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축복을 가로챈 야곱

<창세기 이야기>(도서출판 지와 사랑) 중에서

이삭의 장자 에서는 40세 되던 해 헷족(Hittite) 브에리(Beeri)의 딸 유딧(Judith)과 헷족 엘론(Elon)의 딸 바스맛(Bashemath)을 아내로 맞았다(창세기 26: 34-35).
헷족은 기원전 1500년경 오늘날 터키 지역에 왕국을 건설한 민족이다.
헷 왕국의 수도는 하투사스(Hattusas)로서 오늘날 앙카라(Ankara)근처 보가즈칼레(Boghazkale)였는데 이스라엘 사사들이 활약하던 기원전 1200년경에 멸망했다.
헷족은 그리스인과 마찬가지로 조상이 아리안 족이라 배를 타고 가나안으로 왔다.
헷족이 가나안에 거주하던 족속들 중 하나임은 출애굽기 3:8, 23:23과 여호수아 9:1에서 알 수 있다.


창세기를 읽는 분들은 야곱에 대한 리브가의 편애와 야곱의 교활함에 분개할 줄 안다.
그리고 에서가 어리석은 사람이긴 해도 그의 편에 서서 동정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여러분은 역사의 행간을 잘 읽어야 한다.
유대인은 종족을 보존하고 유일신 하나님을 섬기기 위해서 혼혈을 막았으며 우상을 섬기는 이방인과의 결혼을 엄격하게 금했다.
아브라함 가계에서 장자로 태어난 에서가 헷 여인을 둘씩이나 아내로 맞이한 것은 이삭과 리브가로부터 도저히 용서받기 어려운 일이었다.


에서는 건장하고 활도 잘 쏘고 수렵을 좋아한 호탕한 사내였다.
에서가 두 이민족 처녀를 데리고 와서 부모의 결혼승낙을 받으려고 했을 때 이삭은 물론 리브가에게도 여간 슬픈 일이 아니었다.
그들은 노발대발하며 에서를 꾸짖었으며 두 처녀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가나안 사람들은 유대인을 떠돌이라고 멸시했으니 그들을 어떻게 며느리로 맞고 한 장막에서 함께 살 수 있겠는가! 에서가 우상을 섬기는 가나안 여자를 아내로 맞자 리브가는 그를 맏아들로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다.
리브가는 야곱만은 헷 족속과 결혼시키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다.
리브가의 불평을 들은 이삭은 “하지만 어찌 하겠소. 우리 동족은 모두 하란에 있고 그놈은 장가들 나이가 되었으니!” 하고 한 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이삭은 늙고 눈이 어두워져서 앞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하루는 이삭이 에서를 불러 말했다. (27:1-4)

“내 아들아”

“내가 여기 있나이다”

“내가 이제 늙어 어느날 죽을는지 알지 못하노니
그런즉 네 기구 곧 전통과 활을 가지고 들에 가서
나를 위하여 사냥하여 나의 즐기는 별미를 만들어 내게로 가져다가 먹게 하여
나로 죽기 전에 내 마음껏 네게 축복하게 하라”


비록 에서가 이방인을 아내로 맞았지만 그에게 장자의 기업을 넘겨주고 앞날을 축복해 주기 위해 사냥해서 요리를 만들어 오라고 분부한 것이다.
이삭은 그날 에서를 타일러서 이방인의 종교에 빠지지 않고 하나님을 섬기게 하려고 했다.
에서는 아버지의 분부대로 활과 살을 메고 들로 향했다.


그런데 이삭이 에서에게 하는 말을 리브가가 엿들었다.
리브가는 이방인 며느리가 꼴도 보기 싫은데 남편이 에서에게 장자 몫의 재산을 물려주려고 하자 그렇게 할 수 없다며 분개했다.
무슨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에서 대신 야곱이 가계를 잇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차라리 눈이 어두운 남편을 속이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고 사기극을 연출하게 되었다.


