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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고를 저해하는 것들

 

롱기누스Longinus의 『숭고에 관하여 Peri hypsous』 중에서




롱기누스는 숭고한 구절을 해치는 나약하고 흥분된 리듬으로 퓌르리키오스pyrrhichio와 트로카이오스trochaios 그리고 디코레이오스dichoreios를 꼽으면서 이것들이 순수한 무도 리듬으로 변질되고 만다고 말한다. 그는 지나치게 리듬화된 것은 무엇이든 가장 미세한 감정적 효과도 없이 단조로이 반복됨으로써 금세 부자연스럽고 싸구려 같은 느낌을 준다고 말한다. 가장 나쁜 점으로 노래가 청중의 주의를 드라마의 줄거리로부터 억지로 자기에게로 끌듯이 지나치게 리듬화된 산문도 청중에게 말의 효과가 아니라 리듬의 효과만을 전달하는 것을 꼽았다. 난도질해놓은 문체와 마찬가지로 너무 촘촘하거나 작은 단편들과 짧은 음절들로 잘라놓은 구절들도 장대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그런 구절들은 군데군데 나무못으로 거칠고 울퉁불퉁하게 이어 붙여놓은 듯한 인상을 주게 마련이라고 롱기누스는 말한다.

지나치게 간결한 표현도 숭고를 저해하는데, 숭고는 너무 좁은 공간에 갇히게 되면 손상되기 때문이다. 이는 적절한 압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한 것을 작은 조각들로 절단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장황한 표현은 때 아니게 늘이는 까닭에 생기가 없다.

진부한 표현도 장대함을 망친다며 롱기누스는 예를 들어 헤로도토스에서 폭풍이 그 사상에 관한 한 놀랍도록 훌륭하게 묘사되고 있으나 주제의 품위에 어울리지 않는 몇 가지 표현들을 내포하고 있다고 말한다. 헤로도토스가 “바다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는 표현을 인용하면서 “끓어오르다”는 말은 그 발음이 귀에 거슬려서 숭고를 크게 저해한다고 말한다. 헤로도토스는 “바람이 축 늘어졌다”고 했는데, “축 늘어지다”는 일상어이고 품위가 없으며, 그가 말한 “난파선에 매달려 있던 자들은 불쾌한 최후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는데, “불쾌한”이란 표현은 그토록 큰 재난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말한다.

롱기누스는 말이 때 아니게 도입되면 낙인을 찍는 것처럼 문체를 망쳐놓는다고 말한다. 그는 인간을 창조한 자연을 모방하되 주제의 품위에 맞는 말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연이 우리의 음부와 몸의 배설기관들을 얼굴에 두지 않고 가능한 한 숨겼으며, 크세노폰의 말처럼 이 기관들의 통로들을 되도록 먼 곳에 둔 것은 피조물 전체의 아름다움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그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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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한 표현이더라도 상황에 맞으면 숭고해진다


롱기누스Longinus의 『숭고에 관하여 Peri hypsous』 중에서




롱기누스는 말해진 것에 장대함을 부여하는 데 여러 가지 구성 요소들의 결합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면서 신체의 경우와 같다고 말한다. 개개의 사지가 다른 것과 분리되면 그 자체로서는 아무런 가치도 없으나 전체가 결합하면 완전한 통일체를 이루는 것과 마찬가지로 장대함의 효과들도 서로 분리되면 그것들 자체는 물론이며 전체적인 숭고의 효과도 사방으로 흩어지고 말지만, 하나의 전체로 결합되고 화음의 띠들로 둘러싸이면 하나의 완전문完全文으로 완결되는 것 자체에 의해 살아있는 목소리를 얻게 된다.

천성적으로 숭고하기는커녕 어쩌면 장대함과도 거리가 먼 수많은 시인과 산문작가들이 대체로 특별한 효과도 없는 평범한 일상어를 쓰면서도 단지 그것들을 적절히 배열하고 결합함으로써 품위 있고 탁월하며 장대하다는 명성을 얻는다. 롱기누스는 그런 사람들로 필리스토스Philstos(기원전 4세기에 활동한 시켈리아의 역사가), 아리스토파네스, 에우리피데스를 꼽았다.

