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의 숲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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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접하게 된 계기가 독특해서 더 기억에 남는 책이다.

내가 종종가던 오마카세집 사장님이 매장에 전시 해놓으셨던 책이라서 읽게됐다.

표지는 노르웨이의 숲이 아닌 <상실의 시대>였는데

그때 책 5권 정도가 있었다. 어떤책이길래 저 5권안에 들었을까.

얼마나 재밌길래 가게에 제일 잘 보이는 곳에 전시 해 놓으셨을까? 그렇게 읽어보고 싶어졌다.

인생 책으로도 꼽는 사람이 많은 만큼 유명하고 제목은 익숙했지만 상당히 늦게 접했다.

그래도 오히려 늦게 접했기에 이 책을 이해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얼마전에 읽은<이처럼 사소한 것들> 후기에서 클레어 키건은 

[저는 좋은 이야기의 기준 가운데 하나는 독자가 이야기를 다 읽고 첫 장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도입 부분이 전체 서사의 일부로 느껴지고 이 부분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그뒤에 이어질 내용의 특징을 잘 드러낸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라고 했던점이 굉장히 공감됐다.


나에게는 노르웨이의 숲이 그렇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다시 첫장을 읽을 때 미치도록 좋았다. 초반 도입부가 너무나 강렬했다. 처음 읽었을 때는 꽤나 담담하게 봤는데, 다시 읽을 때는 몇장 읽지도 않았을 때 눈물이 계속해서 흘렀다. 눈물의 이유는, 나는 이 이야기의 결말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처음 읽었을 때는 분명히 나오코의 얼굴을 어렴풋이 그렸었다. 하지만 다시 읽는 순간 선명하게 ,뚜렷하게 그려질 수 밖에 없었다. 와타나베의 슬픔 또한 느껴졌다. 나도 그와 같이 그리워하고 있었다. (나오코 회상씬이 끝나고서 감정적으로 힘들어서 이후 부분을 며칠 지나고서야 읽었을정도였다)


두번째 읽었을 때 다시 보였던 복선은 나오코를 회상하는 것이 단순히 멀어진 사이 정도일 줄 알았지만 다시는 볼 수 없는 죽음을 의미하는것이었다는것.

나오코가 와타나베에게 자신이 단체생활을 하면 어떨지 묻는데 단순히 와타나베의 기숙사 생활에 대한 흥미가 아닌, 요양원을 가게될 복선이었구나 싶었다.

세번째 읽을 때 찾을 수 있는 복선이 또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하지만 당분간은 읽을 계획은 없다. 아껴 놓고 기억이 좀 희미해질 쯤 읽어보고 싶다.

(아마 30대가 될때쯤? 30살에 첫 책을 이책으로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두번째 읽은 이야기만 했지만 처음 읽었을때에 느낌도 정말 좋았다.

리뷰로 남겨 놓지 않은 것이 아쉬워 지금이라도 남기려 한다.

나는 <상실>이라는 키워드로 접근해서 였을까. 상실이 어떤것인지 찾으려고 했다.

그래서 연애소설보다는 나는 어떤 상실을 겪었을지, 현재와 과거의 나를 비춰봤던것 같다. 

"나오코"는 [과거]를 상징하는 인물, "미도리"는 [현재 또는 미래]를 상징하는 인물로 느껴졌다.

화자인 "와타나베"에게 [나]를 대입하며 읽게됐다. 


나는 과거에 얽메여 있으면서 계속해서 깊은 우물로 빠지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 나오코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픈것같다. 나는 현재와 미래가 중요하다는것을, 그것을 직시 해야 하는걸 알고 있음에도 쉽게 놓지 못했다. 과거에 얽메이던 모든걸 정리하고 현실을 직시하며 느낀건. 나의 행복은 과거가 아닌 현재와 미래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옳았으며, 소설에서 의미하는 것도 그렇게 느껴졌다. 그래서 마지막에 와타나베가 "나는 어디에 있는거지?" 이 질문이 나는 과거와 현재중에 어디에 있냐고 독자에게 되묻는 질문 같이 느껴졌다. 


확실히 호불호가 갈릴책이다. 나에게는 당연히 완전 호.