에서가 들로 나가는 것을 확인한 리브가는 야곱을 불러 속삭였다. (27:6-13)


“네 부친이 네 형 에서에게 말씀하시는 것을 내가 들으니 이르시기를
나를 위하여 사냥하여 가져다가 별미를 만들어 나로 먹게 하여
죽기 전에 여호와 앞에서 네게 축복하게 하라 하셨으니
그런즉 내 아들아 내 말을 좇아 내가 명하는 대로
염소 떼에 가서 거기서 염소의 좋은 새끼를 내게로 가져오면
내가 그것으로 네 부친을 위하여 그 즐기시는 별미를 만들리니
네가 그것을 가져 네 부친께 드려서 그로 죽으시기 전에
네게 축복하기 위하여 잡수시게 하라”

“내 형 에서는 털사람이요 나는 매끈매끈한 사람인즉
아버지께서 나를 만지실진대 내가 아버지께 속이는 자로 뵈일 지라
복은 고사하고 저주를 받을까 하나이다”

“내 아들아 너의 저주는 내게로 돌리리니 내 말만 좇고 가서 가져오라”


야곱은 아버지를 속이는 일이 두려웠지만 어머니가 시키는 데다가 장자의 권리를 완전히 해둘 절호의 기회였으므로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야곱은 염소 새끼 두 마리를 끌고 왔다.
리브가는 남편의 입맛을 알기 때문에 별미의 요리를 하는 데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리브가는 집에 있는 에서의 사냥복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을 꺼내 야곱에게 입히고 염소 새끼 가죽을 매끈한 손과 목에 감아준 후 준비해 놓은 별미와 구운 빵을 야곱의 손에 들려주었다.


야곱은 음식을 들고 아버지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27:18-21)


“내 아버지여”

“내가 여기 있노라 내 아들아 네가 누구냐”

“나는 아버지의 맏아들 에서로소이다
아버지께서 내게 명하신 대로 내가 하였사오니
청컨대 일어나 내 사냥한 고기를 잡수시고 아버지의 마음껏 내게 축복하소서”

“내 아들아 네가 어떻게 이같이 속히 잡았느냐”

“아버지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나로 순적히 만나게 하셨음이니이다”

“내 아들아 가까이 오라 네가 과연 내 아들 에서인지 아닌지 내가 너를 만지려 하노라”


야곱이 가까이 가니 이삭이 그를 만지며 말했다. (27:22)


“음성은 야곱의 음성이나 손은 에서의 손이로다”


이삭은 만져 본 손에 털이 나 있었으므로 능히 분별하지 못했다.
이삭은 말했다. (27:24-25)


“네가 참 내 아들 에서냐”

“그러하니이다”

“내게로 가져오라 내 아들의 사냥한 고기를 먹고 내 마음껏 네게 축복하리라”


이삭은 야곱이 주는 음식과 포도주를 먹고 마셨다.
그리고 “아들아 가까이 와서 내게 입맞추라”고 했다.
야곱이 입을 맞추자 이삭은 그 옷의 향취를 맡은 후 그에게 축복했다. (27:27-29)


“내 아들의 향취는 여호와의 복 주신 밭의 향취로다
하나님은 하늘의 이슬과 땅의 기름짐이며
풍성한 곡식과 포도주로 네게 주시기를 원하노라
만민이 너를 섬기고 열국이 네게 굴복하리니
네가 형제들의 주가 되고 네 어미의 아들들이 네게 굴복하며
네게 저주하는 자는 저주를 받고 네게 축복하는 자는 복을 받기를 원하노라”


야곱이 아버지의 축복을 받고 막 나오는데 형 에서가 들에서 돌아왔다.
에서의 손에는 별미의 음식이 들려 있었다.
에서가 아버지에게로 가서 말했다. (27:31-33)


“아버지여 일어나서 아들의 사냥한 고기를 잡수시고 마음껏 내게 축복하소서”

“너는 누구냐”

“나는 아버지의 아들 곧 아버지의 맏아들 에서로소이다”

“그런즉 사냥한 고기를 내게 가져 온 자가 누구냐 너 오기 전에 내가 다 먹고 그를 위하여 축복하였은즉 그가 정녕 복을 받을 것이니라”


에서는 아버지의 말에 대성통곡하며 말했다. (27:34-40)


“아버지여 내게 축복하소서 내게도 그리 하소서”