롱기누스는 에우리피데스가 『헤라클레스』 1245행에서 헤라클레스가 제 자식들을 죽인 뒤 한 말을 인용한다.




나는 재앙으로 가득 차 더 이상 그것이 들어갈 자리가 없소.




이것은 매우 진부한 표현이지만 상황에 맞게 때문에 숭고해진다고 롱기누스는 말한다. 이런 점에서 에우리피데스가 사상보다는 조사의 시인임을 말해준다. 롱기누스는 에우리피데스가 『안티오페 Antiope』에서 황소에게 끌려가는 디르케Dirke에 관해 쓴 것을 인용한다.




... 그리고 그것(황소)은 몸을

돌릴 수 있는 곳에서는 자꾸만 번갈아 가며

여인과 바위 그리고 참나무를 모두 끌고 갔소.




롱기누스는 여기서 사상이 그 자체로도 탁월하지만 말의 화음이 급히 서둘지 않는, 즉 롤러를 타고 달려가지 않는다는 사실에 의해서 더 힘을 얻고 있다고 말한다. 말들이 서로 버티며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음으로써 굳건히 서 있으며 안정되고 장대하다는 느낌을 준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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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는 장대함과 감정의 놀라운 도구이다


롱기누스Longinus의 『숭고에 관하여 Peri hypsous』 중에서




롱기누스는 숭고에 기여하는 요인들 가운데 다섯 번째가 조사라고 말한다. 조사는 화음和音이 설득과 쾌감의 자연스런 도구일 뿐만 아니라 장대함과 감정의 놀라운 도구이다. 피리는 그것을 듣는 사람들에게 어떤 감정을 유발하여 넋을 잃고 망아의 경지에 들게 만들며, 리듬을 설정하여 듣는 사람이 아무리 비음악적이라 하더라도 그 리듬에 따라 움직이며 그 곡조에 순응하게 만들지만 이것들은 설득의 모조품들이지 인간의 본성에 어울리는 진정한 활동은 아니다. 그러나 조사는 인간이 타고난 도구로서 그의 귀뿐만 아니라 마음에까지 와 닿은 말들의 화음이다. 조사는 또 말과 사상 그리고 행위와 아름다움 그리고 선율의 다양한 표상들을 불러일으키는데, 그것들은 모두 우리 안에서 태어나고 자라난 것들이라고 롱기누스는 말한다. 게다가 조사는 자신의 다양한 음들을 섞어 말하는 사람의 감정을 옆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에 전달함으로써 그들이 그 감정에 참여하게 만든다. 그리고 조사는 어구語句들을 쌓아올려 하나의 장대한 전체를 구성하는데, 바로 이런 수단에 의해 그것이 우리에게 마력을 발휘하며, 또 우리의 마음을 완전히 지배함으로써 장대하고 품위 있는 숭고한 것과 그 밖에 그것이 내포하고 있는 것들을 향해 우리의 생각을 높여준다.

롱기누스는 데모스테네스의 『연관에 관하여』 188절을 예로 들었다.




이 결정은 당시 도시를 에워싸고 있던 위험이 구름처럼지나가게 했소.




“구름처럼hosper nephos 지나가게 했다”는 어구가 네 개의 단음에 해당하는 첫 번째 긴 운각韻脚에 의거한다. 여기서 한 음절만 잘라내어 “구름같이hos nephos”라고 하면 그것은 당장 장대함을 단축하고 절단하게 된다. 어구를 연장하여 “구름과 마찬가지로hosperei nephos 지나가게 했다”고 하면 의미는 같아도 효과는 다르게 되는데, 끝머리의 긴 음절들이 분해resolution됨으로써 깎아지른 듯한 숭고가 꺾이고 풀리기 때문이다.