성적인 묘사가 많다고 불호인 경우가 있던데 나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청춘을 다루는데 성적인 묘사가 없다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이 책은 썩 달갑지 않은 감정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됐을 쯤 호감으로 다가올 책이다.

연애를 해보지 않았거나. 학생일때 이책을 읽었다면 전혀 다른감정으로 읽히지 않을까.

이별과상실,슬픔,실패,좌절 등의 인생에 모든 불쾌한 감정을 겪어보고 읽는다면 나의 청춘을 되짚어보게 하는 좋은 소설이될거라 생각한다.


(하고싶은 이야기가 많은책이라 리뷰는 이정도에서 마치고 페이퍼로 더 써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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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4-03-27 10: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을 나이대별로 세 번 정도 읽었는데 세 번 다 느낌이 다르고 그때마다, 好도 되고 不好도 되더라고요.
좀 더 시간이 지나 꼭 다시 읽고 싶은 책이예요^^

책친놈 2024-03-27 14:09   좋아요 2 | URL
저도 세번째 읽을때는 어떻게 달라지려나요 ㅋㅋㅋ 不好일수도 있군요. 저도 다시 읽어보니 不好인 책이 있더라구요. 애정이가니 다음에 읽었을때도 좋았으면 좋겠기도 하네요 ㅎㅎㅎ 페넬로페님께는 다음에 어떤책으로 느껴질지도 궁금하구요 ㅋㅋㅋ

새파랑 2024-03-27 21: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이책 완전 극호! 입니다. 처음 읽을때도 좋았고 다시 읽어도 좋았고 또다시 읽어도 좋더라구요 ㅋ 전 이 책 세가지 출판사 버젼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책친놈 2024-03-27 22:00   좋아요 2 | URL
오 3가지 버젼으로 가지고 계시다니👍 소장가치 충분한 책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문학사상사의 <상실의시대>가 ˝나는 어디에 있는거지?˝ 라고 할때 방점이 찍혀있던게 좋아서 민음사꺼가 있는데도 살까 고민중이었어요 ㅋㅋㅋㅋ

그레이스 2024-03-28 07:39   좋아요 2 | URL
저도 좋아하는 책!
새파랑님 댓글에 숟가락 얹기!
 
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 창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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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을 읽고싶어진건 <번역:황석희>라는 에세이에서 한강 작가의 인터뷰를 접하게 되면서 였다.

부커상은 변역가도 함께 받는 상인데, 수상하면서 번역가가 작품을 훼손했다는 논란이 있던것에 대해 한강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고한다. 


[원본을 훼손한 번역자를 비판하거나, 반대로 번역을 상찬하며 원작을 절하하는 과정에서, 때로 문학적인 담론의 지점을 넘어 이 책의 '영광'이 과연 누구의 것인가를 질문하며 어느 한쪽을 선택해 공격하거나 배제하는 양상이 나타나기도 했는데요. 실은 모두가 알다시피 문학은 성공과 영광을 위한것이 아닙니다. 문학은 사업이 아니고, 문학작품은 사업적 결과물이 아닙니다.기본적으로 덧없는것이고, 그 덧없음의 힘으로 진실과 직면하는것이고, 세계와 싸우며 동시에 말을 거는 것입니다.]


인터뷰내용을 보고 번역자에 대한 비난 속에서 문학 그 자체에 관한 자신의 관점을 말씀하시는 점이 이 책을 꼭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마침 이 책을 지정도서로 선정한 모임이 있어 가입하고 읽게 되었다. 


이책은 3개의 단편이 이어지는 연작소설로 단편마다의 화자가 바뀌는데, 이로인해 이야기가 끝나고 느낀것은 타인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냐는 물음이었다.

 

"영혜"의 남편 시점<채식주의자>,

"영혜"의 형부 시점<몽고반점>,

"영혜"의 언니 시점<나무불꽃>

영혜가 화자로서 등장하지는 않지만 영혜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진행되고,

화자로 등장하는 사람들은 타인에게 들키지 않은, 혹은 들키기 전 내면을 보여준다.

남편은 영혜가 평범한 사람이기만을 바라는 '이기심'

형부는 영혜의 육체에 대한'욕망'

언니는 영혜로 인해 자신까지 망가지는 삶에 대한 '원망'


그러나 영혜의 내면은 영혜가 꾸는 꿈 외에는 서술되어 있지 않다.


