한 작가 시어도라 크로버 사이에서 태어났다. 래드클리프 컬리지에서 르네상스기 프랑스와 이탈리아 문학을 전공한 그녀는 이후 컬럼비아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선발된 후 박사 과정을 밟기 위해 1953년 프랑스로 건너가던 중 역사학자 찰스 르 귄을 만나 몇 달 후 파리에서 결혼했다.
1959년, 남편의 포틀랜드 대학 교수 임용을 계기로 미국으로 돌아와 오리건 주의 포틀랜드에 정착하게 되었다.
시간여행을 다룬 로맨틱한 단편 「파리의 4월」(1962)을 잡지에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르 귄은 왕성한 작품 활동을 보이며 '어스시 연대기'와 '헤인 우주 시리즈'로 대표되는 환상적이고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해 냈다. 인류학과 심리학, 도교 사상의 영향을 받은 그녀의 작품은 단순히 외계로서 우주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다른 환경 속에 사는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문화를 깊이 있게 파고들어 일종의 사고 실험과 같은 느낌을 주며 독자와 평단의 사랑을 받았다. 휴고 상, 네뷸러 상, 로커스 상, 세계환상문학상 등 유서 깊은 문학상을 여러 차례 수상하였고 2003년에는 미국 SF 판타지 작가 협회의 그랜드마스터로 선정되었다. 또한 소설뿐 아니라 시, 평론, 수필, 동화, 각본, 번역, 편집과 강연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정력적인 활동을 펼치며 2014년에는 전미 도서상 공로상을 수상하였다.
2018년, 88세의 나이로 포틀랜드의 자택에서 영면하였다.
'2018년, 88세의 나이로 포틀랜드의 자택에서 영면하였다.'
소설이 됐든 시가 됐든,
에세이든 서평이든,
감언이설이든 메세지든,
더 이상은 들을 수 없겠지만,
내 손에 들어온 두 권(『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NO TIME TO SPARE: Thinking About What Matters)』,『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WORDS ARE MY MATTER: Writing About Life and Books, 2000-2016, with a Journal of a Writer's Week)』)만으로도 얼마든지 나를 매료시키고 웃게 만드는 작가, Ursula K. Le Guin의 명랑한 말, 말, 말을 받아쓰는 2021년 3월 두번째 토요일 오후 두 시 이십 분.
불행히도, 나는 감언이설에도 재능을 보였다. 통계의 눈보라로 꾸며 낸 실상을 묻는 류의 재능은 아니지만, 불완전한 생각을 너무나 우아하고 자신감 넘치게 표현하여 자세히 살펴보기 전에는 그럴싸하게 만드는 스타일이라는 면에서 감언이설이다. - P11
거침없는 스타일이 꼭 표현하는 생각의 깊이에 기대어 나오는 건 아니다. 스타일을 이용해서 지식의 틈을 슬쩍 넘어가고 개념과 개념 사이의 허약한 이음매를 감출 수도 있다. - P11
논픽션을 쓸 때 나는 말이 제멋대로 흘러가서 부드럽고 행복하게 나를 실상에서 먼 곳으로, 엄격한 개념 연결에서 먼 곳으로, 진실을 전혀 다르게 표현하고 생각을 전혀 다르게 연결시키는 나의 조국, 즉 소설과 시의 세계로 실어 가지 않게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 P11
문해력이란 사용 설명서를 읽을 수 있다는 겁니다. - P22
그 누구도 정말로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아요. - P25
"판타지는 그리스어로 ‘보이게 하는 것‘을 뜻하는 판타시아에서 왔단다." 그리고 "판타지"가 중세 후기에는 "인식 대상에 대한 정신적 이해", 즉 정신이 외부 세계와 스스로를 연결하는 행위를 뜻했으나 나중에는 그 반대의 뜻이 되었다는 사실도 알려 주죠. 환각, 거짓 인식, 또는 스스로를 속이는 습관이라는 뜻으로요. - P42
인간의 삶을 가능하게 만들어 주는 통찰과 선견일 수도 있고, 우리 삶을 괴롭히고 위험도 하게 만드는 착각과 바보짓일 수도 있어요. - P43
우리 시대의, 그리고 바로 이 순간의 중심에 있는 도덕적 딜레마는 절멸의 힘을 쓸 것인가 말 것인가예요. - P48
원은 열려 있습니다. 문은 열려 있어요. 문을 열어 두려면 집이 있어야 하고요. 제 외풍 심한 상상의 집을 짓는 데 도움 주신 분들, 그리고 관대한 의견과 날카로운 통찰을 가져와서 방마다 울려 퍼지는 끝없는 토론으로 집이 살아나게 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어서오세요, 암마리(형제들).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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