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는 것이 인간이다
다니엘 핑크 지음, 김명철 옮김 / 청림출판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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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는 어느 날 자신의 하루 일과를 분석하고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은 프리 에이전트인 그의 일이 오래전 집집마다 문을 두들기며 물건을 팔던 세일즈맨들이 하던 일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물론 그가 집집마다 문을 두들기며 물건을 파는 건 아니다. 하지만 세계적인 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의 생각을 납득시키고 설득하는 일을 하는 건 그 옛날 세일즈맨과 같다. 그는 생각했다. 옛날에는 일부 사람들만 세일즈를 했지만 이제 모든 사람들이 세일즈를 한다, 그러니 우리는 모두 세일즈맨이라고.



옛날에는 일부 사람들만 세일즈를 했다. 매일 그들은 사람들에게 물건을 팔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 물건을 사며 모두가 만족했다. 어느 날 세상이 바뀌기 시작했다. 조직에 고용되지 않고 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들은 기업가인 동시에 갑자기 세일즈맨이 되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비즈니스 환경이 급변하면서 직무 간의 구분이 예전처럼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졌다. 그래서 업무가 기존의 경계를 넘어 확장되기도 하고 세일즈 요소가 포함된 유연한 기술들도 요구되기 시작했다. (중략) 마침내 우리가 거의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 대부분은 결국 세일즈를 하게 되었다. (pp.45-6)



저자는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통적인 개념의 세일즈를 하지 않아도 남을 설득하거나 남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돈을 버는 광범위한 개념의 세일즈맨이라고 설명한다. 유형의 재화를 팔지 않을 뿐, 작가는 글을 팔고 가수는 노래를 팔고 교사는 교육이라는 서비스를 판다. 회사원, 자영업자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저자는 앞으로 비즈니스 환경이 급변하면 조직을 벗어나 혼자서 일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니 하루빨리 자신이 세일즈맨임을 자각하고 세일즈 기술을 갖추라고 충고한다. 전통적인 세일즈맨들의 세일즈 기술을 배우라는 건 아니다. 세일즈보다는 큐레이팅 능력이 중요하다. 


큐레이팅 능력이 중요한 가장 큰 이유는 정보 비대칭의 해소다. 정보 비대칭은 각 주체가 가진 정보가 불균등한 상태를 일컫는 경제학 용어다. 과거에는 판매자가 가진 정보가 구매자가 가진 정보보다 많았기 때문에 판매자가 구매자를 속여 물건을 파는 일이 얼마든지 가능했다. 이제는 인터넷 기술이 발달하고 정보 접근성이 높아져 판매자와 구매자 간 정보 격차가 거의 없다. 판매자는 자기보다 잘 아는 구매자를 속여 이익을 취할 생각을 포기하고, 구매자가 고를 만한 제품들을 편집해 연결해주는 일에 몰두하는 것이 낫다. 


새로운 환경에서 더 잘 파는 세일즈맨이 되는 방법은 문제 해결자가 되기보다 문제 발견자가 되는 것이다. 구매자가 새로운 청소기를 찾을 때, 문제 해결자는 신형 청소기를 들이밀지만 문제 발견자는 구매자가 새 청소기를 찾는 진짜 문제가 뭔지 생각한다. 기존 청소기의 성능이 문제인지, 소음이 문제인지. 아니면 집이 넓어서 청소기가 여러 대 필요한지, 근본적으로 집이 정리가 안 된 상태인지. 


청소라고 하니 일본의 정리 컨설턴트 곤도 마리에는 설레는 것만 남기고 모두 버리는 정리의 마법으로 전 세계적으로 몇백만 부의 책을 팔았고, 최소한의 소유를 추구하는 '미니멀리스트'라는 용어를 유행시킨 일본의 편집자 사사키 후미오는 여러 저자를 발굴하고 역시 엄청난 부수의 책을 팔았다. 이들은 청소라는 누구나 안고 있는 문제로부터 진짜 문제를 발견했기 때문에 이 같은 성공을 거둔 게 아닐까. 영민한 정리 컨설턴트, 편집자인 줄만 알았는데 이제 보니 수완 좋은 세일즈맨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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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를 사는 소비자 공감을 파는 마케터 - 남다른 가치를 찾아내는 마케팅 두뇌 만들기 프로젝트
김지헌 지음 / 갈매나무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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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때 KT&G에서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 스쿨에 다닌 적이 있다. 마케팅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고, 예전이나 지금이나 이것저것 관심 많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걸 좋아해서 신청했는데 덜컥 붙었다. 매주 신림동 보라매공원 근처의 건물에서 대기업의 마케팅 담당자들이 직접 하는 강의를 들었다. 문제는 그게 얼마나 귀중한 경험인지 모르고 그때 나는 강의 시간에 주로 졸거나 거기서 만난 사람들과 어울려 신림동의 명물인 곱창볶음을 먹는 데에 심취해 있었다는 것이다. 그 죄로 사회인이 되고 난 지금도 나는 마케팅을 배우고 있다. MBA에 다니거나 무슨 스터디를 하는 건 아니고 독학으로. 다행히도 마케팅 스쿨에 다닐 때 마케팅의 바이블로 꼽히는 책들을 웬만큼 읽어서 이제는 신간 위주로 읽어도 막 생소하진 않다. 이래서 젊을 때 뭐든 배워두면 좋다고 하나보다.