독자인 나는 모든 일련의 사건들을 지켜보았지만, 영혜를 제외한 다른 등장인물들과 같은 시점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때문에 나는 다른 인물과 마찬가지로 온전히 영혜를 이해 할 수 없었다.


<채식주의자>에서 주된 갈등원인은 [도저히 할 수 없는] 육식이 남들에게는 [그저 쉽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할 수 없다는것이 아닌, 하지 않는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차이에서 시작된다고 느꼈다.


나는 이것을 "우울증"에 대입하면서 보게됐다.

우울증 환자들에게 하는 가장 큰 실수가 "우울한 생각을 하지마", "긍정적인 생각을 해라" 라는 등의 말이라고 한다. 우울증이 당사자 입장에서는 우울한 생각을 할 수 밖에 없고, 밝은 생각은 할 수가 없기에 힘든병인데, 이를 다른사람들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는점이 비슷하다고 느꼈다. 할수 없는것을 하기 싫다는것으로 받아들이는것은 강요와 폭력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가장 강렬했던것은 <몽고반점>이었다. 

화려한 표현과 묘사로 나 또한 욕망에 사로잡힌것 같았다.

리뷰를 쓰고있는 지금도 작품에서의 햇빛이 눈에 그려진다. 나는 문장 마다 그려지는 선명한 그림과 예술적인 표현들을 계속해서 느끼고 싶었고, 계속해서 다음장이 읽고싶어졌다. 영혜의 내면은 생각조차 하지 않은채로. 아름다움과 욕망을 나또한 같이 느끼고 있었다. 그렇기에 <나무불꽃>으로 넘어가면서는 망가져 가는 영혜의 모습에서 일종의 죄책감이 들기도 했다.


<나무불꽃>에서는 가족의 의미와 개인의 삶에 대해 많은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나를 정신적, 경제적으로도 힘들게 하는사람에게 진심으로 가족이라는 의미를 담을 수 있는가.가족이라는 피의 연결고리는 구성원으로서의 의무감만이 남았고, 끊고싶어도 끊을수없는 악연의 고리처럼 느껴졌다.

책에서 영혜는 계속 이름으로 불린다. 하지만 인혜는 모든걸 감당하지만 작품에서는 이름조차 몇번 나오지도 않는다. 이소설에서 가장 안타까운것은 누군가의 딸,엄마,아내,언니,처형으로서 모든것을 감내하고 살아가는 "인혜"가 아닐까.



영혜의 채식주의라는것에 나는 무엇을 투영시켰는가?

타인을 온전히 이해할수 있을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폭력은 무엇인가?

상대를 위한다는 강요, 그 또한 폭력이 아닌가?

사회적인 인식 때문에 강요 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폭력은 아닐까? 

삶을 원하지 않는이를 간병하는건 누구를 위한것일까?

라는 등의 많은 의문점을 주었다.


이책은 끝으로 다가갈수록 마음이 피폐해진다. 인간의 밑바닥을 보여주며 나 또한 밑바닥으로 가라앉게 만든다. 왜 죽으면 안되는거냐는 영혜의 말에 눈물까지도 나왔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숨쉬고 살아간다는게 누군가에게는 힘든일이 될 수 있다. 영혜를 모두가 이해해줬다면 달라졌을까? 이러한 파국으로 향해 가는일이 없지는 않았을까? 타인은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배려와 관심이라는 노력을 통해 이해 하는것에 조금이라도 다가가 보겠다고 생각한다.


제목으로 유추했던것 보다 파격적이고 충격적이며 예술적이었으며,가독성이 좋아 강력한 몰입감 속에서 읽었다. 유명한 작품이라 읽어본분들이 많겠지만 안읽어봤다면, 그리고 어두운 작품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면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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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4-03-25 17: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채식주의자 중에서 <몽고반점>이 가장 흥미롭더라구요. 전 이책을 최근에 읽었는데 그 강렬함(?)이 너무 좋았습니다~!! 남과 다르다고 해서 이해받지 못할수는 있지만 그것을 죄라고 할 수 있을지 생각해봤습니다. ‘인혜‘ 처럼 그저 피해만 보는 사람은 또 다른 이야기이지만요...

