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종에게서 이스마엘을 얻다

<창세기 이야기>(도서출판 지와 사랑) 중에서

사래는 아이를 낳지 못했다. 그녀는 칠십 중반이었으므로 아이를 낳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더 이상 하지 않았다.
자식이 없으면 모든 재산을 종에게 남겨 줄 수밖에 없으며 또한 아브람 가계의 대가 끊기고 만다.
이를 생각하니 그녀의 마음이 몹시 괴로웠다.
그래서 사래는 아브람에게 “여호와께서 나의 생산을 허락하지 않으시니 저의 여종과 동침하십시오. 이를 통해서라도 자녀를 얻어야 하겠습니다”라고 권했다.


사래가 말한 여종은 이집트 태생의 하갈(Hagar)이었다.
사래는 첫눈에 하갈이 마음에 들었다.
손과 발이 유난히 크고 성격이 억척스러워서 힘든 일도 척척 해냈으며 검고 긴 머리에 거무스레한 피부와 까만 눈동자가 유난히 반짝거려 인상적이었다.
더구나 걸을 때는 큰 엉덩이를 씰룩거렸는데 그 뒷모습을 보면 아이도 쉽게 쑥 낳을 것 같았다.


아브람도 자식이 없어 대가 끊길 것을 생각하니 늘 마음이 무거웠지만 아내를 사랑했으므로 다른 여인에게서 자식을 낳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당시 관습으로는 아내가 아이를 낳지 못하면 소실을 들여서라도 자손을 보게 하는 것이 아내의 의무였다.
이런 관습은 기원전 1500년경에 쓰여진 메소포타미아의 누지(Nuzi) 돌판에 새겨진 글에서도 발견된다.
하나님이 자손을 약속했지만 아브람은 그것을 완전히 믿지 않았기 때문에 아브람과 사래는 이 같은 결론에 이르렀던 것이다.
아브람은 아내의 청원을 받아들여 하갈과 동침했다.


하갈에게 태기가 있자 아브람과 사래는 여간 반가워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브람의 아이를 임신하자 하갈의 태도가 사뭇 달라졌다.
하갈은 아이를 낳지 못하는 사래를 업신여기며 무슨 일을 시켜도 못 들은 척하기 예사였다.
이를 참지 못한 사래가 아브람에게 항의했다. (16:5-6)


“나의 받는 욕은 당신이 받아야 옳도다
내가 나의 여종을 당신의 품에 두었거늘
그가 자기의 잉태함을 깨닫고 나를 멸시하니
당신과 나 사이에 여호와께서 판단하시기를 원하노라”

“그대의 여종은 그대의 수중에 있으니
그대의 눈에 좋은 대로 그에게 행하라”


아브람의 허락이 떨어지자 그동안 분을 품어온 사래는 하갈을 학대하기 시작했다.
사래의 학대가 심해지자 하갈은 자신의 몸이 상할 것을 두려워하여 도망쳤다.
광야에 있는 수르(Shur) 우물가에서 하갈이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울고 있을 때 천사가 나타나 물었다. (16:7-12)


“사래의 여종 하갈아 네가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느냐”

“나는 나의 여주인 사래를 피하여 도망하나이다”

“네 여주인에게로 돌아가서 그 수하에 복종하라
내가 네 자손으로 크게 번성하여 그 수가 많아 셀 수 없게 하리라
네가 잉태하였은즉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이스마엘이라 하라
이는 여호와께서 네 고통을 들으셨음이니라
그가 사람 중에 들나귀 같이 되리니
그 손이 모든 사람을 치겠고 모든 사람의 손이 그를 칠지며
그가 모든 형제의 동방에서 살리라”


천사의 말을 들은 하갈은 “이런 데서 나를 돌보시는 하나님을 뵙다니!”하고 놀라면서 그 우물을 브엘라해로이(Beer-lahai-ro’i)라고 명명했다.
이스마엘(Ishmael)은 “하나님께서 들으셨다 God Has Heard”라는 뜻이다.
하갈은 하나님을 엘로이(El-ro’i)라고 불렀는데 이는 “감찰하시는 하나님 God Who Can Be Seen”이란 뜻이다.