브랜드 전략의 시작과 중심에는 소비자가 '공감할 수 있는 가치'가 있어야 한다. 이는 가치의 교환 과정에서 고객 만족을 이끌어내고 긍정적인 관계를 구축해준다. (중략) 지금 여러분이 팔고 있는 물건이 'WHY'를 얘기하고 있는지 확인해보라. 만약, HOW와 WHAT에 집중하고 있다면 곧 경쟁자들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 (P.29)


<가치를 사는 소비자 공감을 파는 마케터>는 제목을 보자마자 '이건 사야 돼' 싶었다.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물건이 없어서, 필요해서 사는 게 아니라 스스로 가치 있다고 여겨서 산다. 그러므로 마케터는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게 아니라 공감을 얻는 방식으로 상품을 팔아야 한다. 내가 마케팅을 몰라서, 마케팅에 관해 읽을 책이 없어서가 아니라 마음을 파고드는 제목 한 줄에 공감해 기어코 지갑을 열어 이 책을 산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은 저자가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문 잡지인 <더피알>에서 '김지헌의 브랜딩 인사이트'라는 제목으로 2년 동안 연재한 칼럼을 바탕으로 한다. 가치 분석, 가치 제안, 가치 전달을 세 축으로 하는 '가치 연쇄 모형'에 관한 설명 부분은 다소 지루했지만, '짜파구리', '크레용팝', '셀카봉' 등 시간이 지나도 머릿속에 깊이 박혀 있는 마케팅 성공 사례는 책장이 술술 넘어갈 정도로 재미있었다. 

브랜드 가치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에 관한 내용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1개 1,000원이라는, 요즘 물가를 반영하지 않은 가격으로 화제를 모았던 고려대 앞 명물 영철버거가 폐업했다. 저자는 영철버거가 7,000원이 넘는 햄버거를 내놓으면서 '영철버거=저렴한 먹거리'라는 고정관념을 스스로 망가뜨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반대로 대표적인 SPA 브랜드 ZARA는 영국의 왕세손비 케이트 미들턴이 ZARA의 드레스를 입는 호재를 만났을 때 그 드레스를 추가 생산하기는커녕 철수시켰다. ZARA는 2주마다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는 데, 출시된 지 3주 지난 제품이 매장에 있으면 브랜드 가치가 훼손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같은 분야의 덕후만큼 덕후들의 욕구를 잘 이해하고,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제품을 효과적으로 팔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시장에서는 덕후들 간 판매와 구매가 활발해지고 덕후를 위한 다양한 비즈니스가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p.290)


끝으로 저자는 덕후가 주도하는 가치 소비가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예언했다. 내가 몸담고 있는 직장도 어떻게 보면 덕후들을 대상으로 하는 곳이라서 저자의 글 한 줄 한 줄에 깊이 공감했다. '일반인은 구매 시점에 필요한 정보를 집중적으로 탐색하는 반면, 덕후는 평소에 지속적인 탐색을 한다.', '덕후들의 끊임없는 탐색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도하여 항상 브랜드 주변에 머무르도록 하는 것이다.' 맞다고 공감은 하지만 실천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가르침들... HOW TO를 가르쳐주지 않는 점은 아쉽지만 그래도 내가 가는 방향이 틀리지는 않은 것 같아서 마음이 놓인다. 이런 건 십 년 전에 열린 마케팅 스쿨에서는 배울 수 없었을 것이다. 아님 내가 조느라 혹은 곱창볶음에 정신이 팔려 있느라 놓쳤나? 그건 더 이상 알 수가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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넨도nendo의 문제해결연구소 - 세계적인 브랜드의 "문제해결사" 사토 오오키의 번뜩이는 디자인 사고법!
사토 오오키 지음, 정영희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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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상 자기 계발서보다 경제경영서나 전문가가 쓴 에세이를 읽는 편이 훨씬 공부가 된다. 좋은 말을 그저 짜깁기한 것이 아니라 저자가 직접 업계에서 일하며 얻은 지식과 교훈을 바탕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내용이 살아있고 현실에 적용하기에도 좋다. 