“네 아우가 간교하게 와서 네 복을 빼앗았도다”

“그의 이름을 야곱이라 함이 합당치 아니 하니이까
그가 나를 속임이 이것이 두 번째니이다
전에는 나의 장자의 명분을 빼앗고 이제는 내 복을 빼앗았나이다
아버지께서 나를 위하여 빌 복을 남기지 아니하셨나이까”

“내가 그를 너의 주로 세우고 그 모든 형제를 내가 그에게 종으로 주었으며
곡식과 포도주를 그에게 공급하였으니
내 아들아 내가 네게 무엇을 할 수 있으랴”

“내 아버지여 아버지의 빌 복이 이 하나 뿐이리이까
내 아버지여 내게 축복하소서 내게도 그리 하소서”

“너의 주소는 땅의 기름짐에서 뜨고 내리는 하늘 이슬에서 뜰 것이며
너는 칼을 믿고 생활하겠고 네 아우를 섬길 것이며
네가 매임을 벗을 때에는 그 멍에를 네 목에서 떨쳐버리리라”


입을 다문 채 말이 없는 이삭 앞에서 에서는 너무도 억울하여 목을 놓아 울었다.
그러나 이삭은 말을 되돌릴 수가 없었다.
말이 곧 법이었기 때문에 야곱이 자기를 속였더라도 이제 와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이삭이 늙었다고 해도 큰 아들과 작은 아들을 구별하지 못했을까?
마치 동화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지금으로부터 4천 년 전 고대 유대인의 문화를 알지 못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삭은 자기가 속는 줄을 알았지만 아내의 말대로 이민족 여자와 결혼한 에서에게 장자의 기업을 줄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리브가의 지혜가 더욱 건설적이며 하나님의 뜻에 가깝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마음은 슬플 수밖에 없었다.
어쩌다가 떠돌이 신세로 살게 되어 유대인의 금기인 이방인 여인을 며느리로 맞고 그로 인해 에서의 장자자격까지 잃게 했는지 생각할수록 마음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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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신

<창세기 이야기>(도서출판 지와 사랑) 중에서

에서는 야곱이 장자의 축복을 가로챈 일로 야곱을 미워하기 시작했다.
그는 두 아내의 얼굴을 볼 것이 걱정되었으며 그들 앞에서 아우를 형으로 섬기려고 생각하니 피가 거꾸로 솟는 것만 같았다.
더구나 아버지의 막대한 재산 대부분이 야곱의 재산이 된 것은 그를 더욱 격분하게 했다.


에서는 또한 동생을 편애하여 막후에서 사기극을 연출한 어머니가 야속했다.
자신의 아내들을 몹시 구박하더니 자기마저도 아내들 앞에서 수치를 느끼게 하신 것이 원망스러웠다.


그는 아버지가 돌아가실 날이 멀지 않았으니 그때 야곱을 없애버리라 결심했다.
리브가는 이삭이 죽고 나면 야곱을 죽이겠다고 한 에서의 말을 전해 들었다.
그녀는 야곱을 불러 말했다. (27:42-45)


“네 형 에서가 너를 죽여 그 한을 풀려 하나니
내 아들아 내 말을 좇아 일어나 하란으로 가서 내 오라버니 라반에게 피하여
네 형의 노가 풀리기까지 몇 날 동안 그와 함께 거하라
네 형의 분노가 풀려 네가 자기에게 행한 것을 잊어버리거든
내가 곧 보내어 너를 거기서 불러 오리라
어찌 하루에 너희 둘을 잃으랴”


리브가는 이삭에게 호소했다. (27:46)


“내가 헷 사람의 딸들을 인하여 나의 생명을 싫어하거늘 (보기 싫어 죽겠습니다)
야곱이 만일 이 땅의 딸들 곧 그들과 같은 헷 사람의 딸들 중에서 아내를 취하면
나의 생명이 내게 무슨 재미가 있으리이까”


이삭은 아내의 말을 받아들이고 에서의 분이 풀릴 때까지 야곱을 당분간 떼 놓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형제가 싸우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던 그는 야곱에게 이렇게 말하고 하란으로 떠나보냈다. (28:1-4)


