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스럽게 밥 3
오카자키 마리 지음, 김진수 옮김 / 미우(대원씨아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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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대 동기인 비혼 여성 2명과 게이 남성 1명이 한 집에서 사는 이야기. 사회생활 n년차인 '어른 아이'들이 공감할 만한 포인트가 많아서 1권부터 즐겁게 보고 있다. 치하루는 미대 졸업 후 동경하던 회사에 입사했으나 부당한 대우를 받고 퇴직, 현재는 프리랜서로 일하며 쉬는 중이다. 친구들 앞에서 늘 밝게 웃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지만, 때때로 퇴사한 회사에서 겪은 안 좋은 일이 떠올라 고통을 겪기도 한다. 여기에 한창 일할 나이에 쉬고 있다는 죄책감까지 더해져 우울증 비슷한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셋 중에 가장 공감 가는 캐릭터. 


나카무라는 결혼까지 생각했던 남자한테 차인 상태다. 하필이면 이 남자가 같은 회사 동료인데, 이 남자는 회사에서 승승장구하는 중이고 나카무라는 다른 부서로 이동 명령을 받았다. 지금은 새로운 남자 친구가 있는 상태이고 결혼도 생각하지만 이 남자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건 아니다. 상대에게 배려할 생각도 없고 상대를 위해 희생할 마음도 없지만 '결혼은 꼭 해야 한다'고 배웠으므로 결혼은 하고 싶다고 말하는, 가장 공감이 안 가는 캐릭터. 한편으로는 앞으로 어떤 일을 겪게 될지 - 어떻게 변할지 혹은 변하지 않을지 - 가장 궁금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에이지는 원래 디자인 쪽에서 일하다 현재는 영업직으로 일하고 있다. 한때 치하루와 사귀었던 남자와 사귄 적도 있는, 치하루와는 약간 미묘한 사이. 현재는 과거에 헤어졌던 남자 친구와 다시 사귀고 있는데, 성별도 다르고 성적 지향도 다르지만 묘하게 공감 가는 포인트가 많은 캐릭터다. 3권에선 예상 밖의 자리에서 취향 저격인 남자를 만나 가슴 설레하는 에이지의 모습이 나온다. 내가 보기에도 너무 멋진 남자라서 둘이 잘 되었으면 좋겠는데 헤테로 같은(?) 느낌적인 느낌. 언제쯤 에이지는 웃을 수 있을까. 


캐릭터 소개만 잔뜩 썼지만, 음식 만화를 표방하는 만화답게 음식을 만들거나 먹는 장면도 많이 나온다. 조리법이 자세히 나오니 따라해봐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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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스위퍼 10 - GS 미카미 극락대작전!!
시이나 타카시 지음, 허윤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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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을 퇴치하는 현대판 엑소시스트 미카미 레이코의 활약을 그린 만화. 10권에는 일본 국기관에 나타난 유령을 퇴치하는 과정을 그린 <모래판 오브 드림스>와 갑작스럽게 1242년의 스위스, 이탈리아 국경 부근으로 가게 된 미카미와 요코시마의 모험을 그린 <언젠가 어딘가에서>, 미카미가 오래전부터 짝사랑해온 남자가 등장하면서 요코시마와 삼각관계를 이루는 <폭풍을 부르는 사나이>, 요코시마의 옆집에 '가난뱅이 신'이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깨끗하게, 가난하게, 아름답게!!> 등이 실려 있다. 


이 중에 가장 재미있게 읽은 에피소드는 <깨끗하게, 가난하게, 아름답게!!>이다. 돈을 밝히는 미카미 레이코답게 가난뱅이 신이 나타났다는 말을 듣고 혹시라도 자신에게 들러붙을까 봐 외면하는 모습이 어찌나 웃기던지(일관된 캐릭터 ㅋㅋ). 가난뱅이 신을 퇴치하려면 요코시마와 결혼하는 수밖에 없다고 하자 당황해하는 요코시마의 모습도 재미있었다. 하지만 형식적인 결혼만으로는 가난뱅이 신을 퇴치하지 못해서 미카미까지 가세해 '특단의 조치'를 취하게 되는데... 과연 이 에피소드는 어떻게 끝이 날까. 어서 11권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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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스위퍼 9 - GS 미카미 극락대작전!!
시이나 타카시 지음, 허윤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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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인기 만화 <GS 미카미 극락대작전>의 애장판이 출간 중이다. 9권에서는 지난 8권에서 시작된 홍콩 편의 결말이 나온다. 미카미 레이코와 요코시마 일행은 카라스 박사와 싸우다 교회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홍콩으로 도망친 카마타 칸쿠로의 뒤를 쫓는다. 홍콩에 도착한 미카미 일행은 카마타가 '원시풍수반'을 손에 넣으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원시풍수반은 지맥의 흐름을 변화시켜 세상의 질서와 균형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일종의 나침반이다. 


