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쪽)2장 정보는 무의미하다.

(67쪽)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세계로부터 우리의 여러 감각에 입력되는 정보는 문자 그대로 어떤 것이라도 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력 정보 자체는 에너지나 문자에 불과하다.

 

우리 눈에 들어오는 광자, 귀로 들어오는 공기의 파동, 피부에 마찰을 일으키는 분자 결합들의 절단, 혀에 닿는 화학 물질, 코로 들어오는 화합물ㅡ이 모든 것은 이런 종류의 전기/화학적 에너지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들은 우리의 물리적 세계에서 기원한 기본 요소들, 즉 진짜 실재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에너지원에 직접 접근할 수 없고, 오직 이들이 만들어내는 에너지 파동이나 화학 물질의 기울기에만 접근할 수 있다.

 

우리는 기본 요소 자체가 아니라 기본 요소에 일어난 변화를 감지한다.

 

기본 요소에 직접 접근해봐야 아무 소용 없다. 물 분자 하나가 소용돌이에 대해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 것처럼, 기본 요소는 고립된 상태로는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보에는 지시가 함께 따라오지 않는다.


대신 우리의 지각이 보는 ‘실재‘는 우리 뇌가 받아들이는 무의미한 정보가 지닌 의미인데, 그 의미는 바로 우리ㅢ 생태계가 제공한다.

 
어떤 것이 지닌 의미는 어떤 것의 실체 자체와는 다르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다시 말해서, 지각은 시를 읽는 것과 비슷하다. 우리는 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해석하는데, 시는 어떤 것도 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68쪽) 우ㄹ 는 의ㅁ 를 만들 ㅓ내는데, 세계(즉, 우리의 생태계)와 상호 작용함으로써 그렇게 한다. 신호등의 색에서부터 거리에서 스쳐 지나가는 낯선 사람의 미소(혹은 찌푸림)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모든 것에 대해 그렇게 한다. 우리는 이처럼 아주 빠르고 뛰어난 능력으로 의미를 만들어내는 기계이다.

(75쪽)우리와 다른 동물들 사이의 이런 차이는 우리가 진화가 덜 돼 지각 능력이 떨어진다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 이것은 단지 우리의 진화는 생존을 위해 다른 선택을 했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83쪽)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지각하도록 진화했는데, 그러려면 우리 쪽에서 행동, 즉 뭔가를 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지각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는 말을 달리 표현한 것이다. 우리 뇌는 우리를 움직이도록 하기 위해 지각을 진화시켰다. 사람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혹은 어떤 생물학적, 유기적 계가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반응이다. 

 

우리의 삶은 환경, 그리고 살아있는 것이건 무생일이건 간에 환경을 채우는 모든 잡다한 것들과 불가분의 관계로 얽혀 있다. 이것은 우리는 그저 끝없이 반응하고 행동하고, 또 반응하고 행동하길(미리 행동하는 경우는 전혀 없이) 반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정보에는 어떻게 행동해야 한다는 지시가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실재는 우리에게 어떻게 행동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명사들은 동사에게 어떻게 하라고 지시하지 않는다.

 

(83쪽) 대상들 역시 마찬가지다. 대상들은 행동을 제약하지만, 행동을 지시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돌을 살펴보자. 돌은 우리에게 그것을 가지고 어떻게 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돌은 도구가 될 수도 있고, 무기가 될 수도 있고, 문진이 될 수도 있다. 돌은 어떤 본질적 의미도 목적도 용도도 없다(비록 상대적 무게나 상대적 크기처럼 물리적 제약을 제공하긴 하지만). 돌에 적용되는 이 원칙은 기본적으로 우리 감각에 들어오는 모든 정보(빛 자체를 포함해)에도 적용된다. 따라서 정보는 분석이 없으면 무의미하다. 

 

(84쪽)그래서 우리 뇌는 의미를 만들어내야 하고, 이것은 반응(특정 반응이 아니라 여러 가지 중 하나의 반응)을 낳는다. 

 

어떤 순간에 반응하는 방법은 아주 많다. 그러면 뇌는 다음 순간에 대한 우리의 반응이 얼마나 유용한지 판단한다. 이것을 잘 보여주는 예는 우리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대상인데,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나 가장 모호한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다른 사람들이다.