하갈은 천사가 시키는 대로 사래에게 돌아가서 얼마 후 아들을 낳았다.
하지만 이스마엘은 하나님이 약속하신 아들이 아니었다.
아브람이 아내의 말을 따른 것은 하나님이 아담에게 “네가 네 아내의 말을 듣고”(3:17)라고 문책한 것에 해당하는데 남자의 어리석음을 지적하신 말씀이다. 아브람은 어리석게도 아내의 말을 듣고 소실을 얻어 자식을 얻은 것이다.
아브람의 나이 86세 사래의 나이 76세 때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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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례

<창세기 이야기>(도서출판 지와 사랑) 중에서

아브람의 나이 아흔아홉 되던 해 하나님이 말씀하셨다. (17:1-16)

나는 전능한 하나님이라 너는 내 앞에서 행하여 완전하라
내가 내 언약을 나와 너 사이에 세워 너로 심히 번성케 하리라
내가 너와 내 언약을 세우니 너는 열국의 아비가 될 지라
이제 후로는 네 이름을 아브람이라 하지 아니하고 아브라함이라 하리니
이는 내가 너로 열국의 아비가 되게 함이니라
내가 너로 심히 번성케 하리니 나라들이 네게로 좇아 일어나며 열왕이 네게로 좇아 나리라
내가 내 언약을 나와 너와 네 대대 후손의 사이에 세워서 영원한 언약을 삼고
너와 네 후손의 하나님이 되리라
내가 너와 네 후손에게 너의 우거하는 이 땅 곧 가나안 일경으로 주어 영원한 기업이 되게 하고
나는 그들의 하나님이 되리라
그런즉 너는 네 언약을 지키고 네 후손도 대대로 지키라
너희 중 남자는 다 할례를 받으라
이것이 나와 너희와 너의 후손 사이에 지킬 내 언약이니라
너희는 양피를 베어라 이것이 나와 너희 사이의 언약의 표징이니라
대대로 남자는 집에서 난 자나 혹 너희 자손이 아니요
이방 사람에게서 돈으로 산 자를 무론하고 난지 팔 일만에 할례를 받을 것이라
너희 집에서 난 자든지 너희 돈으로 산 자든지 할례를 받아야 하리니
이에 내 언약이 너희 살에 있어 영원한 언약이 되려니와
할례를 받지 아니한 남자 곧 그 양피를 베지 아니한 자는 백성 중에서 끊어지리니
그가 내 언약을 배반하였음 이니라
네 아내 사래는 이름을 사래라 하지 말고 그 이름을 사라라 하라
내가 그에게 복을 주어 네게 아들을 낳아 주게 하며
내가 그에게 복을 주어 그로 열국의 어미가 되게 하리니
민족의 열왕이 그에게서 나리라


하나님이 아브람에게 이제부터는 이름을 아브라함이라 하라고 하셨다.
아브람(Abram)은 “존귀한 아버지 exalted father”라는 뜻이고 아브라함(Abraham)은 “뭇민족의 아버지 the father of a multitude”라는 뜻이다.
하나님이 “온 나라의 아버지 the father of nations”로 만드시겠다고 약속하신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약속이란 계약(covenant)을 뜻한다.

하나님은 계약의 징표로 물리적 표징인 할례(circumcision)를 요구하셨다.
모든 자손과 돈을 주고 산 종들도 8일 만에 할례(포경수술)를 받아야 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할례를 받지 않은 사람은 영광스러운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신분을 박탈당하는 불이익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셨다.


하나님은 사래(Sarai)의 이름 또한 사라라 하라고 하셨는데 사라(Sarah)란 “왕비 Princess”라는 뜻이다.
이렇게 아브라함과 사라는 하나님 나라의 왕과 왕비가 되는 영광을 얻게 되었다.