9권에서 미카미는 라이벌 메두사와 대결을 펼친다. 마족의 공격을 받은 미카미는 마족의 결계를 푼 카마타 칸쿠로를 죽으면 결계 자체가 소멸할 것이라고 보고 카마타를 해치우려 한다. 하지만 카마타가 거울을 이용해 공격하는 바람에 혼란에 빠진다. 홍콩 편 이후에는 일본으로 돌아와 본업인 악령 퇴치에 전념하는 미카미 일행의 모습이 나온다. 가장 웃겼던 건 바다에 나타난 악령을 퇴치하겠다고 마력이 담긴 노래를 부르다 뜻밖의 '노래 대결'을 펼치게 된 대목이다. 나카모리 아키나 <Desire>, 오자키 유타카 <열다섯의 밤> 등의 선곡이라니. 반갑고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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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아키아, 이야기가 남았다 (레드케이스 포함) - 이동진이 사랑한 모든 시간의 기록
이동진 지음, 김흥구 사진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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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나는 물건을 모은 게 아니라 이야기를 모았는지도 모른다." 영화평론가이자 작가 이동진의 책 <파이아키아, 이야기가 남았다>에서 만난 가장 인상적인 문장이다. 부제가 '이동진이 사랑한 모든 시간의 기록'인 이 책에는 그동안 저자가 수집한 책과 영화. 음악 관련 물품들을 소장해 둔 공간 '파이아키아'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파이아키아는 원주율을 뜻하는 수학 기호 '파이'와 아카이브(archive) 혹은 아키텍처(architecture)에서 따온 '아키'와 공간을 뜻하는 영어 접미사 '-ia'를 합친 것이라고 한다. 파이아키아는 또한 오디세우스에 나오는 고대 그리스의 섬 이름이기도 하다.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에서 승리한 후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분노를 사 지척에 있는 고향 이타카 섬으로 바로 돌아가지 못하고 10년간 바다를 떠돌아야 했다. 마침내 10년 만에 이타카 섬으로 돌아가기 직전에 도착했던 섬의 이름이 바로 파이아키아라고 한다. 


이 책은 읽으면서 여러 가지 재미를 느낄 수 있는데 그중 첫 번째는 저자가 수집한 물품들의 양을 보는 것이고(책 2만 권, 음반 1만 장, DVD 5천 장, 그 외 수집품 5천여 점), 두 번째는 그중에서도 특별히 주목할 만한 물품들을 살펴보는 것이고(박찬욱 감독에게 사인받은 장도리와 영화 <어벤저스>의 슈퍼 히어로 25명의 사인이 담긴 포스터, 알베르 카뮈의 사인본이 기억에 남는다), 세 번째는 각각의 물품들에 얽힌 사연을 읽는 것이다. 


저자의 경우, 사인을 받기 위해 책이나 음반을 준비하는 건 기본이고 일부러 작품 또는 해당 인물과 관련된 물건을 따로 준비한다든지(예를 들면 영화감독 봉준호의 사인을 받기 위해 영화 <기생충>의 주요 소품인 수석을 따로 준비함), 좋아하는 문장을 적어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직접 사인을 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사이트를 뒤져서 사인본을 구하기도 하고, 외국에 갔을 때 발품을 팔아서 헌책방이나 중고 매장을 살피기도 한다. 언제 어디서 사인을 받게 될지 모르니 항상 서명용 펜을 가지고 다닌다고(검은색만으로는 부족할까 봐 은색도 챙긴다). 


영화 평론가로서 행사 또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받은 물품이나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 책방>을 비롯해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 당시에 받은 물품들의 이야기도 나온다. 한때 <이동진의 빨간 책방>을 열심히 들었고 <이동진의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비롯한 라디오 프로그램도 애청했던 사람으로서 무척 반갑고 그리운 기분이 들었다(추억은 방울방울~). 