 

술집에서 상대의 다정한 미소를 추파로 착각하고 그럴 의도가 전혀 없었던 상대에게 들이대는 장면을 상상해보라. 혹은 친구나 파트너에게 자신을 소흘히 대한다고 비난했다가 상대가 내게 신경을 덜 쓰는 것처럼 보인 이유가 날 위해 깜짝 이벤트를 준비하느라 바빴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상상해보라.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이런 일을 반복적으로 겪는다. 우리는 늘 모호한 정보를 처리하고, 우리 뇌는 다양한 반응들을 하나의 답으로 압축시킨다.

 

뇌의 관점에서 볼 때, 동료 인간들은 매우 복잡하고 무의미한 감각 정보들의 원천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가 가장 큰 관심과 열정을 쏟고 가장 많이 관여하는 '대상'이다. 그런데 그들은 늘 우리를 헷갈리게 한다.

 

(85쪽)의사소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데도 불구하고, 우리가 알거나 만나거나 상호 작용하는 사람들은 자세한 다이어그램을 들고 다니지 않는다. 그런다면 도움이 되겠지만, 동료 인간들은 자세한 사용 설명서가 딸린 이케아 가구가 아니다. 다시 반복하지만, 다른 사람은 다른 물리적 대상과 같다. 즉, 본질적으로 무의미한 정보의 원천이다.

 

사실, 우리 자신은 무의미한 자극을 만들어내는 존재이다. 따라서 각각의 상황에서 자기 자신은 말할 것도 없고 다른 사람에 대한 '최선'의 방법을 확실하게 아는 것은 선험적을 불가능하다.

 

(85쪽)우리는 실재를 보지 못하는 것이 나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85-86쪽)과학은 이해를 얻기 위해 정보를 건너뛰어 물리 현상의 원천에 접근하는 방법이다. 신경과학은 특히 뇌가 어떻게 정보를 건너뛰어 의미를 찾아내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하는데, 데일 퍼브스Dale Purves와 나는 전에 이것을 정보의 '경험적 의미'라고 불렀다. 뇌가 하는 일이 바로 이것이데, 이 덕분에 사람이 살아남아 번성할 수 있었다.

 

우리 종은 실재를 보지 못하는 결함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것이 아니라, 바로 실재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성공했다. 우리는 과거에 자신의 생태계가 해석한 것을 보는데, 이것은 뇌가 행동적으로 유용한 방식으로 반응하도록 돕는다.

 

결국 정보의 무의미함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취하는 행동인데, 인간 존재의 뿌리에는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질문에 잘(더 정확하게는 더 잘) 답하는 것은 곧 살아남는 것인데, (지금까지) 우리의 가정은 이에 답하려면 실재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실재를 알지 못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수천 년 동안 살아남았을까? 우리는 어떻게 도시와 사회와 고층 건물을 건설했을까? 우리는 어떻게 무의미한 것에서 그토록 많은 의미를 만들어냈을까? 그 답은 간단하다. 바로 우리 내부넹서 일어나는 진화와 발달과 작동 방식을 통해서 그렇게 했다. 시행착오라고 부르는 방식이 그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세계와.... 경험적으로.... 관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뇌의 구조를 만든(그럼으로써 변화시킨) 방법이 바로 이것이다. 실험을 통해, 즉 모호한 정보의 원천과 능동적으로 관여함으로써 그렇게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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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나는 의심한다 - 세계적인 신경과학자 보 로토의 ‘다르게 보기’의 과학
보 로토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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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난 주에 겪은 일이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지만 또렷하게 구분해서 기억난다.

나는 똑똑히 보았다.(실제 일어나지 않은 일을 보았다고 말하자니 이상하지만 어쩌겠나. 진짜 봤는데...)

 

나는 조수석에 앉아있었고, 왼쪽 차선에서 갑자기 끼어든 차때문에 운전자가 급브레이크를 밟는 순간, 내가 탄 차가 끼어든 차를 들이받는 장면을 보았다(심지어 충격도 느꼈다). 그런데 충돌하지 않았다.

 

"안 박았어? 나 방금 박는 장면 봤는데?'

