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의 홍차왕자 12
야마다 난페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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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인기 만화 <홍차왕자>의 후속편 <벚꽃의 홍차왕자> 제12권을 읽었다. 11권에서 사쿠라는 요시노의 집에서 쫓겨나 타이코의 집에서 머무르게 되었다. 요시노는 아버지에게 왜 멋대로 사쿠라를 쫓아냈느냐고 화를 내는 한편, 사쿠라의 마음을 돌려서 하루빨리 집으로 돌아오게 하려고 노력한다. 사쿠라는 타이코의 가게 일을 거들며 생각을 정리하는 중이다. 요시노가 좋아서 헤어지고 싶지 않은 마음과, 요시노의 소원을 다 들어주고 요시노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 둘 사이에서 무엇을 택해야 할까. 


<홍차왕자>의 재미는 홍차왕자를 불러낸 사람의 소원을 들어줘야 하는 홍차왕자와, 홍차왕자를 보내고 싶지 않은 사람 사이에서 생기는 긴장과 갈등인데, 이번 편에 그 재미가 가득 들어있다. 게다가 홍차왕자의 비밀을 알고 있는 타이코 가족이 얽히며, 사쿠라와 요시노가 이들의 비밀을 언제 알게 될지, 둘 사이의 긴장과 갈등을 풀 열쇠를 언제쯤 얻게 될지 너무나 궁금해졌다. 번외 편으로 실린 <하루카의 현재>도 무척 재미있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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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드렁크 1
사키시마 에노키 지음, 미야바 야지로 원작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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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이 알고 보니 술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주당이라면 어떨까. 미야바 야지로의 만화 <아이돌 드렁크>는 바로 이런 코믹한 상상을 만화화한 작품이다. '아카바 사키'는 부도칸(무도관)에서 콘서트를 개최할 만큼 인기 있는 아이돌 그룹의 리더다. 좋아하는 음식은 밀크셰이크와 마카롱이라고 프로필란에 적고 있지만, 사실 사키가 퇴근 후에 찾는 건 시원하고 알싸한 맥주 한 잔과 입맛 도는 안주다. 


어느 날 사키는 평범한 복장을 하고 아저씨들만 올 법한 술집 거리로 갔다가 의외의 인물을 만난다. 바로 국민 여동생 이미지를 맡고 있는 (실제 나이 22세) '오미야 호노카'다. 아이돌인 게 들통나면 큰일 난다고 믿는 사키와 달리, 호노카는 아이돌이란 사실을 들키든 말든 상관없다는 태도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마시고 또 마신다. 과연 이들의 아이돌 생활은 순탄하게 지속될 수 있을까? 설정이 코믹하고 작화도 귀엽고 무엇보다 매회 등장하는 술과 안주가 너무나 맛있어 보여서 마음에 쏙 든다(뭐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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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 1
이수정 외 지음 / 민음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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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듣는 팟캐스트의 진행자가 책을 내면 '청취료' 명목으로 반드시 사서 읽는 편이다. 이 책도 그렇다. 같은 제목의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여러 번 정주행해서 내용은 잘 알고 있지만, 나의 생명 및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를 나보다 심각하게 고민하고 나보다 앞에 서서 이야기하고 계신 분들이라 실은 열 권을 사도 부족한데 한 권밖에 못 사서 죄송하다. 


이 책은 영화 속 인물들에 대해 범죄 심리학의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같은 제목의 네이버 오디오클립의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 <가스등>을 보고 가스라이팅을, <적과의 동침>을 보고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을, <미저리>를 보고 스토킹 범죄를, <걸캅스>를 보고 디지털 성범죄를, <번지 점프를 하다>를 보고 그루밍 성폭력을 이야기하는 식이다. 영화를 보고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영화 속 범죄 상황을 집중적으로 분석해 보면서 현실에서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떤 식으로 대처하면 좋은지 등을 알 수 있어서 흥미롭고 유익하다. 로맨스, 사랑이라는 명목으로 자행되는 범죄에 대한 인식을 넓히고 경각심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이런 식의 분석은 불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떤 영화는 실제 범죄 사건에서 수사관들이 놓치고 있는 맹점을 부각하기도 하고, 어떤 영화는 실제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는 식으로 기능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영화를 그저 허구의 즐길 거리로 보는 것은 너무 나이브한 인식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이 책에서처럼 영화의 사회적 기능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영화 속 범죄(특히 강간) 장면을 지나치게 선정적으로 묘사하지 않는 방향으로 영화계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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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이 아니어도 괜찮아
최정동 지음 / 한길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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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을 듣고 싶은데 뭐부터 어떻게 들어야 할지 몰라서 고민하고 있을 때 구입한 책이다. 사실 저자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클래식 음악에 관한 에세이라는 것과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추천사를 썼다는 것만 보고 구입을 결정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책의 내용은 물론 문장과 사진까지 모두 좋았고, 클래식 음악뿐 아니라 서양사와 동양사에 두루두루 조예가 깊으신 분 같아서 저자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저자는 오랫동안 음악 교육을 받거나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한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어린 시절에는 음악을 어렵게 생각하고 멀게만 느꼈다. 음악을 좋아하게 된 건 성인이 된 후의 일이다. 회사 앞 레코드 가게에서 흘러나온 바흐의 첼로 선율을 듣고 감동을 받아 그때부터 음악을 찾아 듣기 시작했다. 클래식을 비롯해 재즈, 가요, 국악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성실하게 음악을 들은 지 올해로 30년. 음악시간을 무서워했던 아이가 유력 매체에 음악 칼럼을 기고하는 음악 애호가가 되었듯이, 누구든 언제든 '뮤즈'를 만나면 음악의 바다에 풍덩 빠질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지론이다. 