롱기누스는 이 말의 효과가 사상 못지않게 화음에서 비롯되었음을 지적한다. 문장 전체가 닥튈로스daktylos(강약약격)로 말해지고 있으며, 닥튈로스 리듬은 가장 고상하며 장대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가장 아름다운 운율인 영웅시의 운율이 닥튈로스로 구성되어 있음을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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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의 과장은 그것이 과장이라는 것을 드러내지 않는 과장이다


롱기누스Longinus의 『숭고에 관하여 Peri hypsous』 중에서




롱기누스는 너무 많이 경계를 넘으면 과장의 효과가 없어지고 표현들이 가소로워진다면서 그 예를 데모스테네스의 『연설』을 예로 들었는데, 이 『연설』은 데모스테네스가 쓴 것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여러분이 자신의 뇌를 발꿈치에 넣고 그것을 딛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면




롱기누스는 지나친 긴장은 이완을 낳아 때로는 의도했던 것과 상반된 효과를 산출한다고 말한다. 그는 이소크라테스가 모든 것을 과장해서 표현하려는 열망 때문에 이해할 수 없는 유치함에 빠진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최선의 과장은 그것이 과장이라는 것을 드러내지 않는 과장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과장이 심오한 감정에서 나와 어떤 중대 상황과 관련하여 사용될 때에 가능하다면서 시켈리아에서 죽은 자들에 관한 투퀴디데스의 이야기를 한 예로 들었다.




쉬라쿠사이인들이 내려와서 주로 강江 안에 있던 자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물은 즉시 오염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진흙 그리고 피와 함께 그것을 계속해서 마셨다.

그리고 그들은 대부분 여전히 그것을 위해 싸울 각오가 되어있었다.




진흙 그리고 피로 오염된 물이 여전히 싸울 가치가 있다는 것은 상황에 의해 유발된 격렬한 감정에 의해서만 믿어질 수 있다.

롱기누스는 어떤 종류의 대담한 표현이든 그것을 완화해주는 만병통치약은 망아忘我의 경지에 이르게 하는 행위와 감정이라고 말한다. 희극적 표현이 설사 개연성의 영역에서 벗어난다 하더라도 그럴듯하게 들리는 것은 그것이 우리를 웃기기 때문인데, 웃음도 쾌감에 근거한 감정이기 때문이다. 과장은 축소할 수도 있고 확대할 수도 있는 것은 모두 사실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서 조롱도 저열한 것의 확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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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천재들은 흠 없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롱기누스Longinus의 『숭고에 관하여 Peri hypsous』 중에서




롱기누스는 산문과 시에서 약간의 흠 있는 위대성이 나무랄 데 없이 건전하고 평범한 성공보다 더 선호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가장 위대한 천재들은 흠 없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한다. 완벽한 정확성은 진부해질 위험이 있으나 위대한 저술에서는 큰 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무엇인가가 간파되지 않을 수 없다. 저급하고 평범한 재능들은 모험하지 않고 높은 곳을 노리지 않는 까닭에 대체로 실수로부터 안전할 수밖에 없는 반면 위대한 재능들은 다름 아닌 자신들의 위대성 때문에 늘 위험에 처해 있다. 롱기누스는 호메로스와 다른 위대한 작가들의 적잖은 실수를 지적했지만 그들의 실수들을 발견하고 마음이 흐뭇해서가 아니라 그것들이 의도적인 실수라기보다는 천재의 부주의와 소흘함에 의해 우발적으로 일어난 간과라고 보기 때문이었다.

롱기누스는 데모스테네스가 성격 묘사에 능하지 못하고, 그에게는 유창함도 유연함도 미사여구를 사용하는 재능도 없지만 그가 말하기 시작하자마자 천재의 탁월성들을 가장 완전한 형태로 보여주기 때문에 숭고한 말의 긴장감, 생동감 넘치는 감정, 충만, 준비성, 필요한 곳에서의 속도 그리고 그 자신의 접근하기 어려운 맹렬함과 힘이 나타난다고 말한다. 데모스테네스는 신이 보낸 이 모든 재능을 자신 안에 집중함으로써 자신이 갖지 못한 장점들이 문제가 되는 곳에서도 자신이 가진 장점들로 경쟁자들을 모두 이기며 말하자면 천둥과 번개로 모든 시대의 연설가들을 무색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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