내 눈으로 똑바로 보았는데 어떻게 이런 이런 일이???

정말 간발의 차이로 차는 충돌하지 않았고, 끼어들었던 차는 바로 창문을 내리고 손을 들어 미안하다는 표시를 몇 번 하더니 곧장 출발했다.

 

이 책은 지난 달 18일날 받아서 몇 쪽 읽다가 '생각보다 재미없네. 게다가 어려워.' 그러고 덮어두었던 책이다. 지난 주에 겪은 일이 아니었다면 아마 끝까지 읽기 어려웠을 것이다.(아니 왜 이런 문장을 적고 있지? 아직 책을 끝까지 읽지도 않았으면서? 이미 다 읽었다는 듯이? 이상하다 이상해.) 

 

반도 안 읽은 책을 다 읽었다고 하고,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보았다고 말한다.

 

태연하게.

떳떳하게.

왜 그러냐고?

왜긴.

믿는 데가 있는 모양이지.

믿는 데?

.

.

.

(쎈척해봐야 사실 내가 믿을 데라고는 책 뿐이다. 책이 있다면, 괜찮다. 책이 있다면 미쳐도 괜찮다. 정신 못차려도 괜찮다. 철없어도 괜찮다. 책이 있다면, 한 살 더 먹는 것도 오케이잇!)

 

 

 

 

 

머리말

부적응자 연구소

 

눈을 떴을 때, 우리 눈에 보이는 세상의 모습은 실제 모습 그대로일까? 우리는 과연 실재를 볼까?(9쪽)

 

세계는 존재한다. 다만 우리는 그것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지 못한다. 우리는 세계를 그대로 경험하지 못하는데, 우리 뇌가 그렇게 진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9쪽)

 

우리는 실재를 정확하게 본다고 느낀다. ㅡ 적어도 대부분의 시간 동안은. 우리 뇌의 지각 모형은 분명히 우리 종의 생존에 도움이 되었고, 사바나에서 수렵 채집인으로 살아가는 삶에서부터 스마트폰으로 요금을 결제하는 현재의 삶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세계에서 성공적으로 돌아다니게 해주었다.(10쪽)

 

우리는 식량과 주거지를 찾고, 직장 생활을 유지하고, 의미 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우리는 도시를 건설했고, 우주 비행사를 우주로 보냈으며, 인터넷을 발명했다. 우리는 잘 살아가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실재를 제대로 보지 못한다고 해서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11쪽)

 

우리 뇌는 자연 선택 과정을 통해 형성된 우리 조상의 지각 반사가 우리 자신의 반사뿐만 아니라 우리가 속한 문화의 반사와 결합해 신체적으로 구현된 결과물이다. 이것들은 다시 발달과 학습 메커니즘에 영향을 받았는데, 그 결과로 우리는 과거에 살아남는 데 도움을 준 것만 보게(그리고 그 나머지는 전혀 보지 않게) 되었다. 우리는 이 모든 경험적 역사를 갖고 있으며, 이것을 주변 세상에 투사한다. 우리 조상들이 내린 훌륭한 생존 선택들은 모두 우리 안에 존재하며, 우리 자신의 훌륭한 생존 선택도 마찬가지다(나쁜 지각을 낳을 수 있는 메커니즘과 전략은 선택을 통해 도태되는데, 이것은 오늘날까지 매일 계속돼온 과정이다).

 

하지만 만약 뇌가 우리가 살아온 역사가 발현된 결과물이라면, 미래에 다르게 살고 창조하기 위해 과거에서 벗어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다행히도 지각(그리고 진화 자체도)을 다루는 신경과학이 그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 답은 본질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그것은 사랑에서부터 학습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의 모든 측면에서 생각과 행동에 미래의 혁신을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번의 가장 큰 혁신은 무엇일까?