하나님이 말씀하실 때 아브라함은 엎드린 채 웃으며 마음속으로 자기가 아흔아홉 살이고 사라가 여든아홉 살인데 어떻게 아들을 낳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아브라함은 이제 열세 살 난 이스마엘이나 하나님의 귀여움을 받고 잘 살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하나님이 말씀하셨다. (17:19-21)


아니라 네 아내 사라가 정녕 네게 아들을 낳으리니
너는 그 이름을 이삭이라 하라
내가 그와 내 언약을 세우리니
그의 후손에게 영원한 언약이 되리라
이스마엘에게 이르러는 내가 네 말을 들었나니
내가 그에게 복을 주어 생육이 중다하여 그로 번성케 할 지라
그가 열두 방백을 낳으리니
내가 그로 큰 나라가 되게 하려니와
내 언약은 내가 명년 이 기한에 사라가 네게 낳을 이삭과 세우리라


말씀을 듣고 아브라함이 고개를 들어 보니 하나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브라함은 그분과의 계약을 지키기 위해 그날 아들 이스마엘을 비롯해서 집에서 난 종들과 돈을 주고 사들인 종들에 이르기까지 남자라면 모두 포경을 베어 할례를 베풀었다.
아브라함도 물론 할례를 받았다.


창세기에는 아브라함이 백 살 때 아흔 살의 사라가 아들 이삭을 낳았다고 기록되어 있다.
하나님은 이삭(Isaac)도 축복하셨고 이스마엘도 축복하셨다.
하나님은 “네 자손으로 번성하여 그 수가 많아 셀 수 없게 하리라”(16:10) 하시며 이스마엘의 출생을 아브라함에게 예언하셨다.
그때의 하나님의 약속은 아브라함의 자손이면 누구라도 축복받는 것을 의미했다.
하나님의 축복과 같이 이스마엘은 아랍족의 조상이 되었으며 이슬람교도들의 믿음의 조상이 되었다.
그러니까 히브리족과 아랍족의 조상은 같은 아브라함인 것이다.


이렇듯 창세기는 유대인이 왜 할례를 시행하게 되었는지를 전하고 있다.
즉 오늘날 할례는 성생활에 대한 위생적인 포경수술로 인식되고 있으나 그 근본정신은 하나님의 선택된 백성을 생육하기 위한 신성한 종교의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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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방문객의 약속

<창세기 이야기>(도서출판 지와 사랑) 중에서

하루는 하나님이 마므레 상수리 수풀 근처에서 사람의 모습으로 아브라함에게 나타나셨다.
정오에 천막 앞에 앉아 있던 아브라함은 점잖게 생긴 세 사람이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
이들은 하나님과 두 천사였다. 하나님이 두 천사를 대동하고 출현한 것을 고대 다신론의 영향이라고 말하는 신학자도 있고 이때부터 삼위일체 하나님이 세 분의 모습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하는 신학자들도 있다.


아브라함은 달려가서 그들을 반가이 맞이하며 땅에 엎드려 말했다. (18:3-5)

“내 주여 내가 주께 은혜를 입었사오면
원컨대 종을 떠나 지나가지 마옵시고 물을 조금 가져오게 하사
당신들의 발을 씻으시고 나무 아래서 쉬소서
내가 떡을 조금 가져오리니 당신들의 마음을 쾌활케 하신 후에 지나가소서
당신들이 종에게 오셨음이니이다”

“네 말대로 그리하라”


아브라함은 급히 천막으로 들어가서 사라에게 고운 밀가루로 떡을 만들라 이르고 종에게 기름지고 연한 송아지를 잡아 요리하게 했다.
그는 버터와 우유를 가져다 식탁에 놓고 나무 아래에서 손님들을 접대하였다.
그들이 아브라함에게 말했다. (18:9-10)


“네 아내 사라가 어디 있느냐”

“장막에 있나이다”

“기한이 이를 때에 내가 정녕 네게로 돌아오리니 네 아내 사라에게 아들이 있으리라”


사라는 세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해서 천막 안에서 엿보고 있다가 이러한 뜻밖의 말을 들었다.
사라는 이미 월경이 끊긴지 오래였다.
사라는 속으로 웃으며 자신도 늙고 남편 또한 늙었는데 어찌 아들을 낳을 수 있겠냐고 중얼거렸다.
하나님은 사라가 웃으며 중얼거린 말을 지적하며 아브라함에게 말씀하셨다. (18:13-14)


“사라가 왜 웃으며 이르기를 내가 늙었거늘 어떻게 아들을 낳으리요 하느냐
여호와께 능치 못한 일이 있겠느냐
기한이 이를 때에 내가 네게로 돌아오리니 사라에게 아들이 있으리라”


놀란 사라는 두려워서 거짓말을 했다. (18:15)