저자의 트레이드 마크인 '빨간 안경'과 관련해 수집한 물품들의 이야기도 나오고, 반려묘 '소미'와 관련한 물품들의 이야기도 빠지지 않고 나온다. 40여 개국을 여행하면서 수집한 물품들도 나온다. 마그넷을 주로 수집하신다고 들어서 얼마나 모으셨는지 궁금했는데 책에서 보니 그 양이 엄청나다. 오랫동안 수집가로 지내면서 겪은 시행착오와 감동적이었던 순간, 후회하는 일들에 관한 이야기도 담겨 있어 즐겁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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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은 만큼 복수하는 소녀 밀레니엄 (문학동네) 5
다비드 라게르크란츠 지음, 임호경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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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경에 열광하며 읽었던 <밀레니엄> 시리즈를 올해 안으로 완독하는 것이 목표다. 원작자 스티그 라르손이 집필한 1권부터 3권까지는 진작에 다 읽었으나, 스티그 라르손이 심장마비로 사망한 후 다비드 라게르크란츠가 대신 집필한 이후의 이야기는 좀처럼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러다 얼마 전 문득 <밀레니엄> 시리즈의 결말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4권을 읽고 바로 이어서 5권을 읽었다. 다비드 라게르크란츠가 생전에 스티그 라르손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 그의 아버지와 형이 고용한 작가라는 사실은 께름칙하지만, 필력이 워낙 좋아 술술 읽히고(번역이 좋다고 봐야겠지) 기존의 <밀레니엄> 시리즈에서 다뤄졌던 이슈들에 작가 본인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이슈들을 추가해 풀어내는 솜씨가 탁월해 계속 읽게 된다. (다비드 라게르크란츠의 대표작 <앨런 튜링, 최후의 방정식>도 주문했다. 절판이라 중고책 주문.) 


5권에서 리스베트는 감옥에 들어가 있는 상태다. 타인의 재산을 침해하고 타인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렸다는 죄목으로 2개월 금고형을 선고받고 복역하게 된 리스베트. 지난 4권을 읽은 사람이라면 리스베트가 위기에 빠진 아이를 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러한 행동을 했다는 걸 알겠지만, 소설에 나오는 스웨덴 법원은 오로지 법 조항에만 근거해 리스베트를 처벌한다. 리스베트는 감옥에서 악명 높은 베니토 패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파리아를 구해주게 되고, 파리아가 이슬람교 집안의 억압을 견디다 못해 오빠를 죽인 죄로 수감 중인 사실을 알게 된다. 리스베트는 미카엘에게 파리아의 가족과 연인에 대해 조사해 달라고 부탁하는 한편, 리스베트 자신의 어린 시절과 관련이 있는 인물인 것으로 보이는 '레오'라는 인물에 대해 알아봐 달라고 요청한다. 


5권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지는 이슈는 '쌍둥이 실험'이다. 유전과 환경 중에 무엇이 인간을 형성하는 데 있어 영향력이 더 큰지를 알아보기 위한 쌍둥이 실험을 실제로 스웨덴 정부가 시행했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이 소설의 내용으로 미루어 봤을 때 스웨덴에서도 한동안 '유전이냐, 환경이냐'를 두고 치열한 논쟁이 이루어졌고 이에 따라 일련의 실험 또는 연구가 시행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스웨덴에도 인종 차별이 존재하고, 실험의 대상이 주로 피차별 대상인 '유랑민(집시 또는 로마라고도 불린다)'이었다는 사실이다. 소설에는 리스베트의 어머니 앙네타가 유랑민 출신이라 리스베트와 쌍둥이 카밀라가 실험의 대상이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내게 더욱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유전과 환경보다도 '같은 배에서 난 형제자매와도 공유하지 않는 자신만의 환경'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인간의 운명을 결정짓는 요소로서 힐다가 '유일무이한 환경'이라고 지목한 것은, 같은 배에서 난 형제자매와도 공유하지 않는 자신만의 환경이었다. 가령 자신이 즐거움이나 매력을 느끼거나 특정 방향으로 이끌리는 무언가를 발견했을 때 스스로 추구하고 창조해내는 환경 말이다. (243쪽) 


인간은 자신의 유전자를 자극하는 사건과 활동에 이끌리며 두렵거나 불안한 요소들은 회피한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일반적인 환경 이상으로 인간의 인격을 만들어나간다. (중략) 무엇보다도 인간을 형성하는 건 그 누구와도 공유하지 않는 자신의 경험들이다. 그런 경험들은 우리를 삶 속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게 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지만 결국 깊은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244쪽) 


5권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지는 또 다른 이슈는 스톡홀름 대성당에 있는 기사 성 게오르기우스(또는 성 조지)와 용 동상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동상을 보고 성 게오르기우스가 용을 죽이고 옆에 있는 여인을 구출한 장면으로 해석하는데, 작가는 이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제시한다. 성 게오르기우스-용-여인이 살라첸코(리스베트의 아버지)-리스베트-앙니타(리스베트의 어머니)라는 것이다. 리스베트의 시그니처인 용 문신을 보고 이런 이야기를 생각해낸 걸까. 아들이 어머니를 구하는 이야기는 많이 봤지만, 딸이 어머니를 구하는 이야기는 많이 못 봐서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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