그것은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세계를 보는 방법이다.(12-13쪽)

 

사람은 자신의 삶을 바라보고 지각 과정 자체를 성찰하는 것만으로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길들여지지 않은 생산적 능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세계를 보는 자신을 볼 수 있다. 이 책을 쓴 기본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가 보는 것을 보거나, 우리의 지각을 지각하는 것이 바로 그것인데, 이것은 다르게 보는 기술에 꼭 필요하고 가장 중요한 발걸음이다. 자신의 지각적 뇌가 작용하는 원리들을 알면, 자신의 지각 과정에 능동적인 참여자가 될 수 있고, 그럼으로써 미래에 자신의 지각을 변화시킬 수 있다.(13쪽)

 

신경과학은(더 광범위하게 정의한다면) 앱에서 예술까지, 웹디자인에서 패션 디자인까지, 교육에서 커뮤니케이션까지, 그리고 아마도 가장 근본적으로는 우리 자신의 개인적 삶까지 모든 것에 큰 영향을 미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나는 자신이 보는 것을 보는 유일한 사람이므로, 지각은 궁극적으로 개인적인 것이다. 뇌(그리고 뇌와 주변 세계의 관계)를 제대로 이해하면,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놀라운 일탈deviation을 경험할 수 있다.(14-15쪽)

 

지각은 우리 뇌에서 고립적으로 일어나는 작용이 아니라, 생태계 내에서 일어나는 과정의 일부이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생태계는 사물들과 그 주변 사물들 사이의 관계와 이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방식을 뜻한다. 소용돌이를 이해하려면, 물 분자들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대신에 물 분자들 사이의 상호 작용을 이해해야 한다. 사람의 본질을 이해하려면, 우리 뇌와 몸 사이의 상호 작용과 다른 뇌들과 몸들 사이의 상호 작용, 그리고 전체적으로는 세계와의 상호 작용을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생명은 환경이 아니라, 생태계이다.(17쪽)

 

생명ㅡ그리고 우리가 지각하는 것ㅡ은 내가 '사이 공간the space between'이라고 부르는 곳에서 살아간다. 내 연구소와 지각에 관한 나의 모든 연구는 이 내재적인 연결성에 의존하고 있는데, 생명 작용 그리고 생명 자체는 바로 이곳에서 살아간다.(17쪽)

 

이제 나는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서 내 연구소를 책으로 만들었는데, 온갖 일탈로 가득 찬 이 책이 부적응자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보여주길 기대한다. 넘쳐나는 일탈은 나뿐만 아니라 여러분에게도 위험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데, 우리 모두는 자신이 실재를 보느냐 보지 않느냐와 같은 기본 가정들을 의심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17쪽)

 

그러한 불확실성 속으로 발걸음을 내딛는 것은 쉽지도 않고 간단하지도 않다. 오히려 모든 뇌는 불확실성을 몹시 두려워한다.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역사를 통해 확립된 반사를 바꾸려는 시도는 알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알지 못한다는 것'은 진화적으로 나쁜 개념이다. 만약 우리 조상이 눈앞에 나타난 어두운 형체가 그림자인지 포식 동물인지 알지 못해 머뭇거렸다면, 이미 때가 늦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맞이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앞일을 예측하도록 진화했다.(18쪽)

 

왜 공포 영화는 모두 어둠 속에서 찍을까? 익숙한 숲이라도 밤에 지나갈 때에는 낮에 지나갈 때와 달리 으스스한 느낌이 든 경험을 떠올려보라. 밤이 되면 주변 물체들을 제대로 볼 수 없다. 무엇이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 그것은 살아가면서 우리가 맞닥뜨리는 '최초의 순간'들 ㅡ 학교에 가는 첫날, 첫 번째 데이트, 첫 번째 연설 등등 ㅡ 과 마찬가지로 두려운 경험이다. 우리는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으며, 이런 상황은 몸과 마음의 반응을 자극한다.

우리 뇌는 바로 이 불확실성 문제를 해결하도록 진화했다.

불확실성 문제 해결은 모든 생물에게 적용되는 통합적 원리이며, 따라서 진화와 발달과 학슴의 본질적 과제이다. 이것은 아주 좋은 일이다. 여러분도 경험을 통해 알겠지만, 생명은 본질적으로 불확실한데, 세계와그것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늘 변하기 때문이다.(18쪽)

 

 그리고 불확실성 문제는 우리 삶의 모든 부분에서 점점 더 시급한 쟁점이 될 것이다. 우리와 제도의 상호 연결이 더 많이 일어날수록 우리는 더 상호 의존적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서로 연결될수록 지구 반대편에서 나비 한 마리가 날개를 퍼덕인 효과를 모든 곳에서 더 빨리 그리고 더 강력하게 느끼게 되어 변화 속도가 더 빨라진다(이 나비 효과는 비선형 복잡계의 핵심 요소이다).