“내가 웃지 아니하였나이다”

“네가 웃었느니라”


아브라함과 사라로부터 대접을 받은 후 하나님은 두 천사와 함께 소돔으로 향하셨다.
아브라함은 전송하기 위해 그들을 따라갔다.
소돔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서 하나님이 말씀하셨다. (18:17-32)


“나의 하려는 것을 아브라함에게 숨기겠느냐
아브라함은 강대한 나라가 되고 천하 만민은 그를 인하여 복을 받게 될 것이 아니냐
내가 그로 그 자식과 권속에게 명하여 여호와의 도를 지켜 의와 공도를 행하게 하려고 그를 택하였나니
이는 나 여호와가 아브라함에게 대하여 말한 일을 이루려 함이니라
소돔과 고모라에 대한 부르짖음이 크고 그 죄악이 심히 중하니
내가 이제 내려가서 그 모든 행한 것이 과연 내게 들린 부르짖음과 같은지 그렇지 않은지 내가 보고 알려 하노라”

“주께서 의인을 악인과 함께 멸하시려나이까
그 성중에 의인 50명이 있을지라도 주께서 그곳을 멸하시고
그 50명을 위하여 용서치 아니하시리이까
주께서 이같이 하사 의인을 악인과 함께 죽이심은 불가하오며
의인과 악인을 균등히 하심도 불가 하나이다
세상을 심판하시는 이가 공의를 행하실 것이 아니니이까”

“내가 만일 소돔 성 중에서 의인 50명을 찾으면 그들을 위하여 온 지경을 용서하리라”

“티끌과 같은 나라도 감히 주께 고하나이다
50명 의인 중에 5명이 부족할 것이면 그 5명 부족함을 인하여 온 성을 멸하시리이까”

“내가 거기서 45명을 찾으면 멸하지 아니하리라”

“거기서 40명을 찾으시면 어찌 하시려나이까”

“40명을 인하여 멸하지 아니하리라”

“내 주여 노하지 마옵시고 말씀하게 하옵소서
거기서 30명을 찾으시면 어찌 하시려나이까”

“내가 거기서 30명을 찾으면 멸하지 아니하리라”

“내가 감히 내 주께 고하나이다
거기서 20명을 찾으시면 어찌 하시려나이까”

“내가 20명을 인하여 멸하지 아니하리라”

“주는 노하지 마옵소서 내가 이번만 더 말씀하리이다
거기서 10명을 찾으시면 어찌 하시려나이까”

“내가 10명을 인하여도 멸하지 아니하리라”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의가 무엇인가를 일깨워 주셨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을 만류하려고 노력했지만 정의에 대한 그분의 계획을 저지할 수 없었다.
하나님은 “여호와의 도를 지켜 의와 공도를 행하게 하려고” 아브라함을 택했다고 하셨다.
하나님은 소돔을 통해서 아브라함에게 의와 공도가 무엇인가를 알려 주시려고 했으며 하나님의 약속은 의와 공도를 지킬 때만 유효하다는 사실도 알려 주시려 했다.


하나님을 배웅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아브라함의 발걸음이 여간 무겁지 않았다.
롯이 살고 있는 소돔이 멸망할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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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돔과 고모라

<창세기 이야기>(도서출판 지와 사랑) 중에서

하나님의 두 천사가 소돔에 당도한 것은 해가 이미 기울었을 때였다.
롯이 마침 성문에 앉아 있다가 천사들을 보고 일어나 땅에 엎드리며 영접했다.
롯은 그들을 길손으로 알았다. 그는 말했다. (19:2)


“내 주여 돌이켜 종의 집으로 들어와 발을 씻고 주무시고 일찌기 일어나 갈 길을 가소서”

“아니라 우리가 거리에서 경야하리라”


천사들은 사양했지만 롯이 간청하여 그들을 집에 들도록 했다.
당시 유대인은 길손을 천사처럼 정중하게 대접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다.
“손님 대접하기를 게을리 하지 말라 부지중에 천사를 대접하리라”는 격언이 아브라함과 롯으로부터 비롯했는지 모를 일이다.
아브라함과 마찬가지로 롯도 음식을 잘 차려서 그들을 대접하였다.