“너는 가나안 사람의 딸들 중에서 아내를 취하지 말고
일어나 밧단아람으로 가서 너의 외조부 브두엘 집에 이르러
거기서 너의 외삼촌 라반의 딸 중에서 아내를 취하라
전능하신 하나님이 네게 복을 주어 너로 생육하고 번성케 하사
너로 여러 족속을 이루게 하시고
아브라함에게 허락하신 복을 네게 주시되
너와 함께 네 자손에게 주사 너로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주신 땅
곧 너의 우거하는 땅을 유업으로 받게 하시기를 원하노라”


야곱은 아람 사람 브두엘의 아들이자 자신의 외삼촌인 라반을 찾아 밧단아람(Padanaram)으로 길을 떠났다.


에서는 뒤늦게 아버지가 야곱을 축복하고 밧단아람으로 보내 장가들도록 한 사실을 알았다.
그는 부모가 가나안 며느리를 못마땅해 하여 자기 또한 못마땅해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미 아내를 둘 거느린 몸인데도 불구하고 백부인 이스마엘의 딸이요 느바욧(Nebajoth)의 누이인 마할랏(Mahalath)을 데려다 다시 아내로 맞이했다. (창세기 28:6-9, 이 부분은 창세기 36:2-4의 내용과 다르게 기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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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곱의 사다리

<창세기 이야기>(도서출판 지와 사랑) 중에서

야곱은 브엘세바를 떠나 하란으로 가다가 한 곳에 이르러 밤을 지내게 되었다.
이 길은 할아버지 아브라함이 가족과 함께 양떼와 소떼를 끌고 오던 길이다.
또한 아브라함의 종 엘리에셀이 분부를 받고 어머니 리브가를 간택하러 왕래하던 길이기도 하다.
해가 서산으로 기울고 어둠이 들판에 무겁게 내려앉자 야곱은 돌 하나를 베개로 삼고 누웠다.
하지만 잠이 올 리 없었다. 그는 누워서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다 신비경에 빠져서 하나님께 기도했다.
그것은 앞으로 자기의 인생이 어떻게 전개될지 몰라 두려우니 늘 자신을 돌봐 달라는 기도였다.
하나님을 붙들지 않고서는 막막한 마음을 어찌해야 좋을지 몰랐다.


야곱은 언제 잠이 들었는지도 알 수 없을 만큼 잠 속에서도 기도를 계속했다.
그는 꿈속에서 별들로 수놓은 아름다운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하늘에서 땅에 이르는 기다란 사다리가 보였다.
자세히 보니 하나님의 천사들이 그 사다리를 오르내리고 있었다.
너무도 놀라워서 자신의 눈을 의심하는데 하나님이 사다리 위에서 야곱에게 말씀하셨다. (28:13-15)


나는 여호와니 너의 조부 아브라함의 하나님이요 이삭의 하나님이라
너 누운 땅을 내가 너와 네 자손에게 주리니
네 자손이 땅의 티끌 같이 되어서 동서남북에 편만할 지며
땅의 모든 족속이 너와 네 자손을 인하여 복을 얻으리라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며
너를 이끌어 이 땅으로 돌아오게 할 지라
내가 네게 허락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너를 떠나지 아니하리라


야곱은 잠에서 깨어 벌떡 일어나 말했다. (28:16-17)


“여호와께서 과연 여기 계시거늘 내가 알지 못 하였도다
두렵도다 이곳이여 다른 것이 아니라 이는 하나님의 전이요 이는 하늘의 문이로다”


고요 속에서 야곱은 명상에 잠겼다. 참으로 기이한 일이었다.
아버지와 형을 기만했으며 분노를 살 만한 일을 저질렀는데도 하나님이 자신을 축복하셨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하나님의 가호가 사람의 공로로서가 아니라 오로지 선택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에 놀라고만 것이다.
하나님은 무고한 동생 아벨을 살해한 카인을 벌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카인의 후예들에게는 축복을 내리시지 않았던가! 도둑놈의 마음, 사기꾼 같은 죄인이라도 회개한다면 하나님은 그를 버리지 않으시고 구원하신다는 사실을 그날 밤 야곱은 절실히 깨달았다.
그에게 하나님의 은혜는 놀라울 따름이었다.


