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겟돈을 회상하며
커트 보니것 지음, 이원열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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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블루 먼데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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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리츠키가 말했어. "만약 내가 지휘했다면, 다들 밖에 나가서 저 폭격을 맞고 있을 거야. 프로페셔널한 팀을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피투성이로 만드는 거지."
"피투성이, 말씀이십니까?" 내가 말했어.
"몇 명은 죽어야지. 남은 사람들이 배울 수 있도록!" 포리츠키가 말했어. "젠장, 이건 군대도 아니야! 안전수칙이랑 의사가 너무 많아서. 육 년 동안 손에 거스러미가 생기는 것조차 본 적이 없어. 이런 식으로는 프로를 만들어낼 수 없다고."
"만들어낼 수 없지요." 내가 말했어.
"프로는 모든 걸 본 사람이고, 그 무엇에도 놀라지 않는다." 포리츠키가 말했어. "자, 내일이 되면 자네들은 진짜 군인이 무엇인지 보게 될 것이다. 백 년간 아무도 본 적 없는 광경이지. 가스! 쏟아지는 폭탄! 총격전! 총검 검투! 백병전! 자네는 기쁘지 않나, 병사?"
"제가 어떻다고 하셨습니까?" 내가 말했어.
"기쁘지 않느냐고 했다." 포리츠키가 말했어.
난 얼을 보고 다시 대위를 보았어. "아, 네, 그렇습니다." 내가 말했지. 그리고 고개를 아주 천천히 무겁게 끄덕였어. "네, 그렇습니다." 내가 말했어. "네, 정말 그렇습니다." (83p.)

만약 내게 아이가 생긴다면 이렇게 말해줄 거야. "얘야, 절대 시간을 갖고 장난치지 마라. 지금은 지금으로, 그때는 그때로 두어라. 만약 짙은 연기 속에서 길을 잃게 된다면, 얘야, 연기가 사라질 때까지 가만히 있으렴. 지금 어디에 있고, 아까 어디에 있었고, 지금 가는 곳이 어디인지 볼 수 있을 때까지 가만히 있어."
그리고 아이를 살짝 흔즐어줄 거야. "얘야, 듣고 있니? 아빠 말 들어라. 아빠가 알고 하는 말이니까." (9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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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미완성인 책상 앞에 앉았다. 거대하고, 내가 보기에는 끔찍한 가구였다. 러시아 사령관의 나쁜 취향과 부의 상징에 대한 위선에 보내는 내 개인적인 풍자를 담아 디자인한 것이었다. 최대한 화려하고 허황되게 디자인을 했다. -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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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사람, 글을 쓰려고 시도하는 사람이라면 아버지에겐 누구나 특별했다. 아버지는 도움을 주고 싶어하셨다. 운좋게 아버지와 통화하게 된 취객들에게 이야기나 농담, 말하자면 손수레 농담 같은 것을 어떻게 잘 먹히게 만들지, 찬찬히 공들여 설명하시는 걸 들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누구였어요?"
"나도 몰라."

《아마겟돈을 회상하며》 (9p. 서문)

가장 급진적이고 대담한 생각이란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생각하고, 열심히 읽고, 쓸모 있는 존재가 되고자 노력하는 일에 어떤 의미가 있다는 생각일 게다. (12p. 서문)

글을 읽고 쓴다는 것 자체가 체제 전복적 행동이다. 읽고 씀으로써 전복할 수 있는 것은 ‘생각‘이다. 세상이 지금 이대로여야 한다는, 당신이 혼자라는, 당신과 같은 것을 느껴본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그런 생각 말이다. (13-14p.)

위대한 프랑스 작가 장폴 사르트르가 한번은 뭐라고 했는지 들어보실래요? "타인은 지옥이다"라고 했습니다. 물론 프랑스어로 말했죠. 그는 노벨상 수상을 거부했습니다. 저라면 그렇게 무례한 행동은 절대 못합니다. (4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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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는 감이여 - 충청도 할매들의 한평생 손맛 이야기
51명의 충청도 할매들 지음 / 창비교육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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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p. [떡이 운다]

 

"그래야 떡이 울지도 않고 잘 쪄져."

 

Q : 떡이 왜 울어요?

대답 : 떡이 설익는 걸 울었다고 하지.

Q : 방이랑 창문은 왜 닫아요?

대답 : 바깥바람이 들어오면 시루가 차가워서 떡이 잘 안 익으니까.

 

아오- 이렇게 심오할 데가.. 그러니께 말하자믄 시방 떡이 우는 이유는 거시기 바깥 바램이 드루와서리 시루가 차가워서리 떡이 잘 안 익은께로 행여나 우리 중헌 서방님께서 설익은 떡을 먹고 만의 하나 배탈이 날 것 같으믄 그 노릇을 워쩐다냐 함시로 걱정이 되어부러서, 라는 것이 시방 떡이 우는 이유라고나 할까 말까?

 

너무나 심오혀서 떡과 함께 나도 우네 나도 울어.

으허!

 

내가 참말로, 이 책을 만드신 냥반들을 축복하는 마음이 지절로 스스로 충만허게 샘솟지 아니헐 수 없는 노릇 아닌가 이 말이여. 이러헌 신퉁방퉁 흥이 절로 나는 질문과 대답을 한나라도 놓칠세라 노심초사 혀서 요로코롬 찰떡같이 맛깔나게 책을 맹글어 주셨으니, 나가 참말로 으쩌커허여야 이 은혜에 백만 분지 일이락도 보답을 할 수가 있겄는가 말이시.

 

짧은 머리루다가 골똘허게 생각허고 또 생각혀봐도 나가 참, 나으 남은 인생이 얼마인가는 몰러도 아무튼 나가 나의 체력을 기르고 또 길러서 말이시 나가 참 증말이지 요런 요런 보물같은 책을 맹글어내는 출판사의 책을 한 권이락두 더 사서 볼거라고 굳은 마음을 다잡아 잡쉈다 이 말씀입니다요.

 

증말이지 느무 느무 보물같은 책이란 말이지유.

 

아... 이 와중에 참 딱 한 가지 걱정의 낌새를 느끼는 것은, 이 또한 으짤 수가 읎는 노릇이긴 하요마는, 암튼, 앞으루는 어지간한 요리책으루는 성이 안 차게 나으 눈높이가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꼭대기를 찍어부렀다 하는 점이지만은, 그 또한 걱정헐 필요가 읎는 것이, 아무리 이러 저러 요란 법석 난리가 나드라도 하룻밤이 지나고 나면은 어지간헌 일들은 다 수그러들어 사는 거라고. 기쁘거나 슬프거나, 그려서 살아가는 것이드라고.

 

그나저나.

배차를 듬성듬성 넌칠넌칠 썰라니.

Q : '넌칠넌칠'이 뭐예요?

대답 : '넌칠넌칠'이 '넌칠넌칠'이지. 다른 말은 없어.

Q : '넓적하게' 써는 거예요?

대답 : 절대 아녀.

Q : '숭덩숭덩' 써는 거예요?

대답 : 설대 아녀.

Q ; 그나마 비슷한 뜻은?

대답 : 어슷어슷,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크기로

228쪽에 이런 말이 나오는 책이라오.

 

진짜 진짜 재밌다오.

느무 느무 재밌다오.

 

말과 행동이 같은,

살아온 그대로 말하는,

말하는 그대로 살아 온,

그런 냥반들이 한 두 명도 아니고 자그마치 쉬흔 한 명이나 나오는,

진짜로 어쩜 이래.

너무나도 고마운 책이라오.

그래서 썼다오.

이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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