이들이 식사를 마치고 아직 잠자리에 들기 전이었다.
소돔의 불량배들이 몰려와서 롯의 집을 에워싸고 길손들을 내놓으라고 소리쳤다.
길손이 왔다는 말을 듣고 그들을 추행하기 위해 몰려 온 것이다.
소돔은 남색의 악풍으로 유명했는데 그들은 남색 하는 불량배들이었다.
그들은 “오늘 저녁에 네게 온 사람들은 어디 있느냐! 끌어내라 우리가 그들과 재미를 좀 봐야겠다” 하고 문 밖에서 외쳐댔다.
롯은 밖으로 나가 문을 걸어 잠그고 불량배들에게 사정했다. (19:6-9)


“청하노니 내 형제들아 이런 악을 행치 말라
내게 남자를 가까이 아니한 두 딸이 있노라
청컨대 내가 그들을 너희에게로 이끌어내리니
너희 눈에 좋은 대로 그들에게 행하고 이 사람들은 내 집에 들어왔은즉
이 사람들에게는 아무 짓도 하지 말라”

“너는 물러나라 이 놈이 들어와서 우거하면서 (네놈이 떠돌이 주제에) 우리의 법관이 되려 하는도다
이제 우리가 그들보다 너를 더 해하리라”


롯이 손님들을 하나님이 보낸 천사들이라고 믿었다고 하더라도 그들을 위해서 자기의 귀한 혼전의 딸들을 불량배들에게 내주겠다고 말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여기서 유대인이 하나님을 위해서라면 자기 자식뿐만 아니라 자기 몸까지도 바치는 제사 사상을 알 수 있다.
아브라함이 백세에 얻은 아들 이삭을 하나님께 제물로 바치려 했으며 사사 입다는 하나님과의 맹세를 지키기 위해 자기 외동딸을 제물로 바친 일이 그 예이다(사사기 11장).


불량배들은 롯을 밀치고 문을 부수려고 했다. 사태가 험악해지자 천사들이 롯을 집 안으로 끌어당기고는 문을 닫았다.
그리고 몰려 온 사람들에게 강한 빛을 비춰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눈이 부셔 문을 찾을 수 없도록 만들었다.
불량배들이 돌아가고 주위가 조용해지자 천사들이 롯에게 말했다. (19:12-13)


“이 외에 (네 식구 말고도) 네게 속한 자가 또 있느냐
네 사위나 자녀나 성 중에 네게 속한 자들을 다 성 밖으로 이끌어 내라
그들에 대하여 부르짖음이 여호와 앞에 크므로
여호와께서 우리로 이곳을 멸하러 보내셨나니 우리가 멸하리라”


롯이 나가서 딸들과 정혼한 사위들에게 하나님이 소돔 성을 멸하실 테니 속히 떠나야 한다고 말했지만 사위들은 롯의 말을 농담으로 여겼다.
천사들이 아브라함을 생각해서 롯을 구출하려고 노력했음은 다음의 구절에서 알 수 있다.


“하나님이 들에 있는 성들을 멸하실 때 곧 롯의 거하는 성을 엎으실 때에
아브라함을 생각하사 롯을 그 엎으시는 중에서 내어 보내셨더라”(19:29).


하나님은 모든 족속이 아브라함을 통해서 복을 받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으므로(12:3) 롯 또한 예외일 수 없었다.
그러나 후에 롯은 모압족과 암몬족의 조상이 되었고 이 두 족속은 이스라엘 사람들의 적이 되었다.


동이 트자 천사가 롯에게 말했다. (19:15)

“여기 있는 네 아내와 두 딸을 이끌라 이 성의 죄악 중에 함께 멸망할까 하노라”

롯이 지체하자 천사들은 롯, 아내, 딸들의 손을 잡고 성 밖으로 인도하였다. 천사가 그들에게 말했다. (19:17-22)


“도망하여 생명을 보존하라 돌아보거나 들에 머무르거나 하지 말고 산으로 도망하여 멸망함을 면하라”

“내 주여 그리 마옵소서
종이 주께 은혜를 얻었고 주께서 큰 인자를 내게 베푸사 내 생명을 구원하시오나
내가 도망하여 산까지 갈 수 없나이다
두렵건대 재앙을 만나 죽을까 하나이다
보소서 저 성은 도망하기 가깝고 작기도 하오니 나로 그곳에 도망하게 하소서
이는 작은 성이 아니니이까 내 생명이 보존되리이다”