일본의 디자인 오피스 넨도(nendo)의 대표이자 디자이너인 사토 오오키의 저서 <넨도의 문제해결연구소>도 큰 공부가 되었다. 저자의 일은 좁게 보면 디자인이지만, 넓게 보면 문제(클라이언트의 의뢰)를 해결(디자인) 하는 일이다. 상사의 지시나 고객의 주문에 따르는 다른 직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저자가 최고의 디자이너, 아니 최고의 '문제 해결사'가 된 비결은 무엇일까. 저자는 이를 '문제 발견', '아이디어 창출', '문제 해결', '아이디어 전달 방법', '디자인'이라는 다섯 장에 걸쳐 소개한다.

저자에 따르면 진짜 과제는 상대편이 하는 말 '뒤'에 숨어 있다. 클라이언트가 외장만 아름답게 정리해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고 치자. 그냥 디자이너는 주문 그대로 외장을 아름답게 만들겠지만, 최고의 디자이너는 클라이언트가 매출 부진으로 디자인에 쓸 예산이 부족하다는 걸 간파해 비용을 절감하면서 외장도 아름다운 디자인을 선보인다. 속된 말로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처럼 알아듣는' 센스가 필요하다.


문제 해결을 잘하는 비결 중 하나는 '전성기'로부터의 역산이다. 장기적인 브랜드 마케팅을 중시한 상품과 단기적인 매상을 목표로 삼는 브랜드의 디자인 방식은 다를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개인도 먼 미래를 내다보는 전략과 오늘만 사는 전략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먼 미래를 내다본다면 오늘 당장 실패하거나 좌절해도 낙담할 필요 없다. 전성기가 아직 오지 않았을 뿐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 좋다.

이 밖에 많은 팁이 나온다. 독서법, 메모법, 정리법 등 실용적인 팁도 있다. 저자에 따르면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세 가지 덕목은 정리, 커뮤니케이션, 영감이라는데, 셋 다 나의 관심사다. 이러다 나도 디자이너가 되는 건 아닐까? 디자인 시선으로 생각하면 누구나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고 하니 헛된 꿈은 아닐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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넨도nendo의 문제해결연구소 - 세계적인 브랜드의 "문제해결사" 사토 오오키의 번뜩이는 디자인 사고법!
사토 오오키 지음, 정영희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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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저자의 조언을 디자인 외에도 업무나 생활 방식에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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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B (Magazine B) Vol.37 : 츠타야(TSUTAYA) - 국문판 2015.6
B Media Company 지음 / B Media Company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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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서점 체인 츠타야(TSUTAYA)를 창업한 마스다 무네아키의 저서 <라이프 스타일을 팔다>, <지적 자본론>을 연달아 읽었다. 읽을거리가 더 없나 검색해보니 브랜드 전문 월간지 '매거진 B'에서 츠타야를 다뤘다. 2015년 6월호인데도 판매 중이길래 얼른 구입했다. 

읽어 보니 과연 츠타야 특집답다. 80년대에 오사카에서 도서, 음반, 비디오 등을 빌려주는 대여점으로 시작한 츠타야가 오늘날 일본을 대표하는 라이프스타일 기업이 되기까지의 궤적이 자세히 나온다. 다이칸야마에 위치한 츠타야의 복합 문화 공간 T-사이트, 츠타야의 모기업이자 모든 기획을 대표하는 CCC에 대한 설명CEO 마스다 무네아키의 인터뷰도 나온다.

츠타야와 비슷한 노선을 걷는 기업과 기획자, 디자이너들에 대한 소개도 나온다. 얼마 전에 읽은 책 <당신의 집을 편집해드립니다>를 만든 빔스(BEAMS)의 디자이너 구보 히로시, 굿디자인 컴퍼니 대표이자 '구마몬'의 제작자, <센스의 재발견>의 저자인 미즈노 마나부의 인터뷰가 나와서 반가웠다. 영화감독 용이를 비롯해 국내의 크리에이터도 몇 명 나온다.

잡지에 따르면 앞으로 소비의 대상은 소유에서 경험으로 바뀔 것이며 경험의 경제를 이끄는 주체는 자본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주관이 뚜렷한 사람이 될 것이다. 츠타야는 80년대부터 축적해온 방대한 양의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취향을 충족하기 위한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 구글, 네이버가 온라인상의 도서관이자 광장이라면, 츠타야는 오프라인 상의 도서관이자 광장이랄까.
 
츠타야의 사례는 이제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요즘 대형 서점에 가면 매대 근처에 고객이 편히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소파를 비치하고, 서점 내에 카페를 입점시키고, 서점 직원으로 전문 컨시어지를 배치하는 등 츠타야의 흔적을 많이 볼 수 있다. 인터넷 서점도 중고매장 안에 카페를 운영하는 등 책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이게끔 노력하고 있다. 이는 책을 더 많이 팔기 위해서이기도 하겠지만, 책이 상징하는 지식과 문화, 라이프스타일이 점점 더 중요해지리라는 뜻이 아닐까. 츠타야의 앞날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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