우울증에 대입해서 해석하는것도 맞는거 같습니다~!!

책친놈 2024-03-25 20:18   좋아요 1 | URL
맞아요 저도 그 강렬함이 좋았습니다 ㅎㅎㅎ 이해받지 못하는게 죄로 보이기도 하네요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해석 듣는게 역시 재밌네요👍
 
아몬드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다즐링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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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임에 있는분께 <아몬드>라는 제목의 이유를 듣고는 읽고 싶어졌다.
아몬드크기만한 편도체의 이상으로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니. 제목 참 읽고싶게 잘지었다 싶었다.

초~중반부에는 엄청난 흡입력이다. 퇴근후 도서관에 7시쯤 도착해서 문닫는 10시까지 3시간을 내리 읽게 만들으니 말이다. 진짜 내인생소설이 되는줄 알았다. 글을 어떻게 이렇게 쓰지 싶은 수많은 표현들이 있었고 나를 빨려 들어가게 만들었다. 하지만 뒷심이 부족했다. 특히 도라의 등장부터는 흥미가 떨어졌다. 로맨스가 뚜렷하게 드러나지도 않고 도라는 애매하게 퇴장하고,  결말은 k-신파, 한국식 결말로 끝난다.

책에 시작과 끝에서 이 이야기가 비극일지 희극일지 모른다고 말한다.
나는 감정이 없던 윤재가 감정을 얻게되는건 비극이라고 생각한다.
감정을 얻게 되고서 얻을 고통과 힘든점들이 생길테니 말이다.
윤재는 감정이 없어 불편하지 않았다. 걱정한건 윤재의 어머니였다.
감정이라는게 꼭 얻어야만 하는걸까? 일종의 장애인데 꼭 윤재가 바뀌어야만 했을까 싶은 아쉬움이 남는다.
청소년 소설이다보니 [성장]이라는것에 키워드가 맞춰진게 작가의 의도일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윤재가 바뀌려 하지 않아도 보듬어 줄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랬다. 

그리고 기억에 남는것중 하나가 헌책방이다.
이 장소를 잘 활용했다고 생각중 하나는 윤재가 말을 너무 잘한다는거. 그래서 어머니의 헌책방에서 책을 많이 읽은 아이가 아니었다면 몰입이 깨졌을것 같은데  책을 많이 읽은 아이니 이런표현도 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 읽었다.

특히나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책에 관해서 말하는점이었다. 책은 조용히 있다가 내가 펼치는 순간, 내가 원하는만큼만 이야기를 쏟아낸다는것, 영화와는 다른 단어와 빈공간들에서 내 생각이생겨난다는것들이 책이 좋아진 요즘 공감이 많이 가는 문장이었다.

반대로 아쉬움이 남는건 <사랑의 기술>을 곤이에게 주었던것, 곤이는 사랑을 받아야할 아이이기 때문에 이책은 어울리지 않는다. 이 책을 윤교수에게 주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작가의 의도가 이해 되지 않았다.

기대가 컷던탓에 아쉬웠던 책이지만  중반까지는  몰입감 있게 읽을수 있었고, 
생각해볼 주제가 많은 책이었다.  

책방은 수천수만 명의 작가가 산 사람.
죽은 사람 구분 없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인구 밀도 높은 곳이다. 그러나 책들은 조용하다. 펼치기 전까진 죽어 있다가 펼치는 순간부터 이야기를 쏟아 낸다. 조곤조곤, 딱 내가 원하는만큼만. - P141

책은 내가 갈 수 없는 곳으로 순식간에 나를 데려다주었다.
만날 수 없는 사람의 고백을 들려주었고 관찰할 수 없는 자의인생을 보게 했다. 내가 느끼지 못하는 감정들, 겪어 보지 못한 사건들이 비밀스럽게 꾹꾹 눌러 담겨 있었다. 그건 텔레비전이나 영화와는 애초에 달랐다. 영화나 드라마 혹은 만화 속의 세계는 너무나 구체적이어서 더 이상 내가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영상 속의 이야기는오로지 찍혀 있는 대로, 그려져 있는 그대로만 존재했다. 예를들어, ‘갈색 쿠션이 있는 육각형의 집에 노란 머리의 여자가 한쪽 다리를 꼬고 앉아 있다.‘가 책 속의 문장이라면 영화나 그림은 여자의 피부색, 표정, 손톱 길이까지 전부 정해 놓고 있었다. 그 세계에 내가 변화시킬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책은 달랐다. 책에는 빈 공간이 많기 때문이다. 단어 사이도 비어 있고 줄과 줄 사이도 비어 있다. 나는 그 안에 들어가앉거나 걷거나 내 생각을 적을 수도 있다. 의미를 몰라도 상관없다. 아무 페이지나 펼치면 일단 반쯤 성공이다. - P54