야곱은 아침 일찍 베게로 삼았던 돌을 세워 그 위에 기름을 붓고 하나님의 제단을 쌓았다.
그는 그곳을 벧엘(Beth-el)이라고 불렀는데 이는 “하나님의 집 the House of God”이란 뜻이다.
원래 그곳의 지명은 루스(Luz)였다. 야곱은 그곳이 거룩한 땅이라고 생각했다.
비록 황량한 들판이긴 하지만 하나님이 분명히 계시는 곳이기 때문이다.
완성된 제단 아래서 야곱은 기원했다. (28:20-22)


“하나님이 나와 함께 계시사 내가 가는 이 길에서 나를 지키시고 먹을 양식과 입을 옷을 주사
나로 평안히 아비 집으로 돌아가게 하시오면
여호와께서 나의 하나님이 되실 것이요
내가 기둥으로 세운 이 돌이 하나님의 전이 될 것이요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모든 것에서 십분 일을 내가 반드시 하나님께 드리겠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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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곱의 아내 라헬과 레아

<창세기 이야기>(도서출판 지와 사랑) 중에서

야곱이 벧엘을 떠나 동방사람들이 사는 땅에 가 보니 들에 우물이 있고 그 곁에는 양들이 세 무리로 엎드려 있었다.
목자들이 물을 길어다 양떼를 먹이는 우물에는 큰 돌두껑이 덮여 있었다.
목자들은 양떼가 다 모이면 우물 아구에서 돌뚜껑을 굴러내고 물을 퍼서 양떼에게 먹이고 다시 돌두껑을 제자리에 덮어 두고 있었다. 야곱이 목자들에게 물었다. (29:5-8)


“나의 형제여 어디로서뇨”

“하란에서로라”

“너희가 나홀의 손자 라반을 아느냐”

“아노라”

“그가 평안하냐”

“평안하니라 그 딸 라헬이 지금 양을 몰고 오느니라”

“해가 아직 높은즉 짐승 모일 때가 아니니 양에게 물을 먹이고 가서 뜯기라”

“우리가 그리하지 못하겠노라 떼가 다 모이고 목자들이 우물 아구에서 돌을 옮겨야 우리가 양에게 물을 먹이느니라”


야곱이 그들과 대화하고 있을 때 라헬(Rachel)이 아버지의 양떼를 몰고 그곳으로 왔다.
야곱은 예쁜 라헬을 보자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가 라헬의 얼굴만을 빤히 쳐다보자 라헬은 얼굴을 붉혔다.
야곱은 그녀에게 다가가 이름을 물으며 자신은 외삼촌 라반을 찾아서 여기까지 왔음을 밝히고 그가 어디에 사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라헬은 처음 본 사람이 뜻밖에도 자신의 아버지를 외삼촌이라고 부르는 것에 놀랐다.
아버지로부터 고모가 가나안으로 시집갔다는 말은 들었지만 고모의 아들을 이곳에서 만난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라헬이 자신은 라반의 딸이라고 말하자 야곱은 놀랍고 반가웠다.
야곱은 우물에서 돌뚜껑을 굴러 내리고 외삼촌의 양들에게 물을 먹인 후 라헬에게 입을 맞추고 감격에 겨워 소리내어 울었다.


라헬은 집으로 달려가 아버지께 야곱을 만났다는 소식을 전했다.
누이의 소생인 조카 야곱이 먼 곳으로부터 왔다는 소식을 접한 라반은 뛰어와서 야곱을 끌어안고 입을 맞춘 후 집으로 데리고 갔다.
야곱은 오는 길에 겪었던 이야기를 모두 외삼촌에게 들려주었다.
그러자 라반은 “너야말로 내 골육임에 틀림없다”고 말하며 기뻐했다.


야곱은 한 달 가량 외삼촌의 집에 머물렀다.
라반에게는 딸이 둘 있었는데 큰 딸은 레아(Leah)이고 라헬은 작은 딸이었다.
레아는 부드러운 눈매를 하고 있었지만 라헬은 몸매뿐만 아니라 용모 빼어나서 야곱의 마음은 처음부터 라헬에게 기울어 있었다.