이 책의 장점은 클래식 음악을 잘 아는 독자들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화양연화>, <붉은 돼지> 등의 영화,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미스터 션샤인> 등의 드라마의 OST로 쓰인 음악 이야기도 나오고, 버스커버스커와 산울림, 송창식, 김광석 같은 대중 가수들의 이야기도 나와서 나처럼 클래식 음악에 문외한인 사람조차 흥미를 가지고 읽을 수 있다.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배우 윤정희 부부를 사석에서 만난 이야기도 재미있었고, 백제가요 <정읍사>와 조선 궁중음악 <수제천>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책에는 유명 음악가나 연주자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나온다. 그동안 이름만 들어본 연주자나 지휘자가 음악계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어떤 평가를 받는지 상세히 알 수 있어서 좋았다.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의 글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건데, 같은 곡도 A가 연주하면 어떻고 B가 연주하면 어떠하다는 식으로 평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하다. 이 책에도 그런 식의 평가가 종종 나온다. 대체 얼마나 들어야 그런 경지에 다다를 수 있는 것일까. 나도 그런 경지에 다다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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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에게 배우는 네 글자
이선 지음 / 궁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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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출입이 어려운 요즘. 가까이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식물을 키우며 위로와 치유의 힘을 얻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비단 어제오늘만의 일일까. 예부터 선조들은 꽃을 가꾸고 나무를 돌보며 삶에 거름이 되고 양분이 되는 지혜를 얻었다. 이 책 <식물에게 배우는 네 글자>에 바로 그러한 내용이 담겨있다. 저자 이선은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교에서 식물생태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현재는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서 전통조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 책은 저자가 오랫동안 식물을 접하며 배운 식물이 살아가는 방식과 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을 정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책의 본문은 '서로 사랑하기', '모두 함께 살기', '끝내 살아남기', '다시 돌아보기' 이렇게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챕터에는 각 주제에 해당하는 사자성어와 그에 관한 식물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모두 함께 살기'이다. 식물 하면 심어진 자리에 그대로 자라서 주변과 조화하며 평화롭게 살아가는 '이미지'가 있다. 실제로는 어떨까. 노지에서 자라든, 집안 베란다에서 자라든, 한곳에 밀집해 자라는 식물들은 조금이라도 더 많은 햇빛과 양분을 차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환경에 맞게 자신의 '몸'을 바꾸면서까지 '적자생존'을 도모한다. 이는 인간이 사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식물들도 '성격'이 제각각이라서, 어떤 식물들은 제 땅에 다른 식물이 자라지 못하게 한다. 호두나무, 소나무, 유칼립투스, 가죽나무, 단풍나무, 양버즘나무 등이 대표적이다(117쪽). 그렇다고 이런 나무들만 땅에 뿌리를 내리고 '각자도생'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보도나 아스팔트 틈 같은 곳을 뚫고 자라는 민들레, 질경이, 중대가리풀 같은 '고진감래'형 식물들이 그렇다. 바위틈에 자라는 소나무나 앙코르와트의 테트라멜레스 등은 작은 뿌리들이 죽지 않고 버텨서 커다란 바위를 뚫고 전 세계인이 찾는 유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살아있는 '수적석천'의 예를 보면서, 우리도 작은 힘이나마 모아보는 것은 어떨까. 


서문에서 저자는 "아무리 인간세상과 식물세상이 흡사하다 해도 '식물국회', '식물정권', '식물정당' 등의 표현은 달갑지 않"다고 밝힌다. 정말 그렇다. 제 기능을 못하는 국회나 정권, 정당을 비판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지만, 그것들을 식물에 비유하는 것은 식물에 대한 무지와 몰이해를 드러내는 것이자 식물에 대한 모욕이다. 인간은 식물로부터 배울 수밖에 없고, 배워야 함을 다시 한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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