 

연결이 점점 더 많이 일어나는 세계는 또한 본질적으로 예측하기거 더 어렵다. 이런 상황은 사랑에서부터 지도력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 근본적인 어려움을 제기한다. 소셜 미디어 전문가에서 웹 디자이너까지 오늘날 사람들이 원하는 일자리 중 상당수는 20년 전에는 없던 것들이다. 성공하는 회사, 발전하는 관계, 위험이 없는 환경, 오늘 이런 것들이 존재한하도 해서 내일도 계속 존재한다고 보장할 수 없다. 서로 연결되고 변화가 계속 일어나는 세계에서는 절대로 아무 '영향을 받지 않는' 상태로 남아 있을 수 없다. (18-19쪽)

 

예기치 못한 날씨 변화가 토요일 오후 런던에서 연 여러분의 바비큐 파티를 망치는 사례에서부터 런던에서 살던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자신들이 사는 곳이 유럽연합 밖으로 밀려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사례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허를 찌르는 사건들이 매일 매 순간 늘 일어난다. 우리 뇌가 본질적으로 불확실한 것을 받아들여 그것을 확실한 것으로 만들도록 진화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종교와 정치, 심지어 증오와 인종주의를 포함해 많은 사회적, 문화적 습관과 반사의 생물학적 동기는 규칙의 강요와 엄격한 환경을 통해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데 있다. 혹은 서로 연결돼 있고 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살아서 굴러가는 세계와 어떻게든 단절하려는 헛된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물려받은 반사는 우리가 더 창조적이고 동정적이고 협력적이고 용감한 삶을 살아가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이런 종류의 확실성을 만듦으로써 우리가 잃는 것이 있는데, 자유가 바로 그것이다.(19-20쪽)

 

이 책은 여러분을 의심에 가반을 둔 여행으로 안내할 텐데, 이 여행은 여러분의 뇌를 물리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이것은 허풍이 아니다. 이 책은 생각의 전기적 패턴에서부터 감정의 신경세포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사실을 바탕으로 이해하기 위한 여행이다. 읽는 것과 같은 단순한 행동만으로도 뇌가 변할 수 있는데, 내가 25년간의 연구를 통해 얻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결론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 결론은 사람의 뇌가 아름다운 이유는 망상에 잘 빠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신 이상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알아낸 것은 가능성을 상상하는 뇌의 능력, 그리고 이 능력과 행동이 풍부하게 상호 작용하는 방식이다. 우리 모두는 마음속에 상호 배타적인 실재들을 동시에 담을 수 있고, 상상을 통해 그 실재들을 '현실적인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사람의 지각은 아주 많은 층위로 이루어져 있고 아주 복잡하기 때문에, 우리 뇌는 물리적으로나 실질적 의미에서 실재하지 않더라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자극에 늘 반응한다. 그 자극은 바로 생각이다. 우리가 망상에 잘 빠지는 이유는 내부의 맥락도 외부의 맥락만큼 결정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24-25쪽)

 

이것은 신경 차원에서 입증할 수 있다. fMRI(기능적 자기 공명 영상. 혈류를 통해 뇌의 활동을 추적하는 기술)는 상상의 시나리오도 현실 세계의 동일한 시나 리오와 마찬가지로 뇌 지역들을 환하게 만든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서, 관념과 생각과 개념도 우리 내부에서 각자 나름의 삶을 살아간다.(25쪽)

 

나는 여러분의 뇌에 새로운 의미의 층을 만들길 원하는데, 이것은 여러분의 지각(그리고 삶)에 영향을 미친 다른 것들만큼 실재적인 것이 될 것이다. 이 책의 내러티브는 내가 여러분에게 가르치려고 하는 과정을 구현하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는 행동 차제가 곧 다르게 보기가 되도록 구성했다. 이 책은 내면에서 바라볼 때 창조성이 어떻게 느껴지고 보이는지 경험하게 해줄 것이다.(27-28쪽)

