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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을 사는 여자, 10년 후를 사는 여자 - 계속 성장하는 이들은 알고 있는 멀리 보는 연습
아리카와 마유미 지음, 송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10년 앞을 내다본다는 것은 바로 자신이 끊임없이 변화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사람들은 오늘이 불안한데 어떻게 미래를 내다보느냐고 합니다. 그러나 미래는 말 그대로 아직 오지 않는 것입니다. 아직 오지 않은 것들이기에 상상할 수 있습니다. 과거는 아무리 좋았던 것이라도 상상할 수 없습니다. 부모님과 선생님들에게 인정받던 학창 시절이었다고 해도, 그것은 과거일 뿐입니다.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활기차고, 재능에 넘치던 시절이었다고 해도 그것은 10년 전의 일일 뿐입니다. 마찬가지로 부정적인 과거도 똑같습니다. 과거에 모자랐거나, 실수가 많았거나, 주목받지 못했다고 해서 앞으로의 나도 계속 그러리라는 법은 없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의 지나간 과거를 타고난 소질, 타고난 성격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미래도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미국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는 자신의 저서 <비판에 담담하게 시선에서 자유롭게>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만약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누군가 나를 잘못 묘사하거나 나쁘게 부를 때마다 약해졌다면, 나는 결코 프린스턴을 졸업할 수도, 하버드에 갈 수도, 지금 그의 옆자리에 앉아 있을 수도 없었을 거예요." (pp.30-1)
자신을 알기 위한 열쇠는 바로 코앞에 있습니다. 지금 있는 자리에서 잘할 수 있는 일, 모두가 기뻐해줄 일을 찾으면 됩니다. 그리고 부여받는 일에 최선을 다해 몰두해야 합니다. 작은 일이라도 상관없습니다. 보고서 작성 시에 데이터 분석을 첨부하거나, 기획서를 좀 더 전달하기 쉽게 설명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부터가 시작입니다. 시킨 대로 잘했는데 왜 평가는 낮을까요? 시킨 대로만 하기 때문입니다. 당신만의 장기가 그 안에서 보여야 합니다. (p.58)
인생은 여행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생도 패키지여행처럼 되길 원하는 것 같습니다. 며칠만 다녀오는 여행이라면 패키지여행도 생각해볼 만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안전이 보장된다는 이유로 단 한 번뿐인 인생을 정해진 틀 안에 넣어버린다는 건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약간의 리스크가 있더라도 자신이 가고 싶은 곳에 가고 먹고 싶은 것을 먹을 수 있는 여정이 훨씬 더 즐겁다고 생각합니다. (p.65)
'지금은 인기가 없지만 가능성이 보이는 의자' 혹은 '자신에게 맞는 의자'를 찾아 그곳에서 필요한 사람이 되거나 업무 능력을 쌓을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편한 의자는 없습니다. 앉기 편하게 만들려면 그 장소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인정받는 존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p.105)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4년, 그 때 나는 열아홉 살, 고3이었고, 학교를 대표해 서울대, 적어도 연고대에 들어가리라는 기대를 받던 우등생이었다. 그러나 기세등등하게 지원했던 수시 1차, 2차에 연거푸 불합격했고, 수능을 망쳤다. 현실로부터 도망치듯 SKY가 아닌 학교에 들어갔다. 대학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전했을 때 부모님은 그 학교에 가려거든 반수나 재수를 하라고 하셨고, 선생님들은 다시는 학교에 오지 말라고 말했다. 나는 그들의 말을 듣지 않았고, 대학에 들어가 학점, 인턴, 아르바이트 등 눈앞에 보이는 과제들을 클리어하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마음 한 켠에는 늘 스스로에 대한 실망과 어른들에 대한 원망,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 있었다. 나는 그들의 기대를 저버린 못난이인 것일까. 앞으로 나는 그들의 말대로 루저가 되는 것일까. 지금은 그런 마음이 많이 닳았지만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다. 어쩌면 나는 이제껏 10년 전을 사는 여자인지도 모른다.
아리카와 마유미의 <10년 전을 사는 여자 10년 후를 사는 여자>에서 저자는 과거에 살지 말고 10년 후의 미래를 내다 보며 살라고 조언한다. 허튼 조언은 아닌 게 저자가 바로 산 증인이다. 1965년생, 한국 나이로 올해 50세인 저자는 37세가 되던 해에 자유 기고가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20대 초반만 해도 좋은 남자랑 결혼해 전업주부가 되는 게 꿈이었지만 잘 되지 않았고, 마켓 점원, 의류매장 점장 등 여러가지 직업을 전전하다가 이런 일만 해서는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37세가 되던 해에 자유 기고가가 되기로 결심했고, 직장을 그만두자마자 2년 동안의 세계 여행을 떠났다. 그 후에는 계약직을 하면서 프리랜서로 일을 했고, 그렇게 한 지 10년이 되는 해에 처음 목표였던 자유 기고가는 물론, 유학, 대학원 진학, 강사 등의 꿈을 이루었다. 10년 사이에, 그것도 37세라는 나이에 이 모든 일을 이루다니, 대단하다. 10년 후에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나는 그녀보다 더 젊으니까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책을 읽으면서 노트에 10년 후의 나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2024년, 내 나이 서른아홉 살. 책과 글쓰기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가능하다면 저자가 되는 기쁨을 누려보고도 싶지만, 저자를 개발하는 일을 하거나 돕는 일을 해보고도 싶다. 비단 책이 아니더라도 블로그처럼 콘텐츠에 관련된 일을 하면서 재미있는 이야기, 삶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발굴하고 연결하는 일을 해도 좋을 것 같다. 영어와 일본어도 지금보다 더 잘했으면 좋겠고, 새로 시작한 중국어도 그때쯤엔 능숙하게 구사했으면 좋겠다. 작가보다도 역자로서 책을 내보는 게 더 큰 꿈인데, 열심히 실력을 쌓아야지. 뻔한 여성 자기계발서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내용이 좋았다. 저자의 다른 책들도 찾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