-친해진다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거죠?
-예를 들어, 이렇게 너와 내가 마주 앉아 얘기하는 것. 같이 무언가를 먹기도 하고 생각을 나누는 것. 특별히 돈이 오가지 않는데도 서로를 위해 시간을 쓰는 것. 이런 게 친한거란다.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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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지음, 홍한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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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것들은 사소하다고 느껴질 수 있다. <이처럼 사소한것들> 이라는 제목은 [왜 가장 가까이 있는 게 가장 보기 어려운 걸까? p.111] 라는 문장과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주는 행복도, 타인이 배푸는 호의도, 부조리한것을 보고도 그냥 지나쳐 가는 사람들도. 모두 당연해서 지나쳐 갈 수 있는것들이다.  책을 덮을때쯤에는 다른 사소한것은 무엇이 있을지도 생각해보게 만들며 여운을 남겼다.

사소한것들은 수없이 많다. 하지만 지나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말이나 행동으로 하지 않은 사소한 것들을, 무얼 알았을지를 생각했다. 그것들이 한테 합해져서 하나의 삶을 이루었다. p.120] 사소한것들이 모여서 나의 삶을 이루기 때문이 아닐까.

 이책을 리뷰쓰려고 체크한 부분들을  읽어보다 한권을 통째로 다시 읽어버리게 됐다. 옮긴이의 말에서 [도입 부분이 전체 서사의 일부로 느껴지고 이 부분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그뒤에 이어질 내용의 특징을 잘 드러낸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이야기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P.128] 라고 키건이 말했다는점과 두번 읽어보라는 말이 생각나서 였다. 실제로 두번쨰 읽으면서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었어서 다른분들께도 두번 읽어보는걸 추천드리고 싶다.

 [거리를 두고 멀리서 보면 훨씬 좋아보이는게 참많다p.67] 라는 부분뒤에는 창고안을 비췄을때 보였던 여자아이를 통해 대비되어 보였다. 반대로 가까이, 깊이 들여다보면 좋지 않은것을 많이 보게 되는듯 하다. 
그러면서 도입부분에 나왔던것과 같거나 비슷한 표현이 등장한다. 굴뚝에서 연기가 솟았다는 표현, 끈처럼과 비슷한 분필 선같은 자취 라는 표현, 그다음 페이지에 나오는 베로강 등이 두번째로 읽을때는 눈에 들어왔다.

펄롱은 [척지지 않고] 살려고 했지만, 누군가를 돕는일이 누군가를 척지는 일이되기도 한다.
[이 길로 어디든 자네가 원하는 데로 갈 수 있다네 p.54] 침묵하는것과 용기를 내는것 중 선택은 나의 몫임을 말하기도 한다. 펄롱의 용기를 응원하며 내가 놓치고 있는 사소한것들에 관해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리뷰를 쓰면서 독서모임 책으로 생각해볼만한 발제도 많았다. 이책으로 조만간 독서토론을 해봐야겠다.

이 길로 어디든 자네가 원하는 데로 갈 수 있다네 - P54

"미시즈 윌슨이 우리처럼 생각하고 걱정할 게 많았겠어?" 아일린이 말했다. "그 큰집에서 연급 받으면서 편히 지내는 데다가 농장도 있고 일은 당신 어머니하고 네드가 다 해줬는데, 세상에서 자기 하고싶은 대로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사람 중 한 명 아니었냐고" - P57