 

 

비행기를 조종하려면 먼저 파일럿이 되는 훈련을 받아야 하는데, 그거려면 엄청나게 많은 전문 지식과 훈련을 습득해야 한다. 하지만 새로운 지각으로 일탈하고자 할 때, 우리는 이미 거기에 필요한 기본을 다 갖추고 있다. 보고 지각하는 법을 새로 배울 필요는 없다. 이것은 우리를 이루는 본질의 전부는 아리라 하더라도 일부이다. 이런 의미에서 여러분은 이미 이 책의 주제에 대해 설명서를 직접 갖고 있다. 게다가 그 지각 과정은 여러분이 지각을 바꾸는 것과 똑같은 과정이다. 이것은 여러분이 자신의 파일럿이라는 뜻이다(여러분의 더 큰 생태계 맥락에서). 내가 할 일은 뇌 과학을 사용해 여러분에게 비행기를 조종하는 새로운 방법과 이미 보아싿고 생각한 것을 새롭게 보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다.(28쪽)

 

다른 사람에게 뭔가를 말하는 순간, 여러분은 거기서 더 깊은 의미의 잠재력을 없앴다고 나는 생각한다. 진정한 지식은 정보가 체화된 이해로 변할 때 일어난다. 세계를 이해하려면 세계에서 행동해야 한다. 이 책이 여러분에게 조리법을 가르쳐주지 않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나는 여러분에게 특정 과제 해결에만 초점을 맞춘 공식을 제공하는 방법 안내서 대신에 특정 맥락을 초월하는 원리들을 제공하려고 한다.(29쪽)

 

이 책은 변화할 자유를 만들어내는 새로운 자각을 제공함으로써 여러분의 생각을 혁신시키도록 설계되었다. 전반부는 지각 자체의 역학을 탐구하면서 자신이 보는 '실재'를 다시 생각하게 하고, 자신이 지금 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덜 알도록 도울 것이다. 그렇다, 내 목표는 바로 여러분이 전체적으로 덜 아는 대신에 더 많이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책의 후반부는 자신의 삶에서 일탈하는 과정과 기술을 제공함으로써 이 이해를 실천하도록 할 것이다. (29-30쪽)

 

여러분이 이 책을 다 읽고 났을 때,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은 딱 하나밖에 없다. 그것은 의심이 지각에 미치는 힘을 여러분이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 책은 의심의 용기와 자신의 뇌를 이해할 때 따라오는 겸손을 칭송한다. 이 책은 왜 우리는 세계를 이런 방식으로 보며, 우리가 실재에 접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어떻게 더 많은 것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인도하는지 보여준다. 이 모든 이야기는 내가 이 책을 쓴 목적을 돌려서 설명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 목적은 바로 여러분도 부적응자로 만드는 것이다.(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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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팔리는 라이프스타일 트렌드 - 시장의 흐름을 바꾸고 소비자들의 지갑을 여는 20개 트렌드를 포착하다
김나연 외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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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고프다. 커피를 마신다. 배고픈데 커피를? 삑ㅡ
배가 고프다. 바나나를 먹는다. 삑ㅡ
왜? 배고플 땐 바나나! 아니야?
아니야. 그래도 배고파. 그래서 삑이야.
그럼 다시 커피 마셔봐.
싫어. 나도 생각해봤는데 여기다 또 커피를 마시면 그땐 배고파 + 속쓰려까지 외치고 앉았겠지. 그러긴 싫어.
그럼 책 봐.
알았어. 역시 그게 좋겠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일본에서는 소도시마다 어떻세 하면 관광객을 끌어올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관광객 증감이 지역 경제에 끼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큐슈의 다케오시는 5만 명 정도가 사는 소도시다. 인근의 유후인이나 벳푸가 온천이 유명한 것과 대비해 자연환경의 이점이 없는 도시였다.

하지만 츠타야의 창업자 마스다 무네아키가 다케오시립도서관에 츠타야 서점의 콘셉트를 적용하고 재개관한 다음 연간 방문자 수가 100만 명을 돌파했다.