하루는 라반이 야곱에게 물었다. (29:15-19)


“네가 비록 나의 생질이나 어찌 공으로 내 일만 하겠느냐 (골육이라고 해서 내 일을 거저 해서야 되겠느냐?) 무엇이 네 보수겠느냐 (품삯을 얼마나 주면 좋겠느냐) 내게 고하라”

“내가 외삼촌의 작은 딸 라헬을 위하여 외삼촌에게 칠 년을 봉사하리이다”

“그를 네게 주는 것이 타인에게 주는 것보다 나으니 나와 함께 있으라”


그로부터 야곱은 라헬을 아내로 맞을 생각에 힘든 줄 모르고 열심히 일했다.
연애하느라고 칠 년이란 세월도 그에게는 며칠로 여겨질 만큼 빨리 지나갔다.
기한이 되어 야곱이 라헬을 아내로 맞게 해 달라고 요구하자 라반은 이에 응하고 그 고장 사람들을 모두 청해 잔치를 베풀었다.
결혼식을 성대하게 치룬 후 밤이 되자 라반은 큰 딸 레아를 야곱의 방으로 데려다 주었다.
그것도 모르고 야곱은 레아와 동침했다.
아침이 되어 야곱이 눈을 떠 보니 어이없게도 옆에 누운 여자는 레아였다.
야곱은 화가 나서 외삼촌에게 항의했다. (29:25-27)


“외삼촌이 어찌하여 내게 이같이 행하셨나이까 내가 라헬을 위하여 외삼촌께 봉사하지 아니하였나이까 외삼촌이 나를 속이심은 어쩜이니이까”

“형보다 아우를 먼저 주는 것은 우리 지방에서 하지 아니하는 바이라 이를 위하여 칠 일을 채우라 우리가 그도 네게 주리니 (초례기간 한 주일만 채워주면 작은딸도 주지) 네가 그를 위하여 또 칠 년을 내게 봉사할 지니라”


야곱은 라헬을 사랑했으므로 할 수 없이 외삼촌이 시키는 대로 레아와 한 주일을 함께 하고 라헬을 아내로 맞았다.
라반은 라헬에게 계집종 빌하를 몸종으로 주어 거느리도록 했다.
야곱은 레아보다 라헬을 사랑했다.
그리고 그 대가로 야곱은 또 칠 년 동안 외삼촌의 집에서 일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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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곱의 열두 아들

<창세기 이야기>(도서출판 지와 사랑) 중에서

레아가 남편으로부터 차별받는 것을 보시고 하나님이 그녀의 태를 열어 주셨다.
반면 라헬은 잉태하지 못했다. 레아는 마침내 아기를 낳았는데 “여호와께서 나의 억울한 심정을 살펴주셨구나 이제는 남편이 사랑해 주겠지”라고 하며 아들의 이름을 르우벤(Reuben)이라고 지었다.
르우벤은 “나의 억울한 심정을 살펴 주셨구나 He Has Seen My Suffering”라는 뜻이다.
레아는 둘째 아들을 낳았는데 이번에는 “내가 차별대우를 받아 하소연하는 소리를 들으시고 여호와께서 나에게 또 아들을 주셨구나” 하며 이름을 시므온(Simeon)이라고 지었다.
이후 또 아들을 낳자 그녀는 “이렇게 아들 셋이나 낳아 드렸으니 이제는 남편이 별 수 없이 나한테 매이겠지” 하면서 이름을 레위(Levi)라고 지었다.
그녀는 또 아들을 낳았는데 “이제야말로 내가 여호와를 찬양하리라” 하며 이름을 유다(Judah)라고 했다.
그 후 얼마 동안 레아는 아기를 낳지 못했다.