거리를 두고 멀리서 보면 훨씬 좋아 보이는게 참 많았다 - P67

늘 그러듯 크리스마스는 사람들한테서 가장 좋은면과 가장 나쁜면 둘 다를 끌어냈다. - P103

왜 가장 가까이 있는 게 가장 보기 어려운 걸까? - P111

문득 서로 돕지 않는다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P119

펄롱은 미시즈 윌슨을, 그분이 날마다 보여준 친절을, 어떻게 펄롱을 가르치고 격려했는지를, 말이나 행동으로 하거나 하지않은 사소한 것들을, 무얼 알았을지를 생각했다.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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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이 슬픈 이유 상상 소설 시리즈 2
조윤성 지음 / 상상앤미디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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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책은 독서모임 때문에 읽게됐다. 원래 저번주에 했던 <달리기를 말할때 하고싶은 이야기>후기에서 하루키가 언급했던  <우리가 사랑을 말할때 이야기하는것> 으로 하려고 했었는데 생각보다 어려워서 안되겠다 싶었고, 다른분이 날도 따뜻해지니 연애소설 하자고 하셔서 이책으로 하게됐다. 

별점을 소수점단위로 주지 못하는게 아쉽다. 별점은 2.3점이다.
앞에 단편들이 별로라고 느껴서  낮게줬다.

일단 이책에서 아쉬운점부터 말해야겠다. 
요즘 단편을 많이 읽다보니 느끼는건데 , 단편소설집은 배치가 중요하다고 느낀다. 
 내가 재밌게 읽은 것들은 후반에 몰려있다.
<나쁜남자 증후군>, <맑은날>, <을의연애> 정도가 몰입해서 읽었다. 
저 3가지 단편중 하나라도 초반에 배치 했으면 지루하지 않게 봤을텐데 싶다.
앞에있던 단편들 읽고는 독서모임 아니었으면 안읽으려고 했을거다.  독서모임도 가지말까 싶었다.

<나쁜남자 증후군>  남자친구가 있지만 다른남자와 썸이라. 사랑 참 씁쓸하다. 근데 몰입되서 읽었다.  
<맑은날> 이건 시점이 바뀌는 방식이 재밌었다. 근데 이것도 이해 안간다 이혼안하고 다른남자 그냥 만난다고…? 
<을의 연애> 이건 돈을 안빌렸으면 더 괜찮았을텐데 싶다. 만나주지도 않는데 돈까지 빌려가는 남자한테 끌려다닌다고..? 싶었음.  밸런스가 맞으려면 남자가 금전적으로 더 여유있고 여자를 안만나줬어야 맞다. 그전까지는 끌려다니는게 이해됐음. 

이해가 안됐던걸 뽑자면 나는 소설이라고 해도 아주 판타지 아니면 어느정도 개연성을 따진다.
<백화점4층의 대화> 이건 백화점 직원들이 저런다고? 저게 말이되나…. 싶게 읽었고
<한낮의 장미> 는 화류계를 미화시킨거 아닌가 싶어 이해가 좀 안됐다. 
<버킷리스트>는 갑분스릴러?…… 
<첫사랑이슬픈이유> 아니 첫사랑이 감옥에 갔고, 이유가 소매치기하다 사람다치게 했는데, 그걸 굳이 기다리면서 기다린다…? 말이 안됨..
그 외에 대부분은 조금 오글거리는감이 있긴했다. 이건 내가 연애세포가 좀 죽은게 아닌가 싶은면도 있는듯 싶다.

그래도 마음에 드는 표현은 있었어서 밑줄 남겨놔야겠다.
냉정과 열정사이 집에 있는데 다시 읽어볼까 싶어진다.

사랑이라는 단어에 손톱만큼의 감동도 담을 수 없는 나의 삶 <한낯의장미> - P17

내 생각과 행동이 같을때, 우리는 멀쩡하다 - 운전하는 사람은 멀미하지 않는것처럼 <외모지상주의> - P18

에쿠니 가오리의 냉정과 열정사이가 있었다. 내가 현석이와 이별할 때마다 몇번을 고쳐 읽으며, 한사람이 놓지 않는 한 관계는 끝나는것이 아니라고 정의하게 만들었던 책. <첫사랑이슬픈이유> - P174

씨앗 없는 화분에 홀로 열심히 물을 부어 왔다는 기분을 지울수가 없다. 혼자 한껏 부어놓은 물을 보며 와, 우리 이렇게 사랑하네 감탄했던 시간. <을의연애> -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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