실제로 2018년에 다케오시립도서관을 방문해보니 다른 도서관과 차별화되는 포인트가 있었다.( ...) 일반 도서관에는 컴퓨터프로그래밍 서적 옆에 중고등학교 참고서가 있지만 다케오시립도서관에는 예술-> 패션 -> 디자인-> 인테리어 등으로 흐름이 이어진다.(43쪽)

교보문고는 100인 테이블을 서점 내부에 설치하고 책을 더 읽을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했다.(44쪽)

A라는 취향을 가진 소비자가 B라는 분야에 관심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에는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츠타야 창업자 마스다 무네아키는 ‘고객 경험에 대한 이해는 데이터를 통해서 가능하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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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p.) 이 책은 글쓰기에 관한 책이다. 보통 글쓰기 책은 글쓰기의 테크닉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다. 어떻게 해야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주제와 소재의 적절한 배합, 유창한 수사학, 탄탄한 논리구조 등등.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글쓰기를 평생 동안, 또 생업으로 하려면 무엇보다 글쓰기의 원리에 대한 통찰이 필요하다. 사람은 왜 쓰는가? 쓴다는 것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인가? 본성과 쓰기의 관계는 무엇인가? 등등. 그래서 존재론을 먼저 구축한 다음 실전에 들어가는 것이 좋다. 실전부터 했다가는 금방 밑천이 바닥나 버린다. 그렇게 되면 무엇보다 글쓰기를 지속할 수 있은 동력을 상실해 버린다. 뭐든 근본에 닿아 있어야 삶의 기술로 운용할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실용주의다.

(15p.) 같은 국문과라도 현대문학 쪽은 시인과 소설가를 겸하기도 하지만 고전문학은 영 풍토가 다르다. 이쪽은 문헌학 아니면 역사학이 기본이다. 당시는 모더니즘과 역사주의가 풍미하던 시절이라 더더욱 엄숙주의와 근엄함이 대세를 이루었다. 문학평론조차도 곁눈질해서는 안 되었다. 리포트를 발표할 때 비평적 스타일이 조금이라도 감지되면 바로 ‘경박하다‘ ‘고전의 권위를 훼손했다‘는 평이 돌아왔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 덕분에 공부의 기본기는 제대로 익힐 수 있었다. 돌이켜보니 무려 15년에 걸쳐 기본기만 쌓은 셈이다. 그래도 좋았다. 남들은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내 안에선 ‘읽고 쓰는 것‘의 즐거움이 날마다 조금씩 차오르고 있었으니까. 어쩌면 기본기란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진정으로 무언가를 원하고, 그 기쁨을 소소하게 누릴 수 있는 능력 말이다.

(22p.) 나는 타고난 소질이 없다. 게다가 게으르다. 대신 천천히 끈질기게 간다. 나의 유일한 자부심은 길을 제대로 들어섰다는 사실뿐이다. 생각해 보면 기막힌 생존전략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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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밑줄 그으며 재미있게 읽어내리다가 30쪽 넘어 돌원숭이 얘기부터 산만해져서 띄엄띄엄, 휘릭휘릭 넘겨대다가 오늘은 여기까진가보다 하고 덮어둔다.

자야겠다.
나는 자영업자다.
자자.
내일도 가게 문 열어야지.
내일 가게 문 닫고 와서
마저 읽자.
자자.
자장자장.
자장자장?
오호호호.
그게 그러니까 자장가라는 게 자자고 니가 자야 나도 잘 수 있으니까 너부터 얼른 자! 라고 어르고 달래는 노래였구먼!
흰소리 그만하고 진짜 자자.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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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결론적으로 선생은 속내를 시원스레 털어놓지는 않으시네요.

ㅡ 우리는 언제나 말이 너무 많습니다. 아무것도 아닌데 어찌나 말들이 많은지... 연필이나 라이카는 말이 없습니다. - P189

ㅡ 앞으로 선생의 회고록을 읽게 될 가능성은 희박하겠군요.

ㅡ 난 작가가 아닙니다. 그저 엽서에나 글을 쓸 따름이죠. 어쨌든, 그럴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습니다.

ㅡ 종일 무슨 일을 하시나요?

ㅡ 어떨 것 같나요? 나는 그저 쳐다볼 따름이지요. - 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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