“내가 이 일에도 네 소원을 들었은즉
너의 말하는 성을 멸하지 아니하리니 그리로 속히 도망하라
네가 거기 이르기까지는 내가 아무 일도 행할 수 없노라”


이 성은 소알(Zoar)로 알려졌다. 롯이 그 성에 들어가자 하나님은 손수 하늘에서 유황과 불을 비처럼 소돔과 고모라에 퍼부으시고 성들과 들과 성에 거하는 백성들과 땅에서 난 것들을 모두 태워버리셨다.
롯의 아내는 자신의 집과 재물이 불타는 것이 아까워서 천사들의 경고를 어기고 뒤돌아보았다가 그 자리에서 소금기둥이 되고 말았다.


아브라함이 아침 일찍 일어나서 하나님과 함께 섰던 언덕에서 바라보니 소돔과 고모라와 그 분지 일대에서 연기가 치솟고 있었다. 마치 아궁이에서 뿜어 나오는 연기처럼 피어올랐다.


3,900년 전 당시 소돔과 고모라는 살기 좋은 땅이었지만 실제로 화산과 지진으로 지각변동이 생겨서 일시에 도시가 전멸하고 땅이 푹 꺼져 내려앉아서 염해(사해)가 생겼다.
성지를 순례하는 사람은 사해를 방문할 때 군데군데 목화송이 같은 소금기둥이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지면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 지중해 해면보다 450m나 얕다.
일년 내내 비가 오지 않고, 요단강물이 흘러와서 고이더라도 평균 40도의 온도로 인해 곧 말라붙기 때문에 호수물이 너무 짜서 물고기가 살지 못할 정도이며 염분이 너무 많아 몸이 저절로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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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압족과 암몬족의 유래

<창세기 이야기>(도서출판 지와 사랑) 중에서

소금기둥이 되어버린 아내를 두고 두 딸과 함께 소알로 피신한 롯은 그 고장 사람과 어울려 사는 것이 무서워서 산으로 들어가 딸들과 함께 굴속에서 살았다.
하루는 롯의 큰 딸이 동생에게 말했다. (19:31-34)


“우리 아버지는 늙으셨고 이 땅에는 세상의 도리를 좇아 우리의 배필 될 사람이 없으니
우리가 우리 아버지에게 술을 마시우고 동침하여 우리 아버지로 말미암아 인종을 전하자”


그날 밤 롯은 딸들이 준 술에 취해 잠이 들었다.
언니가 먼저 아버지와 동침했다.
아버지는 딸이 언제 들어왔다 나갔는지도 몰랐다.
이튿날 언니가 동생에게 말했다.


“어제 밤에는 내가 우리 아버지와 동침하였으니
오늘 밤에도 우리가 아버지에게 술을 마시우고 네가 들어가 동침하고
우리가 아버지로 말미암아 인종을 전하자 (씨를 받자)”


그날 밤에도 롯은 딸들이 준비한 술에 취했고 이번에는 동생이 아버지와 동침했다.
역시 아버지는 딸이 언제 들어왔다 나갔는지 몰랐다.


이리하여 롯의 두 딸은 아버지의 아이를 갖게 되었다.
큰 딸은 아들을 낳고 이름을 모압(Moab)이라 했는데 모압이란 “아버지로부터 얻은 From Father”이란 뜻이다.
모압의 후손이 오늘날 모압족(Moabites)이다. 둘째 딸도 아들을 낳고 이름을 벤암미(Ben-ammi)라고 했는데 “나의 혈족의 아들 Son of My Kinsman”이란 뜻이다.
벤암미의 후손이 오늘날 암몬족(Ammonites)이다.


여러분은 롯의 딸들의 부도덕한 행위에 당혹해 할 것이다.
일부 신학자들은 선민의식이 강한 유대인은 자기의 종족보존과 혼혈을 막기 위해 불가피한 경우 이런 방법을 선택한다고 말한다.
또 다른 일부 신학자들은 이 이야기가 유대인들이 늘 미워하는 모압과 암몬족을 조롱하기 위해서 꾸민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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