아이를 출산하지 못한 라헬은 언니를 질투하며 야곱에게 투덜거렸다. (30:1-3)


“나로 자식을 낳게 하라 그렇지 아니하면 내가 죽겠노라”

“그대로 성태치 못하게 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니 내가 하나님을 대신하겠느냐”

“나의 여종 빌하에게로 들어가라 그가 아들을 낳아 내 무릎에 두리니 그러면 나도 그를 인하여 자식을 얻겠노라”


라헬은 자기가 아이를 낳을 수 없자 몸종 빌하(Bilhah)를 야곱의 소실로 들여보냈다.
그리하여 빌하가 야곱의 아들을 낳았다.
라헬은 “하나님께서 내 사정을 바로 보살펴 내 호소를 들으시고 나에게 아들을 주셨구나” 하며 아이의 이름을 단(Dan)이라 불렀다.
단은 “내 호소를 들으셨다 He Has Vindicated”라는 뜻이다.
빌하가 또 임신하여 야곱에게 두 번째 아들을 낳아 주었는데 라헬은 “내가 언니와 겨루는데 하나님께서 편들어 주셔서 드디어 이겼구나” 하면서 이름을 납달리(Naphtali)라고 했다.


한편 레아는 자기가 더 이상 아이를 낳을 수 없음을 알자 몸종 실바(Zilpah)를 야곱의 소실로 들여보냈다.
실바도 야곱에게 아들을 낳아 주었다. 레아는 “행운이 돌아왔구나” 하면서 아이의 이름을 갓(Gad)이라고 불렀다.
실바가 야곱에게 두 번째 아들을 낳아 주자 레아는 “참 잘 됐다. 모든 여자가 나를 행복한 여자라 부르겠지” 하면서 아이의 이름을 아셀(Asher)이라고 불렀다.


보리를 거둘 때가 되어 르우벤이 밭에 나갔다가 자귀나무를 발견하여 그것을 어머니 레아에게 갖다 드렸다.
자귀나무는 정력제인데 개역성경에는 합환채(合歡菜)로 번역했다.
영어로 맨드레익(Mandrake)인 이것은 일종의 마취제로서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인이 먹으면 수태할 수 있다고 알려진 나무이다. 라헬이 이 사실을 알고 레아를 졸라댔다. (30:14-15)


“형의 아들의 합환채를 청구하노라”

“네가 내 남편을 빼앗은 것이 작은 일이냐 그런데 네가 내 아들의 합환채도 빼앗고자 하느냐”

“그러면 형의 아들의 합환채대신에 오늘 밤에 내 남편이 형과 동침하리라”


저녁때가 되어 야곱이 밭에서 돌아오자 레아가 나가서 맞았다.
레아는 “당신은 오늘 제 집에 드셔야 합니다”라고 말하며 아들이 캐온 자귀나무로 치른 값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야곱은 그날 밤 레아와 동침했는데 하나님이 레아의 호소를 들으시고 레아에게 아기를 점지해 주셨다.
그리하여 레아는 야곱에게 다섯 번째 아들을 낳아 주었다.
레아는 “내가 남편에게 몸종을 드린 값을 이제 하나님께서 갚아주셨구나” 하면서 아이의 이름을 잇사갈(Issachar)이라고 했다.
잇사갈은 “하나님께서 갚아주셨구나 He Has Rewarded”라는 뜻이다.
레아는 다시 임신해서 야곱에게 여섯 번째 아들을 낳아 주었는데 “하나님께서 이렇듯이 나에게 좋은 선물을 주시다니 내가 남편에게 아들을 여섯이나 낳아 드렸으니 이제는 그분이 나를 위해 주시겠지”라 생각하고 아이의 이름을 스불론(Zebulun)이라고 했다.
그 후 레아는 딸을 낳아 이름을 디나(Dinah)라고 했다.


하나님은 라헬의 기도를 들으시고 그녀의 태도 열어 주셨다.
마침내 아들을 낳은 라헬은 “하나님께서 나의 부끄러움을 씻어 주셨다”고 하면서 아이의 이름을 요셉(Joseph)이라고 했다.
요셉은 “하나님께서 옮기셨다 He Has Taken Away”는 뜻이다.
라헬은 “여호와께서 나에게 아들을 하나 더 점지해 주셨으면 오죽이나 좋으랴” 하며 아쉬워했다.
후에 라헬은 소원대로 베냐민(Benjamin)을 낳았는데 베냐민은 야곱의 열두 번째 아들이면서 막내이다.
이 열두 아들들은 후에 이스라엘 열두 지파의 조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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